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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GST@융복합 파트너] 유전체의 3차원 구조를 밝힌다

“하나의 세포에 존재하는 DNA(유전체) 길이가 무려 2m에 달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10µm(마이크로미터·1µm는 100만 분의 1m) 정도밖에 되지 않는 공간에서 그런 정교한 작업이 가능한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김유리 뉴바이올로지학과 교수는 초롱초롱 빛나는 눈으로 연구 분야를 소개했다. 9월 27일, 분자후성유전학 연구실에서 유전체 구조 및 항상성 연구를 하는 김 교수를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만났다.

김 교수는 이미징 기술과 단백질공학을 이용해 핵 안에 있는 3차원 구조의 유전체가 어떻게 환경과 상호작용하는지 분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는 대부분 밝혀져 있다. 그러나 복잡한 유전체의 3차원 구조는 21세기 들어서야 조금씩 밝혀지기 시작했고 아직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김 교수는 “유전체는 핵 안에 마치 면다발처럼 가득 차 있다”고 말했다.

“유전체는 그 구조와 기능이 매우 밀접하게 연결되어 조절되면서 유 전자 발 현과 복제가 이뤄져요 . 변이가 쌓이면 문제가 생기므로 수시로 고치는 과정도 있죠. 이 작고 빽빽한 곳에서 각각의 작업을 맡고 있는 단백질들이 이 모든 과정을 수행하고 있어요.”

유전체 구조 조절하는 DNA 단백질 모터

유전자의 발현과 복제 그리고 DNA 구조를 담당하는 중요한 단백질 중 하나가 코헤신(cohesin)이다. 코헤신은 모터 단백질이라고 도 불린다. 모터 단백질은 단백질 섬유나 DN A 등 자 를 따라 스스로 움직이는 단백질이다. 대표적으로 근육이 수축하고 이완할 때 힘을 발생시키는 모터 단백질인 ‘마이오신’이 있다.

코헤신의 역할은 DNA가 루프를 형성하도록 돕는 것이다. DNA 루프가 형성되면 유전체 위 조절 부위들이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그러나 DNA 루프 형성을 수행하는 단백질에 대한 직접적인 증거는 없었다. 김 교수는 2019년 최초로 코헤신이 DNA 루프를 형성하는 모습을 실시간 형광 이미징을 통해 증명했다. 김 교수는 “모터 단백질이 유전자를 켜고 끄는 스위치 기능에 관여하 는 예시”라며 “유전자 스위치가 환경과 상호작용한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 연구의 중요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사람의 세포는 수조 개에 달한다. 각기 다른 몸의 조직과 기관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약간씩 다르게 만들어낸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한 개체의 세포는 모두 동일한 유전체를 지니고 있다. 세포가 이렇게 역할별로 다양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는 것은 특정 시기에 각기 다른 유전자들의 ‘스위치’가 켜지거나 꺼지기 때문이다.

스트레스에 대한 감수성이 사람마다 다르듯이 질병에 대한 감수성에도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김 교수는 연구를 통해 유전체의 구조 등 후성유전체 메커니즘을 밝혀 궁극적으로 인간의 노화와 질병 치료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려 하고 있다. 후성유 전체는 노화나 환경 변화 때문에 달라지는 유전체 정보들의 총합을 뜻한다. 유전체에 어디서, 언제, 어떤 유전자를 발현할지 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후성유전체는 염기서열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외부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변화하기 때문에 그 역동성의 신비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김 교수의 연구가 독특한 점은 유전자 스위치 메커니즘을 이미징 기술 을 활용해 유전체 3 차 원 구조의 변화로 설명하려 한다는 점이다. 김 교수는 “조그마한 나노미터 사이즈의 단백질이 고장난 유전자를 빠르게 인식하거나 DNA구조를 바꾸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줄 수 있다”며 “외과 의사처럼 어디가 고장났는지 찾은 다음 여러가지 구조 변형을 거쳐 정상적인 유전자로 바 꿔준다”고 말했다. 실시간 생체물질 이미징을 통해 궁극적으로 외부 스트레스에 대한 유전체 구조의 역동성 기작을 밝혀내서 인간의 노화와 질병을 조절하는 열쇠를 찾아내는 것이 김 교수의 연구 목표다. “코헤신이라는 단백질이 DNA 루프를 만드는 게 정말 될까, 궁금했는데 실제로 루프를 만드는 순간을 포착했어요. 뜨고 지는 연구 분야에 대한 걱정보다, 자신이 흥미를 느끼는 분야에 전문가가 되는 노력을 한다면 좋을 거 같아요.”
 

2022년 12월 과학동아 정보

  • 대구= 한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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