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지구는 그 변동주기중 어느 위치에 놓여 있는가?
45억년 전 지구가 태양계 내에 떠다니던 소행성(떠돌이 별)들과 수없이 부딪히면서 만들어질 때 그 충돌과 많은 화산활동으로 분출된 가스에 의해 지구 대기가 생성됐다. 따라서 태초의 대기 구성 성분은 지금의 성분과는 아주 다르다. 원시 대기의 주된 구성성분은 수증기(85%)와 이산화탄소(10%)였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기는 질소(78%)와 산소(21%) 그리고 소량의 그밖의 기체로 이루어져 있다. 이는 대기가 태초이래 꾸준한 진화를 해왔다는 것을 의미 한다. 그러면 대기는 어떻게 진화해 왔나.
분출된 수증기의 대부분은 지구가 식으면서 물방울로 응결됐고 이것이 지상에 떨어져 호수와 바다를 이루게 된다. 또한 20억~30억년 전부터 원시대기의 악조건에서도 광합성을 하는 식물들이 나타났다. 식물은 자라면서 대기 중에 산소를 방출했고 이들이 무성해지면서 대기중의 산소량은 급증했다. 이러한 산소의 증가는 오존층의 형성을 가져왔는데 이는 광합성으로 생성된 산소분자가 자외선을 받아 오존분자를 만들어냈기 때문이었다. 오존층은 생태계에 해로운 자외선을 막는 방패역할을 함으로써 식물이 더 무성하게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이때부터 식물은 그늘진 곳이나 습지로부터 탈출, 가시광선을 많이 받으며 살 수 있는 밝은 곳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즉 식물들은 자신들이 생산한 산소를 활용, 더 왕성히 자랄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든 것이다.
식물의 증가, 산소의 증가, 오존층의 생성으로 이어지는 순환의 반복으로 오늘날 지구의 산소와 오존층이 생성됐다. 한편 대기로 방출된 이산화탄소는 물에 용해되거나 유공 충류 등과 같은 해양동물의 체내에 흡수돼 일부는 동물의 껍데기를 이루고 일부는 지각에 묻히게 된다. 이 과정은 대기내의 이산화탄소를 제거시키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반면 대기내 질소의 양이 많아진 이유는 조금 다르다. 질소는 다른 원소와 잘 반응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물에 잘 녹지 않으므로 방출된 질소가 그대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같은 원시대기가 오늘날의 대기로 진화하는데는 수권(水圈)과 암석권 그리고 생물권의 상호작용이 있었다.
고기후의 변천
대기가 생성된 이후 줄곧 기온은 오늘날 보다 8~10℃ 가량 높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간동안 극지역 등에도 얼음이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처럼 따뜻했던 대기는 6억년 전과 3억년 전 그리고 2백만년 전 등 약 3억년 간격으로 세차례에 걸쳐 빙하기를 맞으면서 점차 차가워 진다. 특히 2백만년 전의 빙하기는 영장류가 출현하고 현생 동식물이 번생하기 시작한 신생대 4기에 속하는데 일반적으로 말하는 빙하시대가 바로 이 기간을 일컫는다.
신생대 4기는 크게 1백60만년 전에 시작 한 플라이스토세와 1만년 전에 시작한 홀로세로 나뉜다. 플라이스토세는 빙하가 수시로 내습한 빙하시대이며, 현세라고도 부르는 홀로세는 가장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후 현재까지 약 1만년 동안을 가리킨다. 이 기간중 대기의 온도는 상당히 증가돼 왔다.
잘알려져 있듯이 지난 1백만년 동안 지구에서는 상대적으로 추운 빙하기와 따뜻한 간빙기가 약 10만년을 주기로 되풀이되고 있다.
빙하기 동안에는 빙하의 형성으로 인해 해면이 지금보다 85m 가량 낮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낮아진 해수면으로 인해 많은 육지와 섬들이 연결됐으며 이 시기에 인류가 아시아에서 북미대륙으로 이동할 수 있었을 것이다. 북미대륙의 빙하는 1만4천여년 전부터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8천여년 전에는 완전히 자취를 감췄다. 따라서 7천~5천년 전에는 기온이 지금보다 2, 3℃ 높았기 때문에 이 기간동안 식물들은 왕성한 성장을 할 수 있었고 기후의 최적상태(climatic optimum)가 이어졌다. 그후 5천년 전부터는 지구가 다시 추워지기 시작했고 고산지대에 빙하가 출현했으나 아직까지 대륙에 얼음층이 생기지는 않고 있다.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고
지난 10여세기 동안의 기온변화도 역시 굴곡의 연속이었다. (그림1)은 지난 1천2백여 년간의 유럽의 평균온도 변화를 나타낸다. 1천년 전에는 영국에서도 많은 포도를 수확할 수 있을 정도로 북반구는 비교적 덥고 건조 했다. 이러한 온화한 기후의 덕택으로 바이킹들은 아이슬랜드와 그린랜드를 무대로 활발히 활동할 수 있었다. 그러나 A.D. 1200년부터 온화하던 기후가 갑자기 요동하기 시작했으며 그 후 2백년 동안 북반구에서는 홍수와 가뭄 등 이상현상이 끊이지 않았다. 1400년과 1550년 사이에 기후는 평정을 되찾았지만 기온이 강하, 그후 약 3백년 동안 추운 기간이 계속됐다. 흔히 이 기간을 '작은 빙하기'라 부른다.
이때 고산지대의 빙하가 크게 확장됐고 영국의 포도농장은 사라졌으며 북극으로부터 떠내려오는 빙산들(부빙군)의 증가로 그린랜드의 바이킹식민지는 멸망하게 된다. 그러나 1800년 후반부터 북반구의 기온은 다시 상승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1900년부터 1940년까지 평균기온은 0.7℃ 가량 높아졌다 (그림2). 그 후 약 25년 동안 약 0.3℃ 낮아졌다가 1960년 후반부터 기온은 다시 상승하는 듯 했으나 현재의 기온은 연변화나 지역적인 차이에 있어서 대단히 큰 폭으로 요동하고 있다.
이와 같이 기후는 수억년을 주기로 대변동을 겪기도 하고 짧게는 수십 내지 수백년 사이에도 크게 변한다. 그러면 기후는 왜 변하며 변화하는 기후는 완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인가.
물이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듯이 자연계의 모든 상태는 높은 데(불안정한 상태)서 낮은 데(안정한 상태)로 돌아가려 한다. 만일 대기를 움직이는 모든 외부적 내부적 조건들이 오랜 시간동안 일정하게 주어진다면 대기는 그 주어진 조건에 맞는 상태로 접근, 결국 그 조건에 잘 맞는 기후를 형성할 것이다. 이때 우리는 대기가 주어진 조건에 맞는 평형상태에 도달했다고 한다(그림3).
그러나 실제로 대기의 상태를 결정짓는 조건들은 끊임없이 변한다. 대기가 평형에 도달하기 전에 조건이 먼저 바뀌기 때문에 평형점은 새로운 조건에 맞는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 결국 기후는 그곳을 향해 또 다시 접근한다. 그래서 기후가 연속적으로 변하는 것이다(그림4).
대기의 상태를 결정하는 조건들은 여러가지이며 각각 다른 시간규모(time scale)와 강도로 주어지기도 한다. 따라서 기후는 짧거나 긴 주기의 변혁을 겪게 되고 그 변화의 진폭도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오늘날의 과학도 그 조건이 어떤 것들이며 또한 각 조건들이 얼마만큼 기후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명쾌한 답을 주지 못한다. 확실한 학설은 없으나 그동안 기후학자들은 기후변동을 일으키는 제반 조건의 변화에 관한 많은 이론을 제시했다. 그러면 기후변동의 원인이 될만한 조건의 변화, 즉 지구기후 변동의 요인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는가 살펴보자.
대기는 태양에너지와 지구-대기로부터 외계로 나가는 복사에너지 사이에서 정교한 에너지 균형을 유자하고 있다. 따라서 그 균형이 조금이라도 깨지면 기후는 복잡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변화된다는 이론이 있다. 이른바 되먹임(feed back)이론이다.
예를 들어 대기가 서서히 따뜻해지는 경우를 살펴보자. 기온이 상승하면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 지표면으로부터의 증발이 많아지는데 이 증가된 수증기는 지구복사를 더욱 차단함으로써 대기온실효과를 상승시켜 기온을 더욱 높이게 된다. 더구나 야간의 기온상승은 수증기량 증가, 온실효과의 증대를 거쳐 더 많은 기온상승을 유발하게 된다. 이같이 한가지 사건이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그 사건을 더욱 증폭시키는 것을 양(+)의 되먹임이라고 하는데 그 예는 앞에서 언급한 산소 생성과정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그러나 자연은 이러한 양의 되먹임 때문에 대기가 점점 뜨거워져 해안의 물이 모두 끓어 없어지도록 하지 않는다. 수증기가 증가하면 대류운동이 활발해지게 되고 이로 인해 대기내 구름의 양이 증가하게 된다. 증가된 구름의 양은 태양복사에너지의 양을 감소시켜 지구-대기를 다시 냉기로 끌고 가는 것이다. 즉 구름의 증가는 수증기량 증가에 부터 온실효과의 증가로 이어지는 사슬을 약화 시킴으로써 기온변화를 반전시킨다. 이같은 과정을 음(-)의 되먹임이라 한다.
그러면 대기가 수백년 혹은 수천년에 걸쳐 냉각될 때는 어떠한가. 이 경우 고위도지방은 눈과 얼음으로 덮이게 된다. 그런데 눈과 얼음은 빛을 많이 반사하는 성질이 있어서 태양복사에너지를 더 많이 반사시키기 때문에 지구-대기는 더욱 냉각되고 지구는 더 많은 눈과 얼음으로 뒤덮일 것이다. 이러한양의 되먹임과정을 통해 대기가 더욱 냉각돼 빙하기에 깊게 들어서게 되면 또 다른 물리적 과정이 냉각기를 종식시키고 온난기에 접어들게 한다는 것이 되먹임이론의 요체다.
흑점과의 관련설도 불투명
알다시피 대기의 변화도 기후변화를 유도 한다.
대기성분중 수증기와 이산화탄소같은 기체들은 태양빛을 투과시키고 밖으로 향하는 지구복사(적외선복사)를 차단함으로써 대기가 지금의 온도를 갖도록 한다. 이 현상을 대기온실효과라 하며 지구복사를 차단하는 기체를 온실기체라 한다. 따라서 어떤 원인에 의해 온실기체의 양이 변한다면 기후는 변화할 수밖에 없다. 최근 인간활동에 의한 온실기체의 증가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대기중 이산화탄소의 양은 금세기 초에 2백90ppm 정도였던 것이 현재 3백50ppm 정도로 증가했다. 또 다음 세기 중에는 이 양이 두배가 되리라는 예측이다. 이산화탄소가 대기중에서 차지하는 양은 극소하지만 대기온실기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는 실로 기후변동을 가져올 정도로 큰 증가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산업혁명 이래로 계속 온난해지고 있는 대기와 이산화탄소의 증가를 결부시키고 있다. 그러나 적지 않은 과학자들은 그와 같은 주장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아무튼 지금과 같은 추세로 이산화탄소가 계속 대기중에 방출될 경우, 다가올 세기와 그 이후의 기후는 분명히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될 것으로 예측 된다.
화산폭발도 기후변동을 일으킬 수 있는 것 중 하나다. 화산폭발시 작은 화산재나 먼지는 대류권계면을 뚫고 성층권까지 올라가는데 이들은 대부분 곧 낙하하기 때문에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유황가스들은 수증기와 반응해 작은 입자로 남으면서 안개같은 층(層)을 형성, 수년간 성층권에 존재하게 된다. 이 층은 태양으로부터 오는 빛을 차단하고 반사함으로써 하층 대기의 온도를 하강시킨다.
화산폭발과 빙기와의 관계를 규명하기 위해 그린랜드와 남극 얼음층의 산도(酸度)를 측정했는데 '작은 빙하기'인 1350년과 1700년대에 형성된 얼음층이 상대적으로 산도가 높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이는 화산폭발이 '작은 빙하기' 혹은 과거의 빙하기를 시작시키는데 어떤 역할을 하지 않았는가 하는 이론을 뒷받침해 주었다.
태양의 변화도 기후변동과 무관하지 않다.
과거에는 태양이 방출하는 에너지는 적어도 짧은 기간에는 일정할 것이라고 믿어 왔다. 그러나 인공위성 관측결과에 따르면 짧은 기간에도 태양에너지가 큰 폭으로 변하고 있다고 한다. 1980년 초에 관측한 결과, 불과 18개월 동안 약 0.1%의 태양에너지 감소가 있었다. 이는 1세기에 걸쳐 태양에너지가 0.5% 정도만 변해도 기후변동이 쉽게 예측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큰 변화라 할 수 있다. 현재까지 태양에너지가 왜 그러한 변화를 하는지에 관한 해답은 없으며 앞으로 더 긴 기간의 관측자료가 필요하다. 태양의 흑점수가 증가하면 태양의 방출에너지가 감소하기 때문에 일부 과학자들은 흑점수와 기후변동을 연관 지으려 했으나 이것 역시 뚜렷한 증거를 찾을 수 없었다.
지구자전과 기후
지구궤도의 변화도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친다.
지구는 우주공간을 여행하면서 몇가지 주기적 운동을 하는데 그 운동에는 지구공전궤도의 이심률의 변화(그림5)와 지구자전축의 회전운동(세차운동) (그림 6) 그리고 지구자전축 경사의 변화가 있다(그림7). 밀란코비치는 기후의 변화를 이 세가지 주기적 운동에 기인하는, 지구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변화와 연관시켰다. 첫째로 지구공전궤도가 원형에서 타원으로 바뀐 후 다시 원형으로 되는데 걸리는 시간은 10만년 정도다. 우리는 지금 지구공전궤도가 원형에 가까운 기간에 살고 있으며, 따라서 연교차가 이심률이 큰 시기에 비해 적다. 둘째로 세차운동은 팽이가 돌 때 위에서 보면 그 축이 원을 그리며 돌듯이 지구의 자전축도 원을 그리며 돈다는 것인데 그 주기는 2만2천년 정도다.
오늘날의 지구는 1월에 태양에 가깝고 7월에 먼데 앞으로 11만년 후에는 그 반대가 될 것이다. 따라서 현재는 겨울과 여름의 계절적 차이가 비교적 적지만 11만년 후에는 연 교차가 훨씬 커질 것이다(북반구의 경우).
셋째는 자전축 기울기의 변화인데 자전축 약 4만1천년을 주기로 기울기가 22.5˚에서 24.5˚로 변한다. 현재 지구축의 기울기는 23.5˚인데, 축의 기울기가 적을수록 각 위도에서의 계절적 변화는 적어지게 된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운동에 따른 연교차의 변화와 빙하시대의 도래와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가. 연교차가 적어지면 겨울이 상대적으로 따뜻해져 공기가 포함할 수 있는 수증기량이 증가하므로 더 많은 눈이 추운 지방에 내리게 될 것이다. 반면 여름은 지금보다 추워져서 겨울에 쌓인 눈이 상대적으로 덜 녹기 때문에 기후가 빙하기로 들어서게 된다는 것이다.
대체로 기후의 변동은 1만~10만년을 주기로 일어나는데 이는 밀란코비치이론에 따른 주기와도 상당히 일치하고 있다. 이 이론에 따르면 현재의 대기는 차가워지고 있으며 새로운 빙하시대로 접어들고 있다고 한다. 밀란코비치의 이론은 기후변화에 대한 일부 문제에 관해서는 이렇다 할 해답을 주지 못하고 있지만 지난 빙하시대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의 교차가 나타난 것을 설명해주는, 현재로서는 가장 설득력있는 이론중 하나다. 요컨대 지구의 기후는 깨지기 쉬운 평형상태에 있으며 대기요소들중 어느 하나의 작은 변화도 지구 전체의 기후를 바꿀 수 있는 소지가 있다. 과거의 상태를 이해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은 아직까지 한계가 있으며 예측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신빙성이 떨어진다. 알다시피 한 국가의 기후는 그 나라의 가장 중요한 천연자원중 하나다. 따라서 기후변동에 대한 이해와 미래의 변동에 대한 최선의 예측은 우리와 우리 다음 세대가 해야할 중요한 작업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