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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속선 개발 경쟁시대 왔다

해운산업의 핵심기술

성능이 우수한 초고속선을 개발하는 데는 고속화기술, 대출력 추진장치기술, 선체구조 경량화기술, 선체 운항자세 제어기술 등을 비롯한 여러 장비를 하나의 경제적인 최적 시스템으로 구성하는 종합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선박의 고속화는 군사적 목적으로 먼저 시도됐다. 1, 2차 세계대전을 통해 많은 기술의 발전을 이뤘으며, 상업용은 1950년대 이후에 개발되기 시작했다. 상업용 고속선의 개발에는 건조비, 운항비의 경제성, 승객의 안전과 안락한 운항성이 필히 고려돼야 한다.

선박이 고속으로 달릴 때 크게 두 가지 문제가 발생하는데, 첫째는 저항의 급격한 증가이고 둘째는 운항성능의 악화다. 일반적으로 선박이 받는 저항은 속력의 제곱에 비례하고 이 저항을 극복하며 운항하는 데 필요한 동력은 속력의 세제곱에 비례한다. 따라서 속력이 증가함에 따라 특히 고속에서의 소요동력은 아주 급격하게 증가하게 된다.

저항성분중에는 조파저항(선박이 달릴 때 발생하는 파도에 의한 에너지 손실 즉 저항)과 마찰저항(선박의 표면과 물의 마찰에 의한 저항)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조파저항은 수면 근처의 선체형상과 관계되므로 조파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수면과 만나는 선체형상이 가능한 한 작도록 해야 한다. 즉 선체를 수면 위로 부양시키거나 혹은 수면 밑으로 잠수시켜야 한다. 마찰저항도 고속선이 받는 저항 중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마찰저항을 줄이기 위해서는 물과 접촉하는 선체표면적이 작도록 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선체를 가능한 한 물 위로 부양시켜야 한다.
 

지난 1월부터 인천-백령도 사이를 운항중인 세모의 데모크라시호. 최고속도 50노트. 순항속도 45노트


초고속선의 기술적 특성

파도가 있는 바다 위에서 고속 운항시 선체는 파도에 의해 심하게 동요되기 때문에 승선감과 안전성이 나쁘게 된다. 선체를 동요시키는 힘은 수면과 맞닿는 선체형상과 관계되므로 선체의 동요를 줄이기 위해서는 조파저항을 줄이는 방법과 같이 선체를 수면위로 부양시키거나 잠수시켜야 한다. 그러나 수면과 맞닿는 선체형상이 작아지면 선체동요를 감쇠시키는 힘도 작아져 선체동요가 멈출 때까지의 시간이 오래 걸리게 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선체의 운동을 제어하는 장치가 추가로 필요하다.

선박을 물 위에 뜨게 하는 힘으로는 크게 부력 양력 압력을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선박은 선박의 중량과 같은 크기의 부력에 의해 균형을 이뤄 물 위에 뜨게 된다. 고속선의 선체를 잠수시키는 경우는 부력에 의해 균형을 이루지만 선체를 수면 위로 부양시키는 경우에는 양력이나 압력을 이용해야 한다. 양력을 이용해 선체를 부양시키는 선박으로는 수중익선이 있는데, 선체 밑에 비행기의 날개와 유사한 날개를 부착해 여기에서 발생하는 양력으로 선체를 부양시킨다. 압력을 이용해 선체를 부양시키는 선박으로는 공기부양선이 있으며, 송풍기로 선체 밑과 수면 사이의 공간에 불어 넣는 공기압력으로 선체를 부양시킨다.

상업용 고속선으로는 수중익선이 이탈리아에서 그리고 공기부양선이 영국에서 1950년대에 처음 개발됐다. 1960년대에는 수중익선과 공기부양선의 고속화와 대형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미국 구 소련 등에서 이뤄졌으며 일본의 미쓰이(Mitsui)조선소에는 영국에서 기술을 도입해 공기부양선을 건조했다.

1970년대는 고속선의 성능을 향상시키기 위한 각종 장비가 개발된 시기로서 미국의 보잉(Boeing)사는 수중익선의 운항자세 제어시스템을 개발했다. 일본의 가와사키(Kawasaki)조선소는 이 기술을 도입해 제트포일(Jetfoil)선을 건조하고 있는데, 현재 이 배는 한국과 일본간 고속여객선항로에 운용되고 있다. 구 소련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길이 50m, 속력 50노트(시속 93km)급 군용 수중익선을 개발했으며, 국내에서는 1978년 코리아타코마조선공업이 시험용 유인 공기부양선을 아시아에서는 처음 독자적으로 개발했다.

1980년대에는 여러 선진 조선기술국에서 초고속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이제까지 고속선은 영국 이탈리아 미국 구 소련 등에서 주로 개발됐으나 상업용 고속선의 수요증가로 노르웨이 독일 네덜란드 등에서 독자적인 개발과 상품화를 시도했다. 국내에서는 코리아타코마조선공업이 1백58인승, 30노트급 공기부양선을 개발했고, 현대중공업은 이탈리아에서 기술을 도입해 71인승 32노트급 수중익선을 건조했다. (표1)을 보면 여객선의 고속화 경향을 알 수 있다.
 

(표1) 여객선의 연대별 속력 변화


1980년대 말부터 일본 노르웨이 프랑스 등은 21세기 해상화물 수송의 큰 역할을 예상해 초고속 화물선의 개발을 정부의 재정지원하에 수행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대형 7대 조선소가 연구조합을 결성해 1천t의 화물을 싣고 파고 5m의 해상에서도 50노트(시속 93km)의 속력으로 운항할 수 있는 테크노슈퍼라이너(Techno Superliner, TSL)라는 초고속화물선을 정부와 조선소의 지원으로 89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는데, 내년에는 초고속 실험선의 시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사진 1). 노르웨이와 프랑스에서도 역시 1천t 이상의 화물을 싣고 50노트의 속력으로 운항할 수 있는 초고속 화물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사진1) 일본에서 개발중인 TSL개념도^1천t의 화물을 싣고 파고 5m의 해상에서 50노트의 속력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자동차 90대와 승객 4백50명을 싣고 50노트 이상으로 운항할 수 있는 카페리선을 개발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주)세모가 최대속력 50노트의 공기부양선을 1992년에 개발해 인천-백령도간 항로에 지난 1월부터 본격적으로 운항하고 있으며, 현대중공업에서 개발한 42노트의 쌍동여객선도 올해 상반기에 시운전할 계획이다. 또한 대우조선공업에서는 해사기술연구소와 공동 개발한 복합지지형 초고속선형을 이용한 50노트급 쌍동형 초고속페리를 설계하고 있다(사진 2).

초고속선 개발에 필요한 핵심기술은 크게 고속화기술, 대출력 추진장치기술, 선체구조 경량화기술, 선체 운항자세 제어기술, 설계 및 건조기술 등의 다섯가지 기술로 구분된다.
 

(사진2) 대우조선과 해사기술연구소가 공동 개발한 복합지지형 초고속선의 개념도. 50노트급 쌍동형 초고속페리로 설계됐다.


초고속선의 5가지 핵심기술

고속화 기술은 가능한 한 적은 동력으로 요구되는 속력을 얻을 수 있도록 선박의 중량을 지지하는 세가지 힘, 즉 부력 양력 공기압력을 적절히 조화시켜 저항을 최소화시켜주는 복합지지형 선형기술을 말한다. 선진 조선기술국은 오래된 조선기술과 훌륭한 연구시설을 바탕으로 체계적인 연구를 해 초고속 성능을 만족시킬 수 있는 핵심기술을 확보, 어떠한 형태의 복합지지형 초고속선형도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최근 몇년 전부터 본격적인 연구에 착수했기 때문에 기본적인 기술을 연구중인 단계다. 더구나 국내에는 초고속선형을 개발하기 위한 연구시설이 미흡해 초고속 성능을 실험하기가 곤란하다.

초고속선이 대형화됨에 따라 출력이 큰 추진장치가 필요하다. 기존의 스크루 프로펠러(screw propeller)로는 출력에 한계가 있으므로 물분사(waterjet) 추진장치가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기존의 물분사 추진장치는 여객선 규모의 초고속선에 적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대형선박인 초고속 화물선에는 출력이 작아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초고속선을 개발중인 나라에서는 대출력 물분사 추진장치도 함께 개발중이다. 국내에서는 외국에 비해 물분사 추진장치의 사용 예가 적고 따라서 성능파악도 충분하지 못하다.

초고속선의 저항 추진 성능은 기본적으로 선박의 중량에 크게 영향을 받는다. 승객 연료 등 운항에 필요한 중량은 줄일 수 없으므로 가능한 한 선박자체 중량의 상당한 부분을 차지하는 선체중량도 줄여야 한다. 선체의 중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가볍고 강도가 큰 재질의 재료를 사용해야 하며 완벽한 선체구조물의 강도해석을 통해 필요한 강도를 만족하는 범위내에서 가벼운 구조가 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외국에서는 알루미늄합금을 사용하거나 디비니셀(divinycell) 등 복합구조의 합성수지를 사용해 상당히 가벼운 선박을 건조하고 있으며, 또한 이제까지 선체재료로 사용한 적이 없는 가볍고 튼튼한 재료를 사용하기 위해 재료의 특성과 가공성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알루미늄 합금제 함정과 일부 고속선 건조실적으로 알루미늄 합금을 이용한 선체설계기술과 건조기술은 충분히 확보돼 있으나 합성수지 복합구조는 아직 초보단계로 완전한 구조해석기술과 건조기술이 확보돼 있지 않다. 그외 새로운 재료를 이용한 연구는 이제까지 거의 없었다.

초고속 운항에 따른 안전성과 승선감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초고속선에는 선체운항자세 제어시스템이 사용되고 있는데, 공기부양선에서는 공기압력을 그리고 수중익선에서는 날개양력을 조절하는 시스템이 연구되고 있다. 외국에서는 선체부양 방식에 적합한 선체운항자세 제어시스템이 선박에 이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이에 대한 연구가 미흡해 최근 건조된 초고속선의 운항자세제어시스템도 외국에서 도입했다.

성능이 우수한 초고속선의 개발에는 앞에서 언급한 고속화 기술, 대출력 추진장치기술, 선체구조 경량화기술, 선체 운항자세 제어기능 등을 비롯한 여러 장비 시스템을 하나의 경제적인 최적시스템으로 구성하는 시스템 종합설계 기술이 필요하다. 외국에서는 지금까지의 고속선 개발기술을 바탕으로 초고속 수중익 여객선과 초고속 공기부양 여객선의 시스템 종합기술이 확보돼 있으며 대형초고속 화물선에 필요한 시스템 종합기술을 개발중에 있다. 국내에서는 최근에 수중익 쌍동선과 공기부양선을 개발한 실적이 있으나 아직은 새로운 형식의 초고속선을 개발하기 위한 시스템 종합기술의 수준은 미흡한 편이다.

최근의 세계적 초고속선 개발동향은 대형초고속선 개발 경쟁시대에 들어서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내년에 50노트급 화물선의 실험선 건조와 해상시운전을 시험한 후 본격적으로 건조할 예정이며 각 지방단체에서는 초고속 화물선의 취항로 유치를 위해 활발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즉 홋카이도와 동경권, 규슈와 동경권간의 대형화물 고속수송이 대표적인 예로 수송시간이 10시간 정도로 반감, 지역경제 활성화가 틀림없을 것으로 전망돼 바다의 신칸센(新幹線)을 에워싼 열기가 높아지고 있다.

프랑스 노르웨이 일본 등 개발 경쟁돌입

프랑스와 노르웨이에서도 정부의 재정지원 아래 초고속 화물선을 개발중에 있으며 독일과 이탈리아에서는 기존의 여객선 규모를 뛰어넘는 대형 초고속 카페리선 개발이 한창이다. 21세기에는 해상 운송화물 중에서도 가능한 한 신속히 수송해야 할 화물이 많아 초고속 화물선의 수요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나라도 세계 2위의 조선 기술산업국을 유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해운산업 주도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대형 초고속선 개발기술을 시급히 확보해야 한다.

대형 초고속선 개발은 앞에서 언급한 초고속선 개발에 필요한 기술과 대형화에 따른 문제도 함께 해결해야 하는데, 현재의 국내 연구시설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고속화 기술인 대형 초고속선의 저항 추진성능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고속 예인수조가 필요하다. 현재 초고속선을 개발중인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고속 예인 수조시설을 갖춘 연구소가 1곳 이상씩 있다.

일본에서는 정부의 지원아래 대형 7대 조선소가 연구조합을 결성해 개발중에 있다. 이미 조선산업이 사양화된 미국과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도 초고속선의 수요증가에 맞추어 부가가치가 크고 기술경쟁 상품인 초고속선을 군용 선박개발이라는 명분아래 정부의 재정지원을 받아 한창 개발중이며 이를 계기로 조선산업의 재건을 도모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부의 지원 아래 여러 조선소가 연구조합을 결성해 적어도 모든 조선소가 개발하고자 하는 선형에 관계없이 공유할 수 있는 핵심기술을 공동으로 연구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초고속선 개발에 필수적인 고속 예인수조 등의 연구시설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가 정부의 재정지원 아래 개발중인 복합지지형 초고속선의 개념도. 노르웨이는 초고속 화물선도 개발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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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3년 03월 과학동아 정보

  • 양승일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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