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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자 성(性)차별 심각하다

KAIST 여성문제연구회 설문조사에서 드러나

인문계에 비해 공개채용의 비율은 높으나승진 임금에서 차별대우는 다른 직종과 대동소이


여성과학기술자 성(性)차별 심각하다
 

성별(性別)에 관계없이 능력에 따라 대우받는 것으로 인식되어왔던 과학기술전문직여성들이 직장내에서 심각한 성차별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나 주목을 끌고 있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여성문제연구회'(회장 이은정)가 작년말 정부출현 및 대기업 부설 연구소에 근무하는 1백93명의 여성과학기술자(전문대졸18명, 대졸91명, 석사71명, 박사5명)를 대상으로 노동환경모성보장(母性保障) 등의 실태를 조사한 결과 밝혀졌다. 조사대상자는 선임연구원급을 포함, 모두 4급·연구원 이상이었다.

설문응답에 따르면 비공개채용이 대부분인 인문계열 출신 여성들에 비해 과학기술직은 공개채용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으나(1백93명중 1백10명), 여자라는 이유로 입사를 거부 당하거나 입사 이후의 차별대우를 감수하도록 강요받은 사례가 전체의 50%에 이르는 실정이다.

응답자들이 가장 심각한 불평등행위로 지적한 승진·승급 문제에 대해 '여성은 남성에 비해 승진이 늦거나 승진기회가 거의 없다'는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76.1%)이었다. 실제로 승진에서 계속 제외돼 사직을 한 여성연구원의 사례도 발견됐다. 현재는 경력 5년 안팎의 말단직이 대부분인 조사대상자들이 간부직으로 진출할 시기에는 승진에서의 성차별 문제가 더욱 첨예화 될 것으로 예산된다. '위촉' '임시' 등의 불안정한 취업형태가 여성에 두드러진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위촉' 등은 프로젝트가 끝나면 자동해임될 가능성이 클 뿐 아니라 정식연구원이 받을 수 있는 각종 권리보장의 사각지대에 있게 된다.

특히 생산·사무직과는 달리 남녀 동등한 수준이라고 알려졌던 임금에서도 성차별이 존재, 사(私)기업연구소의 경우 응답자의 52%가 같은 직급 남자의 80~89%의 임금만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과학기술자들에게는 모성 보장의 환경도 상대적으로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신이나 출산의 경우 육아휴직제는 물론 충분한 산전·산후 휴가조차 제도적으로 확보하지 못한 실정이다. 또한 태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유해물질을 실험과정에서 취급하는 경우가 많아 작업장 이동 등의 조치가 고려되어야 하나, 그 실현가능성은 희박하다. 유해작업장의 위험성은 남성과학기술자들에게도 적용되는 것이어서 전체 과학기술자의 노동환경 개선문제에 직결된다.

'모성보장'수준의 열악성은 과학기술직의 노동과정 자체가 개개인의 책임영역이 분명하고 전문적이어서 다른 사람이 대신하기 힘들다는 특성과도 관계된다. 따라서 응답자 대다수가 '어려움을 느끼지만 개인적으로 감수하고 있다'고 답했는데, 이에 대해서 여성문제연구회의 이은정씨(전산학과 박사과정)는 "남성의 군대경력과 마찬가지로 여성의 모성보장도 사회적 필요 노동으로 인정하는 관행이 정착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과학기술전문직에 종사하는 여성들의 높은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응 자세는 매우 개별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어떻게 노력하는가'에 대해 응답자 1백83명중 71명이 '능력을 인정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하면 '불만이지만 어쩔수 없다'고 포기하는 경우도 46명에 달했다.

이는 전문과학기술직 내의 여성숫자가 아직 상대적으로 적다는 데도 기인하지만, 인사고과 등을 통해 과다경쟁을 유발시키는데 큰 원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번 설문을 통해 과학기술직여성들도 사회일반의 성차별 분위기에서 크게 자유롭지 못함이 입증됐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비약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과학기술전문직으로의 여성진출은 이 분야에서 여성들의 자각과 단결을 일깨우는 객관적인 근거로 작용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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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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