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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둥이 송아지 인공수정기술 보급 눈앞에

쇠고기 수입 대비한 농촌문제 해결책

한번에 송아지 한마리만을 임신하는 암소. 수정란을 암소에 이식하면 여러마리 송아지를 낳을 수 있다. 최근 국내에서 개발된 직접이식법은 그 효과가 인정돼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보급될 전망이다.

우리나라 보통 젖소가 1년간 생산하는 우유는 약 6천㎏. 이에 비해 미국 일본 등에는 1년에 2만㎏ 이상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가 있다. 외국의 우수한 젖소를 이용, 우리나라 젖소의 우유생산량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유전공학적 방법이 이를 가능하게 해준다.

암소는 아무리 능력이 우수해도 한번의 발정 주기에 1개의 난자만을 배출하기 때문에 결국 한번에 1마리의 송아지만 임신할 수 있다. 더욱이 임신 회수도 1년에 한번꼴이고, 평생 7-8마리의 송아지를 분만할 뿐이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뛰어난 자손을 빨리 증식시키고 싶어도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만일 유전적으로 뛰어난 암소에서 한 번의 발정주기에 여러개 난자를 인위적으로 배출시키고, 이를 자궁밖으로 꺼내 보통의 암소 자궁에 이식한다면 이 소도 뛰어난 자손을 대량 생산할 수 있다. 이 기술을 수정란 이식기술이라 한다.

예를 들어 외국 암소에 호르몬을 처리, 배란을 많이하게 유도하여 수정란을 만들고 이 수정란을 우리나라의 보통 암소에 임신시키면 2만㎏ 이상 젖을 생산하는 송아지를 수십마리 이상 생산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자연적 쌍둥이 송아지 생산 어려워

수정란 이식기술에 대한 연구는 세계적으로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화됐다.

수정란 이식기술의 본래 목적은 동물의 유전적 능력을 가속적으로 개량하는 데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와 같이 국토가 좁고 쇠고기 소비량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그리고 WTO 체제에 따른 쇠고기 수입개방이 눈앞에 와 있는 시점에서 안정적으로 증식시키기 위한 수정란 이식기술의 실용화가 필요하다. 즉 한우 송아지 생산비를 낮추고 질좋고 살찐 송아지를 생산하기 위해 쌍둥이 송아지 생산에 대한 연구가 시급히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쌍둥이 송아지를 생산하는 방법으로는 여러가지가 있다. 사실 드물지만 자연적으로 쌍둥이가 생산되는 경우도 있다. 1개 수정란이 암컷의 자궁에 착상하기 전 2개로 나눠져 일란성 쌍둥이가 생산되는 경우와 난자 2개가 동시에 배출, 임신되어 이란성 쌍둥이가 생산되는 경우가 그것. 이 때 이란성 쌍둥이의 성이 다르면 암송아지는 성장 후 번식기능을 잃게 되는데, 이 암송아지를 가리켜 프리마틴(freemartin)이라고 한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쌍둥이가 생산되는 비율은 (표1)에서 보는 것처럼 매우 낮다. 중·소형의 육우는 0.4-0.5%, 대형종인 홀스타인은 3.4% 정도의 비율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표1) 소의 품종별 쌍둥이 생산율


한편 한번 쌍둥이를 생산한 소가 다음에 분만할 때도 다시 쌍둥이를 생산할 확률을 반복력이라 하는데, 자연상태에서 소의 반복력은 매우 낮은 형편이다. 즉 (표 2)에서 보는 것처럼 처음 분만할 때 쌍둥이를 생산했다 해도 두번째 분만할 때 다시 쌍둥이를 분만하는 비율은 10-12% 이내이고 세번째 성공할 비율은 1-2%에 불과한 것이다.

결국 인위적 조작이 없는 자연상태에서 쌍둥이가 생산되는 것은 무척 드문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쌍둥이를 생산할 능력이 있는 소들의 유전력이 극히 약해 쌍둥이를 잘 생산하는 암소를 선벌하기가 어렵다. 게다가 선발된 소라 할지라도 이 소에서 안정적으로 쌍둥이가 생산되는 것도 아닌 것이다.
 

(표2) 소의 품종별 반복력


호르몬, 여러개 난자 배출 유도

이런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1970년대부터 많은 연구자들은 인공 쌍둥이 생산을 위한 실험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시행되고 있는 인공 쌍둥이 생산에 대한 연구를 살펴보자.

복잡한 기법을 사용하지 않고도 쌍둥이 생산을 유도하는 한가지 방법은 호르몬 투여법. 난소를 자극하는 성선(性線) 자극호르몬을 암소에 주사해서 여러개의 난자를 배출시켜 쌍둥이 혹은 여러마리의 송아지를 임신시키는 방법이다.

암소는 발정할 때 1개의 난자만을 배란하지만, 장차 난자가 될 수 있는 원시난포를 태어나면서 이미 수만개나 소유하고 있다. 호르몬 투여법은 이점에 착안, 한 발정주기에 여러개의 난자를 배출하도록 자극해 여러 마리의 송아지 생산을유도하는 방식이다.

원시난포가 난자로 발육하는 데 필요한 호르몬은 FSH(난포자극호르몬)와 PMSG(임마혈청성 성선자극호르몬) 등인데, 과거에는 PMSG를 많이 사용했으나 최근에는 주로 FSH를 이용하는 추세다.

1978년부터 1979년까지 축산기술연구소에서 PMSG 등을 암소에 주사하고 인공수정시킨 결과 약 20%의 쌍둥이 생산율을 나타냈으며 드물게는 세쌍둥이가 생산되기도 했다((표3) 참조).
 

(표3) 호르몬 처리에 의한 쌍둥이 분만율


성선자극호르몬 투여에 의한 쌍둥이 생산은 처리가 간단하고 가격이 저렴하다. 그러나 호르몬을 처리했을때 정확히 몇개의 난자가 배출될지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단점. 또한 만일 2개 이상의 난자가 배출되어 세쌍둥이 혹은 네쌍둥이 등이 임신되면 어미소의 자궁회복 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송아지가 태어났을 때의 체중 역시 상당히 적다는 문제점도 갖는다.

유전공학의 산물 수정란 이식기술

수정란 이식기술은 유전공학적으로 쌍둥이를 유도하는 첨단기법이다. 여기에 사용되는 수정란은 체내수정란과 체외수정란도로 구분된다.

체내수정란이란 암소의 자궁 속에서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된 것으로, 부모의 유전능력을 정확히 알 수 있지만 생산비가 비싼 것이 흠. 이에 비해 체외수정란은 도축된 암소의 난소에서 난자를 꺼내 몸밖에서 정자와 수정시키고 이를 배양기에서 발육시킨 것이다. 일종의 시험관 송아지인 셈.

수정란 이식기술 중 한가지 방법은 수정란 2개를 이식해서 쌍둥이를 임신시키는 것이다. 우선 정상적인 발정주기를 가진 건강한 암소를 선정하고 발정주기 제7일째 직장검사를 한다. 직장검사란 소의 직장에 직접 손을 넣어 난소와 자궁의 상태를 검사하는 것이다.

이 검사를 통해 황체가 잘 형성되어 있는 경산우(1회 이상 출산 경험이 있는 소)에 양질의 수정란을 양쪽 자궁각에 각각 1개씩 이식하거나 혹은 황체가 존재하는 쪽의 자궁각에 2개 이식하여 쌍둥이를 임신시키는 것.

여기서 황체란 배란된 자리에 생기는 일종의 흉터로서, 만일 배출된 난자가 정자와 만나 수정되면 분만까지 임신을 유지시키는 기능을 한다. 수정란을 이식할 때 황체가 있어야만 임신 성공률이 높기 때문에 황체검사는 필수적인 것이다.

이 방법은 쌍둥이 생산율을 높일 수 있는 가장 좋은 기술이다. 축산업자는 수정란을 선택해서 한우 육우 젖소 등 품종을 원하는 대로 얻을 수 있고, 2개의 수정란만을 이식했기 때문에 3마리 이상이 임신될 확률이 거의 없어 어미소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 방법에는 많은 경비가 소요되고 상당히 정교한 첨단기술이 필요하다. 또한 우리나라는 수정란을 다량으로 확보하기 어려워 실용화 되기까지 아직 여러가지 기술적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인공수정한 암소에 수정란 1개를 추가 이식, 쌍둥이를 임신하게 하는 기술은 앞에서 제시한 방법들의 한계를 동시에 해결하는 방법이다. 소는 21일마다 발정되어 배란하는데, 이 때 인위적으로 정액을 암소 자궁에 주입해서 임신시킨 뒤 수정란 1개를 다시 이식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인공수정도 하고 수정란 이식도 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가장 높은 임신율을 기대할 수 있다. (표4)에서 보듯이 1991-1993년의 기간에 축산기술연구소에서 보고한 성적 역시 높게 나타났다.

1991년부터 시작된 인공수정 후 수정란 추가이식 방법에 의한 한우 쌍둥이 생산 연구는 전국 6개 농촌지도소와 연계, 농가의 암소를 대상으로 실시했다. 이 때 사용한 수정란은 체내수정란을 얼려 보존한 것을 녹인 것이었다.
 

(표4) 연도별 수정란 이식 및 쌍둥이 분만 성적


직접이식법, 축산계 새로운 장 열어

수정란 이식에 의한 쌍둥이 생산이 그간 실용화되지 못한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그 절차가 복잡하여 일반 농가에서 이용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필자 등 축산기술연구소의 연구진들은 체외수정란의 대량 생산과 직접 이식법 개발을 통해 농가에서 쉽게 수정란 이식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수정란을 얼리려면 우선 수정란 내 많은 양의 수분을 빼내야 한다. 이를 위해 삼투압이 높으면서도 수정란에는 피해를 주지 않는 동해(凍害) 방지제가 사용된다. 이 동해방지제는 수정란을 녹여 암소에 이식할 때 확실히 제거돼야 한다.

이 과정은 값이 비싼 정교한 현미경, 특수한 시약 및 전문기술을 필요로 해서 일반인들이 쉽게 이용할 수 없었다. 그러나 축산연구소 연구진은 특수 동해방지제를 개발, 수정란을 녹인 후 이무런 작업을 거치지 않고 직접 암소의 자궁에 이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본 연구진은 이 방법을 직접이식법이라고 명명했다.

농가의 한우에 체외수정란을 직접이식법으로 처리한 결과, 기존의 체내수정란을 이용한 방법과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는 쌍둥이 생산율이 나타났다((표 5) 참조). 그 결과 이 방법은 농림수산부 정책사업으로 채택되었다. 앞으로 이 방법의 도입을 희망하는 농가는 내년부터 이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표5) 한우 체외수정란 직접이식법에 의한 성적


만일 아주 유전적 능력이 뛰어난 수정란이 있다면, 그리고 이를 30여개의 세포로 나눠 각각 의 세포핵을 난자 핵과 바꿔 새로운 수정란을 만든다면 수정란 1개로부터 수십개의 동일한 일란성 쌍둥이를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반복한다면 수백, 수천개의 수정란 생산도 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수정란 1개에서 15마리 이상의 복제 송아지가 생산된 경우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비슷한 실험이 성공하기도 했다.
또한 1세포기의 난자 핵 속에 우리가 원하는 특정 유전자, 가령 성장촉진유전자 질병억제유전자 등을 주입하여 체외에서 발달시키고 암소에 이식하면, 그 결과 자라난 소의 우유만 마셔도 자연적으로 성장이 촉진되고 특정질병에 걸리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형질전환 기술은 국내에서 건국대, KIST의 유전공학연구소, 그리고 축산기술연구소 등에서 현재 연구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성공률이 높지 않아 조만간 유능한 한국의 생명 공학자들이 개발해야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가축을 대상으로 진행되는 연구의 많은 부분이 수정란 이식에 의해 수행된다. 앞으로 수정란 이식에 관한 많은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질 것을 기대한다.
 

수정란 1개에서 여러 마리 송아지가 생산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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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오성종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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