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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전학적 증거 갖고 두학파 맞서 네안데르탈인은 인류의 직계 조상인가?

"현생 인류의 조상이 네안데르탈인을 학살한 것은 아니다. 양자간의 경쟁은 오히려 경제적인 것이었다."

1백30여년전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발견된 이래, 이 고대인은 현재의 인류보다 완전치 못한 것으로 인정돼 왔다. 그들의 뼈를 살펴보면, 이마는 툭 불거져 나와 있으며 두텁고 땅딸막한 골격, 짧은 팔뚝과 정강이에다 매우 단단하고 강한 근육을 갖춘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안면은 앞으로 당겨진 형태여서 턱이 없는 형이다. 게처럼 옆걸음질을 하였고 손아귀를 꽉 쥐면 사람의 손가락은 부서질 정도다.

그러나 일부 인류학자들은 네안데르탈인들의 지능이나 문화수준이 현생 인류의 조상과 매우 비슷했고 일부 지역에서는 완전히 같은 정도였다고 믿고 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크리스토퍼 스트링거 박사를 중심으로 한 학파는 네안데르탈인들이 약 20만 년전에 아프리카에서 시작된 현생 인류의 조상에 밀려 사멸하고 말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시간 대학의 밀포드 월포프 박사가 이끄는 또 다른 학파는 현생인류가 유럽에 있던 네안데르탈인과 옛 고대세계의 다른 지역에 있던 인류의 고대종족으로부터 진화했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의 초기선조가 적어도 5백만년전에 아프리카에서 출몰했다는 데는 모두 동의한다. 점차로 그들은 직립인(Homo erectus)이라 불리는 인류이전의 형태로 진화했고, 아프리카에서 이동해 고대세계의 다른 지역으로 퍼져 나갔다. 이렇듯 분리된 직립인들은 각기 다른 지역에서 고대인류의 여러가지 다양한 고대형으로 진화했으며 그 하나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이다. 네안데르탈인과 현생인류간의 관계에 대한 논의의 초점은 바로 그 후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 하는 데 있다.

이 논쟁을 일으킨 가장 최근의 증거중 일부가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 응용과학회의 정례모임에서 검토되었다. 스트링거 박사의 견해에 따르면 현생인류는 아프리카에 있던 고대인류로부터 진화했고, 약 10만년전 아프리카에서 흘러 나와 유럽과 아시아로 이주했으며 점차 전세계로 퍼지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의 주장에 의하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은 거의 피가 섞이지 않았거나, 아니면 전혀 안 섞였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나 현생인류가 네안데르탈인을 정복하거나 몰살한 것은 아니다. 스트링거 박사는 "대학살은 없었다. 양자간의 경쟁은 경제적인 형태로, 네안데르탈인들은 식량이나 기타 다른 원료들을 점차 잃게 됐다."고 말한다.

이와는 달리 월포프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이 현재 유럽인들의 조상이라고 주장한다. 더구나 현생인류의 진화과정은 스트링거 박사의 주장보다 훨씬 더 복잡해 여러가지 상이한 경로를 따라 이뤄졌고, 고대세계의 다른 지역과 얽혀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스라엘에서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5만년동안 공존하고 있었으며, 두 종족은 지능수준이나 문화수준이 동일했다고 주장한다. "그들의 행동양식은 똑같았다. 언제든지 이걸 보는 사람은 서로 다른 종이 아니라, 서로 붙어 있는 두 종족이라 할 것이다." 월포프 박사의 말이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오늘날의 유럽인들과 유럽계 미국인들안에 살아있다는 주장이 대두되고 있다.
 

가상 시나리오도 등장

과학자들은 1856년 독일의 네안델 계곡의 한 동굴에서 그 두개골 일부가 최초로 발견된 이래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계속 논쟁을 해 오고 있다. 이 논쟁의 최근 양상은 1980년대 중반 유전학자들이, 현생인류는 처음 아프리카에서 시작됐으며 점차 다른 지역으로 퍼져나갔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 유전학적인 발견은 미토콘드리아라는 작은 구조물에 들어 있는 DNA를 분석한 결과로 뒷받침 됐다. 미토콘드리아는 신체 세포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들며, 난자를 거쳐 오직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된다. 현생인류의 계보를 그려 올라가기 위해 이 기술을 사용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과학자들은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약20만년전에 아프리카에서 출몰했다고 보았다 한편 작년 6월 프랑스 과학자들은 보르도 북부 생 세자르 마을에서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 하나를 발견했다. 연구진들은 이것이 3만 6천년전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스트링거 박사는 이것이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유럽에서 수천년간 공존해 있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그리고 현생인류와 유럽의 네안데르탈인사이에 교배가 있었다하더라도 그것은 그렇게 중요한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현생인류로의 진화에 네안데르탈인이 끼친 영향은 거의 무시될 정도"라는 것.

또 그는 네안데르탈인들은 점차로 환경이 안좋은 곳으로 이동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먹을 것도 확실치 않고, 그 수가 점차 줄어들면서 질병이나 변덕이 심한 날씨와 식량부족으로 인구 감소가 가속됐던 것이다. 네안데르탈인들은 갑자기 사라진 것이 아니라 서서히 소멸됐다.

월포프 박사와 그 동료들은 스트링거 박사의 생각이 뛰어나기는 하지만, 화석에서 밝혀진 사실들과 상충된다고 주장한다. 중앙유럽에서 발견된 많은 증거물들을 보면,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그 특성상 네안데르탈인적인 모습을 많이 나타내고 있으며 그것은 현대인이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진화 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현생인류의 조상 두개골 중 턱신경이 턱으로 들어가는 부분 근처뼈의 상당수가 이런 특성을 나타낸다고 한다. 캔사스 대학의 인류학자인 프레이어 박사는 이 뼈가 네안데르탈인의 특성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다고 한다. 다른 특징은 세번째 어금니와 턱 사이의 지점에 있으며 초기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이 모두 갖고 있는 것이다.

한편 북 일리노이 대학의 스미스 박사는 대부분의 네안데르탈인 두 개골의 뒷부분을 보면 마치 작은 빵이 들러 붙어 있는 형태라는 것을 강조한다.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발견되는 초기 현생인류의 두개골도 이런 특징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스라엘에서 발견되는 초기 현생인류의 두개골과 네안데르탈인의 두개골에는 이 특징이 둘 다 없다. "동유럽의 초기현생인류가 이 특징을 네안데르탈인에게서 받지 않았다면 어디서 받았겠는가?" 스미스 박사의 말이다.

또 월포프 박사와 동료들은 스트링거 박사의 학설을 뒷받침해주는 미토콘드리아 DNA연구의 신빙성에 의문을 갖고 있다. 이러한 비판의 핵심은 DNA분석이 진화가 가능한한 최소의 단계를 거쳐 이뤄진다고 가정한다는 데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진화과정이 그렇게 정연하고 효율적이라고 믿을 만한 증거가 없다. 그들은 아프리카에서 현생인류가 대탈출을 한 시기는 DNA분석 결과보다 훨씬 더 이전일 것이라고 본다.

많은 인류학자들이 진실이 이 두 학파의 주장사이 어디쯤에 놓여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다. 그중의 한 사람 스미스 박사는 비록 현세 유럽인들이 상당 정도 네안데르탈인들로부터 진화해 온 면이 있지만, 아마도 다른 지역의 현생인류의 조상들 즉 아프리카 같은 지역의 다른 초기 현생인류들이 유럽으로 건너와 진화중인 유럽인들과 섞였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왜 유럽의 네안데르탈인들은 사라져 가기만 하는 데도 그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스미스 박사는 소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것을 제안했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네안데르탈인은 신체적인 특성 덕에 빙하기의 유럽의 추위에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한다. 가장 최근의 빙하기는 12만 년전에 시작돼서 1만 8천 년전에 끝났다. 여기에 마지막 빙하기의 중간 즉 해빙기동안 네안데르탈인보다는 추위에 적응할 능력이 부족한 다른 지역에 있던 현생인류의 조상들이 유럽으로 이동해 네안데르탈인과 피가 섞이게 된다. 빙하기가 다시 시작됐을 때 살아남은 이들의 후손에게는 이미 추위를 견딜 불과 의복이 있었다. 따라서 추위에 적응할 튼튼한 신체는 점차 중요하지 않게 되었고, 에너지를 더 요구하므로 부담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결국 몇 세대가 지나면서 인류는 자연선택을 거쳐 네안데르탈인의 특성을 잃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스미스 박사는 네안데르탈인의 신체적 특성은 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종자는 고전적인 의미에서 소멸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며 오히려 네안데르탈인의 유전자는 오늘날의 유럽인들과 유럽계 미국인들 안에 살아남아 있다는 것이다.

1992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윌리엄 스티븐슨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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