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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무더위를 가져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금년에는 7월부터 이상확장, 공기덩어리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블로킹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가뭄과 무더위가 나타났다.


(표1) 금년 장마기간과 강우량
 

지난 5월 23일 기상청에서 발표한 여름철 기상전망 작성시 예보관들은 지난 해 여름의 냉해 피해를 떠올리며 매우 어려운 판단을 하게 돼 최근의 전지구기류 동향과 유사년도의 기후자료 분석 결과를 신중히 검토한 후 기상전망을 발표했다.

실제로 나타났던 장마시작 시기도 제주도 지방이 6월 17일, 남부지방은 6월 22일, 그리고 중부지방은 6월 25일부터 시작해 예상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으로 보였으며 6월 30일과 7월 1일에 걸쳐서는 충청 북부와 경북 북부지방을 중심으로 1백-3백㎜의 많은 비가 내려 집중호우에 대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남부지방은 7월 1일 이후 중순까지 일부 지방의 약한 소나기를 제외하고는 많은 지역에서 전혀 비가 내리지 않는 가운데 가뭄과 더불어 고온현상이 계속됐다. 중부지방에서도 가뭄에 의한 피해는 남부보다 다소 미약했지만, 7월 1일 이후 시작된 무더위로 인해 중순 이후에도 비가 내리지 않아 점차 가뭄의 피해가 커졌다.

금년의 지역별 장마기간과 강우량은 (표 1)과 같으며 평년에 비해 극히 짧은 기간, 남부지방의 극히 적은 강우량과 짧은 강우일수가 금년 장마의 특징이다.

수십년 동안의 자료조사에 의하면 평균적인 장마시작 및 종료시기에 일치되는 경우는 매우 드문 것으로 나타나며 장마기간 중의 강수량이나 강우형태도 매우 다양하다. 장마라는 기상현상은 아시아대륙과 동태평양 크기와 수십년 기간의 규모에서는 비교적 규칙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그러나 보다 작은 한반도 부근지역과 수개월 기간의 규모로 본다면 항상 불규칙한 것이 정상인 기상현상으로 파악된다.

이러한 불규칙성이 금년에는 더 두드러졌다. 평년에는 7월 하순경 우리나라로 확장해 장마전선의 북상과 함께 8월의 무더위를 가져오는 북태평양 고기압이 7월부터 이상 확장, 공기덩어리의 움직임을 저지하는 블로킹 현상을 초래함으로써 가뭄과 무더위가 나타나게 됐다.


가뭄과 무더위
 

올 여름 무더위 주범 북태평양 고기압

현재까지 나타난 무더위를 수치로 알아보기 위해 주요 지역의 7월 일최고기온을 3순위까지 조사한 결과는 (표2)와 같으며 청주 남쪽지방에서는 많은 지역의 최고기온 기록이 '94년 기온으로 대체됐다. 기온은 지형조건 및 하늘상태에 따라 민감하게 변화되는 기상요소이므로 광범위한 지역이 일치되는 연도가 적으나 금년도에 나타난 기온들이 많은 지역에서 최고순위로 기록됨으로써 7월의 무더위가 얼마나 지속적으로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이처럼 올 여름 무더위의 원인은 북태평양 고기압에 함유된 공기에 습기가 많은 탓이다. 이 습기가 복사열을 가두어 태양열에 의한 가열효과에 상승작용을 했기 때문이다.


(표2) 7월 일최고기온순위(단위;0.1℃)
 

세계도처에서 이상기상 발생

7월의 이상적인 무더위와 가뭄은 우리나라에만 나타난 현상이 아니다. 현재 전지구적으로 겪고 있는 기상재해를 조사해 보면 가까운 일본에서도 장마기간이 극히 짧고 강수량이 적어서 많은 지역에서 제한급수와 물배급제가 실시됐다.

중국과 인도지역에서도 지역에 따라 가뭄 피해와 홍수피해가 나타나는 극심한 기상이변이 나타났다. 중국 북부지역은 극심한 가뭄으로, 남부지역에서는 5월 이후 홍수로 인한 피해로 1천 5백여명의 사상자를 기록했다.

인도는 가뭄과 함께 50년만의 열파가 몰아쳐 2백65명의 인명피해 지역이 있는 반면, 인도 서북지역에서는 홍수로 인해 수백명이 사망했다.

태평양 남부에 위치하는 호주의 가뭄도 사상 최악의 심각한 상황으로 동부 지역의 주요 밀경작지에서는 수확량이 평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유럽지역도 폭서에 의해 지표상의 오존 농도가 급증, 영국 프랑스 독일 오스트리아 등에서 오존경보가 발표되는 상황이다.

한편 미국은 7월 초 조지아주에 내습한 홍수로 많은 재산피해가 있었으며, 사막지대인 네바다 일원에는 폭풍이 몰아쳐 시설물 피해가 발생했다.

(표3)은 지난 해 발생했던 세계 주요 기상 재해로 도처에서 많은 재해가 발생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금년의 이상기상은 최근의 기상변화로 볼 때 이례적인 현상이라고는 할 수 없다.


(표3) '93년 세계의 주요 기상재해
 

기상이변의 요인들

기압배치 위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상적인 장마현상, 그에 따른 무더위와 가뭄이 왜 발생했는지의 원인은 쉽게 나타난다. 그러나 북태평양 고기압의 이상발달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살펴보면 급속히 발달한 과학지식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해답을 알 수 없는 것이 현대의 기상지식이다.

지구 한쪽의 가뭄과 무더위는 다른쪽의 홍수와 저온에 의해 전체적으로 평균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게 상례다. 이러한 현상이 예전보다 극심하게 나타나고 있는 데 대해서는 여러가지의 학설들로써 설명되고 있으나 전지구적인 진단이기 때문에 어떤 요인이 얼마만큼 작용한 것인지를 세부적으로 설명하기에는 아직 모든 기상자료들이 부족한 상태다.

이상기상의 첫번째 이유는 화석연료가 사용됨으로써 이산화탄소 메탄 염화불화탄소 이산화질소 오존 등의 온실기체가 인위적으로 증가,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둘째로는 염화불화탄소의 발명과 사용에 따라 발생한 성층권 오존층의 감소 때문이며 셋째로는 페루 연안에서의 해수면 온도상승에 따라 발생하는 엘니뇨현상을 들 수 있다. 그밖에도 태양흑점의 변화, 지구자전축의 변화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러한 현상은 대규모로 지구대기에 영향을 주게 되므로 어느 지역에서 이상기상이 어떻게 발생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아직도 많은 연구와 조사가 필요하다. 특히 지구표면적의 70%를 차지하는 바닷물과 공기와의 상호 작용이 분명히 밝혀져야 한다.

이처럼 지구온난화의 원인과 결과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과학적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 화석연료의 사용에는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및 저개발국들의 이해가 첨예하게 대립돼 있으므로 온실기체의 발생 규제를 위한 국가간의 합의점에 도달하는 데 여러가지 난관이 놓여 있다. 그러나 지구환경을 파괴하기는 매우 쉽지만 원상태로 복구하기에는 많은 시간과 희생이 요구되고 있음을 인류는 잘 이해하고 있다. 따라서 곧 원만한 해결책들이 제시돼 지구온난화를 완화할 수 있도록 온실기체의 증가가 억제될 것으로 전망된다.

염화불화탄소는 대기 하층에서는 매우 안정돼 잘 분해되지 않으나 대기 상층부에 상승해 강한 자외선을 받으면 분해되면서 염소(Cl)를 방출한다. 이 염소원자는 오존(${O}_{3}$)과 화학반응을 일으켜 연쇄적으로 오존을 파괴시킨다. 한개의 염소원자는 수천수만 개의 오존을 파괴하며 오존층의 파괴로 인해 인체와 동물, 식물 등에 직접적으로 해로운 영향을 준다.

오존에 의한 태양복사 흡수량과 오존 이산화탄소 수증기 등에 의한 태양복사 방출량 사이의 복사평형이 성층권 오존 감소에 따른 온도감소로 인해 균형이 깨져 온도분포에 변화가 발생한다. 그 결과 대기대순환의 기류형태가 변화, 기후변화를 초래하게 된다.

엘리뇨 현상은 적도 부근 동부태평양(페루 앞)의 해수온도가 평년보다 0.5℃이상 높아지는 것을 말했다. 보통 3-5년에 1회 발생해 1년반 정도 지속되나 그 변화는 불규칙하다. 1951년 이후 12회 발생했으며 1983년 가장 강화돼 전세계적으로 많은 이상기상현상이 나타났다.

최근의 동향은 1991년 봄 강화돼 다음해 여름까지 지속됐다. 1993년 1월경부터 다시 발생, 5월을 고비로 약화돼 반년간 지속하는 이례적인 기록을 남겼다. 현재 엘니뇨의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엘리뇨 현상이 강화되면 태평양상의 무역풍이 크게 약화되면서 높은 해수면 상태에 있는 서부 태평양상의 따뜻한 바닷물이 낮은 동부태평양으로 흐르게 되며,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상승, 중·고위도 지역에서 대기 대순환에 영향을 주게 된다. 이 결과 호주 인도네시아에서는 대규모 가뭄, 인도에서는 여름 몬순 약화로 가뭄과 태풍활동이 강화되며 지역적인 집중호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미국 서부와 남부에서는 호우경향이 있으나, 그 영향의 강도와 대상지역의 변화가 매우 크다. 한반도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으나 강수량, 특히 여름철 강수량이 증가하고 겨울철 기온이 평년보다 다소 높은 경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려운 이상기상 분석과 예측

사람의 신체구조는 비록 작으나 우주를 축소시킨 소우주처럼 매우 복잡하고 미묘하기 때문에 신체에 생긴 이상을 규명하기는 매우 어렵다. 기상학분야도 물리 수학의 학문과 전자계산기의 급속한 발달로 인해 컴퓨터로 날씨를 예상할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아직도 대기에서 발생하는 움직임을 분석, 정확히 예측하기에는 여러가지 장애가 있다.

육상의 평지에서는 많은 기상자료들을 얻을 수 있으나 고산지대와 인구희박지역, 넓은 해양, 대기수직층에서 얻을 수 있는 자료는 매우 적다. 또 인위적으로 발생되는 온실기체 오염물질 오존층파괴 등이 대기에 물리 화학적으로 어떠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도 명백히 규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따라서 한 지역에서 대기에 미친 영향은 그 지역에 국한돼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전지구 대기로 전파돼 여러가지 요인과 합쳐져 복합적으로 나타나게 되므로 한 지역의 이상기상 원인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인류가 측기에 의한 기상관측을 수행한 1백년 미만의 기간은 지구역사에서 볼 때 매우 짧은 기간이므로 부족한 자료로써 장기적인 날씨를 파악하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여러가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위성에 의한 지구대기 관측, 새로운 관측기기의 발명, 고대 기후의 규명이 이루어지고 있으므로 수십년 내에 이상기상의 예측과 함께 기상조절기술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1994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김병선 사무관
  •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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