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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죽어 무엇을 남기나

질량에 따른 최후의 변신

별은 자기 질량에 따라서 다른 종말을 맞는다.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이 있는 반면에 검은구멍을 만드는 것도 있다.

주계열성의 중심부에 헬륨이 축적되면 중력수축이 일어난다. 이 때 대부분 수소로 이루어진 별의 표피는 팽창을 하게 돼 적색거성이 된다. 적색거성 이후의 진화 과정은 지난 호에서 소개한 전자의 축퇴압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축퇴압력은 만원인 지하철 안에서 우리가 받는 압력과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다. 지하철 안에서 우리가 받는 압력은 오로지 열차 한량에 몇 명의 승객이 탔느냐에 따라서 좌우된다. 마찬가지로 축퇴압력도 전자의 밀도가 얼마나 높으냐 하는 점에만 관계된다. 즉 축퇴압력은 온도와 무관하다.

주계열성의 진화 말기 이렇게 물리적 성질이 판이하게 다른 축퇴압력이 별의 중심을 장악하게 되면 안정된 구조가 무너지게 된다. 예를 들어 압력이 조금 감소하여 별이 수축을 시작하는 경우, 온도가 상승하여도 축퇴압력은 온도에 무관하므로 증가하지 않게 된다. 따라서 별의 수축은 멎지 않고 계속 진행되며 온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이러한 별들의 운명은 질량(M)에 따라 여러 가지 종말을 맞게 된다.

백색왜성/서서히 식어가는 모닥불

진화 최종 단계에서 보이 태양 질량(M⊙)의 약 1.4배보다 작은 별들은 중력의 크기가 작으므로 전자의 축퇴압력에 의해 수축을 멈추고 안정된 구조를 회복하게 된다. 즉 M<1.4M⊙인 경우에는 백색왜성이라는 작은 별이 된다. 여기서 한계값인 1.4M⊙를 발견자의 이름을 따서 찬드라세카르(Chandrasekhar)의 한계라고 부른다 찬드라세카르는 인도 태생의 미국 천문학자로 1983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백색왜성은 마치 서서히 식어가는 모닥불 처럼 남은 수소를 핵융합으로 소모해간다. 백색왜성은 가장 흔한 별들의 종말 형태로 볼 수 있다. 물론 우리 태양도 백색왜성으로서 종말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이 백색왜성으로 되면 그 크기는 우리 지구만하게 줄어들어 성냥갑만한 물질이 약 10t의 무게를 지니게 된다.

초신성/예측하기 어려운 종말

질량이 1.4M⊙<M<8M⊙인 별들은 가장 불확실한 종말을 맞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떤 것들은 질량 분출을 통해 찬드라세카르 한계 밑으로 내려가 백색왜성이 되기도 한다. 이 경우 분출된 질량은 행성상성운을 든다.

축퇴압력이 중심부를 장악하게 되면 이러한 질량의 별들은 별이 조금만 수축하여도 중심온도 상승에 따라 에너지가 폭주한다. 따라서 별은 폭발하여 초신성이 된다. 이 경우 별이 폭발한 자리에는 아무 것도 남지 않게 된다

백조자리에는 (사진 1)과 같은 거대한 초신성 잔해가 있다. 사방팔방으로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이 잔해는 부분적으로 마치 그물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어 망상성운이라고도 불리운다. 이 잔해의 중심에는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아무 것도 없다.
 

(사진 1)백조자리의 초신성 잔해 NGC6992(미국 헤일 천문대)


질량이 8M⊙<M<30M⊙인 별들의 중심에는 진화 말기에 이르러 거의 중성자로 구성된 높은 밀도를 갖는 핵이 형성된다. 축퇴 압력에 의해 폭발하게 되면 앞의 경우와는 달리 중성자핵이 중성자별로 남게 된다.

황소자리에는 (사진2)와 같은 게성운이 있다. 게성운이라는 이름은 물론 성운의 모양이 마치 게처럼 생긴 데서 비롯된 것이다. 게성운은 1054년 폭발이 관측된 초신성의 잔해로 물질들이 빠른 속도로 퍼져 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성운 속에는 중성자별이 자리잡고 있다.
 

(사진 2)황소자리의 초신성 잔해인 게성운 M1, 화살표한 것이 중성자별이다(미국 키트피크 천문대)

 

태양 정도의 질량을 갖는 중성자별은 대략 서울시만한 크기를 갖게 된다. 중성자별은 이처럼 엄청난 수축 끝에 탄생하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자전하고 있다. 이는 피겨 스케이터가 팔다리를 안으로 웅크릴수록 더 빨리 돈다는 점에 유의하면 이해할 수 있다(각운동량 보존의 법칙). 중성자별들은 보통 1초에 1회 이상 회전한다. 이렇게 빠른 회전에 의한 엄청난 원심력은 보통의 별이라면 산산히 깨뜨릴 수 있지만 중성자별에게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중성자별의 평균 밀도는 원자핵과 같아서 1㎤ 부피당 질량이 약 10억 t에 이르기 때문이다.

백색왜성이 전자의 축퇴압력에 의해 지탱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중성자별은 중성자의 축퇴압력에 의해 그 구조가 유지된다. 따라서 중성자별의 경우에도 한계가 되는 질량이 존재하게 되는데 그 값은 소련의 란다우(Landau) 등에 의하여 2~3M⊙인 것으로 밝혀졌다.

1987년은 모든 천문학자들에게 아주 반가운 사건이 '터졌다'. 우리 은하의 위성은하라고 할 수 있는 대마젤란 은하에서 (사진3)과 같은 초신성이 발견된 것이다. 비교적 밝은 초신성이 가장 최근에 발견된 것은 1604년 케플러(Kepler)에 의해서였으므로 이 초신성은 무려 약 4백년 뒤에나 일어난 천문학계의 경사였던 것이다. 하지만 이 초신성은 우리 나라에서는 볼 수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3) 초신성 1987A^위사진에는 없던 새로운 별이 갑작스럽게 나타났다(화살표)


검은 구멍/모든 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

질량이 태양질량(M⊙)보다 30배 이상 큰 별들은 결국 검은구멍(black hole)을 만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은구멍은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과는 달리 어떠한 종류의 압력으로 중력과 평형 상태를 유지하며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질량에는 한계가 없다. 원리적으로는 약 10만분의 1g짜리부터 무한대의 질량을 갖는 것까지 모든 경우가 가능하다. 물론 별의 종말로 인하여 태어난 검은구멍의 경우는 중성자별의 한계 질량인 2~3M⊙ 보다는 커야 한다.

검은구멍의 내부 구조는 의외로 간단해야 한다. 중앙에는 특이점(singularity)이라고 불리우는 밀도가 ∞(무한대)인 점이 있고, 다른 곳에서는 물질을 찾아 볼 수가 없다. 왜냐하면 검은구멍으로 빨려 들어온 물질은 결국 특이점으로 직행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검은구멍의 표면'이라는 말도 단순히 사건의 지평선을 의미할 뿐이지 거기에 어떤 물체가 있다는 뜻은 갖지 않는다. 특이점에서는 현재 인류가 알고 있는 어떠한 물리학의 법칙도 성립하지 않는다.

신성/갑자기 1백만배 이상 밝아져

쌍성은 흔하게 관측되고 있다. 실제로 우리은하를 이루는 별 중 약 반 정도가 쌍성을 이루고 있고 그 중에는 세개 이상의 별이 서로 뒤엉켜 있는 것도 많다. 쌍성의 두 별은 동시에 태어났다고 하더라도 수명은 같을 수가 없다. 별들은 한마디로 '짧고 굵게'산다. 즉 질량이 큰 별일수록 수명이 짧게 된다. 따라서 쌍성에서는 한 별이 아직 한참 젊을 때 질량이 더 큰 다른 별은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 또는 검은구멍 중의 하나가 되어 있을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한 별이 백색왜성이 되었다고 치자. 이 경우 만일 두 별 사이의 거리가 충분히 가깝다면 강한 중력을 가진 백색왜성은 상대적으로 구조가 허술한 동반성으로부터 물질을 빨아들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두 별은 서로 공전하고 있어야 하므로 끌려오는 물질은 곧바로 백색왜성으로 떨어지지 못하고 주위에 원반을 형성하게 된다. 이 원반을 우리는 유입물질 원반(accretion disk)이라고 부른다.

(사진4)처럼 갑자기 1백만 배 이상 밝아지는 별들을 우리는 신성이라고 부른다. 신성이라는 이름은 물론 밤하늘에 갑자기 나타난 모습을 의미한다. 이 신성은 바로 중심 천체가 백색왜성인 유입물질 원반에 의해 설명 된다. 앞에서 알아본 바와 같이 백색왜성은 거의 헬륨만으로 구성된, 핵반응이 더 이상 일어날 수 없는 별이다. 아직 젊은 동반성으로부터 유입물질을 통해 핵반응의 원료인 수소를 공급받아 표면에 비축하면 온도는 차츰 상승하기 시작한다. 마침내 수소의 양이 어느 정도를 넘게 되면 백색왜성의 표면 전역에서 핵반응이 다시 점화돼 신성이 되는 것이다.
 

(사진 4)헤르쿨레스 자리에 나타났던 신성 밝기의 변화(미국 리크 천문대)
 

이 현상은 핵반응이 한바탕 지나간 후 다시 수소가 비축됐을 때 반복하여 일어날 수 있는데 실제로 수년마다 주기적으로 나타나는 신성들이 관측되고 있다. 신성이라는 이름에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새로 태어난 별을 지칭하는 말이 아님에 유의하자. 신성은 또한 별 자신의 폭발에 의하여 1억배 이상 밝아지는 앞서 설명한 초신성과도 구분돼야 한다.

검은구멍을 가진 쌍성/백조자리 X-1

쌍성내에서 한 별이 먼저 진화해 이번에는 검은구멍이 되었다고 하자. 검은구멍 주위에 유입물질 원반이 형성되는 과정은 백색왜성의 경우와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검은구멍 주위의 원반은 강한 X선을 낸다. 대표적인 예가 백조자리 X-1이다.

백조자리 X-1은 HDE 226868이라는 목록 이름을 가진 푸른 별과 보이지 않는 동반성을 이룬다(사진5). 관측 결과 두 별의 공전주기는 5.6일로 밝혀졌으며 원반 내부의 크기는 우리 지구보다도 훨씬 작아야만 한다. 동반성의 질량은 최소한 6M⊙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백색왜성이나 중성자별로는 설명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백조자리 X-1을 검은 구멍을 가지고 있는 쌍성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X선원 중에는 동반성의 질량이 9M⊙인 것도 관측되어 검은 구멍의 존재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지게 되었다.
 

(사진5)검은 구멍을 동반성으로 가진 것으로 추정되는 별. 백조자리 HDE 226868(미국 헤일 천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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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박석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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