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로 다양해지고 첨단화되는 미디어. 이를 다룰 전문방송기술인 양성이 매체공학과의 목표다.
"텔레비전 열심히 보는 게 공부 잘 하는 길이에요."
2학년이 된 지금 가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선배로부터 들었던 농담을 떠올리며 미소짓곤 한다. "참말이냐"고 되묻던 순진함이란….
아마도 우리 생활에서 가장 가까이 접할 수 있는 영상매체가 텔레비전이기 때문에 단순한 시청자가 아닌 매체공학도로서 카메라 기법이나 효과들을 살피라는 뜻에서 그런 우스갯소리를 한 것이리라.
생긴 지 올해로 3년, 국내 유일의 매체연구학과. 어느모로 보나 선구자로서의 위치가 뚜렷하니 커다란 자부심과 함께 '한번 도전해보겠다'는 진취적인 의욕이 날로 새로워진다. 우리 과에 대한 이해에 도움을 주자면 우선 그 설립 배경부터 얘기해야겠다.
현대는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는 다양한 매체들이 사회발전의 흐름을 지배하는 영상정보 통신시대다. 미디어 발전의 세계적 추세를 볼 때 단순한 텔레비전이나 비디오는 이미 구시대의 매체가 되고있다. 일반가정에서 직접 수신할 수 있도록 방송 전파를 증폭하여 목표지역으로 전송하는 직접위성방송(DBS), 가입자에게 여러 채널이 만든 다양한 정보서비스를 제공하며, 특별한 취향을 가진 소수 집단을 상대로 의도된 목적방송을 하는 유선방송(CA TV), 방송국에서 텔레비전 전파에 팩시밀리 신호를 다중화하여 보내고 수신측에서는 이를 지면상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한 팩시밀리방송 등 하루가 다르게 최첨단 뉴미디어가 개발, 실용화되고 있다. 따라서 선진국에서는 국가정책으로 미디어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며, 특히 전문인력 배출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매체산업을 담당할 기술진의 교육이 제대로 되어있지 못하고 정책 자체도 타분야에 비해 부족한 편이라 미디어의 발전이 지체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영상매체의 경우, 기존의 텔레비전 방송국이나 앞으로 개국할 민간 텔레비전 방송국, 유선 텔레비전방송, 그리고 이미 등록되어 있는 백여개의 비디오 프로덕션이 모두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담당할만한 고급 기술진을 확보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다.
방송 전문인력 크게 부족
이러한 상황에서 전문 방송기술인 양성을 교육 목표로 출발한 것이 바로 우리 매체공학과다. '매체'라고 하면 얼핏 낯선 감이 없지 않겠으나 우리가 생각이나 정보를 전달하는 데 매개가 되는 모든 기기들이 그 대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쉬워진다. 텔레비전 라디오 사진기 슬라이드 등의 전통적인 미디어에다 이들을 개발해서 만드는 새로운 매체들이 모두 우리 과의 연구대상인 것이다.
또 그 연구방법은 기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들을 기술적으로 운용해 미디어의 활용범위를 확장하고 질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우리과와 관계가 깊은 학과로는 시청각교육과, 전자공학과를 꼽을 수 있다.
전체적인 교육과정을 보면 각 매체의 제작에서부터 기자재 운용 관리 및 개발등이 강의 내용의 주를 이룬다. 기술분야에서는 영상기기, 영상공학, 녹음기술, 편집기술, 촬영기술, 기계고장의 진단 등을 배운다. 그리고 기획 제작분야로는 방송매체론, 교육매체론, 광고매체론, 연출론, 매체 제작기법, 사진학, 교육개발시스템 등의 학과목들을 이수해 대학 4년과정을 마치면 프로그램 제작의 전문기술인으로 성장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안내 책자에 나오는 약간의 설명을 보고 매체공학과를 선택했기 때문에 입학 당시 과연 미개척 분야에 얼마만큼 적응을 잘하면서 지낼까 고민을 하기도 했다. 잘 가꾸어진 길이 아니라서 어색했고 약간의 두려움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평소 관심이 많던 교육분야가 우리 과의 커리큘럼에 포함된 것을 보고 난 뒤 새로운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는 현재의 매체공학과가 더 세분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여러 사람들의 흥미를 골고루 흡수할 수 있도록 교육과정이 짜여져 있다는 것이 장점이기도 하다.
우리 과의 대학졸업 후 진로는 아직까지 졸업생이 한 명도 없어서 예상되는 여러 요구들로 추측해 보는 수밖에 없다. 취업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방송국(상업·교육·종교방송), 광고기획 프로덕션, 기업체의 홍보부 및 교육·유선방송국, 사설 프로덕션, 학교의 시청각 교육센터, 음향 녹음실 등을 들 수 있겠다.
구체적인 역할은 기술감독, 기획 제작자, 비디오 및 카메라맨, 조명기사, 편집기사, 녹음기사, 기자재 수리기사, 대형 스튜디오 또는 영화관의 미디어 관련 설비기사 등인데 내가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는 곳은 학교의 시청각교육센터다.
직접 카메라를 메고 다루는 현장 근무능력에서는 여성의 육체적 열세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작은 부분까지 치밀하고 꼼꼼하게 그 교육적 측면을 고려해야 하는 교육분야는 여성인 내가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대 사회에서 전문인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테지만, 특히 교육이라는 중요한 분야에서의 전문화란 교육의 질적 향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리라.
교육 방송분야서 일하고 싶어
지금처럼 계절의 색깔을 진하게 느낄 수 있는 때엔 과의 많은 친구들이 설레게 된다. 영상이라 하면 아무래도 기초적이고 중요한 것이 스틸카메라의 영상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어떻게 하면 이 색과 분위기의 아름다움을, 또 주위의 현상들을 담아낼 수 있을까하고 여기저기서 카메라의 셔터를 눌러대며 암실작업에 분주해지는 것이다.
내가 처음 촬영이란 것을 하게 된 곳은 올림픽공원이었는데 황량하기까지한 넓은 공원을 꽉 채우고 있는 음악소리에 취해 소리를 찍어보겠다고 하루종일 헤매다녔다. 어두컴컴한 암실에서 가슴 조이며 현상액 정지액 정착액에 차례로 첫 작품(필름)을 담근 뒤 마침내 인화지에 서서히 맺혀지는 상을 보았을 때 느꼈던 희열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영화필름 편집을 한다고 어렵게 학교시설 이용 허락을 얻어내어 밤새도록 8㎜밖에 되지 않는 필름을 조심스레 만져가며 머리맞대고 고심한 적도 있다. 그러다가 바라본 서로의 얼굴에서 우리들의 무한한 발전을 확인할 수 있어 닦지 않은 이를 보이며 함께 웃을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비디오며 사진이며 슬라이드며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 서툰 수준이긴 하지만 우리들 손길 하나하나의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우리나라의 매체역할이 질적으로 발전한다는 자부심만큼은 크다. 그러기에 부족한 실습 기자재로도 무언가 이루어보겠다는 열기를 잃지 않고 있는 것이다.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매체인이여!'
우리가 목청높여 외치는 구호처럼 우리의 배움을 실천할 수 있는 터전은 광활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