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우주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 표준우주모델 시나리오의 기틀 마련

물리학에 끼친 영향

일반상대성이론은 우주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를 설명하는데 결정적 틀을 제공했다. 이후에 등장한 모든 우주론은 일반상대성이론을 보충해주는 보조 이론에 불과하다.

현대 우주론은 최근 20 -30년 사이에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왔다. 이는 과거 수백년 사이의 우주에 대한 개념의 발달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물리적 개념을 풍부하게 포함하고 있으며 세련되게 발전돼 온 것이다. 그동안 관측기구의 발달로 많은 중요한 발견들이 잇달았을 뿐만 아니라 물리이론들이 여러 분야에서 정련되어감에 따라 우주를 보는 방법들이 개선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우주론들이 멋들어지게 고안되었던 것이다. 물론 이렇게 우주론을 성립하고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실질적인 관측 데이터와 여러 물리학적인 이론은 우주를 해석하는 뼈대가 되어 왔다. 따라서 우주론이라는 것은 현재의 모든 물리학의 법칙이 총망라된 종합적인 물리학이라 할 수 있겠다.

그중에서도 이러한 종합적인 우주론에 가장 결정적인 역할을 한 물리학의 한 분야는 바로 아인슈타인(A. Einstein)이라는 한 천재 물리학자에 의해서 금세기 초에 만들어진 상대성이론이라 하겠다. 일반상대성이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우주에 대해서 물리적으로 전혀 언급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때까지만 하여도 천문학을 확대시킨 은하에 대한 논의 수준이었다.

시공간이 변화한다

물리학의 법칙은 어떻게 운동하고 있는가에 관계없이 모든 관측자에게 똑같다. 모든 관측자가 동의하는 보편적 시간이라는 관념을 버린다면 관측자들이 서로 다른 조건에서도 같은 속도를 얻을 수 있다. 그 대신 개개인이 각자 자신의 시계로 측정한 고유한 시간을 갖고 있다.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이론(1905년 발표)은 시간과 공간을 결합한 것이다. 그러나 시간과 공간은 사건이 발생하는데 있어서 변하지 않는 배경이고 그 속에서 모든 사건이 일어난다. 그 배경이 되는 시공간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 후 10여년 뒤에 발표된 일반상대성이론은 시간과 공간을 다루고 있으며 시간과 공간이 우주에 있는 물질과 에너지에 의해 어떻게 거대한 규모로 휘어지고 뒤틀리는지를 다루고 있다. 일반상대성이론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힘으로서의 중력 개념을 완전히 배제했다는 데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중력을 힘으로 생각했던 과거의 사고 대신에 리만이 제시하는 굽은 공간을 내세웠다. 항성과 행성같은 천체들은 자신들의 중력으로 인하여, 주위의 공간을 실제로 휘어지게 하며 공간 그 자체의 기하학적 성질을 바꾸어 놓는다는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은 당시의 틀에 박힌 사고방식을 넘어 그 영역을 널리 확대했다. 이는 전현 새로운 물리학이었고 완전히 새로운 우주관이었다. 이것으로서 우리의 우주를 완벽하게 설명할 수 있는 희망이 보였던 것이다. 따라서 아인슈타인은 상대성이론의 중력장 방정식으로 일체의 시공 기하학을 설명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다시 말하자면 우주의 시작에서 마지막까지를 풀이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일반상대성이론올 발표한 1년 후인 1917년에 그는 한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그 논문은 그전까지는 도저히 엄두를 내지 못했던 현대 우주론, 즉 우주의 기원 역사 구조 등에 대한 이론을 확립했다. 하지만 그는 난관에 부딪혔다. 그의 방정식이 맞는다면 불안정한 우주가 되고 팽창할 가능성마저 있었다. 그가 생각하기를 우주는 안정되고 변함이 없으며 지극히 대칭적이라는 것이었다. 그는 자기의 방정식을 바꾸어 '우주상수'를 도입함으로써 '조금 수정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일반상대성이론이란 그 자체가 아주 완벽한 이론이어서 우주상수라는 것은 전혀 쓸모가 없었으므로 나중에 후회하고 말았던 것이다.

1922년에 러시아의 수학자 프리드만(A. Friedmann)온 우주상수를 배제한 일반상대성이론의 방정식으로부터 팽창하는 우주모형을 계산했으며 1929년에 허블(E. Hubble)은 그의 관측을 통하여 서로 다른 은하계끼리 서로 멀어지고 있다는 것으로부터 우주가 팽창하고 있다는 직접적인 증거를 제시하기도 했다.

그 뿐만 아니라 1965년에 펜지아스(A. Penzias)와 윌슨(R. Wilson)은 마이크로파의 배경복사를 발견하였다. 그들의 관측결과는 멀리 원시시대의 우주가 아주 뜨거운 불덩어리였으며 그로부터 지금까지 계속 팽창하여 그때의 남아있는 복사 에너지가 현재에 마이크로파로서 관측되는 것임을 보여 주고 있는 것이었다.
 

(그림 1) 마이크로파 배경복사^우주의 온도에 해당되는 절대온도 2.7도의 약한 라디오파가 어느 곳에서 관측된다.


최근에는 관측 기술과 정밀도가 높아지게 되어서 아주 미미하지만 비등방적인 마이크로파 배경복사가 보고되기도 하는데 이의 원인이 국부적인 밀도의 불균질성이라는 이론이 제시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다른 여러가지 이론으로 해석하고자 하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결국 우주상수가 없는 '오리지널 일반상대성이론'이 우주에 대해서 정확하게 기술했던 것이다. 그 후 아인슈타인은 정상우주를 만들기 위해 우주상수를 도입했던 사실이 최대의 실수였음올 밝혔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인플레이션 우주론자들은 팽창 초기에는 우주상수가 꼭 있어야 됨을 보여주어서 아인슈타인이 또 한번 실수(우주상수가 전혀 필요없다고 했던 일)했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현대 우주론들

□ 아인슈티인의 우주

처음 그가 만든 일반상대성이론에서 만들어지는 장방정식을 엄밀하게 풀었을 때는 움직이는 우주모델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우주가 정지해야 한다고 확신하였기 때문에 움직이는 우주에 겁을 낸 나머지 우주상수를 도입하여 우주의 팽창을 막으려 하였다. 시공간이 본래는 팽창하려는 경향을 가지고 있는데 이것이 우주 안의 모든 물질의 인력을 상쇄하여 정지우주가 가능하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 후에 그는 이 우주상수의 도입을 '그의 최대의 실수'라고 하였다.

□ 프리드만의 우주

러시아의 프리드만은, 우주는 어느 방향으로 보나 동일하게 보이며 또 어디서 보아도 동일하다는 가정만 가지고는 우주가 정지하고 있음을 기대할 수 없고 한점으로부터 커지고 있음을 밝혔다.

이 모델은 그 당시 서방세계에서 별로 주목을 받지는 못했다. 이 모델은 서서히 팽창하다가 멈춘 후 다시 수축하는 모습올 보이고 있다. 팽창하는 모습은 모든 은하들이 서로 반대로 멀어지고 있는 허블의 관측결과와도 동일한데 이는 어느 방향과도 동일함올 보여주는 모델이었다.

보통 고무풍선 모형을 도입하게 되는데, 풍선 표면의 점무늬를 은하라 할 때 만일 풍선이 부풀어 오르게 되면 표면의 점들이 서로 멀어지는 모습을 보게 된다. 이와 마찬가지로 어느 방향으로나 동일하게 우주가 팽창하게 되는 것이다. 최근에 은하 사이의 거리보다 훨씬 더 큰 규모에서 본다면 프리드만이 가정한 균질함이 놀라우리만큼 정확하다는 것올 알게 되었다.

□ 로버트슨-워커의 우주

1935년에 미국의 로버트슨(H. Robertson)과 영국의 워커(A. Walker)는 프리드만의 모델을 일반화하였다. 즉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 방정식을 엄밀하게 풀어서 물질 분포의 조건에 따라서 세 가지의 우주 모델을 만들었다. 이 모델을 프리드만의 공로를 인정하여 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의 우주모델이라고도 하는데 현대의 우주를 기술하는 가장 정확한 이론인 것이다.

세 가지 모델은 그림과 같이 우주에 분포되어 있는 물질의 양에 따라 서서히 팽창하다가 팽창을 멈춘 후에 수축하는 모델, 빨리 팽창하므로 멈추게 할 수는 없으나 일정한 속도로 팽창하는 모델, 우주가 다시 모여드는 일이 없을 정도로 계속 팽창하는 모델로 구분된다.

이 모델들은 모두 과거의 한 점의 불덩어리에서부터 팽창한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에 대폭발(빅뱅, big bang)이론이라고도 한다. 계속 팽창하다가 멈춘 후 수축하기 위해서는 수축을 위하여 많은 물질이 필요한데 우리의 우주가 수축할지를 알아보기 위해서는 그 밀도를 측정해야 한다. 현재의 보이는 물질만으로는 수축을 위한 물질량의 1/100도 못되는데 암흑물질을 고려해볼 수도 있다.
 

암흑물질이란 보이지는 않지만 은하내의 별들의 운동으로부터 유추한, 질량이 빛을 내는 별들의 질량의 합보다 훨씬 더 많은 양(약 10배)이 존재한다고 믿어지는 물질이다. 이 암흑물질은 아마도 우리 주위에서도 우글우글 떠다니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계산된 암흑물질만으로는 실제로 충분히 수축할 만큼의 질량에는 미흡하다. 하지만 암흑물질의 본질이 과연 무엇인가라는 답도 미진한 상황에서는 아직도 모르는 부분이 많다. 따라서 암흑물질 뿐만 아니라 그 외의 못찾는 물질로 인해 우주가 수축할지 또는 계속 팽창할지는 아직 모르는 상태라 할 수 있다.

이 모델은 반드시 과거에 우주의 크기가 0인 시기, 즉 특이점을 포함해야 하는 필연성이 있다. 이 특이점이란 블랙홀에서 도입되는 특이점과 같은데 어떤 물질이든지 일단 블랙홀의 내부로 빨려들어 오면 한 점으로 모이게 되어 물리학으로 해석할 수 없는 밀도가 무한대인 점을 말한다. 이 특이점 존재의 필연성은 1970년에 펜로즈(R. Penrose)와 호킹(S. Hawking)이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보였다. 그런데 특이점이라는 것은 고전물리학으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어서 이를 피하기 위한 여러 시도도 있어 왔다.

블랙홀에서의 특이점을 필연적인 사실로 보였던 호킹도 1973년에 블랙홀의 특이점을 피하기 위한 양자론적인 현상으로서 블랙홀의 증발이론을 발표하였다. 이와 마찬가지로 우주론 측면에서도 전반적으로 이 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의 우주모델이 잘 들어 맞지만, 0부근 즉 아주 작은 부근에서는 이 모델에 대한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따라서 이 초기의 상태를 엄밀하게 설명하기 위해서 입자 물리학이나 양자론 또는 통계역학을 도입한 인플레이션(inflation) 우주나 양자우주론 (quantum cosmology)이 출현하게 된 것이다.
 

(그림 2) 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모델^ 곡선 ①은 대폭발 이후 수축하며 곡선 ②는 우주가 다시 수축하지 못할 정도의 에너지를 갖고 있으며 곡선 ③은 계속 팽창할 여분의 에너지가 충분하다.


□ 확장우주(인플레이션 우주)

프리드만이나 로버트슨-워커의 우주 모형에 따르면 현재 우주의 구성을 이루기에 우주가 충분히 팽창한 것이 아니고 또한 현재의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창생을 위하여는 에너지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 했다.

따라서 소립자 이론을 도입하여 가속도가 붙은 팽창을 요구하기에 이른 것이다. 이를 위하여 불가분하게 다시 우주상수를 도입하게 되었다.

이 우주상수는 아인슈타인이 최대의 실수라고 할 정도로 무시하였던 것이었는데, 우주 생성 초기에 지수함수적인 가속 팽창을 하기 위해서는 우주상수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역설적이지만 아인슈타인이 우주상수를 도입한 것은 최대의 걸작이라 하는 학자도 있기도 한다. 이렇게 지수함수적으로 가속 팽창하는 것은 아주 급격한 팽창이므로 경제학적인 용어로 통용화폐의 급격한 확장 현상을 말하는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를 도입하게 된 것이다.

물론 단순하게 프리드만이나 로버트슨-워커의 우주 모형이 틀렸다는 것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의 가속 팽창 이후 적당한 시기에 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의 감속팽창이 이어져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그림3).
 

(그림 3)인플레이션 우주^초기에는 가속 팽창하는 인플레이션 모델이었다가 대칭성이 깨진 후(대통일 이론에서 강력이 분리됨) 대폭발 모델인 감속 팽창을 한다.

 

따라서 초기의 인플레이션에서는 우주상수가 꼭 있어야 중요하지만 이후 현재까지는 이의 도입이 불필요한 것으로 보여진다. 최근에는 현재의 우주상태에서 우주상수가 없어져야 하는 이유를 근본적으로 밝히려는 시도가 있기도 한다.

구스(A. Guth)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주상수를 도입하여 척력효과로서 우주로 하여금 계속 늘어나는 팽창을 하도록 하였다. 이는 급격한 팽창인 관계로 매끈하지 못한 상태가 매끈한 상태로 바뀜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고 하였다. 이러한 팽창 가운데 상전이 현상을 도입하여 대칭성이 깨짐을 보였고 여기에 힘의 통일 이론, 즉 초기에는 네 가지의 기본적인 힘들이 지극히 높은 대칭성으로서 통일되어 있었다가 인플레이션에 의한 상전이 현상에 의해 대칭성이 깨져 기본적인 힘들이 하나씩 분리되어 버려 현재의 네 가지로 분리되었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우주의 대폭발 이후 입자물리학을 이용하여 물질의 생성과 관련된 하나의 표준우주이론으로서 시나리오가 완성되었다.
 

(그림 4) 인플레이션 우주론의 우주진화 시나리오


□ 새로운 인플레이션 우주 이론

린데(A. Linde)와 스타인하트(P.Steinhardt) 가 각각 따로 발표한 것인데, 구스의 인플레이션을 약간 수정하여 상전이에 의한 대칭성이 느리게 깨어지도록 하였다. 그들은 구스의 이론을 오래된 인플레이션(old inflation)이라 부르고 그들의 것을 새로운 인플레이션(new inflation)이라 하고 있다.

□ 기타 우주론

혼돈(chaotic) 인플레이션 우주는 린데가 주장한 것인데 스칼라(스핀이 0인 물질)장을 도입하였다. 이 스칼라장이 양자 요동 때문 에 우주 초기의 어느 구역에서 큰 값을 가지는데, 장의 에너지가 우주상수 효과를 하게 되고 구역에 있는 장의 에너지가 느리게 감소하여 인플레이션 모델에서 대폭발 모델과 같은 상황으로 변화하게 한 것이다. 이는 그전의 인플레이션의 장점들을 그대로 간직한 채 상전이의 도입을 피할 수 있었다.

추정통계(stochastic) 우주론은 1986년에 스타로빈스키(A. Starobinsky)가 발표했다. 그는 원시 인플레이션 시기에 물질의 요동에 관하여 비평형통계(무작위한 방법)방법을 사용한 연구를 하고 있다.

□ 양자 우주론

앞서 언급한 모든 우주론들은 시초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의 형태로 나타날 수 있으므로 우주의 초기 조건 또는 경계조건을 결정하는 일이 중요한 의미를 주게 된다. 이 초기 조건에 관해서는 양자우주론의 도입이 불가피하게 된다. 왜냐하면 초기의 우주는 바로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하면 특이점이 될 것이며 이 곳에서는 고전물리학만으로서는 기술이 불가능하게 된다. 따라서 특이점올 피하거나 미시세계를 기술하는 양자론의 도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 양자우주론에 대해서는 단연 호킹이 선두인데 우주를 하나의 파동함수로 표현하고 이의 구체적 표현을 찾는 일이 주요한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우주의 파동함수에 대한 방정식(휠러-드윗트 방정식)올 풀며 경계조건을 찾아야 한다.

결국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의 현대 우주론에의 역할은 과거의 한점의 불덩어리에서 부터 팽창하는 우주, 빅뱅 우주론을 기술하는데 결정적이었다. 그뿐만 아니라 빅뱅 이론 이후에 초기 우주에 대한 여러가지 변형된 우주론의 도입에 중요한 요소가 된다. 만일 일반상대성이론이란 물리학이 없었더라면 현대 우주론이 성립되지 못했을 것이며 나아가 새롭게 발전할 기회도 갖지 못했을 것이라는 판단도 가능하다.

최근의 여러 이론들은 어디까지나 초기의 우주에 대해서 불명확한 관계 때문에 도입된 것이며 초기 이후의 우주는 어디까지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에 의한 프리드만-로버트슨-워커의 팽창우주론이 자명하게 설명해주고 있는 것이다.

1993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성원 교수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