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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습드러낸 태양의 대기 코로나

하와이 개기일식 지상 사진전

지난 7월11일 동틀무렵 하와이에서 멕시코에 이르는 지역에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필자가 하와이에 원정, 태양의 식현상 전과정을 카메라에 담았다.

하와이 현지 시간으로 지난 7월11일 새벽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우주쇼가 펼쳐졌다. 태평양 한 가운데의 작은 섬 하와이에서 금세기 네번째로 지속시간이 긴 개기일식이 일어났다. 최대 개기지속 시간은 6분58초로 하와이에서는 4분4.6초 동안 달이 태양면을 완전히 가렸다.

이론적으로 가장 긴 개기 지속시간은 7분31초로 미국 해군 천문대의 연구에 따르면 지구와 달이 가까울 때와 달의 그림자 이동속도가 느린 곳에서 가장 오랫동안 개기식을 볼수 있다고 한다.

즉 달이 근지점에 이르는 6월말경부터 7월말경 사이에 천구의 천정부근에서 개기식이 일어나고 북위 23°에서 보여지는 때가 가장 이상적인 조건이다.

1980년에서 2510년 사이에는 2186년 7월16일 개기일식의 지속시간이 7분29초로 가장 길 것으로 예상된다. 20세기중 가장 긴 지속시간은 1955년 6월20일 7분8초였다.

7월11일 개기일식은 개기식의 달그림자가 북태평양에서 시작됐다. 제일 먼저 하와이를 상륙해 세계의 천문대가 몰려있는 마우나케아산 근처를 지나 태평양을 건너 미국 본토 캘리포니아 반도에 이르렀다. 이곳의 중천에서 최대의 개기 지속시간을 갖고 다시 멕시코로 상륙해 멕시코시티를 지나 남미의 아마존강을 지나는 경로를 가졌다.

1년전부터 하와이에서 개기일식을 촬영하고자 계획했던 우리는(필자와 김정민) 일본의 천문잡지를 통해 하와이의 서쪽에 위치한 카일루아 코나 지역의 관측조건이 좋다는 것을 알고서 이곳을 관측지로 정했다.

8시간 동안의 비행끝에 현지시간 7월8일 오전 6시에 오하우섬 호놀룰루 공항에 도착했다.

하와이 현지 교민들의 도움으로 코나 해변 근처 호텔을 예약하고 하와이공항을 통해 코나로 가는 비행기표도 예약할 수 있었다. 한숨을 돌리고 공항 로비를 보니 여기 저기에 망원경을 들고 있는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다.
 

(그림)하와이 개기일식 지역


술렁이는 코나

과거 하와이 제도의 수도이기도 했던 코나는 강수량이 매우 적어 항상 맑으며, 공기중에 수분이 적어 한국보다는 훨씬 남쪽에 있으면서도 시원한 기후를 갖고 있었다.

이 지역의 관측조건이 좋은 이유중 가장 큰 요인은 비가 올 확률이 5%밖에 안된다는 데 있다. 코나 시의 거리는 곧 있을 개기일식으로 술렁이고 있었다. 상점들은 일제히 개기일식과 관련된 상품을 내놓았고 거리의 전신주에는 일식에 관한 포스터들이 즐비하게 붙어 있었다. D데이 하루 전날(10일)이 되자 일본인들이 눈에 띄게 많아지기 시작했다.

하와이에는 두개의 커다란 산이 있다. 세계 유명 천문대가 밀집돼 있고 스키까지 즐길 수 있는 4천2백60m의 마우나 케아와 4천1백68m 높이의 활화산 마우나 로아산이 있다.

현지에서 알아본 결과 두개의 산등성이 만나 계곡을 이루는 곳에서 개기일식을 보는 것이 가장 좋다고 판단됐다. 그곳은 카아후마누 고속도로 주변으로 약8만의 관광객들이 모여들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그중에서 일본인이 3만이 넘었다고 하니 가위 그들의 천문에 대한 관심을 짐작하고도 남았다. 그런 개기일식이 있는지도 잘 모르는 우리 실정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달이 태양을 삼킨 상태


들떴던 마음에 먹구름이

개기일식 시간이 다가옴에 따라 들떴던 마음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낮에는 소나기가 오더니 10일밤에는 별들을 전혀볼 수 없었다.
우리는 관측하기 가장 적합하다는 카아후마누 고속도로 주변을 포기하고 그동안 제2의 관측지로 선정한 코나해변 선착장에서 관측하기로 잠정 결정했다.

개기일식을 못보면 모든 것이 허사가 된다는 절박감에 잠시도 눈을 붙이지 못한채 준비해온 망원경과 적도의 그리고 여덟대의 카메라, 두대의 삼각대와 각종 악세서리를 이끌고 11일 새벽 4시30분 선착장으로 나갔다. 여전히 하늘은 찌푸려있어 불길한 생각이 들었으나 선착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관광객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우리는 깊숙이 자리를 잡고서 빅센 SP적도의를 조립하고 주축을 맞추고자 했지만 북극성이 구름에 가려 보이질 않아 감으로 자동가이드 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들어 놓았다. 개기일식 전과정을 촬영할 주(主) 망원경 FC50(구경50mm, F/8, f:400)을 왼쪽에 올리고 오른쪽에는 소련제 3백mm(F/4.5)망원렌즈에 두배 컨버터를 끼우고서 카메라를 장착했다.

필름은 색재현이 가장 뛰어나다는 코닥크롬64를 주로 해 개기일식의 식변화 전과정을 촬영했다.

다이아몬드링(개기일식이 일어나기 직전 태양의 일부가 반짝거리는 다이아몬드 반지처럼 보이는 현상. 개기일식이 끝나 달이 퇴각할 때도 이런 현상이 나타남) 부분에서는 빠른 스피드 촬영이 요구되기 때문에 후지 RHP400을 사용했다.

FC-50 렌즈 앞에 ND400을 끼우고 촬영 노출표를 작성했지만 구름이 많고 태양광이 식의 변화에 따라 변하므로(노출이 바뀜)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사전에 노출을 결정해 촬영하는 방법을 택했다. 우리는 사진촬영 외에도 8mm 홈 비디오 촬영도 시도했다. 8배줌에 1.5배 컨버터와 D4(ND10000)필터를 끼우고(물론 개기식때는 D4필터를 뺀다) 개기일식 전과정을 촬영할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외의 장면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망원렌즈를 장착한 카메라를 삼각대에 고정시키는 등 모든 준비를 완료했다.

달에 먹힌 태양

마우나 로아 정상 부근에서 일출시 일어나는 구름의 발광이 나타났다. 다행히 엷은 구름 사이사이에 맑은 하늘을 볼 수 있었다. 시계를 보니 이미 개기일식 제1접촉(6시30분40초)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달이 태양의 윗부분부터 약 20% 식이 진행된 상태에서 태양은 산 정상 오른쪽 바로 밑 능선에 입을 벌리고 떠오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코닥크롬64가 장착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엷은 구름이 산 정상의 능선에 깔리면서 식이 진행된 태양의 모습은 단조로운 구도에(일반적으로 개기일식은 달이 태양을 가리는 단조로운 구도를 가짐)환상적인 모습을 더해 주었다. 아직 구름이 많아 약 40%의 식이 진행된 태양은 짙은 구름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우리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촬영이 불가능한 것을 알고 시간 간격에 구애되지 않고 셔터를 누르고 다시 태양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식이 약 80% 진행된 초승달 모양의 태양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지금부터는 부분일식에서 볼 수 없었던 다른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태양은 아주 월령이 작은 초생달과 같아졌다.

렌즈 앞의 ND필터를 빼고 후지RHP400을 장착한 카메라로 바꾸고 제2접촉(7시27분54초)때 일어나는 제1차 다이아몬드링 촬영 준비를 했다. 지상엔 급격히 어둠이 깔리고 거리에 가로등이 켜지며 어둠을 더해 갔다. 태양의 하단부에 일부 빛을 남기고 달이 거의 완전히 태양을 가리고 흑태양을 이루기 직전, 빛의 다발이 반지에 박혀있는 다이아몬드를 연상케 했다. 약 6초간 2백50분의 1의 셔터스피드로 10여컷의 필름을 소모했다. 완전히 태양의 모습은 사라지고 태양이 있던 자리에 검은 달의 뒷면이 대신 자리를 잡았다.

흑태양 주위에 펼쳐지는 태양의 대기, 코로나의 모습은 우리와 주변 관광객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개기일식이 만들어내는 완벽한 정적은 우리로 하여금 두려움과 경외감에 빠지게 했다.

개기일식에서 가장 중요하고 볼만한 것이 청백색의 코로나 모습이다. 평상시 태양은 밝은 광구면 때문에 자신의 대기를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나 개기일식이라는 자연 현상때만이 잠깐 그 우아한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이때 태양의 대기 연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개기일식은 태양연구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특히 요즘은 태양의 활동이 활발한 흑점 극대기에 있으므로 색다른 형태의 코로나의 모습을 볼 것으로 기대됐다.
 

태양의 대기인 코로나는 개기일식 때 자신의 모습을 가장 잘 보여준다. 이번 개기일식 때는 구름 때문에 내부코로나 만을 사진에 담을 수 있다.

 

태양이 잠시 사라지자 하늘은 몇시간전에 어두웠던 밤과 같이 돼버렸다. 아직도 구름이 90%정도 낀 상태였기 때문에 별이나 행성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엷은 구름때문에 코로나의 휘선은 볼 수 없었고 흑태양의 상단부와 하단부에서 붉은 홍염을 볼 수 있었다. 개기식 때 구름은 사진관측을 방해해 코로나의 휘선이 구름에 왜곡당하고 가려져 정상 코로나의 모습을 촬영할 수 없었다. 그러나 다행하게도 내부코로나와 홍염은 뚜렷이 촬영할 수 있었다.

내부 코로나와 외부 코로나는 그 밝기가 1만배에서 5만배 차이가 난다.

약 4분간 지속되던 개기식은 제3접촉(7시32분03초)후 2차 다이아몬드링을 만들었다.

태양의 빛 다발은 첫번째 보다는 훨씬 멋있고 화려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이아몬드링을 이루며 달의 윗면에서 빠져 나온 태양광은 주변에 엷은 구름들이 아직도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다이아몬드링의 지속시간은 1초를 넘지 않으므로 순간 포착이 가장 중요하다.

식이 끝날 무렵부터는 전보다 구름이 적었고 점차 하늘이 개어 준비했던 예상 데이터대로 촬영할 수 있었다. 개기일식이 끝나갈 무렵에는 주변의 관광객들이 하나 둘 자리를 떠나고 기념촬영 등을 하고 있었다.

태양이 제모습을 찾음에 따라 더운 열기가 더해가며 제4접촉(8시37분02초)을 마지막으로 완전히 개기일식이 끝났다. 우리나라 사람으로는 처음으로 개기일식을 비디오와 사진으로 촬영한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아마추어 천문인과 일반인에게 공개할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벅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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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김상구 아마추어 천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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