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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음파쏘아 지구 온난화 측정한다

환경단체, 해양생태계 위협 비판도

음파측정법은 1백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는 전 지구 규모의 온난화 측정을 10년 이내로 줄일 수 있다.
 

수중음향측정장비를 탑재한 배


바닷물속으로 음파(音波)를 쏘아보내 지구의 온실 효과를 측정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내년 1월에 시작될 이 실험은 물속에서 소리의 진행속도가 온도에 비례한다는 사실에 근거한 것이다. 즉 바닷물의 온도가 높을수록 소리의 진행속도가 빨라지므로, 음파가 수천㎞의 바닷물 속을 가로지르는 동안 속도에 변화가 있다면 이는 해수 온도의 상승을 증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이상화탄소를 비롯한 각종의 가스가 대기권에서 열이 방출되는 것을 막는다는 데는 서로 의견이 일치했지만 이것이 실제로 지구기후의 온난화를 가져 오는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다. 음파를 이용한 측정은 바로 이런 논란에 해답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된다. 게다가 기후학자들은 바닷물과 대기는 기후변동시에 밀접한 상관관계를 가진다는 사실을 제시해 이번 실험결과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다.

이 실험의 총책임을 맡고 있는 캘리포니아 스크립스 연구소의 월터 먼크(Walter Munk) 박사에 따르면 베이스캠프는 남인도양의 오스트레일리아령 허드 아일랜드(Heard Island) 근해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 곳에 배를 정박시키고 바닷속 2백46m깊이까지 확성기를 내린 뒤 9일간 매우 커다란 소리로 음파를 쏘아보내게 된다.

쏘아보낸 음파는 수천㎞거리의 오대양 각 지점에 설치된 센서에 감지되며, 음원과 각 센서사이의 거리를 도달시간으로 나눠 음속을 산출한다.
물론 음속은 바닷물의 온도 외에 염도 유속(流速)등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온도다. 먼크박사는 만약 해수면의 온도가 예상대로 올라간다면 매년 음속은 0.25초 정도 빨라질 것이라고 예측한다.

한편 음파를 쏘아보내는 과정에서 연구팀은 바닷물의 특별한 층이 마치 의사의 청진기처럼 음의 통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층의 길이는 지역에 따라 다르며 여러 갈래의 물이 합성된 결과 생겨난 것으로 위로는 따뜻한 물, 아래로는 찬물이 흐른다.

어쨌든 이 층 덕분에 음파는 대기에서라면 얼마가지 못했을 정도의 크기로도 수천m를 여행할 수 있다. 일례로 제트기가 이륙할 때의 소음도는 2백70데시벨(㏈)이나 음이 미치는 범위가 수십㎞를 넘지 못하는 반면 허드아일랜드에서 쓸 확성기의 소음도는 2백7데시벨로도 충분하다.
한편 동물학자들은 돌고래나 다른 바다 포유류들이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가 이 층이라고 생각하기에 음파측정 실험을 반대하고 있다. 실험에 쓰이는 소음이 동물생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팀의 리더인 먼크 박사 자신도 '위험이 없다'고 장담하지 못한다.

사실 바닷속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침묵의 세계가 아니다. 고래등은 먹이를 잡거나 무리지어 이동할때 서로 교신하기 위해 음파를 내보내며 소리를 잘 보존하는 바닷물의 특성상 지상에서의 같은 크기의 소리보다도 더 멀리까지 들린다.

그러나 바닷속의 생물들이 내는 소리는 아주 약한 것이어서 조금만 큰 소리가 나도 쉽게 파묻힌다. 지금까지는 빙산파열과 같이 자연적인 소음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지만 해양학 연구나 해양산업에서 사용하는 여러가지 기기들은 새로운 소음을 더해 바다속의 생태계를 위협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험이 갖는 이같은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지구 온난화의 실제적 측정이란 면에서 이 실험이 갖는 의의는 막대하다. "지금까지의 기술로는 지구 온난화를 95%의 신뢰도로 측정하는데 최소한 1백년은 걸릴 거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이번 실험이 성공하면 우리는 10년내에 전 지구 차원에서 온난화의 여부를 검증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먼크 박사의 자신있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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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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