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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기후모형 다시 제작해야 식물성 플랑크톤이 해수 온도를 높인다

아라비아해의 해수온도는 1월과 9월에 각각 달리 나타났다. 그 이유는…

바다에서 물결이 일렁일 때 수면 아래에서는 무수히 많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너울너울 춤을 춘다. 그들은 파도가 출렁거리는대로 움직이면서 영양물질과 햇빛을 조합, 바다속의 생물들이 일용할 식량을 만들어낸다.

동시에 이 식물성 플랑크톤은 지구의 날씨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해양의 온도는 물론이고 내륙을 향해 부는 바람과 강수량에 대해서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하는 것.

미국 베드포드해양연구소의 해양학자인 슈바 사티엔드라나스는 오래전부터 식물성 플랑크톤이 기후변화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는 이 작은 식물체가 바다표면에서 햇빛을 흡수, 그 주변의 해수 온도를 높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과연 기후변화를 초래할 수 있을만큼 물위의 공기를 데울 수 있느냐는 의문이었다.

그 궁금증을 풀기 위해 사티엔드라나스 연구팀은 인도 서쪽에 위치한 아라비아해를 탐사했다. 그곳은 계절에 따라 식물성 플랑크톤의 수가 달라져 실험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인 적지였다.

연구원들은 먼저 그 지역의 위성사진을 분석했다. 식물성 플랑크톤 개체군의 밀도를 미리 알아낼 목적으로 위성사진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함유하고 있는 엽록소의 양에 따라 바다색깔이 파랑에서 녹색까지 변하고 있음을 보여 주었다.

이어서 연구팀은 그 해의 바다표면 온도를 월별로 점검했다. 그리고 식물성 플랑크톤이 해수온도를 올리는데 기여한 열의 양을 산정했다. 이 과정에서 연구팀은 햇빛 바람 등 바닷물 온도에 영향을 주는 모든 변수를 포함하고 있는 컴퓨터모델을 활용했다.

예상대로 식물성 플랑크톤이 존재하는 경우와 존재하지 않은 경우, 해수의 온도는 명백한 차이를 드러냈다. 계절에 따라서도 바다의 온도가 달라졌는데 이 역시 식물성 플랑크톤의 양과 무관하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식물성 플랑크톤 분포가 적었던 1월에는 해수의 온도를 높이는데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 그러나 식물성 플랑크톤이 아라비아해의 대부분을 뒤덮게 되는 9월에는 사정이 달라졌다. 그들은 막대한 양의 햇빛을 흡수, 전체적으로 7℃정도 총열량을 올려 놓았다.

"물론 그 말이 실제로 바다의 표면온도를 7℃ 상승시킨다는 얘기는 아니다"라고 사티엔드라나스는 다소 조심스런 태도를 보이고 있다. 증발과 그밖의 다른 변수들을 통한 열손실은 고려되지 않았기 때문에 7℃가 고스란히 올라간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확실한 것은 식물성 플랑크톤이 바다표면의 온도를 높이고, 이렇게 상승된 온도로 인해 바람과 비의 '씨앗'이 되는 공기와 수분이 바다에서 하늘로 향한다는 점이다. 아라비아해를 누비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의 위력을 확인한 사티엔드라나스는 기후모형제작자들에게 다음과 같은 요구를 하고 있다.

"세계기후 패턴에 미치는 바다의 녹색꼬마들의 총체적인 영향력을 반드시 고려해야 올바른 기후모형을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사실 그동안 식물성 플랑크들은 해수온도 상승의 주요 공범으로 인식되기 보다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능력을 가진 해결사로 더 주목받아 왔다. 더구나 최근에는 이산화탄소량의 증가에 따른 온실효과가 전세계적인 관심사가 되면서 식물성 플랑크톤에 대한 기대가 더욱 높아졌다. 식물성 플랑크톤이 증가하면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줄고, 반대로 감소하면 대기의 이산화탄소량이 늘어난다는 설이 널리 받아들여져 전세계의 수많은 기후·환경학자들이 그 동향을 예의 주시하고 있는 것이다.
 

3천배로 확대해 본 식물성 플랑크톤
 

199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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