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2) 블랙홀·별들의 잔해가 어둠 속에 가득

99%가 보이지 않는 암흑물질

암흑물질은 두가지로 분류된다. 하나는 수소나 별들의 잔해로 은하속에 존재하지만 단지 눈에 보이지 않는 물질이고, 다른 하나는 현대과학으로는 도저히 관측할 수 없는 '이론'으로만 존재하는 물질이다. 양은 후자가 10배이상 많다.

확인 안된 사실을 믿는 데엔 대단한 믿음이 필요하다. 예수 그리스도가 믿던 사도의 한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은 지 3일만에 부활했다는 사실을 좀처럼 믿으려 하지 않았다. 그러한 사도의 앞에 나타난 예스 그리스도는, 보지 않고도 사실을 믿는 사람은 복받은 사람이라고 일렀다 한다. 자연과학자들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물체를 잘 믿는 사람들이다. 이들은 참말로 복받은 사람들일까?

천왕성이 발견된 이후 이 행성의 궤도를 세계 각국의 천문대에서 계속 관측하고 있었다. 이러한 관측의 주목적은 당시 제창된 혁신적인 중력이론인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을 증명하려는 데 있었다. 새로 발견되어 태양계의 새식구로 등장한 천왕성이 과연 뉴턴의 만유인력이 예측해준 궤도를 따라 운행하고 있는가에 대한 검증의 성격을 띤 관측활동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잇따라 보고된 천왕성의 궤도는 이상한 조짐을 나타내고 있었다. 마치 술에 취한 사람의 걸음걸이처럼, 천왕성은 뉴턴의 만유인력이 예측하는 궤도를 벗어나는 요동운동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이에 대한 설명은 두가지가 있다. 첫째는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 틀렸다는 것. 둘째는 천왕성의 궤도 바깥쪽에 또다른 행성이 존재하여 그 행성이 천왕성에 미치는 만유인력에 의해 천왕성의 궤도가 섭동운동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당시 사람들에게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란 그 이름대로 마법과도 같은 법칙이었다. 이 법칙은 모든 물체의 운동을 아주 잘 기술해주는 아름다운 법칙이었다. 영국인들은 그들이 쏜 포탄이 만유인력 법칙이 예견하는 탄도를 정확히 따라 그들의 숙적이었던 스페인 사람들 머리에 낙하하는 것을 못내 고소해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마도' 천왕성 너며, 비록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또다른 행성이 존재하는게 아닐까 생각했고 결국 이렇게 해서 새로 발견된 행성은 해왕성(Neptune)이라 이름지어졌다.


외각에 또다른 행성(해왕성)의 존재를 예상케 한 천왕성


보이지 않아도 믿는 사람들

이러한 에피소드를 통해 우리는 자연과학의 잠재력을 충분히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누구나 물리법칙을 제대로 정확히 이해한다면, 그리고 이를 잘 사용한다면, 수십 수백억km 멀리서 일어나는 현상들을 지하실 책상 앞에서도 알아낼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자연과학자들이란 보이지 않는, 혹은 볼 수 없는 미지세계에 대한 지식을 찾아헤매는 독특한 부류의 사람들이다. 이들의 눈에 우리 주변에는 아직도 확인 안되는 수많은 대상들이 그득하다. 이러한 경향은 탐구영역 대상이 대우주인 천문학이 특히 심하다.

이 글의 목적은 우주를 구성하는 물질의 99%를 이루면서도 아직 발견되지 않은 암흑물질(Dark Matter)을 소개하려는 데 있다. 우주에는 우리가 눈으로 볼 수 있는 천체의 약1백배 이상 되는 물질들이 관측을 피해 암흑공간 속에 숨어있는 것이다.

1912년 미국 아리조나주에 있는 로웰 천문대(Lowell Observatory)에 근무하던 슬라이퍼(V. Slipher)라는 사람은 안드로메다 은하가 초속 약3백km의 속도로 우리은하에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아폴로 우주선의 속도가 초속 10km 정도니까 안드로메다 은하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우리은하에 접근하고 있는 셈이다(우리와 안드로메다 은하간의 거리는 약 2백만 광년, 즉 빛이 2백만년을 달려야 도달하는 거리이다. 그러므로 이 은하가 우리은하와 충돌하려면 앞으로 약2백억년의 세월이 필요하니 독자들은 과히 염려마시기 바란다).

그러면 슬라이퍼는 어떻게 안드로메다은하의 움직임을 알아냈을까? 대답은 아주 간단하다. 그는 웬만한 중학생정도의 물리지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들어본 적이 있는 '도플러 효과'(Doppler Effect)를 통해 알아낸 것이다. 도플러 효과란 빛을 방출한 물체가 이를 관측하는 관측자에 대해 다가오거나 멀어지거나 할 때 빛의 원래색깔이 좀더 푸르스름하게, 또는 좀더 붉어져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현상은 모든 파동현상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으로, 달리는 기차의 기적소리가 기차가 다가올수록 점점 더 히스테릭하게 들리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바로 이 현상을 상업적으로 이용하여 개발된 것이 바로 물체의 속도를 재는 '스피드건'(speed gun)이다. 경찰은 이 총을 이용하여 고속도로에서 과석차량의 속도를 알아내고 야구감독은 이 새로 스카웃된 투수의 투구속도를 알아낸다. 그리고 슬라이퍼는 이 효과를 통해 안드로메다가 지구로 접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또한 슬라이퍼는 안드로메다 은하가 거대한 수레바퀴처럼 회전을 하고 있다는 사실도 추가로 알아냈다. 마치 태양계의 행성들이 태양 주위를 돌고 있는 것처럼 안드로메다 은하에 있는 모든 별들은 안드로메다 은하의 중심에 대해 돌고 있는 것이다.

태양계를 이루는 각개 행성들의 공전속도는 태양에서 가까우면 가까울수록 빨라지고, 태양으로부터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느려진다(수성은 48km/초, 지구는 30km/초, 명왕성은 4.7km/초). 이것은 뉴턴의 중력법칙에 따른 행성운동의 대표적인 현상이다.

아침에 세수를 마친 후 물마개를 빼어보자. 그러면 세숫물은 소용돌이를 치면서 물마개가 막고있던 파이프를 통해 빠져갈 것이다. 이때 물이 파이프로 빠져나가는 구명을 중심으로 소용돌이가 발생한다. 즉 파이프의 구멍은 주변의 물을 끌어당겨 파이프로 물이 빠져나가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현상은 마치 태양의 만유인력과 매우 흡사하다. 주의깊은 독자는 구멍에 가까운 중심부에서 물이 움직이는 속도는 빠르고, 그리고 소용돌이의 가장자리로 다가갈수록 물이 회전하는 속도가 작아지는 것을 알아차릴 것이다. 유사한 현상이 태양계의 크기에서 나타났을 때 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증가할수록 행성의 공전속도가 점점 더 작아지는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초속 3백km의 속도로 우리은하에 접근하고 있는 안드로메다은하


안드로메다은하의 배신

태양의 중력장을 운동하는 행성의 궤도, 파이프로 빠져나가는 물의 운동 모두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을 통해 설명되는 현상이다. 마찬가지로 안드로메다 은하의 중심을 축으로 공전운동을 하는 안드로메다의 모든 별 역시 뉴턴의 만유인력을 통해 설명이 가능하다. 이에 착안, 1917년 미국 윌슨(Mt. Wilson)산 천문대에 근무하던 프란시스 피즈(F. Pease)라는 사람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여 안드로메다 은하의 바깥부분을 돌고 있는 각개 별들의 운동속도를 관측해내는 데 성공했다.

당연히 그는 태양계의 행성들이 태양으로부터 멀어질수록 공전속도가 작아지는 것처럼 안드로메다 성운에 있는 별들은 안드로메다의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공전속도가 작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놀랍게도 관측된 자료는 그러한 예상을 모두 깨뜨렸다. 별들의 운동속도는 안드로메다의 중심에서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작아지기는 커녕 오히려 증가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었다.

이러한 충격적인 사실은 피즈 이후 다른 사람들에 의해 계속 확인됐다. 현재까지, 안드로메다 은하 이외 다른 거의 모든 나선은하 역시 은하의 가장자리를 도는 별들의 속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사건을 해왕성의 발견 사건과 비교해 보자. 안드로메다 은하의 외곽에 아직 우리의 눈에는 관찰되고 있지 않지만 많은 양의 물질이 존재하고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도입된 것이 바로 '암흑물질'인 것이다.

1963년, 로마 천문대(Roma Observatory)에 근무하던 핀지(A. Finzi)라는 사람은 이러한 나선은하에 속한 별들의 공전속도를 이유로 은하정도의 질량을 가진 물체에 대해서는 뉴턴의 만유인력법칙과, 또는 이를 좀더 발전시킨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 역시 틀릴지 모른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지난 10여년간 이스라엘의 와이즈만 연구소에 근무하는 밀그롬이라는 학자 역시 별들의 가속도에 따라 중력현상이 뉴턴역학과 다를 수 있다는 새로운 중력이론을 내세웠다.

그렇다면 우리는 천왕성의 섭동현상으로 뉴턴의 중력법칙이 틀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던 그러한 비슷한 딜레마에 봉착한 셈이다. 그들은 만약에 중력법칙이 은하정도의 질량과 거리에서 틀릴 수 있다면 암흑물질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이러한 주장은 상당한 지지층을 학계에 갖고 있다. 물론 이와 같은 수의, 혹은 더 많은 수의 사람들은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나 일반상대성 이론을 버리길 주저한다. 이렇게 후자의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은 모두 '암흑물질'의 존재를 믿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은하의 외곽지역에, 비록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많은 양의 물질이 존재하며 그들이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을 작용하여 그곳을 도는 별들의 공전속도를 증가시켜준다고 믿는 것이다.


(그림) 태양계와 은하에서의 회전속도 차이^태양계에서는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 잘 맞아 떨어지지만(태양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공전속도가 느려짐) .


암흑물질이 움직인다

필자 역시 후자의 입장을 지지한다. 왜냐하면 1988년, 미국 허블망원경 센터에 근무하는 루빈(V. Rubin), 위트모어(B. Whitmore)와 포드(W. Ford)라는 학자들이 매우 근접해 있는 나선은하 사이에 존재하는 별들의 속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뉴턴의 만유인력 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맞고, 각개 은하에 그에 속하는 일정량의 암흑물질이 있다는 결정적인 관측사실은 발견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인접한 몇개의 은하내 별들의 운행속도 분포를 관측해본 결과 암흑물질이 한 은하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버린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처음 그들은 여러개의 나선은하가 모여 있는 은하단에 대해 각각의 은하에 대한 도플러 효과를 면밀히 조사했다. 이 결과 매우 흥미있는 관측자료가 수개의 나선은하가 집중적으로 엉켜있는듯 보이는 지역에서 나타났다. 이들 중 한개의 은하가 다른 은하곁을 스치듯 지나간, 그래서 과거 어느 시기에 두개의 은하가 까딱했으면 충돌을 일으킬뻔 했던 양상을 보여주는 지역이 있었다. 이러한 인접한 두개 은하를 포괄하는 도플러 그래프를 작성해보니 그중 한개는 다른 보통 나선은하처럼 평범한 도플러 그래프로 나타났다. 여기까지는 별로 특이한 점이 없었다. 평소처럼 은하 외곽지역을 도는 별들의 속도가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는, 그러므로 다량의 암흑물질이 그 은하내에 존재한다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또하나는 놀랍게도 은하 외곽지역에 있는 별들의 운행속도는 중심에서 멀어질수록 점차로 작아지고 있었다. 마치 태양계의 행성과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던 것이다. 은하 외곽에 있는 별들은 정확히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에 따르는 공전궤도를 갖고 있었다. 그러므로 이 두번째 은하의 경우는 암흑물질이 존재하지 않고 있었으므로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 정확히 맞았던 것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명백했다. 암흑물질을 가지고 있던 두개의 나선은하가 과거 어느 한시기에 우연히 스쳐지나갔었다. 그런데 그들이 스치는 도중 활발한 중력적 상호작용으로 인해 두개중 더 무거운 은하는 다른 가벼운 은하의 암흑물질을 자신의 것으로 빼앗아 버린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는 수소

암흑물질이 이렇게 서로 빼앗고 뺏길 수 있는 속성의 것이라면 일단 뉴턴의 만유인력법칙이 은하정도, 또는 그 이상의 스케일에서 틀릴 수 있다는 가정은 근거를 잃게 된다. 그러므로 뉴턴의 만유인력, 또는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은 은하 정도의 스케일에서도 정확히 맞고, 단지 각개 은하에는 일정량의 암흑물질이 존재하고 있다는 원래의 결론이 좀더 자연스러운 것이다.

이렇게 많은 암흑물질들이 은하에 존재한다면 과연 이들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또한 이들은 도대체 어떠한 형태의 물질들일까? 물론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우주공간 곳곳을 떠돌고 있는 수소원자들이다. 수소는 우리 우주에서 가장 흔한 원소다. 우리 우주를 이루는 물질의 99%는 수소로 이루어졌다. 이러한 수소원자들이 별로부터 멀리 떨어진, 어두운 우주공간에 존재하고 있는 한 이들을 관측해내기란 아주 힘이 든다. 그러므로 이들은 암흑물질의 가장 유력한 후보다.

물론 중성수소원자가 우주공간의 어두운 구석에 얌전히 있다고 해서 이들을 전혀 찾아낼 방도가 없다는 말은 아니다. 중성 수소원자는 독특한 파장을 갖는 전파를 방출한다. 바로 천문학에서 유명한 21cm파장 전파다. 그러므로 이러한 전파를 전파망원경을 통해 검출할 수 있다면 이러한 수소의 존재를 알아낼 수 있다. 또한 전파의 강도를 측정함으로써 이러한 수소의 총량도 산출해 낼수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각개 수소원자가 방출하는 21cm 전파의 강도는 아주 미약해서 수소원자가 많이 뭉쳐있지 않는 한 이들의 존재를 관측하기란 매우 힘이 든다. 다행히도 세계 각국에는 지름이 아주 큰 정밀한 전파망원경들이 여러개 있다. 대표적인 예로 푸에르토리코에 있는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은 산의 계곡을 이용해서 만들어진 것인데 지름이 3백m가 넘는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은 대덕 전파천문대의 14m 짜리다.

따라서 우리은하내 또는 우리은하 주변지역에 존재하는 중성수소의 존재는 쉽게 21cm파를 잡아냄으로써 알아낸다. 지금 학자들이 우리은하 내에서 중성수소 21cm파의 도플러효과를 이용해 계산해낸 '암흑수소'의 총량은 눈에 보이는 별들의 질량을 다 합한 양보다 몇배 많다. 실로 엄청난 양의 중성수소가 '암흑물질'의 일원으로 은하계 내에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중성수소 이외 또다른 '암흑물질'의 후보자는 별들의 잔해다. 별들도 사람처럼 태어났다가 청장년기를 맞고, 그리고 노쇠한다. 아주 늙은 별의 종말은 별의 중심부에 있는 핵연료가 타서 없어지는 순간이고 최후를 맞는 모습은 별의 질량에 따라 결정된다. 일반적으로 태양보다 질량이 큰 대다수 별의 경우 신성이나 초신성같은 대폭발을 통해 소멸하고 태양보다 작은 질량을 갖는 별들은 백색왜성이라 불리는 조용한 최후를 맞는다고 생각하면 별 무리가 없다.

초신성 폭발을 통해 별들이 종말을 맞이한 경우 폭발중심에서는 중성자별이나 블랙홀이 생길 수 있다. 또는 폭발의 여파로 중심부에 생성된 중성자별이 깨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깨어진 중성자별의 파편은 우주공간 이곳저곳을 떠돌게 된다. 반면에 별의 일생이 백색왜성으로 끝나는 경우 별을 이루고 있던 물질은 수억년을 두고 천천해 외계로 날아가 없어진다.

은하의 외곽지역을 도는 별들의 속도가 작아지지 않는 이유는 이렇게 은하의 바깥지역,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공간속에는 이러한 어두운 물질들이 분포되어 있다고 설명가능한 것이다. 그러므로 은하외곽의 공간이란 별들의 잔해들, 차갑게 식어버린 중성자별, 그의 파편들, 백색왜성, 그리고 블랙홀들이 마치 공동묘지의 비석떼처럼 이곳저곳 차가운 어둠속에서 널려 있을 것이다. 이러한 암흑물질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우리 우주내에 존재하는 물질의 총량은 그냥 빛으로 관측되는 양보다 최소한 10배 이상 늘어난다.

눈에 안보이는 것도 종류가 있다

이러한 '암흑물질'의 존재는 우주론을 하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기쁜 소식이었다. 왜냐하면 우주론에 관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는 눈에 보이는 물질의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질이 존재하고 있다는 간접증거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현대 우주론에서 나타나는 거의 모든 문제들이란 만약에 우주에 다량의 암흑물질이 존재한다는 가정만 하면 쉽게 풀려지는 것들이다.

1980년 이후 현대우주론의 혁명이라고 일컬어지는 인플레이션 이론은, 우리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총량이 눈에 보이는 양의 1백배에 가깝다는 예언을 해주고 있다. 은하에 잠겨있으면서 우리 눈에 보이지 않던 중성수소나 별의 잔해들을 합한 양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질이 우주에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만약에 사실이라면 밤하늘 망원경을 통해 보이는 별 성운 은하들이란 겨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양이 된다. 태양 하나를 예를 든다면, 한개의 태양에 거의 1백여개의 태양질량을 합친 정도의 물질들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고 어디에 숨어있는 것이다.

바로 이런 이유로 현대 우주론에서는 우리가 암흑물질을 말할 때 두가지로 나누어 분류한다. 첫째는 이 글에서 주로 다루었던 은하에 숨어있는 암흑물질들을 말한다. 이들은 앞서 말했던 중성수소나 별들의 잔해같이 실제로 존재하는 물질들로 누군가가 이들을 지구로 가지고 온다면 직접 '손으로 만져볼 수 있는' 물체들이다.

둘째는 현대우주론에서 주로 관심있게 다루어지는 암흑물질들이다. 이들은 앞서 말한 은하에 붙잡혀 있는 암흑물질보다 훨씬 많이 우리 우주내에 존재하는 양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는 이들을 관측해낼 방도가 없다. 이들은 은하에 속해있던 암흑물질들과는 달리 우주공간에 균일하게 퍼져있다고 믿어진다. 이러한 종류의 암흑물질이 정말로 우리 우주에 분포돼 있다면 이들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이들은 어떠한 과정을 통해 창조되었을까?

사람들은 이들이 정말로 존재한다면 이들은 아마 우리 우주가 탄생했을 무렵, 즉 우주의 온도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았던 시절에 소립자의 상호작용으로부터 생겨났을 것을 믿는다. 이들 대다수는 중성미자처럼 아무런 상호작용 없이 우주의 이곳저곳을 여행하는 입자들이다.
그러므로 이들 입자가 우리의 몸을 통과한다고 해도 우리는 전혀 느끼지 못한다. 이러한 입자들의 실험적 관측이 힘든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누가 어떠한 실험장치를 개발한다해도 이들은 장치 자체를 슬그머니 투과해버리는 것이다.

이외에도 각양각색의 소립자들이 우주에 존재할 수 있다. 입자물리학에서 예견하는, 아직 발견 안된 소립자들의 숫자는 바닷가의 모래알 만큼 많다. 그리고 매년 이러한 입자들의 숫자는 이름을 짓기 힘들 정도로 많이 증가한다. 이들이 실제로 자연계에 존재한다면, 그리고 그들의 존재가 지구상의 실험실에서 관측되지 않는다면 그들은 방랑자로 우주를 헤매고 있을 확률이 많다. 그렇다면 지금 이시간에도 그러한 '암흑물질'들의 일부는 독자들의 몸을 슬그머니 투과하고 있을 것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93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라대일

🎓️ 진로 추천

  • 물리학
  • 천문학
  • 컴퓨터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