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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PC는 철저하게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 개념이다. 사용하기 쉽고 흥미로운 홈PC용 소프트웨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본다.

본격적인 형태의 홈PC용 소프트웨어는 표계산, 주소록이나 문서 등의 특정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사무용 소프트웨어와 다르다. 부담없이 온가족이 즐기는 형태의 소프트웨어, 즉 오락적인 내용과 정보가 동시에 공급될 때 홈PC는 더욱 진가를 발휘한다.

미국의 유명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얼핏 보기에는 상반된것처럼 여겨지는 오락(Entertainment)과 교육(Education)을 결합시킨 에듀테인먼트(Edutainment) 소프트웨어를 상당수 공급하고 있다. 예컨대 마이크로소프트사는 이른바 '홈(Home) 시리즈'라고 명명된 일련의 시리즈물을 내놓고 있는데, 여기에는 백과사전 영화 모음집에서 박물관 탐험에 이르기까지 온가족이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장르가 포함되어 있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이 홈PC용 소프트웨어인가. 아쉽게도 홈PC용 소프트웨어의 범위를 규정하는 것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폭넓게 정의하면 특정한 목적의 사무용 소프트웨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제품이 홈PC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며, 지나치게 범위를 좁히면 교육용 소프트웨어만을 말하는 오류를 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이러 이러한 조건을 갖춘 소프트웨어가 홈PC용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식의 단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는 어려운 만큼, 현재 공급되고 있는 홈PC용 소프트웨어를 검토하며 바람직한 방향을 같이 찾아보도록 하자.
 

동아일보와 큐닉스가 개발한 동아일보 사설선집. 교양과 문장력 강화에 도움을 주는 타이틀이다.


CD-롬 제품이 대다수

홈 시리즈의 특징은 다음의 몇가지로 정리된다. 첫째는 윈도스를 토대로 한 그래픽 환경에서 동작하는 소프트웨어라는 점이다. 명령어를 직접 입력하는 방식으로 조작되는 도스 환경에서는 이렇다 할 만한 소프트웨어를 찾아보기 힘들지만, 윈도스나 애플의 매킨토시처럼 그래픽 운영환경에서 작동하는 제품들은 조직하기도 쉽고 향상된 오디오와 비디오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널리 사랑받고 있다. 홈PC용 소프트웨어는 윈도스의 보급과 함께 시작된 부문이라고 할 만큼 윈도스와 깊은 관련을 갖고 있다.

둘째는 CD-롬 형태로 공급된다는 점이다. CD-롬의 등장 이후 하나의 디스크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이로 인해 수십권의 책을 디스크 한장에 담을 수 있게 되었고 문자 정보뿐 아니라 그림이나 동화상, 음성 정보도 수록할 수 있었다. 지금과 같은 속도로 기술발전이 이루어진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CD-롬은 비디오 테이프나 카세트를 대신하는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내 상황은 아직까지는 CD-롬 드라이브의 보급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플로피 디스크 형태로 제공되는 소프트웨어도 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대부분의 홈PC용 소프트웨어들이 CD-롬 형태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셋째는 일반적인 주제, 폭넓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대상을 다룬다는 점이다. 백과사전이나 박물관 연감, 영화 모음집, 공룡대전 등 수십권의 책을 모이놓은 만물박사 형태의 제품은 컴퓨터에 대한 일반인의 인식을 높이는데 큰 공헌을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교육적인 요소를 지닌 제품도 많이 등장하고 있는데, 이제까지의 일방주입식의 진행과 달리 사용자가 학습속도 및 방법을 선택할 수 있는 대화식(Interactive)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두드러진 특징을 갖는다.

넷째는 사용법이 매우 간단하다는 점이다. 흡사 가전제품을 다루듯이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사용하기 어려운 제품은 일단 보급되기 힘들다. 따라서 홈PC의 사용층을 어린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확대해주는 열쇠는 바로 사용의 간편성에 달려있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94년을 시작으로 외국에서는 CD-롬을 활용한 홈PC용 소프트웨어가 대거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국내의 상황은 조금 달라서 만족할 만한 홈PC용 소프트웨어는 찾아보기 힘들다. 질적인 수준도 문제이지만 양적으로도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은 역으로 95년도 홈PC용 소프트웨어 시장의 성장가능성을 짐작케 해 준다.

국내에서 CD-롬 타이틀을 만드는 회사의 수는 약 90여개 안팎으로 지금까지 개발된 타이틀의 수는 1백50여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 중에는 한개의 제품을 만들고 사라져버린 회사도 상당수이지만 10여개의 회사들은 지금까지 꾸준히 매월 몇개씩 공급하고 있다. 이를 포함하여 국내에서 구입이 가능한 홈PC용 CD-롬 타이틀의 수는 총1천2백여종 정도로 이중 40% 정도가 홈PC용 소프트웨어의 성격을 띄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 그 대표적인 제품들을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자.
 

컴튼 인터액티브 백과사전. 영어를 몰라도 흥미를 잃지 않을 볼거리를 제공한다.


백과사전 정도는 갖추고

요즘에는 CD-롬하면 '영어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떠올리지만, CD-롬이 공급되던 초기에는 '백과사전=CD-롬'이라고 인식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렸다. 수십권의 책을 디스크 한장에 담을 수 있다는 장점도 돋보이는 부분이었지만 단순히 책을 옮기는데 그치지 않고 '멀티미디어 자료'와 '대화식' 조작방법이 갖추어지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이하고 있다.

현재까지는 미 컴튼(Compton)사의 '컴튼 인터액티브 백과사전'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엔카르타(Encarta)', 글로리어(Grolier)사의 '글로리어 인터액티브 백과사전' 등이 높은 인기를 얻고 있다. 컴튼 백과사전은 26권으로 구성된 컴튼 대 백과사전을 CD-롬 판으로 변형한 것이고, 엔카르타는 펑크와 왜그널(Funk&Wagnall)사의 29권짜리 백과사전을 변형한 것이다. 영어로 된 백과사전 제품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 백과사전에는 수천개의 사진과 음향, 비디오 정보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영어를 잘 모르는 사용자에게도 훌륭한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다.

국내 제품으로 나온 백과사전류로는 '계몽사 백과사전'이 유일하다. 94년말 선보인 계몽사 CD-롬은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백과 사전이라는 점에서 높이 인정할 만 하지만 첨단 검색방법이나 멀티미디어 기능 등은 아직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일종의 정보 데이터베이스라는 면에서는 동일하지만 백과사전류와는 차이가 있는 제품도 나와 있다. 영화광들을 위한 영화자료 CD-롬이나 미술사를 정리한 제품, 한방에 관련된 의학정보를 담은 CD-롬은 전문사전의 의미를 갖는다고 할 것이다.

'시네매니아(Cinemania)'는 마이크로소프트가 만든 영화정보 CD-롬으로, 명화 20여편의 명장면이 포함되어 있으며, 총 1천여 개의 영화스틸 대화(음성) 영화음악 등이 서비스되는 타이틀이다. 물론 중심이 되는 부분은 2만 3천개 분량의 영화 비평과 기사, 6천 여개의 영화관련인사의 사진이다. 이 타이틀은 매해마다 발행되고 있으며 지난해 말 발표된 시네매니아 '95는 첨단 기능을 보강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

솔빛 조선미디어가 만든 'CD 가정한방대전'은 여강출판사의 '가정동의대전'을 토대로 여러가지 질병에 관한 각종 민간요법을 모아둔 것으로 4백여개의 질병과 14종 88개의 처방, 1천여개의 약재를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 알아두면 도움이 되는 구급치료 상식이나 약초의 사진은 한방에 관심이 많은 사용자에게 훌륭한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현대서양미술사'는 세광 미디어테크가 만든 제품으로 세계 유명화가의 그림을 화면을 통해 검색하는 것은 물론, 음성으로 지원되는 각 장르 및 사조의 특징에 관한 강의를 들을 수 있다. 그림이나 설명의 분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있지만 명장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므로 온가족이 모여앉아 보기에는 큰 무리가 없다.
 

CD가정한방 대전. 일상 생활에 도움으 줄 만한 구급치료법이 수록돼 있다.


국내제품도 올해 상당수 나올 듯

한편 국내 제품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은 바로 영어 교육프로그램 분야이다. 오성식 생활영어, 곽영일 생활영어 등과 같이 지명도 높은 강사를 앞세운 본격적인 영어 학습용 제품도 있지만 이들은 홈PC적인 성격은 그리 높지 못하다.

그 중에서도 시사영어사가 선보인 '잉글리시 더 해피 웨이(English the happy way)'는 초중고등학생을 위한 종합영어 학습 프로그램으로 홈PC적인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단순한 단어 및 문장학습은 물론이고 듣기 능력을 높여주는 등 전반적인 영어 감각을 길러주기 위해 제작된 제품이다. 외국어대 교육과의 박순한 교수의 학습서 20권을 토대로 제작된 이 제품은 50여편의 노래집과 테스트를 통해 에듀테인먼트적 요소를 강조한 제품이다. 타 제품과는 달리 모든 단어와 문장의 뜻과 해석을 제공하는 한편, 음성으로 주요 문법을 설명한 점이 돋보이는 부분이라고 하겠다.

조금 다른 성격의 제품이긴 하지만 동아일보사와 큐닉스가 공동개발한 '동아일보 사설 선집'도 눈여겨 볼만 하다. 이 타이틀은 1920년 창간 사설부터 93년까지 동아일보에 게재됐던 사설과 역사적 사실들을 주제별로 분류한 연표를 통해 일제시대부터 현재에 이르는 우리나라 역사흐름과 사건을 파악할 수 있다.

68년부터의 국내외 10대 뉴스, 역대 3부 요인을 비롯한 인명록과 통계표 등도 수록, 이해를 돕고 있어 요즘처럼 논술 능력 및 사고력을 필요로 하는 각종 시험이 많아지는 경향을 감안한다면 성인은 물론 중고생들의 교양과 문장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한편 이와 유사한 타이틀로는 CD-롬으로 보는 이규태 코너'가 있는데, 83년부터 10년간 조선일보에 연재된 이규태 코너를 CD-롬으로 옮긴 이 제품은 컬럼 외에도 4백여장의 관련 사진자료가 함께 들어 있다.

이제까지는 홈PC 소프트웨어리는 특정한 부문을 언급하기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95년 상반기부터는 다소 변화가 있을 전망이다.

CD-롬 타이틀 제작업체로 잘 알려져 있는 솔빛 조선미디어의 경우, 24권으로 구성된 한길사의 '한국사'를 CD-롬으로 2월 중 공급하는 것을 필두로 동아출판사, 세광미디어테크 등의 회사들이 신작을 준비중이어서 가정으로의 컴퓨터 활용을 넓히는 소프트웨어는 올해를 계기로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은 부족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양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어느 정도 여건이 갖추어진다면 양 못지않게 질을 높이는 데도 노력해 주기를 바라는 맘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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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곽동수 컴퓨터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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