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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이산화탄소의 행방은?

인간이 내뿜은 것중 59%만 대기중에 잔존

인간이 대기로 날려보낸 이산화탄소 가운데 59%만이 대기중에 남아 있을 뿐 나머지 41%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도대체 이산화탄소는 어디로 갔을까? 이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미래에 대해 관심이 있는 과학도라면 야망을 품고 도전해 볼 만한 수수께끼가 하나 있다. 이 수수께끼의 해답 속에는 인류의 미래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가 들어 있으므로, 문제풀이에 성공한다면 스핑크스를 물리친 오이디푸스처럼 일약 스타(?)가 될 수도 있다.
 

대기중 ${CO}_{2}$와 화석연료에 의한 방출량^그림은 화와이에 있는 마우나 로아 관측소가 관측한 대기중 ${CO}_{2}$와 화석연료에 의한 방출현황을 보여준다.
 

매년 30억-40억t 행방묘연

몇년째 많은 사람들이 목하 고민중인 문제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가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이 매년 석탄과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양은 꽤 정확히 알려져 있다. 전 세계의 석탄회사와 석유회사의 장부에 판매량이 자세히 적혀 있기 때문이다. 화석연료의 사용으로 인해 인간이 대기중으로 날려 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탄소량으로 환산하면 1년에 54억t 정도로 계산된다.

그런데 1980년부터 1989년까지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실제로 관측해 증가하는 속도를 계산해 보았더니, 이상하게도 대기 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량은 1년에 탄소량으로 32억t 정도에 불과했다. 인간이 대기로 날려보낸 이산화탄소 중에는 59%만이 대기중에 남아 있을 뿐 41%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도대체 이산화탄소는 어디로 갔을까? 이것이 우리가 풀어야 할 수수께끼다.

물론 이런 의문의 뒷쪽에는 작은 희망이 도사리고 있다. 인간이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에 비해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증가량이 적다면 온실효과가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간이 1백개의 이산화탄소를 내뿜으면, 59개만 대기중에 남아 있고 41개는 없어져 버린다는 얘긴데, 점점 더워지고 있는 지구에 살고 있는 우리로서는 매우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사라진 이산화탄소가 더 있으리라는 추측도 가능하다.

인간은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20세기 이래 엄청나게 많은 열대우림과 산림을 파괴함으로써 산림이 없어지는 만큼 이산화탄소의 흡수가 줄어든다. 결국 대기중에 추가되는 탄소량은 정확히 추산할 수는 없지만 어림잡아 1년에 16억t에 달할 것으로 추측된다. 이 16억t의 탄소까지 합친다면 인간이 대기중에 방출하는 탄소량은 1년에 70억t에 달하지만, 늘어나는 양은 32억t 정도이니 매년 30억-40억t의 탄소가 행방이 묘연한 셈이다.

이 수수께끼에 도전한 과학자들은 어디론가 숨어버린 이산화탄소 중에서 상당 부분이 바다로 갔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캄캄한 우주 어딘가로 이산화탄소가 빠져 나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데다 지구의 어딘가에 숨어 있는 것이 분명하다면, 이산화탄소를 숨겨줄 만한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없고 넓은 바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심증이 있어도 확실한 증거가 없는 것이 문제였다. 용의점만 가지고는 이산화탄소의 행방을 설명하기엔 불충분했다. 더구나 앞으로도 계속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것인지 예측할 수도 없었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인간이 대기중으로 날려 보내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탄소량으로 환산하면 1년에 54억t에 달한다.
 

이산화탄소 흡수량의 두 가지 측정법

온실효과로 점점 더워지고 있는 지구의 미래를 내려다보면 바다가 숨겨준 이산화탄소의 양이 얼마인지를 정확히 알아내는 것이 급선무였다. 그러나 증거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바닷물 속의 탄소량을 계속 측정해 매년 얼마만큼씩 증가하는 지를 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이 방법은 실행상에 큰 문제가 있다.

수십억t의 탄소가 바닷물에 녹아든다면 상당히 차이가 날 것 같다. 그러나 실제로 바닷물 속의 탄소량은 장소나 계절뿐만 아니라 해마다 변화가 심하기 때문에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첨가에 따른 미세한 변화를 직접 측정할 수가 없다.

하지만 뜻이 있는 자에게 불가능은 없는 법. 미국 워싱턴 대학의 케이(Qusy) 박사팀은 1992년 탄소의 지문이라고 할 수 있는 동위원소비(${ }^{13}$C/${ }^{12}$C의 비율)를 이용해 전체 대양으로 녹아 들어가는 탄소의 양을 계산해 낼 수 있었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탄소는 원자량이 12, 13, 14인 세 가지 탄소로 구성돼 있다. 식물은 광합성을 위해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대 원자량이 13인 탄소보다는 12인 탄소를 선호하기 때문에 식물이 합성한 유기물 속에는 원자량이 13인 탄소가 적게 포함된다. 따라서 수백만년 전에 합성된 유기물인 화석연료와 지구상의 식물로부터 발생되는 이산화탄소에는 원자량이 13인 탄소가 적게 포함돼 있다.

이러한 분별작용 덕분에 인간이 방출하는 이산화탄소에는 꼬리표가 달려 있는 셈이고, 대기중의 이산화탄소가 바다로 녹아 들어갔다면 이 꼬리표를 추적해 그 양을 계산해 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케이 박사팀은 1970년부터 1990년까지 남국에서 알래스카 사이에서 행해진 네 차례의 ${ }^{13}$C 조사자료를 이용해 태평양 1천m 수심까지의 탄소의 동위원소 변화를 추적했다.

하지만 대서양과 인도양의 경우에는 ${ }^{13}$C의 실측값이 없기 때문에 1960년대 초의 핵실험에 의해 대기로부터 유입된 ${ }^{14}$C 값을 이용해 ${ }^{13}$C 값을 추정해서 사용했다. 그들이 탄소 동위원소비를 이용해 계산해낸 전세계 바다의 탄소 흡수량은 12억t이었는데, 나머지 약 10억t의 행방은 알 수 없었다. 단지 육상 생태계의 어딘가에 숨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었다.

1992년에 나온 또다른 연구에서는 아주 다른 방법을 사용해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추정할 수 있었다. 미국의 국립 대기연구센터 소속의 킬링(Keeling) 박사는 대기중 산소 농도를 이용해 역으로 이산화탄소의 변화를 추적하려고 했다. 광합성에 의해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반드시 산소가 대기중에 방출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대기중 산소농도는 겨울처럼 이산화탄소 농도와 정반대로 변화한다.

그러나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녹아 들어가서 탄산염과 반응해 일어나는 흡수과정에는 산소의 방출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을 구별해 내는 것이 가능하다. 킬링 박사는 측정하기 어려운 산소 농도 대신 산소와 질소의 비를 측정해 산소의 변화를 측정하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대기중 질소의 변화량은 산소와 비교할 대 매우 작으므로 산소 대 질소 비의 변화는 주로 산소량의 변화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그는 1989년에서 1991년까지 북반구 2곳과 남반구 1곳에서 대기중 산소 대 질소비와 이산화탄소의 농도 변화를 측정함으로써 인간이 방출한 이산화탄소를 바다가 얼마나 흡수했는지를 계산했다. 그가 계산한 바에 따르면 1년에 약 30억t의 탄소를 바다가 흡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육지보다 바다가 더 많이 흡수한다(?)

그러나 이러한 두 개의 연구와는 아주 상반되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육지가 바다보다 더 많은 양의 인위적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1990년 미국 해양대기청 소속의 탕스(Tans) 박사팀은 측정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자료와 표층 해수의 이산화탄소 분압자료를 바탕으로 바다의 이산화탄소 흡수를 계산한 결과 기껏해야 바다는 10억t의 탄소 밖에는 흡수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오히려 북반구의 온대지역이 이산화탄소를 흡수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탕스 박사팀은 북극에서 남극까지 위도별로 측정된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면 북반구와 남반구의 차이가 예상보다 적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중시하고 있다. 화석연료의 소비는 북반구에서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만약 제거되는 과정이 전혀 없다면 화석연료에 의한 북반구와 남반구의 농도차이는 3.8-4.4ppm 정도여야 한다.

바다가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담당하고 있다면, 바다가 넓은 남반구에서의 흡수가 많을 것이므로 이것까지 포함하면 남북반구 사이에는 5.7-7.3ppm 정도의 농도 차이가 나야 한다. 그러나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실제로 측정한 농도차는 약 3ppm 정도에 불과했다.

계산에 사용된 남반구와 북반구의 대기 교환율은 ${ }^{36}$Kr이나 CFC를 이용해 얻어낸 값으로서 여기에서 오는 불확실성을 고려하더라도 예상치에서 10% 이하의 차이 밖에는 나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남북반구 사이에 3ppm 정도의 적은 차이 밖에 나지 않는 것은 북반구에서 남반구보다 많은 이산화탄소의 흡수가 있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북반구의 해양에서 이제까지 관측한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 분압 자료에 근거해서 볼 때 북반구의 바다가 이렇게 많은 이산화탄소를 소화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즉 북반구의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수 없다면 북반구의 육상 어디엔가에서 인위적인 이산화탄소의 흡수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육상이 바다보다 인위적인 이산화탄소를 더 많이 흡수할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함에 따라 식물의 광합성량은 증가하게 된다. 옥상 식물 생태계의 순생산이 2%만 증가해도 10억t의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

그러나 육상생태계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찾아내는 것은 바다에서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다. 화석연료에서 온 20억 내지 30억t에 달하는 이산화탄소를 육상 생태계의 어디에서 흡수하고 있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바다가 화석연료에 의한 이산화탄소의 흡수를 담당하고 있다면 바다가 넓은 남반구에서의 흡수가ㅏ 많을 것이다. 그러나….
 

행방 알아야 밝은 미래 준비

세계의 여러 과학자들은 서로 자신들의 독특한 방법을 가지고 이 수수께끼에 도전하고 있다. 바다가 대부분을 흡수했다는 이론을 내세우는 사람들과 육지가 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람들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옳은지는 앞으로 이 수수께끼에 새로이 도전하는 젊은 과학자들에 의해 분명히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논쟁에서 누가 이기느냐가 아니라 이러한 이산화탄소의 흡수가 멈추어 버리기 전에 그것을 정확히 밝혀낼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사라진 이산화탄소의 행방이 정확히 사라져야만 우리 인류는 다가오는 미래를 현명하게 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육상식물들이 인간이 방출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있다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식물들에게는 분명히 생리적인 한계가 있을 것이고, 언젠가 갑자기 육상 생태계는 더 이상 이산화탄소를 숨겨줄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 이런 암울한 해답은 사라진 이산화탄소를 찾아나선 모든 과학자들이 결코 바라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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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강성현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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