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V HDTV VAN ISDN DBS BBS 등 수없이 밀려오는 뉴미디어의 행렬, 그들의 실체는?
1979년에 발생한 이란혁명은 대형미디어와 소형미디어간의 싸움이었으며 소형미디어의 승리로 판가름났다.
팔레비국왕은 군사력과 원자력 그리고 통신기술을 선호했으며 이를 통치의 근간으로 삼았다. 그는 방송시설에 엄청나게 투자하여 산악지대에 거주하는 주민들도 100% 라디오를 청취할 수 있도록 했다. 약 70%의 주민들이 TV를 시청할 수 있었으며 인공위성으로부터 보내온 영상을 방송국이 수신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대형미디어의 발달은 그의 치적으로 선전됐고 이들 미디어들은 은연중에 친정부적인 내용의 프로그램들을 국민들에게 주입시켰다.
그러나 대형미디어의 광범위한 확산은 국왕이 미처 생각지 못한 또 다른 결과를 초래했다. 호메이니를 비롯한 종교지도자들이 국왕에 의해 해외로 추방됐지만 이들은 전자미디어들을 이용, 전국적인 비공식 네트워크를 구축했다. 호메이니는 이란에 다이얼식 직통전화가 설치되자 거주지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프랑스로 옮겼다. 그의 추종자들은 비밀경찰에 노출될 위험이 없이 전화로 그와 접촉할 수 있었다. 호메이니는 매일 같이 녹음테이프를 통해 국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이 테이프들이 비밀리에 반입되면 시장과 사원에 있는 녹음기에서 복제 돼 각 가정마다 배달됐다. 78년 시위가 발생하자 많은 유인물과 선언문들이 복사기를 통해 대량 생산됐다. 이들 문건이 1백만~3백만명에 이르렸던 시위군중을 일사불란하게 지도했음은 물론이다. 78년 10월 테헤란대학의 한 교수는 "우리는 민주 정치를 위하여 복사정치 (xerocracy)에 의해 독재정치를 타도했다"고 외쳤다.
새로운 미디어군(群)
미디어의 발달은 사회변화에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영향을 미친다. 지난해 북경 천안문사태가 발생했을 때 서방국가들은 중국에서 쉴새없이 발송되는 팩시밀리에 의해 '죽(竹)의 장막'을 제치고 속보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가히 혁명적이라 일컬어지는 동구개혁의 이면에는 각 가정마다 지붕위에 접시안테나를 세우고 서구의 TV 방송을 시청했다는 간과하기 쉬운 사실이 숨겨져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새로운 미디어(뉴미디어 )란 무엇인가.
미디어(media)의 사전적인 개념은 '인간 상호간의 의사를 전달하는 매개물(媒介物)'이란 뜻의 미디움(medium)의 복수형. 신조어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여기에 한 술 더 떠서 '뉴미디어'란 개념을 탄생시켰다. 뉴미디어에 끼지 못하는 전통적인 미디어들은 '올드(old)미디어'로 밀려났다.
다니엘 벨은 미디어의 발달단계를 △말(speech)의 발명으로 수렵·채집생활이 시작된 1단계 △글의 발명으로 농경사회를 성립시킨 2단계 △인쇄의 발명으로 산업사회를 이끈 3단계 △마지막으로 텔레커뮤니케이션의 등장이 정보사회의 토대가 된 4단계로 구분하고 있다.
한편 로저스는 △필기단계 △인쇄단계 △텔레커뮤니케이션단계 △상호작용 커뮤니케이션단계로 나누어 최근의 미디어발달과정을 세분하고 있다.
학자에 따라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뉴미디어란 개념은 시대에 따라 계속 변해간다는 것이 일치된 견해다. 즉 19세기에 '최신' 미디어로 인식했던 전신 전화 전보 등은 20세기에 들어와 TV 라디오 컴퓨터 등에 밀려 그 자리를 물려주었다. 그러나 흔히 말하는 뉴미디어는 이들보다 훨씬 복합적인 것들을 의미한다. '뉴'(new)의 내용은 최근 급속한 발전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 컴퓨터 통신 정보처리 영상처리기술 등을 미디어에 접합시킨 결과라는 것이다. 이 결과 케이블 TV 부가가치통신망(VAN) 비디오텍스 종합정보통신망(ISDN) 고품위TV(HDTV) 위성방송(DBS) 등 새로운 미디어군(群) 이 하루가 다르게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는 오디오와 비디오, 컴퓨터의 기능을 한꺼번에 합친 '멀티미디어'(multi-media)란 개념도 등장, 미디어의 발전은 끝이 안보일 정도다.
뉴미디어의 분류는 통상 △HDTV 팩시밀리방송 텔레텍스트 DBS 등 무선계 △케이블TV VAN 비디오텍스 전자신문 등 유선계 △오디오 비디오 등 패키지계 △ISDN과 같은 유·무선 혼합계로 나눠진다. 이들 뉴미디어들은 (그림1)과 같이 발전 단계에 따라 알기쉽게 트리(tree)구조로 나타낼 수 있다.
한편 뉴미디어를 사업주체에 따라 방송계(HDTV CATV DBS)와 정보통신계(VAN 비디오텍스 전자신문 팩시밀리 화상회의)로 나누기도 한다.
그러면 뉴미디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대표적인 뉴미디어 몇가지를 간략하게 소개한다.
■CATV/뉴미디어의 대명사
케이블(Cable)TV의 약칭으로 방송국에서 가입자에게 방송프로그램을 전송하는 유선방송을 말한다.
원래 산간벽지의 난시청지역해소를 위해 산꼭대기에 공동안테나를 설치, 수신된 전파를 동축케이블로 각 가정에 분배하는데서 비롯됐다. 그후 CATV는 60년대초 영화나 지역정보를 재방영하는 2세대 방식으로 발전했다.
CATV가 뉴미디어로 자리잡게된 것은 위성통신 및 정보통신과 결합하면서 부터이다. 위성으로부터 보내온 전파를 직접 수신하여 채널을 다양화하고 정보통신의 단말기로도 이용할 수 있게해 쌍방향성을 부여하면서 그 중요성이 크게 부각됐다. 광섬유기술의 발전으로 통신회선이 고속화된 것도 CATV가 각광받는 요인이 됐다. 현재 미국 유럽 등에서는 50% 이상의 보급률을 보이고있고 우리나라에도 쌍방향 CATV의 도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HDTV/안방에서 영화감상을
고품위TV(High Definition TV)는 일반 TV에 비해 사진이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현장감있는 선명한 화면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최대 특징. 이를 위해 기존 TV의 주사선인 5백25라인보다 두배 이상인 1천1백25라인이 필요하다.
이러한 주사선을 무선으로 송수신하려면 현재의 방송국과 TV수상기로는 불가능하다. 송신방식에서 기존 TV가 영상신호는 AM, 음성신호는 FM으로 변조하는데 비해 HDTV는 영상신호는 잡음에 강한 FM, 음성신호는 디지털식인 PCM 방식으로 변조한다. 송신하는 정보량도 많아져 주파수 대역폭도 크게 늘어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위성방송을 이용하는 방식이 기대되고 있다. 또 하나의 화면을 4개로 나누어 보내고 각각의 화면을 TV수상기에서 합성하는 뮤즈(MUSE)방식이란 대역압축기술도 개발 됐다. HDTV는 TV의 화면크기도 기존의 3 : 4에서 3 : 5로 바꾸어 마치 영화관의 스크린처럼 박진감 넘치는 영상을 안방에서 감상할 수 있다.
■위성방송/위성에서 직접 수신
DBS (Direct Broadcasting by Satellite)로 표기된다. 방송위성을 이용, 직접 가정의 수신기에 전파를 보내는 방송서비스.
각 가정에서는 일명 접시안테나라고도 하는 소형 패러볼릭(parabolic)안테나로 이를 수신한다. 위성방송에는 현재 TV방송에 사용되는 VHF UHF보다 한층 높은 주파수대인 SHF(3~30㎓)가 사용된다. 방송위성은 적도상공 약 3만6천㎞의 정지궤도에서 송신하기 때문에 위성 1개로 우리나라 전국토를 커버할 수 있을 정도. 1984년 1월 일본이 발사한 'BS-2a'가 세계 최초의 실용 방송위성. 우리나라에도 최근 DBS에 의한 일본 방송의 직접 수신이 크게 확산되고 있다.
광대역으로 많은 정보량을 전송하는 SHF 주파수대를 사용하므로 문자다중방송 다채널 정지화방송 PCM방송 HDTV 등 새로운 방송서비스와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통신위성이 각 지구국에 전파를 보내는 것에 비해 방송위성은 직접 각 가정의 수신기에 전파를 보낸다.
■ISDN/꿈의 통신망
종합정보통신망(Integrated Service Digital Network). 전화망을 중심으로 컴퓨터 팩시밀리 TV 가전제품 등을 하나의 통신망으로 연결시킨다는 개념. 각각의 뉴미디어들은 서로 다른 통신망을 갖지만 이를 하나로 통합한다는 것. ISDN의 구상은 국제전신전화자문위원회 (CCITT)의 1980년 11월 총회에서 발표돼 일본을 비롯한 각국에서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AT&T를 비롯한 민간업체들 이 개별적인 디지털통신망을 계획하고 있지만 일본 유럽에서는 범국가적인 ISDN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일본 전신전화공사가 1984년 가을부터 실험중인 INS(Informatian Network System)는 대표적인 ISDN. ISDN의 내용은 전화(아날로그) 팩시밀리(아날로그·디지털) 데이터통신(디지털) 등 별개의 네트워크들을 하나의 디지털 통신망으로 일원화한다는 것. '꿈의 통신망'이라 불리는 ISDN이 실현되면 명실상부한 홈뱅킹 홈쇼핑 재택(在宅)근무 등이 가능해진다.
■부가가치통신망/정보를 나르는 기차
VAN(Value Added Network). 컴퓨터와 컴퓨터를 잇는 통신회선에 이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실어 나르는 서비스. VAN은 1973년 미국에서 시작됐다. 원래는 컴퓨터 네트워크를 구축해 그것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는 '회선대여'가 중심이었으나 점차 정보의 '부가가치서비스'로 업무의 중심이 변해갔다. VAN이 가장 발달한 나라는 미국. 항공VAN 철도VAN 금융VAN 등 다양한 서비스를 보유한 미국이 최근 한·미간 통신협상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개방을 요구한 핵심내용이 VAN이었다.
국내에는 한국데이타통신이 현재 독점적인 VAN사업을 하고 있으나 민간기업들과의 경쟁을 통해 VAN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높다.
■비디오텍스와 텔레텍스트
비디오텍스(Videotex)는 글자와 그림으로 구성된 화상정보가 축적된 데이터베이스(DB)로부터 컴퓨터나 TV수상기를 이용,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를 검색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텔레텍스트(문자다중방송, Teletext)는 비디오텍스와 비슷하나 비디오텍스가 유선인데 비해 텔레텍스트는 무선 전파를 송수신한다는 점이 다르다.
비디오텍스나 텔레텍스트를 이용하면 정보의 검색은 물론, 홈쇼핑 홈뱅킹 및 음악회의 예약까지 안방에서 처리할 수 있다.
세계 최초의 비디오텍스인 영국의 프레스텔을 비롯, 일본의 캡틴, 프랑스의 텔레텔, 캐나다의 텔레폰이 널리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도 올림픽을 계기로 천리안I(화상정보중심) 천리안 II(문자정보중심) 서비스가 실시되고 있다.
텔레텍스트는 1983년 10월 NHK가 도쿄와 오사카에서 청각장애자들을 대상으로 실험방송을 시작한 것이 최초.
■전자게시판/민간 BBS 인기
퍼스널 컴퓨터로 서로간에 대화도 나누고 편지도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자사서함 전자우편 등으로도 불리는데 컴퓨터 사용자들끼리 소규모로 통신하는 것을 흔히 BBS(Bulletin Board System)라 부른다.
1977년 크리스찬슨이란 사람이 소형 컴퓨터를 가지고 시카고에서 개설한 BBS가 최초인데 현재 미국에는 20만개 정도의 민간BBS가 운영되고 있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이 BBS에 관심을 갖자 1979년 컴퓨서브가 문을 열고 이어 다이얼로 그 소스 등 DB회사들이 상업용 BBS를 개설, 운용해오고 있다.
국내에서도 한국데이타통신이 86년부터 한글 전자사서함 'H-Mail'을 개설했는데 최근 민간BBS들이 활성화되자 그 기능을 'PC서브'로 확대했다.
■EDI/서류없는 사무실을 목표
컴퓨터통신망을 이용, 기업간에 종이없는 전표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전자문서교환(Electronic Data Interchange).
1975년 미국인 에드워드 길버트는 8년간의 노력끝에 운송업계 데이터교환의 표준을 마련했다. 그는 캐나다와 미국간에 비행기여행을 할 때 불필요한 통관절차에 불편을 느껴 거래데이터의 표준화에 힘쓰게 됐다. 이것이 EDI의 효시인데 그후 '서류없는 사무실'을 지향하는 EDI의 열풍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 EDI가 등장한 것은 87년 데이타통신의 도움으로 포항제철이 철강VAN을 구축, 수급업체간의 전표교환을 대체하면서 부터이다.
현재 데이콤의 EDI서비스를 이용하는 업체는 3백70개업체로 늘어났다.
■전자신문/조·석간이 따로 없다
집집마다 인쇄매체로 배달되는 신문이 아니라 컴퓨터나 TV수상기에 의해 화면에 나타나는 신문(electronic newspaper). 팩시밀리에 의해 가정으로 배달되는 팩시밀리신문도 있다.
80년대초부터 다우존스 D&B 등 정보회사와 로이터통신 뉴욕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등 통신·신문사들이 독자적인 DB망을 구축하고 정보판매에 나서고 있다. 일본에서는 경제지들을 중심으로 기업 해외정보관련 DB를 별도로 제작, 컴퓨터망을 통해 독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다.
전자신문들이 등장하면 기존 인쇄매체들은 쇠퇴할 것이라는 초기의 예상과는 달리 실제 운용해본 결과 상호 보완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국내에도 한국경제신문의 KETEL, 매일경제신문의 MEET 등이 서비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