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장미꽃, 검은 말머리 등 다양한 색깔과 형태를 가진 성운들, 수많은 별들이 촘촘히 모여 있는 성단들, 그리고 1천억개의 별들이 모여 이룬 신비한 은하모습을 자세히 관측해보자.
해가 서산에 넘어가면서 어느새 밤하늘에는 하나 둘 셋… 별들이 반짝이기 시작한다. 또렷하게 빛나는 별도 있고, 속삭이듯이 희미하게 가물거리는 별도 있다. 별들은 대부분 우주 공간에 흩어져 있다.
그런데 이 방대한 우주 공간에는 별들만이 분포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가끔 희미한 구름 같은 것들이 눈에 아롱거리기도 하고 여러 개의 별들이 한 곳에 모여 집단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이번달에는 우리 태양계를 벗어나 보다 더 넓은 우주인 성운 성단 은하로의 관측여행을 떠나보자. 이 여행이 기대와는 달리 처음에는 실망감을 주기도 하지만 여행에 익숙해지면서 태양계 내 행성의 관측여행에서 느끼지 못했던 보다 커다란 기쁨과 만나게 될 것이다.
초보관측자의 실망감
붉은 장미꽃 모양이며 검은 말머리 모양 등 색색가지 아름다운 밤하늘의 모습을 담은 환상적인 천체사진을 많이 보아왔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진으로 본 모습만을 상상하고 천체망원경으로 밤하늘을 보았을 때 다른 대상보다도 가장 크게 실망을 하게 되는 것이 바로 성운의 관측이다. 그동안 보아왔던 사진과는 너무나도 동떨어진 모습으로, 마치 초점이 맞지 않은 희미한 구름의 한 조각을 보는 것과 같기 때문이다.
망원경의 초점을 앞뒤로 조절해 보아도, 접안경을 보다 고배율로 바꾸어보아도… 역시 마찬가지다. 뿌연 덩어리 하나를 보고나면 여기서 더 이상 볼 것이 없을 것 같은 것이 초보관측자가 본 느낌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실망을 하고 성운 성단의 관측을 포기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마음을 가다듬고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처음의 실망과는 달리 어느 부분은 좀더 들어가고 어느 부분은 나온 모습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각 부분의 밝기도 같지 않다는 것과 그 성운에 묻힌 별들도 볼 수 있다.
메시에 목록 등장
맨눈관측에 의존했던 고대의 관측자들은 성운 성단을 하나의 별로 인식했다. 1603년 베이어가 유명한 우라노메트리아(Uranometria) 성도를 제작했을 때에도 단지 오메가라는 별로 표기했었다.
1610년 갈릴레이가 망원경을 사용하면서부터 성단에 대한 많은 의문들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그는 당시까지 많은 관측자들을 괴롭혔던 하늘의 흐릿한 물체들이 별로 분해되어 보이는 것을 확인하고 모든 성운은 별로 구성된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본격적인 대발견은 1745년 이후에 등장한 몇사람에 의해 이루어졌다. 그중 가장 두각을 보였던 사람들은 1750년대에 등장한 이 시대 최고의 천재 관측가였던 라카유와 라카유 요절 이후의 메시에와 보데이다. 이들이 새로운 성운목록을 작성하면서 본격적인 목록표가 등장하게 되었고, 바로 뒤이어 W.허셸이 대형 망원경으로 성운과 성단을 밀집도와 모양에 따라 8단계로 나누어 산개성단과 구상성단의 과학적인 분류가 이루어졌다.
성운과 성단의 이름에 흔히 쓰이고 있는 것은 M과 NGC라는 기호이다. 우선 M이라는 기호는 프랑스의 천문학자 메시에(Messier)의 첫 글자 M에 번호를 붙여서 부르는 것이다. 메시에는 1700년대 후반에 13개의 혜성을 발견했는데, 훗날 그때 혜성과 비슷해서 잘 분간할 수 없는 1백9개의 천체(성운 성단)을 모아서 1884년에 목록으로 출판했다. 이 목록에 수집된 성운과 성단은 지름 5㎝의 작은 망원경으로 관측한 것으로, 대표적인 것은 거의 대부분 포함되어 있다. M1(게성운) M13(헤르쿨레스자리, 구상성단) M31(안드로메다 대성운) 등이 그러한 예이다.
메시에 목록과 더불어 중요하게 쓰이는 NGC(New General Catalogue of Nebulae and Clusters of Stars) 목록은 1888년 영국의 천문학자 그레이어가 편집한 성운과 성단의 성표로, 천구 전체의 각종 성운과 성단 7천8백40개의 위치와 성상이 기재되어 있다.
우주공간에 떠있는 구름
별과 별 사이의 넓은 공간에는 육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양의 가스나 티끌들이 분포하고 있다. 이 가스나 티끌들이 별들 사이의 공간에서 구름덩어리와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을 성운(星雲, nebula)이라고 한다. 즉 성운이란 것은 우리 은하의 성간 공간에서 성간가스나 성간먼지가 운집되어 있는 큰 밀도의 성간 물질이다.
성운은 육안으로보다도 사진에 더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이것도 여러가지가 있다. 그 속에 푸르고 밝은 별이 있을 때에는 그 기체가 별빛을 받았다가 다시 빛을 내보내는 방출(발광) 성운이 되고, 근처에 흰 별이 있을 때에는 티끌들이 그 별빛을 받아서 반사하는 반사성운이 된다. 어떤 성운 속에는 산개성단이 들어 있어서 그 성단이 성운에서 생겨났음을 짐작하게 해 주기도 한다.
■ 산광 성운
산광성운의 실체는 가스나 작은 먼지 같은 것이 모인 덩어리다. 그런데 성간 물질 바로 옆 또는 내부에 고온이면서도 아주 밝은 별들이 있다면 성간 물질은 별빛을 반사하거나 아니면 일단 흡수했다가 다시 빛을 내보내게 된다. 따라서 그 빛은 근처에 있는 별의 빛을 반사 산란하고 있는데 불과하다(가스성운처럼 형광이 혼입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것은 지구상의 구름이 햇빛을 반사 산란하여 빛나고 있는 것과 비슷하다.
그리고 그 형태는 불규칙적이어서 주위 별빛을 산란시켜 빛을 내는 것을 산광성운이라 하며 반사하는 것을 반사성운(reflection nebulae), 스스로 빛을 내는 성운을 발광성운(emission nebulae)이라 한다. 반사성운의 대표적인 예는 플레이아데스 성단을 둘러 싸고 있는 메로페 성운이고 발광성운의 대표적 예는 오리온대성운(M42)이다.
■ 행성상 성운
저배율로 이 성운을 관측하면 마치 행성을 관측하는 것처럼 작게나마 크기를 가진 점처럼 보이기 때문에 행성상 성운(planetary nebulae)이라고 한다. 스펙트럼을 조사하면 별의 빛과는 완연히 달라 희박한 가스체가 발광하는 것(네온사인과 같은 것)임을 알 수 있다. 이 에너지원은 근처에 있는 별이 내는 자외선이며, 그것이 가스 성운의 원자에 흡수되어 원자 자체가 고유한 빛을 발광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는 기체의 형광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런 행성상 성운은 천왕성과 해왕성의 모양과 비숫하며 녹색판 모양을이루고 있기 때문에 행성형이란 이름을 붙이게 된 것이다. 행성상 성운의 가장 대표적인 것이 고리성운(M57)인데, 이 성운은 구경 15㎝의 반사망원경으로도 가운데 구멍이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실제로 이렇게 생긴 것은 아니고 구형인 성운의 가장자리가 두터워 그렇게 보일 뿐이다. 여우자리의 아령성운(NGC6853)은 행성상 성운으로 상하대칭의 모습이 특이한 천체다.
■ 암흑성운
은하의 군데군데에는 별의 수가 매우 적은 곳이 나타난다. 그래서 엿날에는 그 부분에 별이 없다고 생각하였는데 근래에 발달한 전파 천문학 덕택으로 이 공간에는 매우 밀도가 큰 성운이 있어 그 뒤쪽에 있는 별빛을 가리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바로 성간물질이 뒤의 별빛이나 산광성운의 빛을 차단한다는 것이 다.
그래서 보이지 않는 이 성운을 암흑성운(dark nebulae or cluods)이라 부른다. 뚜렷하게 보이는 암흑성운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으며, 더 먼 거리에 있는 암흑성운은 발견하기 어렵다. 대표적인 암흑성운으로 오리온자리 삼태성 근처의 말머리 성운이 유명하다. 또한 장미성운이나 개펄성운에서는 작은 구형의 암흑성운이 나타나며 오리온성운은 산광성운과 암흑성운이 뒤섞여 있는 실례이기도 하다.
별들의 모임, 성단
밤하늘에는 많은 별들이 있지만 별은 우주공간에 흩어져서 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어느 한정된 구역에 많은 별이 떼를 이루고 있는 곳도 있다. 이와같이 한곳에 집중되어 있는 별의 무리를 성단(cluster)이라고 한다.
한 곳이라고는 하지만, 그 구역은 수백 광년에서 수천 광년에 이르는 넓은 구역이며 은하수로 보이듯이 별이 은하면에 집중된 것과는 달리 여러개의 별들이 한군데에 모여 있는 것이다. 씽한경으로 보면 은하수 속이나 그 근방에 별이 비교적 많이 모여 있는 성단을 볼 수 있다.
성단은 크게 구상성단과 산개성단으로 나누어진다. 수백 수천 개의 별이 비교적 허술하게 모여 있는것이 산개 성단이고 수만 수십만 개의 별이 빽빽하게 공 모양으로 모여 있는 것이 구상성단이다.
■ 산개성단
산개성단은 육안으로는 몇개 안되는 별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거나 사진을 찍어보면 수십개에서 수백개의 별들이 비교적 허술하게 모여 있는 성단이다. 산개성단(open cluster)의 별은 대체로 주계열성에 속하는 젊은 별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지금까지 발견된 산개성단의 수는 약 6천 광년 이내의 거리에 있는 4백여개다.
그중 여름의 남쪽 하늘의 은하수는 산개성단의 보고이다. 산개 성단의 90%이상이 은하면에 집중되어 있고, 성간물질로 이루어진 산광성운으로 두껍게 쌓여 있다. 가장 대표적인 산개성단은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이라고 부르는 플레이아데스(Pleiades, M45), 황소자리의 히아데스(Hyades), 페르세우스 자리에 있는 이중성단 등이 있다. 특히 우리가 잘 아는 플레이아데스는 육안으로도 여섯 개의 별이 몰려 있는 것이 관측된다. 그러나 천체망원경이나 사진으로 꼼꼼하게 조사해보면 1백20개 정도의 별이 지름 약 20광년 정도의 공간에 모여 있다.
산개성단은 맨 눈으로 보일 정도의 큰 산개성단부터 고배율에서만 멋지게 볼 수 있는 산개성단까지 그 크기가 다양하지만 대체로 관측하기가 쉬운 대상들이고 기하학적인 모양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에 초보자들이 집중적으로 관측해 볼만한 대상이다. 다만 관측자 자신이 그때 그때에 따라 적당한 배율을 선택하여 관측해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예를 들어 히아데스와 같이 큰 것은 쌍안경으로도 볼 수 있고, 플레이아데스, 페르세우스자리의 이중성단, 그리고 프레세페 등은 구경 6㎝, 20배 정도의 배율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그리고 산개성단 내에는 색깔을 띠고 있는 별이라든지 이중성 삼중성으로 구성된 별들이 많이 있기 때문에 미리 관련된 자료를 조사해서 비교해 가면서 관측하면 더욱 흥미를 높일 수 있다.
■ 구상성단
약 1백만 내지 1천만개의 별이 빽빽이 들어차 있어, 맨눈으로는 희미한 하나의 별로 보이지만 망원경으로 보면 굉장히 많은 별들이 공 모양으로 모여 있는 성단을 구상성단(globule cluster)이라고 하는데, 성단 중에서도 매우 아름답다.
빽빽이 들어차 있다고 해도 그것은 겉보기 뿐이고, 별과 별 사이의 실제 거리는 가까운 것이 1광년이나 된다. 따라서 별끼리 충돌하는 일은 좀처럼 없다. 그러나 작은 망원경으로는 낱낱이 별을 분간할 수 없고 하나의 성운처럼 보이기도 한다.
헤르쿨레스자리의 M13과 같이 큰 성단도 구경 15㎝ 이상의 망원경이 아니면 별을 분간해낼 수 없다. 구상성단은 은하계를 둘러싸듯 은하계의 중심 주위에 공과 같이 분포하고 있으며 성간물질이 별로 없고 주로 늙은 별들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또 지구에서 볼 때 구상성단은 산개성단보다 훨씬 먼 곳에 있는 것도 관측된다.
거대천체의 신비로움, 은하
별이 약 1천억개 정도 모여서 이루는 집단을 은하(galaxy)라 부른다. 이 은하에는 별만 있는 것이 아니고 성단이라고 부르는 별이 밀집된 지역과 성운이라고 부르는 기체나 먼지 등으로 구성된 성간물질 덩어리도 있다. 그러므로 은하들은 수만 광년의 반지름을 갖고 있는 거대한 별의 집단인 것이다. 은하들 사이의 평균 거리는 수백만 광년이나 되지만 은하들도 별이 모여있는 성단과 마찬가지로 집단을 이루며 분포한다.
은하들은 그 형태에 따라서 타원은하 나선은하 불규칙은하 등으로 나뉜다. 타원은하는 어떻게 보면 분해되지 않은 구상성단처럼 보이는데 이런 은하의 경우는 핵의 밝기와 크기, 은하 전체의 명암을 관측할 수 있다. 하지만 저배율의 망원경으로는 관측하기가 매우 어렵다.
나선은하는 여러 은하 중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모습의 은하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나선팔의 모습을 관측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대부분은 나선은하의 핵만을 관측하는 경우가 많다. 저 유명한 안드로메다은하의 경우도 나선팔을 식별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대형 망원경이 아니고서는 그저 뿌연 성운의 모습으로 보일 뿐이다.
나선은하는 우리의 시선 방향으로 놓인 위치에 따라 모습과 밝기가 다르다. 보통 나선은하가 정면으로 향하고 있는 모습은 표면밝기가 낮아 보기가 어렵고, 반대로 완전히 측면인 경우가 표면밝기가 높은 경우라 할 수 있다. 특히 M104 솜브렐로 은하는 은하를 가로지르는 암흑대가 인상적이다.
불규칙은하는 말 그대로 일정한 형태를 갖추지 않은 은하인데 M82가 대표적이며 특히 이 은하는 가운데의 암흑대를 관측하는 것이 흥미롭다. 하지만 4인치 망원경으로는 암흑대가 보이지 않고 단지 밝기가 일정치 않은 은하로 보인다. 불규칙 은하에 대해선 자료도 많지 않고, 모양과 특징이 불규칙하므로 그때그때 관측하려는 대상의 특징을 자세하게 알아 두어야 한다.
앞에서 언급했던 이들 성운과 성단, 은하들은 아주 흥미있는 관측의 대상이지만 초보 관측자에게는 처음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그렇지만 메시아 목록을 꾸준히 관측해가며 우주에 숨겨진 보물찾기를 하는 즐거움이란 그 횟수가 늘어갈수록 매우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