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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전공학 공해 핵 오염보다 무섭다

21세기는 유전공학의 시대다. 생물자원은 물질자원과는 달리 재생이 가능하지만, 유전공학에는 무서운 맹점이 들어있다. 유전공학은 생물의 자연적 템포를 빠르게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우주가 이렇게 고도의 질서를 갖게 되었을까. 기독교가 사회를 지배하던 갈릴레오, 케플러, 뉴턴 시대에는 이 질문에 대해 해답을 얻으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다가 19세기 말에 이르러 두가지 위대한 진화이론이 나타났다.

하나는 다윈(Darwin)의 생물학적 진화론이고 다른 하나는 열역학 제 2법칙인 고립된 물리체계의 진화이론이다. 이 시대에는 생물학자뿐만 아니라 물리학자도 진화문제에 부닥치게 되었다.

오스트리아의 볼츠만(Boltzman)은 "최초의 우주는 혼돈상태였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지금과 같은 질서있는 우주가 생겨났을까"라는 카오스(혼돈)와 코스모스(질서)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이에 대한 의문을 통계열역학의 법칙으로 풀려고 고심했던 물리학자였다.

볼츠만은 열역학 제 2법칙의 의미를 S=k(ℓnP)이라는 간단한 공식으로 표현하는데 성공했다. 여기서 S는 엔트로피의 양을 의미하며 k는 볼츠만 상수, ℓnP는 확률의 자연로그값이다.

자연과학이란 궁극적으로 우주의 탄생 이후부터 지금까지의 에너지 및 물질의 발전과정을 추적해온 역사적 학문이다. 이 분야중 특히 역학은 '사용가능한 에너지가 어떻게 쓸모없는 에너지로 변해가는가'를 연구하는 학문이다.

궁극적으로 도달하게 될 무질서, 혼합, 무정형이 증가하는 계의 성질을 말하는 엔트로피는 열역학 제 2법칙에 대한 연구에 중요한 척도로 사용된다. 이는 실제적으로 특정하기 보다는 직관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훨씬 쉽다. 또한 물 한컵의 온도를 재는 것처럼 측정이 가능한 물리적 단위다.

1973년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문제가 제기되면서 엔트로피는 열역학이나 정보이론을 다루는 사람만의 한정된 개념으로부터 모든 분야로 확대되어 사용되고 있다. 엔트로피가 우리 미래의 불투명성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열역학법칙은 에너지 전환에 대해 명료하게 설명해주며 예측을 가능하게 한다. 특히 제 2법칙은 에너지의 형태전환이 불완전함을 말해준다. 여기서 불완전하다는 것은 각 전환과정중 에너지가 열로 사라지기 때문이다.

엔트로피가 생물 행동도 지배하는가

열역학 제 2법칙, 무질서의 척도인 엔트로피법칙이 생물의 행동도 지배하는가. 이 질문에 대답하기는 매우 어렵다.

슈뢰딩거(Schrödinger)는 생물체 질서의 흐름은 환경 속에서 질서를 흡수할 수 있는 비주기적 결정체의 존재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비주기적 결정체는 생물고분자(핵산과 단백질)를 말하는 것이다.

물질계와는 달리 생물의 발생은 질서증가, 즉 엔트로피 감소를 의미한다. 주위환경으로 방출하는 엔트로피가 체계에서 생기는 엔트로피보다 많으면 개방체계는 분명히 발생을 기술할 수 있다.

그렇다면 생물체의 생명현상을 열역학적으로 다룰 수 있는가? 바우어(Bauer)는 "생명현상을 열역학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생명이란 개방되고 비평형상태에서 일어나는 과정의 연속이다"라고 처음으로 주장했다. 그후에 생명현상에 대한 열역학이 베르탈란피(Bertallanffy), 온사거(Onsager), 프리고진(Progine)에 의해 발달하였다.
 

생물이 살아있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음의 엔트로피를 흡수해야 한다. 산호초 사이를 노니는 물고기떼도 각기 엔트로피 법칙에 대항해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생물과 에너지

제주도에 핀 아름다운 유채꽃 앞에서 신혼부부들은 사진을 찍으며 즐거워한다. 그런데 이 유채가 겉으로 나타나는 고요함과는 달리 꽃을 피우기까지 삶과 죽음의 전쟁을 격렬히 하고 있다는 점을 둘러볼 필요가 있다. 그들이 이기기 위해 벌이는 게임은 에너지 게임이다.

생명현상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에너지란 무엇인가? 에너지는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으로 생명의 모든 측면에 적용된다. 에너지의 형태는 화학결합에너지 전기에너지 자기에너지 기계에너지 그리고 복사에너지 등과 같이 다양한 형태를 가지나, 이들 에너지 모두는 서로 전환될 수 있다.

생물도 물리화학적으로 상호작용하는 물질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물리법칙과 화학법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생물계도 열역학 법칙을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닫힌 계를 다룬 이 법칙을, 물질과 에너지를 외부와 교환하는 열린 계에 적용해야 한다.

생명체는 열역학 제 1법칙인 에너지 보존의 법칙보다는 제 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 대항해서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이 생명체에는 에너지 획득을 위한 효율적인 게임기구가 주어져 있어야 한다.

일반적으로 생물은 기계보다 에너지 이동에서 훨씬 효율적이다. 생물은 산소를 이용하여 포도당내 화학결합에너지의 약 40%를 ATP의 화학결합에너지로 이동시키는 효율적 체계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와같은 효율성이 생겨날까? 물질계에서 한 물질의 에너지를 이동시키기 위해서는 한꺼번에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한다.

그러나 생물은 에너지의 이동이 단계적으로 이루어지며, 이때 촉매작용을 하는 거대분자인 효소가 관여하므로 효율적이 된다. 효소의 반응속도는 화학반응 속도보다 수십억배 빠르다.

생물이 자기 체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에너지양은 매우 크다. 예를 들면 사람이 하루에 필요한 에너지양은 1백90kg의 ATP에 해당된다. 이를 얻기 위해 우리 인간은 질서를 갖고 있는 유기분자를 산소로 태워야 한다. 산술적으로 계산할 때 막대한 양이다. 그러나 생물은 살아가고 있다. 이는 오직 태양에서 오는 에너지 때문이다.

사실상 지구에 도달하는 빛에너지의 1%만으로도 생물은 삶을 지탱할 수 있다. 그러므로 태양이 빛을 내며 타는 동안에는(앞으로 50억년 정도?) 쓸모있는 에너지는 있을 것이며 제 2법칙은 생물에게 최종적 영향을 끼치지 못할 것이다.

태양이 다 타버린 시점에 이르러서야 지구와 지구위에 있는 모든 것은 단순한 분자와 열로 되돌아갈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물이라는 존재는 복사에너지라는 한가닥 실에 매달린 것이라 할 수 있다.

어떤 계라도 엔트로피 감소는 부분적으로만 일어나며 모든 계는 엔트로피를 발생시킨다. 그러나 생물은 다른 계와는 달리 엔트로피 감소를 위해 음의 엔트로피, 즉 네겐트로피(negentropy)를 먹고 자란다고 슈뢰딩거는 주장했다. 그는 생물이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몸밖으로 엔트로피를 버리는 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질서균형을 유지하는 현상을 생물학자들은 항상성(homeostasis)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병이 들었다는 것은 열역학적 관점에서 보면 바로 엔트로피 방출능력이 감소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물질대사가 변화해서 나타난 결과인 것이다.

다행히도 생물은 고도로 조직화된 유기분자의 높은 잠재에너지를 사용할 수 있는 체계로 외부와 물질교환을 매우 원활하게 하는 명수임에는 틀림없다.

닫힌 계는 시간이 흐름에 따라 평형상태를 이루며 최대 엔트로피에 도달한다. 엔트로피는 다만 증가하는 속성을 지닌다. 그러나 열린 계에서는 그렇지 않다.
 

땅 속 깊이 성장하는 뿌리. 이들이 살기 위해 벌이는 게임은 결국 에너지 게임이다.
 

'평형상태'는 곧 죽음

(그림1)과 같이 닫힌계는 외부로부터 용기로 액체가 유입되지도 않고 밖으로 유출되지도 않는다.

다만 마개를 열어놓으면 잠재에너지의 차이로 전체 액체가 아래용기에 모이게 되고 평형상태가 된다. 즉 에너지 교환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아무런 일도 벌어지지 않는다. 이때 마개를 열어놓는 정도는 반응과정의 마지막 결과와는 무관하다.

그러나 열린 계는 위와 아래 용기에 액체의 비평형 수준이 생기며 이 경우에는 마개를 열어놓은 정도에 따라서 수준이 달라진다. 이 마개가 생물체에서 반응속도를 조절하는 효소와 같다.

열린 계인 생물체는 에너지 흐름에 따라 동적인 평형상태를 갖는다. 외부로부터 물질교환이 있는 한은 절대로 정적인 평형상태에 이르지 않는다. 생물의 평형상태는 죽음을 의미한다.

보통 열역학은 실제로 평형상태만 다루고 반응과정은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비평형 상태에 있는 열린 계 연구에서는 상태의 시간변화율, 특히 엔트로피 생성률을 취급한다.

영국에서 슈뢰딩거가 네겐트로피 강의에 열을 올릴 때 미국에서는 섀넌(Shannon)이 정보이론을 개발했다. 그는 엔트로피의 역수가 바로 정보라고 보고 있다. 엔트로피는 체계에 대한 정보부재의 척도라 할 수 있으며 한 체계에서의 정보와 엔트로피의 대등성은 다음과 같이 쓸 수 있다고 했다.

S+I=일정
엔트로피 S가 증가하면 정보 I가 감소하고 그 역도 마찬가지다. 이 공식이 주는 의미는 '생명은 고도의 질서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모노(Monod)는 생명체와 비생명체의 차이점을 질서에 두고 있으나 이는 정보량만을 생각할 때는 틀린 말이다.

비생명체(결정)와 생명체의 차이점은 결정이 주기적으로 정보가 반복되는데 비해 생명체는 중복되지 않는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즉 생명체는 비주기적 결정체라 할 수 있다.

또한 그 정보가 들어있는 DNA를 볼 때 DNA의 정보량이 아니라 그 내용이 갖는 프로그램 과정의 값이 중요하다. 즉 생물학적 과정에서 정보의 가치화가 문제이다. 이것이 생물이 생존하기 위한 기본전략이다.
 

(그림1) 열역학적 체계
 

인류의 양자택일

사람은 가장 뛰어난 네겐트로피를 창조하는 생물임에 틀림이 없다. 맥스웰이 찾아다니던 도깨비가 바로 자신이었는지도 모른다. 인간은 영리하고 집단적 생활에 능통한 생물체지만 자신에 의한 사회적 엔트로피 증대는 잊고 에너지 사용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더욱이 인간의 역사는 부를 추구하는 끝없는 여행이다. 부를 위하여 인간은 사용가능한 에너지를 얻어야 했다.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가면서 자원이용 속도는 매우 빨라졌고 생물에 대한 에너지 고정이 이를 따라갈 수 없게 되었다. 이 결과로 현재 무한정으로 있는 줄 알았던 화석연료는 바닥이 나 버렸고 석유파동 이후 에너지 고갈문제가 심각하게 되었다. 엔트로피 법칙때문이다. 인간들은 엔트로피 개념으로부터 자원은 유한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한번 사용된 에너지는 결코 다시 회수될 수 없는 것이다.

21세기가 유전공학의 시대임은 틀림없다. 생물자원은 물질자원과는 달리 재생불가능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태양이 타고 있는 한 재생 할 수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하나의 무서운 맹점이 들어 있다. 유전공학은 생물의 자연적 템포를 매우 빠르게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이다.

필요로 하는 종을 함부로 생산하는 것은 생물종을 구성하는 각종 유전자를 오염시켜 자연생태계를 안정보다는 파괴로 끌고 갈 가능성이 높고, 생물의 다양성은 상실될 것이다.

가령 생태계의 재생능력과 에너지 흡수능력을 훨씬 능가하는 속도로 유전자개발이 이루어질 수 있다. 즉 광합성 능력이 높은 작물을 유전공학으로 얻었다고 할 때 이 작물이 자라야 할 토양은 양분과 수분의 필요성이 높아지고 이 공급사이클이 가속화될 것이다. 이는 토양 침식을 불러일으킬 것이 자명하다.

우리는 지금 핵오염에 떨고 있지만 앞으로는 생물공해에 대한 공포에 휩싸일 수도 있다. 이 공해는 생물학적이기 때문에 인류에게는 더욱 위험하다. 우주의 열적 종말은 먼 미래의 일인지 몰라도 계속적으로 문명사회의 발달을 추구한다면 인류의 종말은 생각보다 빨리 다가올지 모른다.

우리는 정보화 시대에 살고 있다. 인류는 홍수와 같이 밀려오는 정보 속에서 로봇처럼 생활해야 한다. 정보량 증가는 바로 사회의 엔트로피 증가다. 이미 우리는 정보량 증가로 알게 모르게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으며, 이는 지금까지의 자원이용 속도를 훨씬 능가하고 있다.

과연 우리는 자연개발에서 얻고 있는 혜택을 줄일 수 있을 것인가? 또한 편안한 삶을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

그러나 우리는 지금 무기력한 혼돈사회로 가고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가치관을 세우고 과감히 양자택일을 함으로써 가속화되는 엔트로피 증가를 늦추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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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홍영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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