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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로서의 생물학 창조의 제8일은 시작되었다

생물학은 이제 완전하지는 못해도 창조의 단계에 들어섰다. 다음은 현대 생물학의 기능과 위치를 쉽게 풀이한 서독 「bild der wissenschaft」의 기사를 옮긴것. 필자는 「에른스트-루드비히 비나커」이다.
 

하나의 과학적 발견이 새로운 산업의 시작을 유발시키는 일은 아주 드물다. 그러나 1828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드리히 뵐러'에 의해서 이루어진 무기물로부터 유기화합물의 일종인 요소를 실험실에서 합성하는데 성공한 사건은 그 실험 자체가 새로운 산업의 초석이 된 것이었다. 오늘날 합성화학 기술에 의해서 생산되는 생산량은 전체 산업 생산량의 약 10%에 이르고 있다.

 

간단한 역사
 

약 10년전인 지난 1976년 인도 출신의 생화학자 '하르 고민드 코라나'는 새로운 산업의 출발신호로서 '뵐러'의 요소 합성과 비견될 만한 실험에 성공하였다. 즉 MIT에서 그는 처음으로 살아있는 세포 속에 인공적인 유전자를 집어넣는데 성공한 것이다.
 

최근 유전공학에 대한 비판적, 회의적 태도에도 불구하고 나의 주요 테제는 합성 생물학은 앞으로 최근 1백25년간 합성 화학에서 우리가 보아온 것과 같은 발전 추진력을 산업에서 다시 찾을 것이라는 것이다.
 

즉 19세기 초에 요소의 합성이 유기물질의 인공적 합성에 길을 열어 놓은후 이 분야는 급속히 성장하여 1882년 인디고의 합성으로 일차적인 최고점에 도달하였다.
 

그후 실험실에서의 이러한 실험은 점점 거대기술적인 방법으로 계속 발전하여 갔다.
 

한 예로 1913년 독일의 화학자 '프리츠 하버'는 수소와 질소에서 직접 암모니아를 만드는데 성공하였고, 이것은 곧 '칼 보쉬'에 의하여 대량생산을 위한 공학적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이리하여 암모니아 합성기술의 거대한 진화는 질소비료를 값비싼분화석(糞化石)이나 칠레초석에서 얻어내지 않고 무기물로부터 합성하게 되어 원하는대로 얼마든지 많은 질소비료를 얻을 수 있게 하였던 것이다.
 

화학공업과 화학, 생명공학과 생물학의 발전에는 일종의 평행한 과정이 존재한다. 다시 예를 들어 보자.

 

인터페론의 발견
 

이미 1957년 '아이작스'와 '린덴만'이라는 두 과학자들은 바이러스의 공격으로부터 세포를 보호하는 인터페론이라는 생체분자를 발견하였다. 그러나 그 후 20년간 인터페론에 대한 과학적 연구는 아주 완만하게 발전하였다. 단지 백만분의 1그램 정도의 인터페론 밖에는 제조할 수 없었다.
 

핀란드의 분자 생물학자 '카리 칸텔'이 마침내 효과적인 정제방법을 개발하였지만 역시 천분의 일 그램의 인터페론을 제조하기 위해서 백만리터의 혈액이 필요하였다. 한때 인터페론 1그램의 가격은 수백만 달러를 넘었었는데, 이것은 과거 인디고의 가격과 비교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스위스의 분자 생물학자 '찰스 바이스만'은 유전공학을 이용한 인터페론의 생산의 길을 열어 놓았고 이에 우리는 자연에 의존하지 않고 낮은 가격으로 얼마든지 인터페론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현재 프랑크푸르트의 '펙스트'사와 미국의 인슐린 제조회사인 '엘리 릴리'사에서는 10만 리터의 효소 속에서 킬로 그램 단위로 인슐린을 유전공학적으로 생산하고 있다.
 

이러한 업적들은 초보적인 단계에서의 생물학의 유전공학적 응용으로서 과거 프리츠 하버와 칼 보쉬의 업적에 의한 암모니아 공장 생산과 궤를 같이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후 화학공업은 자연에 존재하는 유기물질을 생산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화합물을 계획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식으로 발전하였다. 즉 기존의 화합물에서 고리결합을 쪼개고, 분자부속물을 교환하고 사슬결합을 연장하거나 하여 새로운 성질을 가진 화합물들을 목적에 맞게 인공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이었다.

 

생체 분자를 만든다.
 

이런 식의 생산 모습이 현재 생물학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 즉 단순히 기존의 자연에 존재하는 생체분자들을 모방해내는 차원을 넘어서 완전히 새로운 성질의 생체분자를 유전공학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즉 새로운 합성 생물학에서는 여태까지의 생명세계에서는 등장하지 않았던 새로운 단백질을 제도판위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새로운 작업을 나타내는 새로운 용어 즉 단백질 디자인 혹은 단백질 공학이라는말이 나타나게 되었다.
 

DNA의 이중나선에는 일정한 아미노산을 의미하는 암호가 들어 있고 모든 생명체의 생체분자인 단백질은 20여개의 서로 다른 종류의 아미노산에 의해 이루어져 있다. 모든 단백질의 특성은 아미노산들의 특별한 배열에 의해서 생긴다. 또한 이들 아미노산의 연쇄적 배열은 개별 구성요소들의 물리화학적힘의 작용에 의해서 단백질의 형태, 즉 공간적인 구조를 결정한다.
 

지금껏 우리가 새로운 단백질을 마음대로 만들 수 없었던 것은 단백질을 편집해낼 도구가 완전히 준비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정확한 도구와 편집방법이 준비된다면 그것은 새로운 유전공학의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다.

 

단백질 디자인 과정


현단계의 지식과 능력
 

●분자 가위인 제한효소와 핵산내 가수분해 효소의 도움으로 우리는 DNA 이중나선을 자를 수 있게 되었다.

●분자 접착제인 연결효소의 도움으로 우리는 분리된 2개의 DNA 이중나선을 다시 용접할 수 있게 되었다.

●박테리아에서 얻은 원형 DNA 즉 플라즈미드로 우리는 유전자 도서관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플라즈미드속에서 임의의 성질(혈통)을 지닌 DNA조각이 짜맞추어지게 되었다.

●마침내 우리는 이 유전학적으로 변형된 플라즈미드를 미생물 세포 속에 집어넣는 방법을 발견하였다. 그럼으로써 그 유전자는 여러개로 복제된다. 유전자를 집어넣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 세포는 완전히 이질적인 단백질을 생산하게 된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구성요소에 관한 DNA구성요소 속의 정확한 연쇄적인 염기 구성요소의 배열을 분석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다. 이 배열순서에 대한 분석은 아미노산의 결합순서, 더 나아가 단백질을 재구성할 수 있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다.

●마찬가지로 이때를 즈음하여 우리는 DNA분자와 구성요소를 인공적으로 합성할 수 있게 되었다.

마침내 유전자를 합성할 수가 있는 완전자동의 유전자 기계, DNA 합성기가 실험실에 설치되었다.

이상 여섯가지의 진보로서 분자 생물학은 조작에 필요한 모든 도구와 처리공정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한편 많은 돈이 들지만 아주 정밀한 방법인 뢴트겐 구조분석 방법의 도움으로 여태까지 약 2백여개의 단백질과 효소들의 3차원적 구조를 그려내는데 성공하였다. 즉 이것으로 우리는 아미노산 구성요소들의 일차적인 연쇄배열과 순서뿐만이 아니라 구성요소들의 공간적인 배치도 알게 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임의의 아미노산의 순서와 공간적 구조간의 관계를 나타내는 연쇄적 배열규칙을 알아내지는 못했다. 그러한 규칙을 알아야만 분자생물학자들은 아미노산의 배열순서로부터 분자들의 정확한 공간구조를 예언할 수 있게 된다.

 

컴퓨터없이는 불가능
 

공간구조는 생체분자의 기능을 결정한다. 효소와 기질(基質 : 효소와 작용해 반응을 일으키는 대상 물질)이 열쇠와 자물쇠와 마찬가지로 꼭 맞을 때만 작용을 하는 것처럼, 효소성질을 지닌 생체분자도 그 공간적 구조에 따라 기질과 반응을 하는 것이다.
 

단백질 디자이너는 적합한 효소를 고안해내기 위해서 기질의 공간적 구조를 제도판 위에 생생하게 그려내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공간적 배치 구조를 알아낸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가장 간단한 아미노산인 글리신은 10개의 원자로 구성되어 있다. 또한 가장 크고 복잡한 트립토판은 24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알파-1 앤티트립신 같은 단백질은 약 4백개의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러한 단백질의 공간적 배치를 알아내기 위해서는 약 1만개의 원자들을 고려하여 계산해야 한다. 여기에서 합성 생물학은 컴퓨터 과학의 도움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해진다.
 

아래의 두가지 예는 이러한 모든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창조적'인 생체분자를 변화시켜서 새로운 성질을 지닌 생산물을 얻어낼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뮌헨의 유전학 연구소에서 '안드레아즈프뤽툰' 박사는 항체분자의 구조를 목적에 따라 임의로 변형시키기 시작했다. 항체는 중요한 물체 고유의 항독물질로서 유기체 내에서 이물질을 식별한다. 즉 이러한 이물질을 붙잡아서 그것을 식세포(食細胞)에 의해 잡아 먹히도록 하는 것이다. 또한 그것은 효소들과 함께 그의 결합활동에 관여한다.
 

효소의 경우에 이러한 식별이 열쇠-자물쇠의 원리에 따라 작용하듯이, 항체와 이물질은 마찬가지로 서로 공간적으로 짜맞추어져야 서로 작용을 한다. 효소에 비해서 항체는 우리가 그 공간구조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외에도 면역학자들은 전체 분자들의 상대적으로 아주 작은 부분만이 이물질과 짜맞추어질 때 관여하는 것을 알아내었다. 즉 대부분의 고정부분은 그저 뼈대기능만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하여, 항체의 경우에 우리는 항체의 결합기능을 변화시키고 싶을 때에 분자의 비교적 작은 부분에만 우리의 노력을 한정시켜도 된다. 효소의 경우는 문제가 아주 커서 만약 우리가 어떤 특정한 위치에서 효소를 변형시키고 싶다면 항상 전체 분자를 모두 고려해야 한다.

 

효소내 항체변화 시도
 

현재 우리의 노력은 항체를 변화시켜서 항체 분자의 결합자리가 특정한 기질과 결합하게 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하나의 화학반응을 일으키게 하는것에 까지 진행되고 있다. 또한 요사이는 효소내의 항체를 변화시키는 것까지도 시도되고 있다.
 

두번째 예는 취리히에서 행해지고 있다. 나의 동료인 '베른트구테'교수는 요즈음 모형으로 24개 아미노산을 가진 단백질을 합성했다. 이 인공 단백질은 살충제인 DDT, 더 정확히는 4, 4'- 디클로르 DDT와 결합한다.
 

한편 뮌헨의 내 공동 연구자 '로날드 메르쯔'씨는 이 인공 생체분자의 아미노산 배열순서를 해독하고 그것에 따라 인공 유전자를 만들어 내었다. 현재 이 인공 유전자는 대장균 안에 집어 넣는것에 성공하였고, 이 인공적으로 변화된 대장균들은 인공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실험에서 생명체는 처음으로 진화의 오랜 조절과정을 통해서 생긴 것이 아닌, 일개 단백질 디자이너의 머리속에서 생겨난 단백질을 만들어 내었다.
 

분자세계 속의 여행^이 그림들 속에서 인슐린 분자에 관한 10년간의 작업이 잘 담겨져 있다. 즉 인슐린의 삼차원적 모형을 만들어내기 위한 모든 데이타를 마름대로 처리할 수 있기까지 그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렇지만 일단 모든 자료가 한번 주어지면 그 여행을 시작할 수 있다. 우선 인슐린의 두 주요사슬이 녹색과 담자색으로 스크린에 나타난다. 각 조정간마다 분자를 각각의 축으로 돌릴수 있다(그림 1에서3). 측쇄들은 분자 골격을 완전하게 한다(그림4) 단추를 누름에 따라 표현의 방법을 변화시킬 수 있다.(그림5) 또한 특정한 아미노산 구성요소도 바뀌게 할 수 있다.(그림 6과7, 붉은 영역) 컴퓨터는 곧 새로운 분자형태를 계산한다.


그러나 DDT와 결합하는 이 단백질 하나만으로는 부족하다. 이 인공단백질이 환경을 오염시킨 유독물질을 해체시키도록 하게하는 두번째 기능이 남아있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두번째 영역의 건설에 성공한다면 우리는 여태까지 생물학적으로 분해되지 않았던 인공물질들을 분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여기에 산업적 생산을 위한 유전공학의 혁명이 숨겨져 있다. 마치 오늘날 우리가 인공화합물을 이용목적에 따라 옷을 맞추듯이 합성해내는 것처럼, 미래에는 목적에 따라 의약품을 설계해 낼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러한 발전은 아주 느림에도 불구하고 이미 앞으로의 진행전망이 여기저기서 나타나고 있다. 요약하면

●자연물질뿐만이 아니라 자연에서는 생겨나지 않는 물질도 효소를 이용한 방법으로 더 나아가 유전공학적 방법으로 제조해낼 생화학 공업이 발전할 것이다. 즉 오늘날의 화학공장은 내일의 생명공장이 될 것이다. 이 결과 제약산업의 연구구조도 근본적으로 변화될 것이다. 전통적인 주요 화학연구소의 옆에는 고도의 생화학 연구소가 생겨야만 한다.

●농업은 여태까지의 식량과 산업 원료의 생산이라는 두 영역내에서 더욱 분명하게 나누어질 것이다. 즉 생명산업에서는 미래의 농업이 제공할 원료를 유전공학적 생산물로 더욱 가공시키게 될 것이다.

●마침내는 컴퓨터 제조자조차도 유전공학과 관련을 맺을 것이다. 새로운 합성효소가 어떤 성분의 측량을 위한 생체센서로서 마이크로 칩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현재 몇몇 과학자들은 '바이오 칩' 혹은 '바이오 컴퓨터'의 개발에 종사하고 있기까지 하다. 만약 오늘날 우리가 정보의 축적에 이용하고 있는 실리콘 결정격자 대신에 생물학적 구조를 이용한다면 마이크로전자공학에서 물리적인 이유로 제한되는 소형화의 한계는 극복될 것이다.
 

단백질 디자이너(왼쪽 위)는 우선 생체분자에 필요한 변화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인슐린 분자는 위장효소에 의해 공격을 받지 않게 된다. 인슐린 분자내의 변화는 변화된 인슐린 유전암호로 번역된다. 유전자 기계(오른쪽 위)로 변화된 인슐린에 대한 인공 유전자가 결합되어진다. 유전자공학 분과(중간 왼쪽)에서는 미생물 속에 유전자를 집어 넣어 인슐린을 제조한다. 동물실험 분과(중간 왼쪽)에서는 새로운 인슐린이 검사되고 공장(아래)에서는 미생물로부터 대량으로 생산 되어진다.

 

1987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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