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58억t이배출되는 이산화탄소. 이중 20억t은 바다에 녹아들어가 1,2천년간 보존된다는데…. 그 이후는?
'리우' 지구정상회담이 열리면서 환경문제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이산화탄소는 지구를 살리자는 인류의 절박한 외침속에서 스포트라이트를 한몸에 받고 있다. 지구온난화의 주범,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우주의 오아시스, 푸른 행성 지구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인류의 에너지원인 화석연료가 연소하면서 연간 발생하는 탄소의 양은 58억t. 이중 42%(약 25t)는 지구생태계가 자연적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나머지 58%는 지구 대기에 잔류하면서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지구생태계가 스스로 처리한다는 약 25억t의 탄소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과연 계속 이 정도의 처리능력을 가질 수는 있는 것일까. 혹시 이 메커니즘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한다면 좀더 많은 양의 탄소를 처리할 수는 없을까.
대기가 아니라면 이산화탄소는 육지와 바다밖엔 갈 곳이 없다. 우선 육지를 살펴보자.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나무다. 탄소동화작용으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구의 열대림은 점차 파괴돼 그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이산화탄소 처리공장인 열대림이 줄어들면서 토양이 노출되고 이제까지 축적돼 왔던 토양유기물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어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고 있다.
바다는 어떤가.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연간 20t(5억t은 불명)의 이산화탄소를 대기로부터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해양 표면으로 용해된 이산화탄소는 해수에 의해 혼합돼 수심 3백m까지 비교적 균일하게 분포한다. 이후 동식물 플랑크톤에 의해 탄산칼슘과 유기물 등으로 변화되면서 더욱 깊은 곳으로 옮겨진다.
심해로 옮겨진 탄산칼슘과 유기물은 용해되거나 미생물에 의해 분해돼 다시 이산화탄소로 변해 심해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높인다. 이 심층수는 1,2천년간의 오랜 기간을 거쳐서 바다를 순환한다. 즉 심해로 옮겨진 이산화탄소는 매우 오랜 기간을 머물 수 있는 것이다. 바다가 이산화탄소의 저장고라고 불리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물론 1,2천년이 지나면 심해수가 표층수로 변해 다시 이산화탄소를 대기에 토해놓을수 있지만 당장은 이산화탄소를 잡아놓는데 바다는 큰 기여를 하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좀더 많은 양을 바다가 처리하게 할 수는 없을까. 질산이온과 인산이온은 바다로 녹아들어온 이산화탄소를 깊은 곳으로 운반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 두 물질이 없으면 아무리 많은 이산화탄소가 녹아들어와도 심층수로 운반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결국 질산이온과 인산이온을 얼마나 많이 바다로 공급하느냐가 심층수의 이산화탄소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다. 이들 이온의 바다 공급은 비가 내려 직접 대기에 떠다니는 물질이 들어가거나 강물을 통해 유입된다. 이들 이온을 많이 포함한 산성비가 이산화탄소 문제를 해결하는데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마지막으로 바다는 얼마나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녹일 수 있는 용량을 가지고 있을까. 일본 나고야 대학의 한다 교수는 '과학 아사히'에 기고한 글에서 이론적 추정치로 4조3천t을 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연간 바다로 20~25억t이 녹아 들어 가므로 상당히 여유있는 숫자인 셈이다. 그러나 만약에 여유분을 다 사용하고 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아마 지구는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는 우주의 오아시스 푸른 행성이 아니라 금성처럼 이산화탄소층으로 뒤덮여 수백도가 넘는 지옥으로 변할 것이다. 당장 대기에 잔류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어쩔줄 몰라하는 마당에 몇천년 후를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지구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마냥 바다로 이산화탄소를 구겨넣는 방법은 그리 현명한 대책이 아니라고 쉽게 결론지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