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붙이는 약 전성시대 다가 왔다

부작용 적고 약효지속기간 연장에 큰 효과


성분이 서서히 투여되는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 가끔 시력장애 등 부작용을 일으키기도 한다.

 

흔히 경피제제라고 하면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을 떠올린다. 하지만 붙이는 약은 이미 여러 종류가 개발돼 있다.

약물을 인체에 전달하는 방법은 꽤 다양한 편이다. 대개 그 종류와 특성에 따라 주사(injection) 경구(oral) 점막 및 피부투여(mucosal or transformal) 이식(implantable) 등으로 대별된다.

약물을 효과적으로 공급하고 인체에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서는 적절한 제형의 선택, 안정한 약물의 배합과 전달메커니즘의 바른 선택이 중요하다. 다시말해 약물의 방출조절 및 전달체계가 잘 갖춰져야 한다. 여기서 약물의 방출조절이란 말 그대로 약물이 체내로 들어가는 양을 임의로 조절하는 것을 말한다.

물론 이러한 방출조절은 모든 제형(주사 경구 점막 및 피부투여 이식 등)에 적용된다. 이렇게 약물의 방출량을 제어하는 것이 기존의 약물투여 방법보다 여러모로 유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방출조절형 약물은 다음과 같은 장점이 있다.

약효가 1년까지

첫째 방출조절형은 약물투여로 인해 우리몸에 나타나는 약의 혈장농도를 치료영역에 맞게 지속적으로 유지시켜 준다. 따라서 약물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다. 반면 기존의 약제는 투여시약의 혈중농도가 과다하게 나타나 인체에 위험이 따른다. 특히 인체에 내성(耐性)이 있는 약물을 반복 투여하면 점차 약의 혈중농도가 필요이상으로 증가함에 따라 환자에게 치명적인 결과를 줄 수 있다.

둘째로 방출조절형을 사용할 경우 소량의 약물이 늘 환자에게 공급되므로 환자의 몸안에서 대사되거나 배뇨에 의한 약물의 낭비를 줄일 수 있다.

셋째 일반적인 투여방법으로는 기껏해야 12시간 이내로 약효를 지속시킬 수 있지만 방출조절형 약을 투여할 경우 약효의 지속기간이 훨씬 길어진다. 가령 외부투여형의 경우 12시간~1주일 정도, 인체삽입형은 2일~1년까지 약물의 지속적인 투여가 가능하므로 환자에게 편리하다.
넷째로 방출조절형 약물은 선택적으로 흡수 분배시킬 수 있다. 또 필요한 조직에 정확하게 약물을 투여하는 기능도 있다.
 

(그림1) 약물의 투여방식에 따른 혈액증의 약물농도 변화


붙이는 멀미약의 탄생으로부터

이제부터 방출조절형 약제의 하나인 방출조절형 경피투여약, 즉 붙이는 약에 대해 집중적으로 알아보자.

피부를 통해 전달되는 약물이라고 하면 연고 파프형 점착포 스프레이 등을 금방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이같은 방법은 약의 혈중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기가 어렵고 전달할 수 있는 약물도 제한돼 있다. 대개 관절염 타박상 등의 국소치료 목적으로만 사용되며 일시적인 효과 밖에 기대할 수 없다.

이러한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1960년대부터 미국에서는 방출조절능력을 지닌 붙이는 약에 대한 연구가 시작됐다. 1970년대 후반에 이르러서는 보다 집중적인 연구가 이뤄졌다. 그 결과 현재 붙이는 약의 대명사처럼 돼 있는 귀밑에 붙이는 멀미약이 개발됐다. 반투과성막을 이용해 스코폴라민(Scopolamin)이라는 약물을 서서히 방출하는 붙이는 멀미약이 1979년에 처음 선을 보인 것이다.

그후 활발한 연구가 진행된 결과 협심증치료제인 니트로글리세린(nitroglycerin), 고혈압치료제로 사용되는 클로니딘(clonidine)이 붙이는 약으로 개발돼 현재 시판중이다.

이제는 미국 외의 나라에서도 이 분야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본에서 이소소바이드 디니트레이트(isosorbide dinitrate)가 개발되고 스위스에서 여성 골다공증치료제인 에스트라디올(estradiol)이 피부에 붙일 수 있도록 개발돼 시판중에 있다. 현재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승인을 신청해 놓은 붙이는 약물은 이밖에도 많다. 예컨대 시바 게이기사(미국)의 붙이는 에스트라디올이 있고 붙이는 프로스타글란딘 인도메타신 등도 곧 시판될 예정이다.

붙이는 약의 다른 형태는 이온영동법(iontophoresis)을 이용해 약물을 몸안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현재 한국화학연구소와 동신제약이 공동으로 개발중인 붙이는 인슐린이 그 대표적인 예다. 이온영동을 이용한 붙이는 약은 피부투과가 어려운 약물, 즉 친수성(親水性) 약물이나 거대분자량을 가진 약물들을 피부에 강제로 넣어주는 것이 특기다. 약물을 적당한 용매로 이온화해 약물분자가 전자를 띠게 되면 여기에 전류를 가한다. 이 전류의 추진력(약물과 전극의 반발력과 흡인력)을 통해 약물이 피부속으로 침투되는 것이다. 1980년부터 전세계적으로 이 부분의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데 현재 미국의 엘란사와 벡톤 디킨슨사 등이 선두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표)붙이는 약의 장단점


매트릭스형과 저장조형으로 대별돼

의약품의 경피(經皮)투여는 사실상 매우 어려운 일이다. 피부의 구조가 건조하고 치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른 투여경로에 비해 여러 장점을 갖고 있어 현재 많은 학자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다.

일반적으로 경피투여장치는 저장조(reservoir)형과 매트릭스(matrix)형으로 대별된다. 저장조형은 속도조절막(膜)등을 활용, 약물의 방출속도를 조절한다. 이것은 약물투여량을 시간에 따라 일정하게 조절하는 기구중에서 가장 널리 사용하는 형태다. 이같은 방식의 제품으로는 붙이는 멀미약 (Transderm-Scop), 붙이는 협심증치료제 (Tranderm-Nitro), 붙이는 고혈압치료제(Catapres-TTS), 붙이는 여성호르몬제(Estraderm) 등이 있다. 이 약물들은 대개 속도조절막형 저장조와 비막(非膜)형 저장조에 담겨진다.

속도조절막형 붙이는 약을 뜯어보면 저장조와 피부점착제 사이에 다공성 고분자막(polymeric membrane)이 있는데 그 막의 가는 구멍(pore) 사이로 약물이 서서히 방출된다. 반면 비막형 저장조는 이름 그대로 막(membrane)이 없다. 그 대신 약물과 고분자물질의 현탁 겔(emulsion gel)로 이뤄져 있다. 이 현탁 겔을 넣은 마이크로 캡슬(micro capsule)에는 약물의 피부투과를 용이하게 하는 가속제(enhancer)가 들어 있다. 따라서 시간이 지나면 마이크로캡슐의 가는 구멍들을 통해 약물이 밖으로 나오거나 캡슐이 파괴되면서 방출된다. 이밖에도 여러가지 약물방출방법이 특허로 출원돼 있으나 여기서는 대표적인 것만 예시했다.

또다른 형태는 매트릭스형이다. 이것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약물의 방출량이 증가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에게 일정량의 약물을 계속 공급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이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학자들은 비막형 저장조와 매트릭스형을 조화시킨 마이크로실드형(microsealed type)과 속도조절막형과 매트릭스형을 결합한 포로플라스틱형(poroplastic type) 등을 개발했다. 이 두 방식은 저장조형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약물의 방출을 조절한다.

이런 매트릭스형 제품으로는 두종의 협심증치료제(Nitro-Dur와 Nitro-Dur II)를 우선 꼽을 수 있다. 또 마이크로실드형의 협심증치료제(Nitro Disc)도 시판되고 있는데 현재 이것과 유사한 형태의 붙이는 협심증치료제를 여러 제약회사가 개발중이다.

이 두 형태의 약물방출방법은 다공성(多孔性) 또는 고분자(polymer) 매트릭스에 함유된 약물과 가속제가 직접 피부와 접촉해야 약물이 투여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최근 매트릭스형 약물의 방출을 조절하는 시스템, 즉 마이크로실드형이나 포로플라스틱형 매트릭스 고분자의 밀도를 조절하는 방법이 새로 개발돼 환자에게 필요한 약물을 자유로이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분자량 5백 이상은 곤란

피부의 구조는 각질층(stratum corneum) 표피층(epidermis) 진피층(dermis)으로 이뤄져 있다. 이중에서 약물의 침투가 가장 어려운 부분이 각질층이다. 때때로 약물은 각질층을 직접 통과한다. 또 모공이나 땀샘을 통해 흡수되기도 한다. 이 경우 대개 진피층과 맞닿아 있는 모세혈관에 흡수된다. 그러나 채 흡수되지 못한 약물은 표피층과 진피층에 있는 효소에 의해 제거되거나 대사된다. 물론 일부는 세포질 속에 축적된다.

그런데 자극이나 독성이 강한 약물은 표피층을 투과하면서 항원항체반응을 일으킨다. 이같은 피부의 자극은 피부질환과 막바로 연결될 수 있다.

약물을 피부속으로 침투시키려면 다음 몇가지 사항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분자량이 작은 약물은 각질층의 가는 구멍을 통해 대류적으로 전달된다. 이때 분자의 형태가 구형(球形)이면 분자량이 1백50인 약물까지만 피부 안으로 들어간다. 분자의 모양이 사슬 모양이면 분자량이 4백 정도되는 약물까지도 대류적 전달을 통한 피부침투가 가능하다.

하지만 각피층의 구멍이 매우 치밀하기 때문에 어떤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분자량이 5백 이상인 약물은 피부 안으로 집어넣을 수 없다. 분자형태에 관계없이 분자량이 5백 이하인 약물만이 경피투여가 가능한 것이다.

둘째 대다수의 약물은 약한 전해질의 성질이 있어서 피부투과가 어렵다. 피부(특히 각질층)는 20%의 지방성분과 40% 정도의 케라틴(keratin)성 단백질로 구성돼 있다. 전체적인 성질은 지용성이다. 따라서 전해질과 같은 수용성 물질이 조금이라도 있으면 피부의 지용성과 서로 마찰을 일으켜 좀처럼 약물이 피부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 일반적으로 경피제제는 1% 미만의 전해질성을 가져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셋째 약물을 피부 속까지 잘 전달하는 용매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 용매가 나쁘면 피부속에 들어간 약물이 피부에서 침전되므로 혈액속까지 흡수되지 않는다.

넷째 약물이 피부에 잘 흡수되도록 피부를 연화(軟化)시키거나, 피부속의 지방성분을 용해해 유동성을 증가시켜야 하는데 대개 이 기능을 가속제가 떠맡는다. 따라서 가속제의 선정이 매우 중요하다. 가속제는 특히 피부에 자극적인 것이 많으므로 안전성에 관한 문제가 함께 고려돼야 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의약품의 경피투여는 전세계적으로 연구개발에 많은 관심과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중의 하나다.

의약품을 서서히 장기간 투여할 수 있고 또 환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안전하다는 장점 덕분에 붙이는 약의 지위는 앞으로 계속 높아질 것이다. 현재도 신약(신물질)개발과 더불어 의약품 개발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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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신병철 연구원
  • 이해방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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