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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한 상황속의 인간한계 실험하는 에베레스트 생리연구현장

5천 30m의 고지에 건설한 이탈리아의 「피라미드연구소」에서는 지금 지구과학 인간과학 대기과학 생물학 등을 연구하고 있다.

세계의 고봉들이 모여있는 히말라야산맥의 한가운데에 피라미드를 짓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모두 과학자들이다.

유리와 알루미늄으로 만든 이 산속의 피라미드는 예술작품처럼 보이기도 하고 우주선이 사뿐히 내려앉은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히말라야의 눕체산(Nuptse, 해발고도 7천8백55m)을 바라보고 있는 이 피라미드는 5천30m의 고지에 세워져 있다. 알프스의 최고봉인 몽블랑보다도 1백60m나 높은 곳에 위치해 있는 것.

이 기묘한 건물은 CNRI(이탈리아국립연구협회)에 소속돼 있는 연구소의 하나다. 연구소장은 지질학자인 아르디토 데시오(Ardito Desio). 그는 지구상에서 에베레스트(8천8백48m)다음으로 높은 K2(8천6백16m)봉을 이탈리아등산팀이 세계최초로 정복했을 때 (1954년) 팀장을 맡았던 사람이므로 오래 전부터 산과는 인연이 깊은 인물이다.

히말라야 피라미드건설계획이 처음 마련됐던 1987년 당시에는 티벳에 연구소 건물을 세울 생각이었다. 연구과제도 지구물리학 지질학 지형학(tophography)등 지구과학 일색이었다. 그러나 정치적인 문제때문에 티벳에 연구소를 건설하는 일이 어렵게 돼 버렸다.
 

에베레스트의 남쪽 사면에 위치한「피라미드연구소」


엉뚱한 소문이 나돌고
 

연구소 밖으로 나가 주변의 생태와 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CNRI는 새로운 장소를 찾아 나섰다. 마침내 네팔 안에 있는 에베레스트의 남쪽 사면으로 최종결정됐다. 네팔어로 '세계의 지붕'을 뜻하는 사가마타(Sagarmatha)국립공원의 심장부에 자리잡게 된 것.

이 연구소 건물은 땀의 결실이었다. 수천명의 셰르파(Sherpa, 히말라야 산중에 사는 몽고계 종족)가 수주일 동안 유리와 알루미늄을 어깨에 지고 날랐다. 이 과정에서 엉뚱한 소문이 돌기도 했다.

"필경 이탈리아 사람들이 산악인을 겨냥한 창녀촌을 건축하고 있다···".

1990년에 건물이 완성되자 풍문을 확인하기 위해 수백명의 셰르파가 모여들기도 했다.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그곳에는 과학자들만이 웅성거렸다.

피라미드는 바닥면적이 1백87㎡, 높이가 8.4m인 3층건물이다. 각종 실험기자재로 가득 찬 방이 셋이고 커다란 라운지도 있다. 그곳은 연구원들이 여가생활을 하는 장소다(VCR 전자렌지 카드 등이 놓여 있다).

두개의 욕실은 60ℓ급 보일러를 갖추고 있고, 침실은 모두 셋이다(침대수 20개). 폐기물을 처리해 주는 소각로도 마련돼 있으나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 대기공해 연구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 6개의 라디에이터와 세탁기 등을 갖추고 있는데 전기는 소형발전기와 태양열패널 광전패널 등으로부터 얻고 있다. 음식은 이탈리아로부터 직송해 온다.

초기에는 지구과학만을 주로 다뤘으나 최근에는 생물학 인간과학 대기과학 등으로 연구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지난 해에는 모두 14명의 학자들이 피라미드 연구소에서 생활했는데 그들은 적어도 40일 이상 그곳에 머물렀다. 연구원들은 안락함과는 거리가 먼 생활을 했고 주말도 전혀 보장받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그들은 5천m가 넘는 고지에 연구소를 세우고, 그곳에서 힘들게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것일까.

피라미드연구소의 한 연구원(Bengt Kayser)은 "이같은 극한환경에서 수행하는 인간의 신체연구는 많은 성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한다. 실제로 사람의 몸은 고지에서 뭔가를 간절히 요구한다.

예컨대 고지는 혈액을 연구하는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높은 곳에서는 적혈구의 산소운반 능력이 커지므로 '적혈구 사냥'이 용이해진다. 바로 이런 점을 활용해 적혈구의 현재 '나이'를 알아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브레나교수는 말한다. 수명이 약 1백20일인 적혈구의 현재 나이를 정확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혈액질환의 진단 및 치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또 고지는 심장리듬을 연구하는 장소로도 그만이다. 해발 5천m 지점에 오르면 심장의 박동수가 점점 빨라지게 마련이다. 따라서 빠르게 심장박동을 하는 동안의 혈압을 잴 수 있다.

그런가 하면 고산은 호흡생리연구의 적소로 알려져 있다. 해발고도 0m인 곳에서는 1분당 1백20~1백30ℓ의 산소를 들이 마시지만 해발고도 5천m 지점에서는 매분 2백~2백20ℓ의 산소를 마신다.

피라미드연구소는 또 근육의 피로현상을 연구하는 학자도 한번 가볼만한 곳이다. 고지에서 2개월간 생활한 사람은 근육의 질량이 15~20% 감소된다고 한다. 미래영화 속의 한 장면처럼 느껴지는 에베레스트의 피라미드연구소는 앞으로 여러가지 기초연구를 수행, 그 성과물을 계속해서 내놓을 것이다. 이곳의 과학자들은 스스로를 '기니픽'(실험동물의 일종)이라고 부르는데, 실제로 자신과 동료의 몸이 중요한 연구대상이다.
 

고지에서 인간의 생리작용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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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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