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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폐기물 경고용 '스톤헨지' 건설

미래인들에게 위험지역 알리기 위해

이 경고용 스톤헨지는 견고하면서도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해야 한다.

B.C. 2000년경 신석기시대 사람들은 무게가 50t이나 나가는 대사암을 일으켜 세웠다. 이것이 스톤헨지(Stonehenge)다. 왜 그들이 힘들여서 스톤헨지를 세우려고 했는지는 아직도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상태다.

그런데 최근 미국의 에너지부는 새로운 스톤헨지의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그 목적은 A.D.12,000년 쯤에 지구상에서 생활할 후손들에게 핵폐기물이 묻혀있는 장소를 알려주기 위해서다.

미국 에너지부는 뉴멕시코주의 칼스베드 외곽에 10억달러의 건설비를 투입하는 대단위 핵폐기물처리공장을 곧 세울 예정이다. 이 공장은 미국 최초의 핵폐기물 영구처리시설이 될 것이다. 지하 6백30m에 16만7천㎥의 공간을 조성한 뒤 이 속에 핵 폐기물을 담은 드럼, 핵관련기관의 장비 의류, 핵무기 생산공정에 사용된 도구 등을 쏟아부을 것이라고 한다.

물론 이 지하 핵폐기물처리장은 철저하게 관리될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가장 중요한 핵오염원인 플루토늄의 반감기가 2만4천년이나 된다는데 있다. 그 긴 세월동안에 핵 폐기물처리장소 주변에 세워 둔 철조망이나 각종 핵노출방호장비가 한낱 먼지로 변해버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또 그 곳이 어떤 장소인지를 기억하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수 도 있다.

바로 이 점이 스톤헨지를 요구하고 있다. 이 현대의 스톤헨지는 견고 하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 미국 에너지부는 이 스톤헨지의 건설을 위해 두 전문가팀을 동원하고 있다. 여기에는 천문학자 인류학자 고고학자 언어학자 재료공학자 예술가 등이 참여하고 있다.

두 전문가팀은 건축물의 구조가 단순해야 1만년 이상 버틸 수 있다는데 동의한다. 4천년 전에 세워진 스톤헨지나 4천6백년 전에 건설된 피라미드도 그 구조가 결코 복잡하지 않은 건축물이라는 점을 상기하면서. 아마도 현대의 엔지니어들은 1만년 이상 지탱할 수 있는 견고한 건축물을 충분히 세울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미국판 스톤헨지는 맹목적인 파괴자들 뿐 아니라 소재재활용론자들의 표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과거의 스톤헨지가 걸었던 길을 추적해 보면 그 이유가 나온다. 실제로 중세때는 스톤헨지의 거석들이 건축 소재로 사용되기도 했다. 말하자면 유적 대우를 전혀 받지 못한 것이다.

전문가팀은 미래의 소재재활용론자들이 군침을 흘리지 않을 소재로 경고용 스톤헨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그 지역에서 흔한 흙이나 암석, 그리고 불규칙하게 쪼개짐으로써 재사용이 불가능한 소재를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전문가팀중 대다수는 가급적 구조물을 크게 만들어야 그때까지 파괴되지 않고 남게 될 것이라고 얘기한다. 개중에는 이집트의 피라미드 규모 쯤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학자도 있다. 앞으로 1만2천년 후까지 영어가 통용된다면 별 문제가 없으나 도중에 사어(死語)가 돼 버린다면 미래인들은 이 20세기의 스톤헨지에 적힌 경고문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전문가팀은 이런 세세한 문제까지 고심을 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과잉'(Redundancy)이라는 단어를 반드시 새겨야 한다는 데 의견을 일치시키고 있다.

무인우주선 보이저와 파이오니어가 우주여행을 할 때는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우주인에게 보내는 메시지를 담고 떠난다. 이 메시지를 작성하는 캘리포니아 대학(산타 크루즈 분교) 천문학자 프랭크 드레이크는 "되도록 여러가지 방법으로 메시지를 전해야 한다. 그래야 그중 하나가 미래인들에게 바로 해석될 것이다"라고 말한다. 아무튼 핵폐기물처리장 주변에 세워질 스톤헨지에는 '위험'(Danger)이라는 단어가 인각될 것이다.

물론 구조물에 어떤 표식을 할까를 고민하는 것은 불필요한 일이 될 수도 있다. 1만년 후의 후손들은, 우리가 구석기인들에 대해 아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우리에 대한 정보를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고대인들이 세운 이 스톤서클에는 어떤 암시가 담겨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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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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