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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손잡이「로키」의 비밀

발군의 직관력과 창의력을 지닌 소수파

늘 다수파의 횡포와 편견에 시달려 왔던 인구의 5~10%를 차지하는 왼손잡이의 실제 모습은?

서양에서는 모나리자를 그린 화가이자 과학자이기도 했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를 왼손잡이의 아버지라고 부른다. H.W. 잰슨 같은 예술사가는 다 빈치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신비성은 그가 왼손잡이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색다른 해석을 내리기도 했다.

신경학자인 노먼 케이프너는 다 빈치가 원래부터 왼손잡이는 아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로 오른손 가운데 손가락을 쓸 수 없게 되자 할 수 없이 왼손을 사용하게 됐다는 것이다. 만약 그 말이 맞다면 다 빈치는 '후천성 왼손잡이의 아버지'로 한걸음 물러서야 한다. 케이프너는 다 빈치가 오른손잡이로 계속 남아 있었다면 보다 힘이 넘치는 작품을 후대에 전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동시에 그는 다 빈치의 작품이 보여주는 신중함은 왼손잡이 소산임을 일깨워 주었다.

미켈란 젤로도 왼손잡이
 

야구선수 중에는 왼손잡이가 많다. 오른손잡이보다 오히려 유리한 면이 많기 때문이다.
 

위대한 조각가인 미켈란젤로도 왼손잡이였다. 일설에 따르면 시스틴성당의 벽화를 완성시킬 때 너무 힘들어서 왼손과 오른손을 번갈아 사용했다고 한다. 화가 자신이 왼손잡이였기 때문인지 시스틴벽화의 '천지창조'에 그려진 아담도 왼손을 뻗쳐 신의 오른손을 맞잡고 있다.

흔히 왼손잡이는 글씨쓰기와 그림그리기에 취약한 면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왔으나 이 두 거장들로 인해 그 근거를 상실하게 된 셈이다.

왼손이 음악적 재능을 특별히 빼앗아가지 않는 것도 틀림없어 보인다. 비틀즈의 일원이었던 폴 메카트니와 하프연주가 하르포 막스가 지독한 왼손잡이였다는 것이 그 증거다. 누가 폴 메카트니의 음악성에 시비를 걸 것인가.

스포츠분야에서는 오히려 왼손이 유리하다고 할 정도다. 요즘 맹활약하고 있는 LG 트윈즈의 김기범이나 쌍방울 레이더스의 조규제투수도 사우스포(southpaw)다. 이제는 왼손잡이의 별칭이 돼버린 사우스포라는 단어가 생겨난 유래는 이렇다. 1885년 경 시카고구징에서 한 투수가 서쪽을 향해 투구했는데, 왼손잡이인 그의 팔이 남쪽을 향하고 있었다. 그후로는 왼손투수를 가리켜 사우스포라고 부른다.

야구선수 중에는 유난히도 왼손잡이가 많다. 미국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강타자 베이브 루스도 왼손타자였다. 실제 경기에서도 왼손투수는 1루견제가 용이하고 왼손타자는 1루까지의 거리가 단축되므로 왼손이 환영을 받는다. 던지는 팔은 오른손이지만 일부러 왼손타자의 배터복스에 들어서는 이른바 스위치히터도 수두룩하게 만날 수 있다.

테니스 선수중에도 왼손잡이 스타가 즐비하다. 사실 왼손잡이는 오른손잡이보다 더 강력하게 공에 스핀을 걸 수 있다.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 존 매캔로, 지미 코너스 등은 자신의 왼손을 십분 활용, 세계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미켈란 젤로의 시스틴성당 벽화. 아담이 자신의 왼손을 뻗쳐 신의 오른손과 접촉하고 있다.
 

불길함을 의미하고

손을 시용하는 것이 극히 제한돼 있는 축구경기를 보면 왼발 스트라이커가 종횡무진 그라운드를 누비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다. 축구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브라질의 '흑진주' 팰레도 왼발을 주로 구사한다. 왼발을 오른발보다 잘 쓰는 사람은 대개가 왼손잡이인데, 펠레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예술가 종교인 경영자 수학자 공학자 건축가 정치가 중에도 왼손잡이가 허다하다. 마릴린 몬로와 피카소 역시 왼손잡이 그룹에 속한다.

왼손잡이는 아주 오래된 문헌이나 예술작품에도 종종 등장한다. 예를 들어 성경에는 왼손으로 돌을 던지는 벤자민부족 얘기가 나온다. 이것이 왼손잡이에 대한 최초의 기록인데 아이러니컬하게도 벤자민의 원래 뜻은 '오른손의 아들'이다.

또 고대 바빌로니아시대에 제작된 장식물에는 왼손에 칼과 창을 쥔 군인이 새겨져 있다.

일군의 학자들이 고대 예술품 중에 나타난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비율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그 결과는 요즘과 별로 다를 바 없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왼손잡이는 인구의 5~10%를 점하고 있는 것.

이처럼 왼손잡이는 늘 소수파였다. 그래서 다수파인 오른손잡이의 편견과 횡포에 끊임없이 시달려야 했다. 사실 왼손잡이에 대한 편견은 그 뿌리가 깊다. 심지어는 언어에서 조차도 사시(斜視)의 증거들이 금세 드러난다. 예컨대 켈트어(영국의 켈트족 언어)로 왼손은 '약함'을 뜻하고 오른손은 '강함'을 의미한다. 라틴어에서 유래한 영어단어 시니스터(sinister, 왼쪽의)도 불길함과 악함을 내포하고 있다. 불어의 왼쪽(gauche) 또한 사회적 육체적 결함을 뜻하고 스코틀랜드의 게일족도 왼손(ker)하면 뒤틀리고 왜곡된 곳을 연상한다.

아무튼 왼손잡이는 오랫동안 부정직하고 사악하고 약하고 유전적으로 열등하고 늘 문제를 일으키는 존재로 잘못 인식돼 왔다. 그래서 일부 지역에서는 왼손의 사용을 강제로 제한하기도 했다. 유럽에서도 펜의 등장 후 왼손으로 글씨쓰는 것을 금기시했다. 어린이들에게 글씨를 오른손으로 쓰라고 강요했고 그런 경향은 다소 완화되긴 했으나 오늘날에도 여전하다.

히말라야산맥 주변에서 사는 티벳의 세르파족은 용변을 본 다음 화장지 대용으로만 왼손을 사용한다. 히말라야의 거봉을 등정할 때 늘 동반하는 용감한 세르파족은 식사할 때에는 반드시 오른손만 사용하라는 부족의 규율에 잘 따른다. 마찬가지로 사우디아라비아인도 식사하는 손은 오른손으로 국한시키고 있다.

영국이나 미국에서 인기가 높은 귀족 스포츠 폴로경기를 할 때에도 오른손만 사용가능하다. 왼손을 허용하게 되면 경기가 위험해진다는 다소 애매한 이유로 왼손잡이 폴로스타의 등장을 원천적으로 막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는 한동안 왼손잡이 복서를 링에 올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반대로 화끈한 경기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편견은 과학적인 근거가 희박하다. 비록 영화속에서의 가상적인 경기이긴 하지만 왼손잡이 복서인 '로키'는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난타전을 보여 주었다. 물론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누구누구가 왼손잡이라는 몇몇 특수한 예를 근거로 '왼손잡이에게 어떤 재능이 있다'고 일반화시키는 것은 타당하지 않지만 아무 근거없이 왼손잡이와 온갖 부정적인 단어를 연결시키는 것은 더 위험한 발상이다.

실어증 환자를 치료하다가

근거없는 편견은 마땅히 타파돼야 한다. 독일에서는 이미 오래 전부터 왼손잡이 단체가 결성돼 관련 학술대회를 여는 등 불합리한 사시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 미국 건국 초기의 정치가이며 과학자였던 벤자민 프랭클린도 편견을 줄이는데 크게 기여했다. 원래 오른손잡이였던 그는 일부러 왼손을 익혔으며 자신이 기초한 그 유명한 미국독립선언문에도 왼손으로 서명했다.

그러면 '로키'는 왜 왼손잡이가 됐을까. 부모로부터 어떤 유전자를 전해 받았느냐에 따라 왼손잡이 또는 오른손잡이로 갈린다는 유전설이 유력하나 확고한 기반을 구축한 상태는 아니다. 조부모나 부모가 왼손잡이인 경우, 그 자손이 왼손을 주로 쓰게 될 확률이 높은 것은 사실이나 고전적인 멘델의 법칙을 그대로 따르지는 않는다.

일란성 쌍둥이이면서 왼손잡이인 사람들을 관찰하면 유전설과 관련해 한가지 중요한 정보를 얻을 수있다. 알다시피 일란성 쌍둥이는 유전적으로 동일한 사람으로 간주할 수 있다. 따라서 만약 유전설이 100% 맞는 것이라면 일란성 쌍둥이는 둘다 오른손잡이거나 왼손잡이여야 한다. 아마 대개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예상은 완전히 빗나가고 만다. 실제로 조사해봤더니 둘다 오른손잡이인 경우가 80%, 둘다 왼손잡이인 경우가 4%이고, 나머지 16%는 각기 다른 손을 사용한다는 예상밖의 사실이 밝혀진 것.

'왜 왼손잡이가 되는가'를 과학과 의학의 힘을 빌려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한 사람은 19세기에 활동한 프랑스의 의사 파울 브로카였다. 그는 대뇌의 양반구중 한쪽 반구가 언어습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뇌 손상을 입어 실어증(失語症)에 걸린 환자를 치료하다가 그런 사실을 알아낸 것이다. 브로카는 실어증 환자의 뇌를 부검해 보았는데 좌뇌의 특정부위에서 실어증의 병인으로 간주할만한 병소를 찾아냈다. 요즘의 의사들은 언어생활을 주관하는 그곳을 '브로카의 부위'(Broca's area)라고 불러 그의 업적을 기리고 있다.

실어증 환자를 돌보다가 뇌의 신비에 몰입하게 된 브로카는 그후 자신의 연구범위를 말초부위인 손까지 확대시켰다. 그는 왼손잡이의 언어습득은 우뇌가 관장하고, 오른손잡이의 언어습득은 좌뇌가 주관한다고 밝혔다. 이를테면 왼손잡이와 우뇌, 오른손잡이와 좌뇌 사이에다 최초로 점선을 그어놓은 것이다. 아울러 신체의 주요한 기능은 좌뇌가 책임지고 우뇌는 단지 부수적인 기능을 할 뿐이라는 이른바 좌뇌대세론을 펴기도 했다.

그러나 얼마 뒤 브로카의 주장은 일부수정이 불가피해졌다. 오른손잡이 실어증 환자인 경우에는 그 원인이 분명히 좌뇌에만 있었으나 왼손잡이 실어증 환자의 병인은 우뇌 뿐만 아니라 좌뇌에서도 발견됐기 때문이다.

양손가락 지문이 닮아 있어

그후 우뇌는 물론이고 좌뇌도 경우에 따라서는 왼손잡이의 언어생활을 관장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랐다. 2차대전중 머리부 위에 총상을 입은 소련군인을 관찰한 루리아도 비슷한 결론을 이끌어냈다. 그는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보다 실어증을 잘 극복해낸다고 주장함과 아울러 기능분담에 있어서도 오른손잡이의 반구, 즉 뇌와 왼손잡이의 뇌는 큰 차이를 보인다고 밝혔다. 즉 오른손잡이의 뇌는 좌뇌에 그 기능을 집중시키는데 반해 왼손잡이의 뇌는 좌·우뇌에 적절히 기능을 분담시킨다는 것이다.

어찌 생각하면 왼손잡이의 뇌가 훨씬 균형적이고 합리적으로 보인다. 이러한 왼손잡이의 균형감각은 뇌 이외의 다른 신체부위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예컨대 오른손잡이의 양손가락 지문은 서로 판이한데 비해 왼손잡이의 양 지문은 상당히 닮아 있다. 왼손잡이에 대한 과학적 연구의 개척자들은 이처럼 대뇌의 양반구와 관련지어 왼손잡이의 탄생 원인을 설명하려 했다.

근래 왼손잡이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의 마리안 아네트는 언어와 손을 관장하는 반구, 즉 좌뇌를 발달시키는 유전자가 따로 있다는 새로운 학설을 제기했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이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만약 이 유전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좌뇌가 우뇌보다 발달해야 할 까닭이 없어진다. 따라서 좌뇌의 상대적인 우위가 확보되지 않기 때문에 언어와 손의 '관할권'은 뇌의 양반구중 어느 한곳에 무작위로 주어진다. 쉽게 말해 좌뇌가 언어와 손을 주관할 수도 있고 (이때는 오른손잡이가 된다), 우뇌가 똑같은 기능을 담당할 수도(왼손잡이가 된다) 있는 것이다. 아네트는 통계학의 무작위(random)개념을 도입해 자신의 이론을 전개하고 있는데 좌뇌를 발달시키는 유전자를 지니지 못한 사람의 수는 실제 왼손잡이 수의 두배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하지만 그 후에 실시된 한 조사에 따르면 좌뇌를 발달시키는 유전자가 없는 사람의 수가 전체인구의 30% 가량이고 그중 3분의 1이 왼손잡이가 된다고 한다.

어릴 때의 경험이 왼손잡이 또는 오른손잡이로 자라게 한다는 주장도 있다. 왼손잡이인 부모나 친척의 흉내를 내다가 자연스레 왼손구사법을 터득하게 된다는 것이다.

또 태어나는 순간에 좌뇌가 손상을 입어 왼손잡이로 성장하게 된다는 설도 있다. 반대로 우뇌를 다치면 오른손잡이가 된다고 한다.

출생시 좌뇌를 다치면 자연히 우뇌를 더 많이 사용하게 될 것이고 그 결과로 왼손잡이가 된다는 사실은 어느 면에서 보면 의심할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러나 오직 뇌의 손상만이 왼손잡이 오른손잡이를 나누는 기준의 전부가 될 수는 없다. 출생시 좌뇌 또는 우뇌가 다칠 확률을 각각 반반으로 본다면 금방 모순이 생기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왼손잡이가 인구의 불과 5~10% 밖에 되지 않는 현실을 도저히 설명할 수 없게 된다.

아울러 탄생시의 뇌손상이 오른손잡이가 되려는 강력한 바램(유전자 등)을 완전히 뒤집어 놓을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마리안 아네트는 출생시의 뇌손상설이 왼손잡이의 탄생원인까지는 거뜬히 설명해 주지만 '오른손잡이가 왜 태어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서는 속수무책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아네트의 주장은 현재 과학계에서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뇌의 구조
 

쌍둥이가 뇌손상설을 지지해

그런데 일란성과 이란성 쌍둥이는 출생시의 뇌손상설을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사실 쌍둥이의 왼손잡이 비율은 상대적으로 높다. 분만과정이 단산의 경우보다 까다로워 뇌손상을 입기 쉬운 쌍둥이 중에 왼손잡이가 많다는 점은 뇌손상설을 주장하는 학자들에게는 강력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하지만 쌍둥이의 친척들 중에도 왼손잡이가 많고, 쌍둥이 부모의 왼손잡이비율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뇌손상설은 점차 그 존립근거를 잃어가고 있다.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 왼손잡이의 원인물질로 작용한다는 학설도 나와 주목을 끌고 있다. 1982년 미국 하버드대학 노먼 게시윈드교수는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과다해지면 뇌의 구조가 정상에서 벗어나게 된다고 밝혔다. 즉 뇌는 좌뇌의 발달이 우세한 비대칭구조가 정상인데 과도하게 분비된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대칭구조로 바뀐다는 것이다. 그는 이처럼 뇌의 양반구 중 우뇌가 발달하게 되면 왼손잡이가 되는 것은 '정해진 길'이라고 단언했다.

이밖에도 출생시의 산소부족, 태아가 골반에 누워있는 방향, 지구의 자전영향설 등이 왼손잡이의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그 어느 것도 정설은 아니다.

파울 브로카가 그어놓은 왼손잡이와 우뇌, 오른손잡이와 좌뇌 사이의 점선은 요즘에도 대체로 인정되고 있다. 비록 실선을 그을 수는 없다는 것이 여러 연구결과를 통해 밝혀져 있지만 서로 연관이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뇌에서 신체 각 부위로 향하는 신경은 X자형으로 교차돼 있어 좌뇌는 신체의 오른쪽을, 우뇌는 왼쪽을 지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우뇌는 신비스럽고 비합리적인 직관의 세계를 통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우뇌가 발달하면 (좌·우뇌가 균형을 이룰 정도로) 발군의 직관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게 된다. 반면 좌뇌는 이론적이 고합리적인 지성세계를 추구한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논리정연한 말솜씨를 보이는 것도 모두 이 좌뇌 덕분이다. 또 면역을 담당하는 대표적인 장기인 흉선도 좌뇌의 영향권 아래 있다.

따라서 좌뇌의 발달이 상대적으로 미약한 왼손잡이는 말과 글을 배우는 것이 더디고 독성물질 세균 등에 의한 각종 질환에 대항하는 저항력도 취약해질 소지가 크다.

평균수명이 짧다

하버드대학의 게시윈드교수는 뇌는 좌뇌가 다소 우세한 비대칭구조를 갖는 것이 정상이라고 전제한 뒤 좌·우뇌가 서로 균형을 이루게 되면 (왼손잡이)신경조직에 무리를 일으키고 큰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편두통, 난독증(難讀症), 수면장애, 면역체계의 이상에서 오는 크론병, 늦은 성적(性的) 발달 등이 모두 이같은 뇌의 구조와 관련있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알레르기 류머티즘 등 면역성 질환에 걸릴 확률은 왼손잡이(10.7%)가 오른손잡이(4%)보다 2.8배나 크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이는 T림프구를 생산하는 몸안의 대표적인 면역담당 본부인 흉선이 좌뇌의 지배를 받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또 왼손잡이의 9.5%가 학습장애를 보임으로써 이 부문에서도 오른손잡이(0.8%)보다 12배나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게시윈드에 따르면 언어장애를 일으켜 말더듬이가 될 확률도 오른손잡이의 10배나 된다고 한다. 실제로 인간의 언어기능은 좌뇌에 있는 두 '스피치존'(speech zone), 즉 워닉부위(Wernicke's area)와 브로키부위(Broca's area)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왼손잡이들을 더 의기소침하게 하는 소식도 있다. 지난 1989년 캐나다 브리티시 콜롬비아대학 실험심리학자인 스탠리 코렌박사는 "왼손잡이의 평균수명이 오른손잡이보다 9년이나 짧다"고 발표, 왼손잡이들을 불안에 빠뜨렸다. 총 1천8백96명을 대상으로 실시된 코렌의 연구결과, 왼손잡이의 자동차사고율이 오른손잡이의 사고율 보다 85%나 상회한다는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코렌은 그 이유를 자동차가 도로에서 우측통행을 하고 운전석이 왼쪽에 마련돼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일본 영국 등 도로통행방법이나 운전석의 위치가 우리와 정반대인 나라에서는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못 궁금하지만 아직까지 연구된 바는 없다.

또 코렌은 왼손잡이가 도구를 사용하다가 부상할 확률은 오른손잡이에 비해 54%나 높고, 작업이나 운동을 하다가 사고를 당할 확률도 20%나 높다고 주장했다. 이렇게 왼손잡이가 잦은 수난을 겪게 되는 원인은 대부분의 작업환경이 오른손잡이 위주로 설계됐기 때문이라고 연구자는 결론짓고 있다.

그러나 금년 초 코렌의 주장에서 합당한 근거를 전혀 찾을 수 없다는 반박이 잇따라 왼손잡이들을 다소 안심시키고 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역학자(疫學者)인 트리시아 핫지는 단지 왼손잡이의 평균 연령이 어린 것이지 평균수명과는 무관하다고 공박했고, 직업상 인간의 잔여수명에 큰 관심을 갖고 있는 보험계리사들도 코렌의 통계치에 허점이 많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한술 더떠 왼손잡이가 더 장수하다는 통계도 나와 있다. 본인도 왼손잡이인 맥스 앤더슨은 1860년~1922년 사이에 태어난 4천4백79명의 미국 프로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그들의 수명을 추적했는데 1910년 이후에 출생한 왼손잡이가 오른손잡이 선수보다 3.73년 더 오래 살았다고 한다. 그는 오래도록 왼손잡이의 수명을 단축시켰던 어떤 알 수 없는 요소들이 제거됐기 때문에 오히려 장수하게 됐다는 알쏭달쏭한 해석을 붙임으로써 명백한 한계를 드러냈지만 왼손·오른손잡이의 구별이 비교적 명확한 야구선수를 조사대상으로 삼은 것은 참심한 아이디어로 평가되고 있다.

한편 운동신경은 왼손잡이가 상대적으로 무딘 것으로 나타났다. 한양대 최창국교수(체육학)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왼손잡이는 외부자극에 대한 반응속도나 전신반응속도에 있어서 오른손잡이보다 느리다고 한다. 따라서 왼손잡이는 운동경기를 하거나 불의의 위험에 닥쳤을 때 몸을 피하는 동작이 다소 굼뜨게 된다. 그러나 왼손잡이의 오른손은 오른손잡이의 왼손보다 빠르다고 한다.

이런 결과를 권투경기에 한번 입력해 보자. 아마도 오른손잡이 복서가 올려치는 오른손 어퍼컷은 왼손잡이의 왼손 어퍼컷보다 날쌔고 예리할 것이다. 그러나 왼손잡이의 오른손 잽은 오른손잡이의 왼손 잽보다 위력적일 수 있다.

구분이 점점 모호해져

대채로 왼손잡이는 왼발로 공을 찬다. 또 잔디에 불이 붙으면 황급하게 왼발로 불을 끌 것이다. 마찬가지로 오른손잡이는 오른발 스트라이커가 되기 십상이다.

그러나 손은 왼손, 발은 오른발을 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야구선수중에는 스위치히터도 있고 밥은 오른손으로 먹으면서 왼손으로 작업하는 수리공도 있다. 이처럼 왼손잡이와 오른손잡이의 구분히 모호한 경우가 수두룩 하다.

과거에는 '글씨 쓰는 손'이 왼손·오른손잡이를 나누는 절대적인 기준이 됐으나 그와 같은 단순판정이 비합리적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구별법이 속속 등장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영국 에딘버러대학의 올드필드교수가개발한 '잠재지수법'인데 여러 항목을 조사한 뒤에 왼손잡이인가 오른손잡이인가를 최종판정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 역시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최근에는 해부학적 기능학적 지식을 활용하고 있다.

올드필드는 왼손잡이 여성(6%)보다 왼손잡이 남성(10%)을 더 흔히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인구비율에 있어서 뚜렷한 성차(性差)를 보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왼손잡이가 되려는 경향은 남성 쪽이 더 강해 보인다. 코렌이 최근 9세 이하의 왼손잡이 어린이에게 오른손으로 글씨쓸 것을 유도한 결과도 예외가 아니었다. 여아의 60%가 교정된 반면 남아의 20%만이 교정됐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왼손을 쓰게 해야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무조건 오른손만을 강요하면 발육장애를 일으키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지며 언어발달에도 오히려 장애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태가 길어지면 자연히 열등감을 느끼게 되고 노이로제나 우울증에 빠지며 더 심해지면 자살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한다.

사실 오른손을 강제로 사용하게 하면 좌뇌는 지나친 부담을 안게 되는 반면 우뇌는 빈둥거리는 상태가 되므로 양쪽 대뇌의 업무량이 불균형상태에 이르게 된다.

오른손잡이도 가끔 왼손을 쓰는 것이 좋다. 우뇌의 지배를 받는 직관력과 창의력을 이끌어 내려면 그 말단부위부터 길들여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왼손잡이는 결코 열등한 존재가 아니다. 따지고 보면 갖가지 편견도 다 근거가 희박한 것들이다. 물론 몇가지 장애와 질병에 대해서는 더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지만 잘 발달된 우뇌를 활용하는 것에 덧붙여 좌뇌까지 개발한다면 양수겸장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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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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