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생장호르몬 지베렐린 투여로 해충 쫓는다

유익한 곤충에겐 영향 없어


지베렐린 수용액을 자몽에 스프레이로 뿌리고 있는 그리니씨.
 

수년 전 우리나라에 수입됐다가 잔류 농약이 발견돼 한바탕 소동을 빚기도 했던 플로리다산 자몽(그레이프후르츠)의 껍질은 매년 9월경이면 노란색으로 변하며 익는다. 그리고 이 시기에 카리브에서 날아온 과일파리 암놈은 본격적으로 여문 과일껍질에 알을 낳는 활동을 시작한다. 이 파리들은 껍질이 두껍고도 잘 익은, 밝은 색의 목표물을 찾아 알을 낳는 습성을 가지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근무하는 패트릭 그리니는 최근파리를 내쫓고 자몽이 파리의 습격을 피하는 방법을 고안해냈다. 이 방법이란 상록 감귤류에 고등식물의 생장호르몬인 지베렐린을 투여하는 것이다.

한 그루의 나무당 10만분의 1 농도로 지베렐린을 섞은 3-5 갤론의 수용액을 뿌려주면 생장속도를 늦출 수 있다. 이 호르몬은 자몽이 클로로필을 잃는 것을 방지하는 역할을 하는데, 클로로필은 빛을 흡수함으로써 과일의 푸르름을 유지해준다. 파리가 접근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호르몬을 흡수한 자몽의 껍질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더 단단해진다. 만약 파리가 그래도 푸른색 과일에 알을 낳으려 한다면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는다. 우선 가시처럼 생긴 산란관이 두꺼운 껍질을 뚫고 알을 낳는 역할을 다할 수 없다. 또 알을 낳아 유충이 껍질을 벗는다 해도 과일 안쪽으로 들어가는데는 어려움이 따른다. 유충은 단단한 껍질로 인해 그들에게는 치명적인 유분(油分)에 노출된 착색부분에 오래 머물러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꿀벌처럼 유익한 곤충은 이 호르몬의 영향을 받지 않고 번식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 또한 지베렐린이 껍질 부분을 넘어 과육부분에 침투하지 못하기 때문에 껍질은 파랗더라도 속은 잘 익는다고 한다.

1993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화학·화학공학
  • 농업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