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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색체 21Q·Y염색체 유전지도 완성됐다

인간 달착륙과 맞먹는 유전공학의 개가

최근 염색체21Q와 Y염색체의 유전지도가 잇따라 작성됐다. 세계의 매스컴은 이 소식을 보도하면서 인간의 달 착륙과 비견하고 있는데 과연 얼마나 대단한 업적이길래…

최근 세계적인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 10월 1일자)와 '사이언스'(Science, 10월 2일자)에는 사람의 염색체 21과 성염색체 Y에 대한 유전지도를 작성한 논문이 게재됐다. 프랑스 유전자다형연구소(CEPH)의 코헨(Cohen)박사와 11개국의 연구기관이 공동으로 인체 염색체 21q의 유전지도를 작성하고, 미국MIT의 페이지(Page)교수가 성염색체 Y의 유전지도를 그려낸 것이다. 이 연구결과는 온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다. 비유컨대 인간이 달에 착륙한 것과 같은 업적이었다.

염색체들중 가장 작은 것

개미 몸체모양인 염색체 21은 인체게놈 내의 염색체들중 가장 작은 것인데, 반복유전 정보가 있는 위 부분의 염색체 21p와 신경계 질환 및 많은 관련유전자가 존재하는 아래부분의 염색체 21q로 구성돼 있다.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의 연구노력으로 5백명에 한명 정도의 발병률을 갖는 소아 유전병인 정신박약질환(Down syndrome)은 염색체 21q안에 있는 한 유전자가 정상인과 달라서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 노망과 같은 노인성 정신질환인 치매증 (Alzheimer)의 원인이 되는 유전자도 존재하는 것으로 보고 됐다.

이렇게 염색체 21에는 수많은 신경계 질병 관련 유전자와 다른 생체활성물질 및 효소의 유전정보가 담겨 있다. 이러한 유전병의 심각성과 신경관련 유전정보의 확보를 위해서 세계 의학계에서는 염색체 21에 대한 많은 연구노력을 경주해 왔다.

이번에 코헨박사와 그 연구동료들은 수년 간의 집중적인 노력으로 염색체 21q의 유전지도를 작성했고, 염색체 21q 내에 유전문자(염기, 즉 A C G T)가 4천2백만개 정도 수록돼 있음을 알아냈다. 그 연구과정을 보면, 우선 염색체 21q의 DNA를 약 20만개 염기수 만큼씩 분할해 효모(yeast)내에 인공 염색체(YAC, yeast artificial chromosome) 형태로 영구보관 했다.

또 1백98개의 위치표식DNA(STS, sequence-tagged sites)를 활용, 영구보관된 7만개의 염색체 절편DNA(YAC의 DNA)의 상대적인 위치를 결정했다. 위치가 정해진 염색체 절편DNA들끼리 서로 겹치도록하여 전 염색체 21q의 유전정보를 포함하는 8백10개의 YAC를 선정했다. 이 8백10개의 염색체 절편 DNA는 전 염색체 21q의 유전 정보를 포함하고 있으며, 이어서 각 유전정보간의 상대적인 위치를 명료하게 나타내주는 유전지도를 작성했다.

그래서 세계의 어떤 연구자도 염색체 21q내의 유용유전자의 탐색과 유전병 관련유전자의 추적을 위치정보와 함께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었다. 또 영구보존된 염색체 21q의 YAC로부터 해당 DNA시료를 용이하게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연구진이 채택한 새로운 유전지도 작성방법과 거대 DNA조작기술은 앞으로 인체게놈연구의 표준방법으로 이용될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다룬 총 DNA의 길이는 인체게놈 전체 길이(30여 억 문자)의 9.4배에 해당하는 분량이었다. 얼마만한 노력이 경주됐는지를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참여연구자의 소명감과 각고의 노력 없이는 이런 업적이 절대 이뤄지지 않는다.

한편 미국 MIT의 페이지박사 실험실에서 보고한 성염색체Y의 유전지도작성은 또 하나의 개가였다. 성염색체 Y는 남자에게만 존재하는 것으로, 흔히 아담의 유전정보가 이 염색체 속에 있다고들 한다. 그래서 염색채 Y내의 유전정보를 알아냄으로써 남성과 여성간의 차이를 분자수준에서 이해하고, 인류와 생물의 진화과정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이번에 작성된 유전지도는 마치 도서관의 도서색인목록과 같다고 할 수 있다. 만일 어떤 내용의 책을 찾으려 할 때 도서색인목록이 없다면 도서관 내의 모든 서고의 선반에 가서 일일이 책을 확인해야 한다. 이 일은 매우 번거롭고 수고스럽다. 마찬가지로 유전지도 없이는 염색체 내의 유전정보를 체계적으로 접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번에 완성된 염색체 21q와 모의 유전지도는 인간의 생물학적 백과사전으로 인간염색체 내에 있는 알코올중독 관련유전자, 정신질환유발 유전자, 발암유전자 등 4천여가지의 질병관련 유전자 및 유용유전자 추적을 매우 용이하게 해 줄 것이다. 또한 이러한 연구결과들은 범세계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인체게놈연구가 본격적인 궤도에 진입하는 데 커다란 추진력이 될 것이다. 결국 생명과학 발달의 결정적인 전기를 마련한 셈이다.
 

「네이처」지에 소개된 염색체 21Q 유전지도의 일부


「인간의 생명설계도」그려질까?

인간의 사고는 공간과 시간의 제약없이 무한한 상상의 나래를 편다. 풍요의 꿈, 새처럼 날아가는 꿈, 달나라에 계수나무를 심는 꿈, 바다에 왕국을 건설하는 꿈, 생명의 신비를 탐구하는 꿈….

이러한 꿈들은 한낱 허상으로 끝나지 않고 체계적인 인간사고의 집산이자 인류 최대의 무형재산인 과학의 힘으로 하나하나씩 실현해 가고 있다. 가위 인류의 꿈과 지성활동의 힘은 위대하며 인류를 창조적인 미래로 인도해 줄 것이다.

여기 또하나 미래를 설계하는 과학인의 꿈이 있다. 인간의 생명설계도를 밝혀내려는 생명과학자들의 생명현상에 대한 호기심은 하루아침의 꿈이 아니다. 아마도 인류가 지구상에 생존하는 한 계속 꾸게될 꿈이다. 21세기를 바라보는 현 시점에서 볼 때 그동안 과학자가 찾아낸 생명의 실체는 이제 구체적인 실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또 이를 이용한 과학기술은 인류의 문명이기와 복지를 제공해 주고 있다.

생명의 신비 규명작업은 19세기 중엽 멘델의 유전법칙 체계화와 미셔의 유전물질 탐구에서 그 실마리를 찾기 시작했다. 그후 1백년이 지난 1950년대에 와서 유전물질이 DNA라는 화학물질임을 알아냈다. 1960년 대에 이 DNA의 구조가 밝혀지면서 생체내에서 생명현상을 전달해주는 기본원리를 정립하게 되었다. 또한 같은 시기에 이뤄진 유전물질인 핵산의 합성과 이를 이용한 유전암호의 해독은 생명현상 탐구의 수준을 한단계 격상시켰다.

이러한 숨가뿐 일련의 발견들은 1970년대 말에 이르러 유전공학이라는 새로운 응용과학기술을 탄생시켰다. 생물현상의 신비가 구체적인 과학기술로 표현된 유전공학기술은 무한한 잠재력을 가지고 지구상의 생물을 가장 효율적으로 관리, 인류에게 식량 의약 에너지 환경 공업재료 등을 제공함으로써 21세기 복지사회 구현의 사자로 등장했다.

또한 유전공학기술이 등장한 이후 진행된 엄청난 생명과학기술의 발달은 생명과학자로 하여금 터무니없는 꿈을 꾸게 했다. 인체 게놈(human genome)에 담겨 있는 30억개 의 유전문자를 해독, '인간의 생명설계도'를 만들어낸다는 꿈이다.

인체게놈은 유전정보의 총집합체로 22쌍의 염색체와 X, Y의 성염색체로 구성돼 있다. 이러한 제안은 심지어 과학자들에게도 실현불가능한 허상으로 받아들여질 정도였다. 이는 마치 괭이와 삽을 가지고 히말라야산맥의 모든 흙을 파헤쳐 금광석을 찾자는 것과 같았다. 그러나 1990년에 미국 국립보건원과 에너지부 산하연구소 그리고 유럽과 일본의 연구기관들을 중심으로 야심적인 15년간의 인체게놈연구(Human Genome Project)계획을 수립하고 착수하기에 이르렀다. 이는 인류역사상 가장 큰 연구과제다. 이 과제는 최다연구인력 최장연구기간 최대연구투자 최다참여국가 최대국제협력연구사업 최다전문연구분야의 참여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제 20세기의 마지막 시점에 서서 인류는 인간을 주제로 하는 최대의 집단적인 연구를 착수한 것이다.
 

화살표로 지정한 부분이 Y염색체


인체게놈연구의 4가지 과제

도대체 무슨 의의가 있기에 그렇게 방대한 연구노력을 경주하는가. 이러한 세계 과학자들의 세기적인 노력은 단순한 생명현상의 호기심 수준을 넘어, 21세기를 준비하는 차원 높은 포석인 것이다. 아는 인체게놈연구를 시작으로 해 지구상의 모든 생물의 유전정보를 확보하고, 이를 이용한 유전공학과 생명공학기술로 식량 의약품 에너지 등의 분야에서 유용한 생물자원을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다. 이는 21세기 중엽에 고갈될 석유자원과 석유산업의 대체방안이고, 인류의 복지와 문화수준 향상의 원천적인 대안이다. 또한 자연에 대한 인류의 강인한 적응노력이라 할 수 있다.

인체게놈연구의 수행에는 다음 4가지의 연구진행이 필수적이다. 첫째 유전지도의 작성. 둘째 유전문자(염기, 즉 A C G T)의 서열결정, 셋째 새로운 유전지도 작성과 DNA 염기서열 및 관련 생명과학기술 개발, 넷째 유전정보의 전산화와 유전자 기능분석 등이다. 이번 국제공동연구는 염색체 21내의 유전자들의 위치를 알려주는 유전지도중에서 물리적 지도를 작성했다. 이 지도가 있어야 염색체내의 유전자를 효율적으로 추적 접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염색체 21의 물리적 지도작성은 의학발전과 연구실행 측면에서 직접적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우선 사람 염색체 21 내에 있는 노망과 같은 정신질환인 치매증, 다운증후군(Down syndrome) 등의 유전병에 관여하는 유전자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도록 인도해주는 교량을 만든 셈이다. 그래서 관련 유전병의 원인조사를 손쉽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연구업적은 의학발전의 한 계기가 될 것으로 여겨진다.

또한 염색체 21의 국제공동연구는 일종의 시범게놈연구였다. 사람 염색체 21q의 유전지도 작성과 방대한 유전문자 판독의 실현성, 현 과학기술의 수행능력과 문제점을 타진한 셈이다. 그 결과 염색체 21q의 방대한 유전정보를 한 눈으로 볼 수 있는 유전지도를 성공적으로 작성함으로써 사람의 남은 염색체와 다른 생물의 게놈연구를 추진하는데 있어서 그 연구기준을 만들었다는 데 커다란 의의가 있다. 사실상 이러한 보고는 인체게놈연구가 궤도에 진입,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반영이다.

염색체 21에 대한 유전정보 탐구가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또 다른 각도에서 보면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보다 높은 해상도를 가진 지도를 작성하고 유전지도 내에 구획된 DNA의 유전문자(염기)의 순서를 결정한 뒤 이를 전산화해야 한다. 이어서 새로운 기능유전자와 산업적으로 유용한 유전자의 추적이 뒤따를 것이다. 또한 현재의 생명과학지식으로는 전 유전정보의 5% 정도만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이 게놈연구에서 얻어진 전 유전정보를 활용, 새로운 생체기능 명령어를 추가로 해독해야 한다. 이 일은 앞으로 생명과학자에게 계속적으로 주어질 숙제다. 이 결과로 과학자들은 생명현상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이고, 이로 인해 모든 과학분야의 연구방향을 선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Y염색체 유전지도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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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이대실 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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