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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물 속에서만 생명얻는 '불완전 생물'

바이러스란 무엇인가?

미생물보다 작은 바이러스는 생물과 무생물의 영역을 오가며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감기·AIDS·암 유발의 원인, 바이러스의 정체는 근대에 들어와서야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바이러스(virus)란 용어는 라틴어로 독(poison)이란 뜻이다. 그래서 한문을 사용하는 나라에서는 바이러스를 '병을 일으키는 독'이라는 뜻으로 '병독(病毒)'이라 번역해서 사용하다가 최근에는 '바이러스'라고 표기하고 있다.

바이러스는 전염병을 일으키는 미생물보다 10-1백배 정도 작아 보통 미생물을 제거하는 여과방법으로는 제거할 수 없고 광학현미경으로 볼 수 없다. 그 중에서도 동물 바이러스는 20nm-2백nm(나노m, 1nm은 ${10}^{-9}$m)사이라서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지 않으면 관찰할 수 없다.

세포 밖에는 바이러스는 열자외선, 유기용제 및 계면활성제 등의 요인에 의해 불활성이 되나 세포내에 있을 때는 쉽게 제거하기 어렵다.

바이러스는 생물의 세포 내에서 일종의 기생생활을 한다. 동물세포에서 살아가면 동물 바이러스, 식물세포에서 살아가면 식물 바이러스, 미생물에 살면 파지(phage)라고 부른다. 대개 둥근 형이지만 조금 길쭉한 막대기형인 것도 있다. 속에는 핵산이 들어있어서 유전물질로 작용한다. 각 바이러스는 DNA나 RNA중 한 종류의 핵산을 갖고 있어 DNA바이러스, 혹은 RNA바이러스로 구분되기도 한다.

바이러스의 표면은 단백질 또는 당단백질이 내면의 유전물질을 감싸고 있는데, 이 단백질 또는 당단백질이 숙주세포의 세포막과 친화력이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친화력으로 숙주세포에 흡착한 바이러스는 핵산(유전물질)만 세포내로 유입되어 숙주세포의 체계에 의해 분열되며 생성된 새로운 바이러스는 세포를 터뜨리며 세포 밖으로 나오게 된다.

바이러스가 세포 내에서 분열하기 때문에 세포에는 이상이 생기고 결과적으로 생물에 질병을 초래한다. 병원성미생물은 항생제로 죽일 수 있으나 바이러스를 없애는 항생제는 아직 없어서 바이러스성 질환은 치료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특징이다.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감기, 독감, 안질, 간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및 암(癌) 등이 바이러스에 의해 유발된다.

바이러스성 질병은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예방백신주사를 맞아서 예방을 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 예가 천연두 예방을 위해 '우두'라는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그림1) T4파지 모형
 

바이러스 발견 및 연구 역사
 

(그림2) 바이러스의 크기비교


1898년 레플러(Loeffler)와 프로슈(Frosch)는 소의 발과 입의 수포성질환(구족염)을 연구하고, 여과방법이나 광학현미경으로 형태를 관찰할 수 없는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시사했다.

그 전에도 정체를 모를 병원균이 돌아다녀 많은 질병이 유행했다. 문헌상으로 15-16세기부터 천연두나 광견병 또는 황열병과 같은 무서운 질병에 관한 인류의 경험이 소개된 것으로 보아 바이러스로 인한 질병은 오래 전부터 발생하고 있었다고 추측할 수 있다.

1717년에는 터키에 와 있던 영국외교관 부인 웨이틀리 몬태그(Watley Montagu)가 종두법을 자기나라에 소개했다고 한다. 1798년에는 에드워드 제너(Edward Jenner)가 천연두 예방백신을 개발하여 인류에 공헌했다. 그 이래 천연두는 1977년 10월 소말리아에서 최종발생한 뒤 지상에서 영원히 소탕되어 1979년 1월 이후는 우두접종에 대한 강제성이 폐지됐다.

1885년 루이 파스퇴르(Loui Pasteur)가 광견병(일명 공수병) 예방약을 개발하여 인류에 공헌했고, 1937년 타일러(Theiler)와 스미스(Smith)는 황열병예방약을 개발하여 많은 희생자를 구했다. 그밖에도 예방백신 개발법이 확립되어 많은 바이러스성 예방약이 나왔다.

그런데 예방백신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 첫째는 예방백신을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고, 둘째 바이러스가 자꾸 변해서 이미 개발된 예방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그 좋은 예가 독감 바이러스다. 셋째 새로 발견되는 바이러스성 질병이 있다는 점인데 병원성 바이러스를 분리해내지 못하거나 동정(同定)은 했어도 배양하기 힘든 경우다. 넷째 예방백신이 아예 효과가 없는 경우다. 전형적인 예가 종양성 RNA바이러스로, 시급한 것은 AIDS를 일으키는 RNA바이러스에 대한 예방백신이다.
 

(그림3) 나선형 바이러스의 형태^①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의 모형 ②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바이러스의 다양한 분류법
 

(그림4) 20면체 형태를 한 외피없는 바이러스^① 20면체의 모형 ② 아데노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단백질막의 각 캡소머들이 눈에 보인다.
 

바이러스의 종류는 숙주에 따라 크게 분류하는 방법, 유전물질의 종류에 따라 DNA바이러스 또는 RNA바이러스 등으로 구분하는 방법, 또 질병을 일으키는 형태에 따라 독감바이러스, 종양바이러스 등으로 분류하는 방법 등에 의해 나누어진다.

그런데 세포내에서 기생하는 것이 바이러스의 특성인 까닭에 바이러스는 분화나 엄밀한 의미에서는 진화는 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유사성과 숙주성에 따라 과(科, family), 속(屬, genus), 종(種, species)으로 나눈다. 과명의 어미에는 …viridae, 종명의 어미에는 …virus를 붙인다. 대개의 종명은 지금까지의 바이러스명에 해당한다.

예를 들면 생쥐의 백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의 분류는 레트로바이러스과(retroviridae)인데, 역전사효소가 있기 때문이고, 아과(亞科)명은 종양바이러스과(oncovirinae)이고, 속명은 C-타입(type C oncovirus group)이고, 종명은 생쥐백혈병바이러스(mouse leukenia vires)다. 이 분류법을 다른 말로 표현해보면 과명은 가장 중요한 특성을 뜻했고 아과명에는 그 다음 특성에 해당하는 종양성인가 비종양성인가를, 속명에는 바이러스의 모습을, 종명에는 현재 붙여진 바이러스의 이름을 그냥 사용하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과명이 없거나 속명이 없는 바이러스도 있는 현실이다.

숙주수를 중심으로 해서 크게 분류하면 식물 바이러스(예,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 곤충 바이러스(예, 누에바이러스), 동물 바이러스(예, 소의 구족병, 광견병 등), 사람 바이러스(예, 천연두, 간염, AIDS 등) 등이 있다. 질병을 일으키는 것을 중심으로 한 분류는 종류가 너무 많으므로 생략하기로 한다. 질병의 성질에 따라 급성 만성 종양성의 바이러스로 구분할 수 있다. 급성질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는 독감바이러스가 좋은 예이고, 만성질병은 헤르페스바이러스 등을 들 수 있는데, 신체상태에 따라 분열의 정도가 달라진다. 종양바이러스는 암을 일으켜 숙주를 죽음으로 몰고 간다.

인체에 해를 주지 않는 바이러스도 있지 않을까. 바이러스는 원칙적으로 세포내에서 분열하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절대 이로울 수는 없다. 그러나 특정 바이러스가 침입했다고해서 질병이 꼭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그 예로 보통 감기바이러스는 항상 구강과 인후부위에서 소량으로 번식하고 있다가 숙주인 사람이 일시적으로 약해져서 면역반응이 떨어져 저항성이 약해지면 급속도로 분열, 여러 세포를 침입하여 결과적으로 점막에 이상을 가져오는 것이다. 이와 유사한 바이러스들이 상당히 많다.
 

(그림5) 외피가 있는 나선형 바이러스의 형태^① 외피가 있는 나선형 바이러스의 모형 ②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외부에서 뻗어나온 스파이크들이 눈에 보인다.
 

모든 척추동물은 암(癌)에 걸린다
 

(그림6) 외피가 있는 다면체 바이러스의 형태^① 외피가 있는 다면체 바이러스의 모형 ② 단순헤르페스바이러스의 전자현미경 사진. 오른쪽 아래에 숙주의 핵막을 통해 발아하는 바이러스 단편이 외피를 얻고 있는 것이 보인다.
 

바이러스가 일으키는 질병은 보통 감기부터 AIDS까지 아주 다양하다. 대부분의 난치병들이 바이러스가 원인균이라고 보아도 좋을 정도다. 그래서 특성을 잘 나타내는 몇개의 바이러스 '과'를 선정하여 질병과 연계짓는 것이 좋겠다.

1. 폭스바이러스과(Poxvirus) : 척추동물은 거의 이 바이러스들에 의해 질병이 일어나는데 피부발진 및 점액종이 특징이다. 일명 마마, 곰보병이라 불리는 사람의 천연두가 대표적인 질병이다. 1980년 세계보건기구는 천연두가 전세계적으로 근절되었다고 선언했다.

2. 헤르페스바이러스과 : 대단히 큰 바이러스에 속하며 거의 모든 척추동물에 존재하고 성기에 감염되어 고질적인 피부질환을 유발하거나 때로는 뇌에 침입하여 뇌염이나 신경이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3. 파포바(Papova)바이러스과 : 사람의 손등이나 발 등의 표피에 나타나는 사마귀가 대표적인 예다. 일명 무사마귀라는 것이 접촉으로 감염된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많다.

4. 헤파드나(Hepadna)바이러스과 : 우리나라 인구의 10% 정도가 간염에 걸려 있는데, 이 바이러스가 원인균이다. 전염성이 강해서 식기, 숟가락, 키스, 배설물 등에 의해 쉽게 전염된다.

5. 피코르나(Picorna)바이러스과 : 사람의 소아마비를 일으키는 폴리오바이러스가 대표적인 예다. 예방백신이 있다.

6. 플라비(Flavi)바이러스과 : 뇌염 및 황열병 등이 이 바이러스과에 의해 일어나는데 특징은 곤충에 의해 전염된다는 것이다.

7. 레오(Reo)바이러스과 : 이 중에서 로타바이러스는 소아의 설사병을 일으켜 원인을 모르는 중에 생명을 잃는 경우가 허다하다.

8. 파라믹소(Paramyxo)바이러스과 : 사람의 이하선염(볼거리), 홍역바이러스 등이 이에 속한다.

9. 오토믹소(Orthomyxo)바이러스과 : 독감바이러스가 이에 속하는데 척추동물에는 다 전염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 븐야(Bynya)바이러스과 : 포유동물의 발열발진과 관련된 질병원인데 한국의 경우는 유행성출혈열의 병원균인 한탄바이러스가 이에 속한다.

11. 레트로(Retro)바이러스과 : 특징은 RNA를 DNA로 바꾸어 만드는 효소를 가지고 있어 바이러스의 유전물질인 RNA가 DNA로 바뀌어 숙주의 염색체 DNA 중간에 끼어 들어간다. 그리고 발암유전자가 있는데, 숙주세포를 암세포로 변하게 한다. 이는 모든 척추동물에 존재하므로 모든 척추동물은 암에 걸린다는 이론이 성립된다. 사람의 경우는 후천성면역결핍증 병원체가 이에 속한다.

대개의 알려진 바이러스성 질병은 급성이거나 비교적 빠른 속도로 진행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확실한 병원체를 모르고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급성 또는 아급성 질병이 더욱 많다. 또한 이름부터 슬로우바이러스(slow virus)라는 것이 있는데, 아주 천천히 진행되는 퇴행성 질병(예, 신경이상)들이 사람이나 면양 등에서 잘 알려진 것이다.

앞으로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는 이 바이러스성 질병의 진단방법의 발전, 효과적인 예방법, 그리고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한 바이러스 치료약이 나오도록 하는 것이다.
 

(그림7) 20면체 캡시드의 구조^12개의 정점에 다섯개의 잎을 갖는 펜톤들이 위치해 있다.
 

바이러스 발견 연구 연표

1796년 영국의 제너, 천연두예방을 위한 종두법을 개발
1885년 프랑스의 파스퇴르, 광견병 예방백신개발
1892년 러시아의 이바노프스키, 담배모자이크병과 관련, 여과기를 통과하는 병원체를 발견. 비슷한 시기 네덜란드의 바이엘링도 같은 발견
1898년 독일의 레플러, 프러슈가 소의 구제역(口蹄疫)도 여과성병원체로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 이것이 동물 바이러스 최초의 보고가 된다.
1901년 미국의 리드, 황열병이 여과성병원체 때문에 일어난다는 사실 발견. 사람에서 발견된 최초의 사례다.
1907년 사마귀의 원인인 파필로마 바이러스를 확인. 그후 바이러스성 질환이 속속 밝혀짐. 1909년 폴리오, 1919년 헤르페스, 1931년 인플루엔자 등
1908년 덴마크의 엘라맨, 뱅그, 닭백혈병바이러스 발견
1911년 미국의 라우스, 라우스육종바이러스 발견
1915년 영국의 투오르트, 세균에 감염하는 바이러스(박테리오파지) 발견
1918-19년 스페인 독감(인플루엔자)이 세계적으로 유행, 약 2천만명이 사망
1929년 스웨덴의 스베드베리가 개발한 초원심기로 바이러스가 미소립자라는 사실을 알게 됨
1931년 미국의 굿파스처가 발육계란에서 바이러스 증식에 성공
1935년 미국의 스텐리, 담배모자이크바이러스 결정화에 성공. 바이러스가 생물인가 아닌가를 놓고 논쟁이 벌어짐
1938년 독일 루스카의 전자현미경으로 처음 바이러스의 형체를 보게 됨
1939년 미국의 데르브뤼크 등, 파지 감염세균이 죽는것은 파지의 증식에 의한 것임을 확인
1948년 미국의 엔더스 등이 세포배양에 의한 폴리오바이러스 분리. 증식기술 개발. 이 기술에 의해 많은 바이러스가 분리확인됨
1952년 미국의 허시 등, 파지의 감염은 DNA의 주입으로 일어남을 증명
1953년 미국의 왓슨과 영국의 크릭, DNA의 이중나선구조 모델 제창
1963년 미국의 달베츠코, 바이러스에 의한 시험관내발암에 성공
1964년 영국의 엡스타인 발, 사람의 버키트임파종에서 EB바이러스 발견. 사람의 암바이러스연구 시작
1964년 미국의 브랜버그, B형 간염바이러스의 단편(오스트레일리아 항원) 발견
1967년 마르부르그병 발생. 항공망의 발달로 국지적으로 존재한 병원 바이러스들이 국제적으로 확산되게 됨. 렛사열(1969년), 에보라출혈열(1976년) 등
1970년 미국의 티민, 볼티모어, 바이러스에서 역전사효소 발견
1971년 미국의 디너, RNA에서만 만들어지는 병원체 바이로이드 발견
1976년 미국의 비숍, 바머스 등이 암바이러스의 암유전자와 같은 것이 세포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
1980년 WHO, 천연두의 근절을 선언
1980-81년 미국의 갤로 등 사람의 발암레트로바이러스인 성인T세포백혈병바이러스(HTLV-1) 발견
1983년 프랑스의 몬타니에 등 에이즈의 원인바이러스인 HIV를 발견
1989년 미국 카이론사, C형간염 바이러스를 발견
1990년 미국의 로젠버그, 바이러스를 사용한 유전자치료를 행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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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노현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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