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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하다가 어지러워지면

빈혈과 현기증은 구별해야

인스턴트 식품을 즐기거나 청량음료를 물마시듯 마시면 철분결핍성 빈혈을 일으키기 쉽다.

빈혈이란 누구나 알고 있듯이 피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확실히 빈혈은 잘 알려진 증세지만 빈혈을 거론할때 먼저 확실히 해두어야 할 몇가지 사실이 있다. 우선 빈혈 그 자체가 독립된 병명이 아니라는 점이다.

빈혈이 병이 아니라니 무슨 이야기냐고 의아하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겠지만 사실 빈혈은 병명이 아니다. 빈혈은 몸안에 어떤 이상이 발생하면 그 이상 때문에 초래되는 한가지 소견일 뿐이다. 즉 빈혈의 원인이 되는 질병이 있어서 그 결과로 빈혈이라는 소견이 나타날 따름이라는 얘기다.

얼핏 들어보면 무슨 말장난이나 하는 것 같이 생각되겠지만 그 차이는 아주 중요하다. 왜냐하면 빈혈 자체를 독립된 질병으로 간주한다면 빈혈로 진단됐을 때 빈혈약을 먹기만 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된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빈혈을 어떤 질병에 의해 나타나는 한가지 소견으로 여긴다면 어떤 사람에게 빈혈 증세가 있을때 그 빈혈의 원인이 되는 질병을 찾아내어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후자가 정확한 대책이 된다. 즉 빈혈이 있을 때는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서 그 원인에 대한 치료를 시행해야 한다. 그래야 치료에 성공할 수 있다. 높은 열이 나는 것 또는 머리가 아픈 것에 여러가지 원인이 있듯이 빈혈에도 다양한 원인이 있으므로 확실한 원인을 찾아내어 그 원인에 대한 치료를 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다.

빈혈과 관련해 알아두어야 할 중요한 사실이 또 있다. 병원에서 환자를 치료할때 환자에게 어지러운 적은 없었느냐 또는 현기증을 느낀 적은 없었느냐라고 물어보면 당당하게 '빈혈은 없었다'고 대답하는 사람이 허다하다. 이는 어지러운 것은 빈혈 때문이고 빈혈이 있으면 반드시 현기증을 느끼게 되며, 빈혈이 없으면 어지럽지도 않고 어지러운 증상이 없으면 빈혈도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음을 의미한다.

불행히도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주 잘못된 것이다. 빈혈이 있어도 현기증을 느끼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으며 빈혈 외에도 현기증을 느끼게 하는 질병이 아주 많기 때문이다. 빈혈이라고 하면 반사적으로 현기증을 생각하고 현기증이라고 하면 즉각 빈혈을 떠올리는 일이 없도록 한번 더 부탁해 둔다.

헤모글로빈 농도로 알아내

빈혈이란 피가 부족한 상태를 의미한다고 흔히 말하지만 사실은 적혈구가 부족한 상태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다. 잘 알고 있듯이 혈액은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 세포와 혈장으로 구성돼 있다. 혈장내에도 단백질 전해질 등 여러가지 성분이 포함돼 있다. 이렇게 다양한 성분중 적혈구가 정상에 비해 감소돼 있는 상태를 빈혈이라고 한다.

물론 빈혈중에는 적혈구와 함께 백혈구 혈소판 등도 함께 감소하는 경우가 있으나 빈혈을 진단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뭐니뭐니해도 적혈구의 양이다. 우리 몸안에 있는 적혈구의 양을 직접 측정하는 방법도 있으나 일상적인 진료를 위해 이 방법을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대체로 헤모글로빈(hemoglobin, Hb)농도 또는 헤마토크리트(hematocrit, Hct)치를 기준으로 진단한다.

헤모글로빈 농도는 혈액 백㎖중에 포함돼 있는 헤모글로빈의 양을 말하는데 청소년의 경우 정상치를 보면 남자 14.5g/㎗, 여자 14.0g/㎗정도다. 남자의 정상치가 여자에 비해 더 높은 것은 남성 호르몬이 적혈구의 생산을 자극하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헤마토크리트치는 혈액중 혈장을 제외한 여러가지 세포성분의 분량을 전체혈액량에 대한 퍼센트로 나타낸 수치다. 청소년의 정상치를 보면 남자 43%, 여자 41%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정상치는 통계적으로 조사한 평균치이므로 사람에 따라서는 좀 더 낮은 값을 보일수도 있다. 그래서 청소년의 헤모글로빈 농도가 남자 13g/㎗, 여자 12g/㎗ 정도면 정상으로 간주하고 있다. 헤마토크리트치는 남자 37%, 여자 36%정도라 할지라도 정상으로 판정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헤모글로빈이 15g/㎗이던 사람이 12로 떨어졌다고 하면 비정상이라고 할 수 있으므로 그 원인을 찾아보아야 한다.
 

겸상세포빈혈^아프리카의 특정지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빈혈로 평소에는 원반모양이던 적혈구가 산소부족 상태에서 낫모양으로 변한다.


골수의 기능이 떨어지면

적혈구는 뼈속, 즉 골수에서 생산돼 말초혈액으로 나온다. 여기서 적혈구는 헤모글로빈과 결합한 산소를 우리 몸 구석구석까지 배달하는 일을 한다. 이런 기능을 태어나서 약 1백 20일동안 한 뒤에 비장 등에서 파괴돼 일생을 마친다. 빈혈은 적혈구가 생산돼 파괴될 때까지의 여러 과정중 어느 단계에서든 이상이 생기면 나타난다. 예를 들어 골수의 기능이 떨어져서 적혈구를 정상적으로 생산하지 못할 때, 적혈구 생산에 필요한 재료가 부족할 때, 적혈구가 1백20일간의 정상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일찍 파괴(용혈이라고 한다)될 때, 그리고 출혈이 있을때 빈혈이 생길 수 있다.

골수의 기능을 저하시켜 빈혈을 초래하는 원인에는 자가면역학적 손상, 여러가지 약제 또는 독성물질, 방사선조사, 선천적인 이상, 골수의 질병 등이 있다. 어쩔 때는 전혀 원인을 알아낼 수 없는 경우도 있는데 이때는 환자의 병력 및 골수검사등을 통해 확실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적혈구 생산에 꼭 필요한 성분이 부족해 빈혈이 발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예컨대 철분이 부족하면 나타나는 철결핍성빈혈, 비타민 ${B}_{12}$및 엽산결핍에 의한 빈혈 등이 있다. 그중 철결핍성 빈혈의 경우, 적혈구의 크기가 정상에 비해 작다. 반면 비타민 ${B}_{1}$ 엽산결핍에 의한 빈혈의 경우에는 적혈구의 크기가 정상크기보다 더 큰 것이 특징이다.

적혈구가 파괴돼 빈혈이 발생하는 용혈성빈혈도 있다. 선천적인 적혈구이상, 면역학적 용혈, 기생충 독성물질 등에 의한 용혈, 기계적인 용혈에 의한 빈혈이 그것이다. 출혈성 빈혈도 간혹 나타나는데 이것은 글자그대로 신체 어딘가에서 출혈이 일어나 그로 인해 빈혈이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이처럼 빈혈의 원인은 무척 다양한데, 그 원인에 따라 당연히 치료법도 달라진다. 따라서 빈혈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을때는 반드시 확실한 원인을 알아낼 수 있는 검사를 함께 시행하는 것이 안전하다.

여러가지 원인의 빈혈중 실제로 가장 흔히 발생되는 것이 바로 철결핍성 빈혈이다. 이런 경향은 청소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지금부터 철결핍성빈혈을 중심으로 진단과 치료에 관해 알아보자.
 

적혈구^적혈구는 조직에 산소를 공급하고 불필요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일을 한다. 따라서 이 적혈구의 수가 부족해지면 빈혈증세가 나타난다.


흡수한계가 있는 철분

철결핍성빈혈이란 체내의 철분이 부족해 일어나는 빈혈을 말한다. 그처럼 투박하게 생긴 철이 연약한 적혈구와 무슨 상관이 있을까 하고 의아해하는 사람이 없지 않을 것이다.

알다시피 적혈구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폐를 통해 들어온 신선한 산소를 신체 구석구석까지 배달해주는 일이다. 이때 적혈구내로 산소배달을 해주는 것이 바로 헤모글로빈이다. 이 헤모글로빈의 주요성분이 철분이라는 상식을 다시 한번 상기해 본다면 철분의 중요성이 뚜렷해질 것이다. 체내에서 철분이 부족해지면 당연히 적혈구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철분도 다른 중요한 영양분과 마찬가지로 음식을 통해 들어와 소화기에서 흡수된다. 특히 음식중 육류에 많이 함유돼 있는데 다른 영양분과는 달리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양만 받아들인다. 즉 몸안의 철분이 부족할 때는 비교적 많이 흡수되고(물론 한계가 있지만) 우리 몸이 철분을 필요로 하지 않을 때는 별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육류를 많이 먹는 나라 사람들은 음식을 통해 하루 평균 10~30㎎의 철분을 섭취한다. 그러나 그중 실제 흡수되는 양은 5~10%로 하루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철분이 부족해지는 원인에는 흡수량이 적은 경우와 철분소실이 증가된 경우, 두가지가 있다. 육류의 섭취가 적어서 음식물내 철분이 부족해지면 흡수량도 덩달아 줄어든다. 또 위산이 부족하거나 위절제수술을 받았거나 흡수장애가 있으면 음식물에 함유돼 있는 철분을 잘 흡수하지 못한다. 음식을 골고루 섭취하지 않거나 다이어트를 위해 식사종류 또는 양을 제한하는 경우에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철분소실이 증가돼 철분결핍 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왕왕 있다. 그 원인으로 가장 흔한 것은 남자의 위장질환에 의한 출혈과 여자의 월경에 의한 혈액소실이다. 혈액 1㎖에는 0.4㎎의 철분이 함유돼 있으므로 매일 4~5㎖의 적은 출혈이 있더라도 하루 철분소실량이 1.6~2.0㎎이나 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흡수되는 철분으로는 소실량을 보충할 수 없게 된다. 여성이 규칙적으로 생리를 하면 매월 평균 30㎖의 혈액이 소실되는 셈이므로 빈혈상태가 될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많아진다.

아스피린과 같은 진통제를 장기복용하면 그 때문에 위염이 생기고 소량의 출혈이 계속돼 결국 철결핍상태에 이르기도 한다. 식생활이 풍부한 선진국의 경우에도 전(全) 국민중 철분부족상태에 있는 사람의 비율이 남자 3%, 여자 20%, 임산부 50% 정도나 된다. 이 수치는 철분부족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문제될 수 있는가를 잘 보여준다.

진단에 어려움이 따라

몸안의 철분이 부족해지지 않게 하려면 평소에 음식을 골고루 먹고 육류도 적당량 섭취해야 한다. 우리의 과거를 돌이켜 보면 그때는 식생활이 좋지 않았고, 기생충 특히 십이지장충으로 인해 혈액소실이 많아 철결핍성빈혈이 빈발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발전에 따라 식생활도 개선됐고 기생충도 어느 정도 박멸됐기 때문에 음식을 골고루 잘 먹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철분을 보충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편식을 하거나 다이어트 목적으로 식사를 제한하는 경우에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철결핍성빈혈의 진단에 어려움이 따르는 이유는 빈혈의 정도가 심하지 않으면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이다. 피로감 권태감 두통 등이 있을 수 있으나 이러한 증상은 철결핍이 아니더라도 생길 수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어지럽고 숨이 찬 경우도 있지만 이 증세 또한 다른 원인으로도 나타날 수 있다. 따라서 주기적인 진찰과 혈액검사가 가장 좋은 진단법이라고 할 수 있다.

철결핍성빈혈이 있는 것으로 진단됐을 때에는 우선 정확한 원인을 찾아야 한다. 여성은 월경만으로도 철결핍상태가 초래될 수 있지만 이때도 다른 원인이 없는가를 잘 찾아보아야 한다. 남성 또는 폐경기 이후의 여성은 각종 위장질환 등 철분소실을 증가시킬 수 있는 원인이 없는가를 검사해 보아야 한다. 이 정도의 주의만으로도 생명을 위협하는 암을 조기 진단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빈혈이 있는 것이 확실한데 그 원인을 찾아내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강조해 둔다.

일단 철결핍상태인 것으로 진단되면 치료는 간단하다. 식생활을 개선시키면서 철분제제를 복용하면 된다. 철분이 공급되고 정상적인 식생활을 하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불편한 증상은 신속하게 없어진다. 빈혈의 대표적인 증상인 피로감 권태감이 없어지는 것을 본인이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간혹 철분제제를 복용할 때 위장장애가 나타나므로 대신 주사용 철분제제를 사용하기도 한다. 이때 철분이 체내에 과잉 투여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필요량 이상으로 몸안에 들어온 철분은 신체 곳곳에 침착돼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철결핍성빈혈을 예방하는 방법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음식을 골고루 먹고 육류도 충분하게 섭취하는 것이다. 특히 여성은 쉽게 철분부족 상태에 빠질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식생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가족중 임신한 사람이 있으면 철분을 잘 보충하라고 권할 필요가 있다.
날씬한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 다이어트를 할 때도 적절한 대비가 필요하다. 또 라면 등을 자주 먹거나 간식을 너무 많이해 정규식사를 소홀히 하는 경향이 있는 청소년들은 불합리한 식사습관 때문에 장애를 받을 수 있음을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음료수를 즐겨 마시면 식욕이 없어져 식사를 적당하게 넘겨버릴 때가 많다. 그러면 비타민 철분부족상태에 빠질 수 있다. 편식을 하지 말고 음식을 골고루 잘 씹어서 먹어야 한다는 오래된 교훈을 꼭 명심하자. 이 교훈은 건강한 신체를 위해 지금 당장 지켜져야 하며 앞으로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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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서정돈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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