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침술이라면 쉽게 알아듣지만 침구술하면 다소 생소한 용어처럼 생각한다. 여기서 구(灸)란 ‘뜸’ 또는 ‘뜸을 뜬다’는 말로 불로 지진다는 뜻이 담겨 있다. 즉 쑥잎을 건조시킨 후 솜 모양으로 짖찧어 만든 뜸쑥을 인체표면에 부착하고 여기에 불을 붙여 온열자극을 가함으로써 여러 가지 질병 치료효과를 얻는 것이다.
종기는 침으로
석기시대의 유물에서도 돌침이 발견되었던 점을 미루어 보아 침구의 역사는 수천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생각된다. 아마도 원시인들은 자연환경속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뾰족한 돌(침의 원시형태)이나 불의 따뜻한 열기(뜸의 온열작용)를 질병치료에 이용했을 것이다. 그들은 본능적으로 아픈 부위를 자극하거나 찜질하게 되었으며 이러한 원시적 의료경험이 축적되는 과정에서 어떤 일정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예컨대 신체표면의 어느 일정 부위를 자극하면 특정한 질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하나 하나의 경험들이 축적, 경락이론(経絡理論)을 형성시킨 것이다.이 경락 이론에 의하여 침구술이 차츰 체계화되어 오늘에 이른 것으로 생각된다.
B.C.2~3세기경 저술된 동양의학의 근본어론이 담긴 황제내경(黃帝內経)에 의하면 침은 동방(東方)에서 뜸은 북방(北方)에서 각기 유래하였다고 기록하고 있다.
여기에서 방위는 중국대륙을 기준(中央)으로 한 것이므로 동방지역은 소금과 물고기가 많이 나는 해안지역이 된다. 황제내경은 동방 사람들이 해산물을 즐겨먹기 때문에 종기와 유사한 병(癰瘍)이 많이 발생한다고 적고 있다. 그러므로 침으로 치료함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방지역은 바람이 거세고 한랭한 고원지역으로 한랭성 질병(盳滿病)이 잘 발생한다고 쓰여 있다. 따라서 뜸(灸灼)으로 치료함이 마땅하다고 하였다.
그런데 우리 나라의 옛 이름이 해동(海東) 등이 아닌가? 이를 근거로 침의 발상지를 우리나라로 보는 견해도 있다.
14개의 경맥을 통해
침구치료의 기본원리를 알려면 먼저 경락이론(経絡理論)을 이해해야 한다. 이 이론은 인체의 상하 좌우 내외 등 모든 부위가 경락이라는 어떤 체계적인 선(線)에 의해 서로 연결되어 상호 작용하고 반응한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면 우리 몸의 어느 부위에 병이 발생하면 인체표면의 특정한 부위에 압통(壓通)이나 변색(变色)등의 현상이 나타난다. 이때 그 압통점이나 변색 부위를 침이나 뜸으로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면 그 침구의 감각이 일정한 선을 따라 올라가며 해당 내장부위에 그 효과를 발휘, 질병이 완화 또는 치료되어짐을 경험하게 된다.
정상인의 경우에도 체표(体表)의 어느 일정부위는 체내(体內)의 어느 일정내장 또는 어느 다른 인체부위에 작용하게 되는 효능이 있음을 발견하게 되었다. 여기에 고대의 해부학적 지식이 첨가되어 14경맥, 즉 14줄기의 큰 흐름(본류)이 발견되었다.
또 이들 14경맥 사이를 서로 연결해 주거나 14경맥과 체표사이를 이어 주는 가는 줄기(지류)인 수많은 락맥을 찾아냈다.
요컨대 경락은 안으로는 내장에 연결되고 밖으로는 눈 코 입 귀 혀 사지말단에까지 분포되어 전신을 마치 그물과 같이 서로 이어주고 있는 것이다.
이 14경맥의 줄기가 흐르는 인체 표면의 요소요소에는 치료효과가 인정되는 치료점들이 있다. 이를 경혈(経穴)이라 칭하는데 이미 3백60여개가 발견되었다.
이와 같이 인체의 모든 부위를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하나의 생명체를 유지 시켜주는 경락은 다음과 같은 3가지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첫째 경락은 생명의 에너지라 할 수 있는 기(気)와 혈(血)을 운행시킨다. 즉 내장기의 생리기능이나 피부 오관뼈 사지 등이 정상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둘째 경락은 인체의 이상(異常)을 미리 알려준다. 이 기능은 경락이 인체 각부분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즉 병이 생긴 내장 부위의 경락과 연결된 체표면의 부위에서 압통점(壓通点)을 찾는 등의 방법으로 그 이상 변화를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셋째 경락은 침입한 발병인자나 침구 자극등을 몸안으로 전달한다. 실제로 체표에 침입한 발병인자는 경락을 통하여 몸 안으로 들어오고, 하나의 내장에서 다른 내장으로 옮기는데 이를 ‘병사의 전입’(病邪의伝入)이라 한다. 물론 침이나 뜸의 자극도 전달한다.
질병이 발생하면 한의사는 그 질병의 소재경락(所在経絡) 성격 상태 등을 세밀히 관찰하여 인체표면에 위치한 유효한 경혈을 찾아낸다(침구처방작성과정). 여기에 침 또는 뜸을 놓으면, 그 자극이 병이 생긴 부위와 내장에 이르는 것이다.
따라서 침구치료의 기본원리란 경혈(치료점)부위를 침 또는 뜸으로 자극함으로써 경락의 기능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요컨대 경락이란 기혈(気血)이 운행되는 통로이고, 기혈(気血)은 인체생명 활동의 기초가 되므로 침구치료를 통하여 기혈순환을 조정하고 장부조직의 활동을 정상화시키면 질병은 예방 또는 치료된다.
흔히 침구치료로 질병이 치료되면 신비하다고 말하곤 한다. 하지만 한방의료인들은 오히려 그 말이 생소하게 느껴진다. 왜냐하면 한방의학 이론상으로는 나름대로의 논리가 엄연히 서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아직까지도 경락의 실체를 해부학적으로 입증하지 못하였다는 점이다. 이 경락의 실체에 대하여 세계각국의 학자들이 저마다의 방법으로 계속 연구하고 있으나 아직 경락의 기능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이론은 정립돼 있지 않다.
9침을 적절하게
예로부터 각종 질병을 치료하기위하여 사용되어 온 9가지의 침이 있었다. 이를 9침(九鍼)이라 한다. 9침에는 참침(鑱鍼) 원침(圓鍼) 시침(鍉鍼) 봉침(鋒鍼) 피침(鈹鍼) 원리침(圓利鍼) 호침(毫鍼) 장침(長鍼) 및 대침(大鍼)이 있으나 요즘에는 이 중 몇가지만 사용되고 있다.
특히 참침 피침 등은 외과용 수술도(刀)와 비슷한 점으로보아 예전에는 외과 절개수술에 사용되었던 것으로 여겨진다. 참침은 얕게 찌르는 침도구로 후세인들이 전두침(箭頭鍼)이라 칭하였다. 원침과 시침은 인체표면을 안마하거나 안압(按壓) 하는 침이었다. 봉침은 현재 삼릉침(三稜鍼)으로 개량되었는데 피부의 모세혈관을 찔러 혈액을 뽑아 내는데 사용된다.
피침은 후세인들이 검침(劍鍼)이라 칭하였으며 외과용 해부도로 쓰였다. 원리침도 외과용이며 근년에는 형태가 바뀌어 소미도(小眉刀)로 만들어 사혈(瀉血, 피를 뽑아냄)하는데 쓰인다.
호침은 9침 중에서 가장 응용범위가 넓은 침으로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침치료의 주요 도구가 되어 있다. 현재 1회용 호침이 개발되어 사용된다.
장침은 호침을 길게 한 것으로 흔히 환도침(環跳鍼)이라 부른다. 대침은 호침을 굵게한 것.
침치료법이라하면 재래의 전통적 호침요법(毫鍼療法)과 자락요법(刺絡療法)을 연상한다. 또 온침 화침 피부침 피내침 등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오늘날 자연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여러 가지 새로운 침치료법이 개발되었다. 이를 신침요법(新鍼療法)이라 한다. 여기에는 전침요법(電鍼療法) 수침요법(水鍼療法) 기침요법(気鍼療法) 약물이온혈위도입법(薬物 ion穴位導入法)각종 분구침법(分区鍼法) 및 레이저광선침요법(laser光線鍼療法) 등이 있다.
호침요법은 임상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침요법이다. 호침을 경혈에 찌른후 시술자의 손으로 여러가지 자극을 가하거나 혹은 일정시간 방치한 후 발침(抜鍼, 침을 뽑아 냄)하는 것을 말한다.
자락요법은 삼릉침등을 사용, 인체표면의 얕은 모세혈관을 터뜨려 소량의 혈액을 방출시킴으로써 질병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온침요법은 호침을 놓은 후 침꼬리에 뜸쑥을 부착하여 이를 연소시켜 온도를 가하는 침요법.
화침요법은 특별히 굵게 제작한 침(大鍼)을 가열하여 일정 부위에 침을놓는 요법이다.
피부침요법은 동시에 많은 수의 침을 피부에 얕게 놓는 방법을 말한다. 피내침 요법은 특별히 제작한 매우 작은 침을 경혈부위의 피부에 놓고 비교적 장시간 방치, 침자극을 지속적으로 가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개발되었다.
아프지 않은 침
이번에는 신침요법을 알아보자.
전침요법은 경혈부위에 호침을 놓은 후 시술자의 손으로 조작하던 자극방법을 대체한 것이다. 침체(鍼体)에 미약한 전류를 통전시킴으로써 일정 시간 지속적 자극을 가하도록 고안되었다. 이 방법은 주로 통증이 극심한 경우나 침술 마취용으로 사용된다.
수침요법은 경혈부위에 침을 놓은 후 약물을 주입하는 요법이다. 즉 침과 약물의 동시 효과를 노리는 방법으로 혈위주사법(穴位注射法)이라고 한다.
기침요법이란 소독한 공기를 경혈부위에 주입, 일정기간의 점위자극(点位刺戟)을 이용해서 치료하는 방법이다.
약물이온혈위도입법은 직류전기의 전해작용과 직류전기에 의해 생체에 도입된 약물의 작용을 결합시킨 치료법이다.
분구침법은 인체 어느 한 부분을 이용하여 전신의 장기 및 기관을 치료하는 방법. 수침(手鍼) 족침(足鍼) 이침(耳鍼) 비침(鼻鍼) 두침(頭鍼) 면침(面鍼) 수지침(手指鍼) 등의 방법이 여기에 속한다.
레이저 광선요법이란 인체에 해를 주지 않을 정도로 조절된 레이저광선을 경혈부위에 쬐어주는 요법. 이 방법은 통증이 전혀 없으므로 어린이나 침에 대한 공포감이 심한 환자에게 쉽게 적용할 수 있다.
한편 재래의 구(灸)치료법은 크게 직접구법과 간접구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직접구법은 뜸쑥을 피부표면에 직접 올려놓고 점화하여 완전히 연소시키는 방법. 간접구법은 생강 마늘 부자 등을 얇게 짜른 조각을 피부표면에 올려 놓고 그 위에 뜸쑥을 점화시켜 치료하는 구치료법이다.
그러나 근래에 이르러서는 각종 구치료기구의 개량으로 매우 다양한 구치료법이 이룩되어 있다.
침구술의 적응증
오랜 기간 동안 우리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침구술은 근세조선말기 서양문물의 홍수에 밀려 한때 그 효능이 미신으로까지 전락한 적이 있다. 그러나 1971년 미국의 닉슨대통령이 중국을 방문 할 때 수행하였던 서양의학자들에 의해 침구술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끌게 되었다. 당시 침술로써 마취하여 수술하는 광경을 지켜 보았던 서양의사들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정도였다.
마침내 침구학에 관한 인식과 진지한 연구가 시작되었다.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그러나 아직까지 누구도 침구의 효능을 완전히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임상적으로 널리 인정된 치료효과를 중심으로 말한다면 일반적으로 침은 급성질환에, 뜸은 만성질환에 더 좋은 효과를 나타낸다.
물론 침구술은 내과 소아과 부인과 안과 이비인후과 등 질환에 그 적응증이 매우 넓게 분포한다. 그렇지만 여기서는 침과 뜸이 특히 우수한 효과를 발휘하는 질환을 점검해보자.
첫째 중풍졸도 소아경풍 간질발작 쇼크 등 각종 구급을 요하는 질환에 효능이 있다.
둘째 두통 치통 삼차신경통 늑간신경통 요통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질환에도 잘 듣는다.
셋째 안면신경마비 중풍반신불수 사지마비 등 각종 운동신경 및 지각신경 마비를 일으키는 질환도 치료한다.
넷째 식체 소화불량 설사 등의 소화기 질환, 다섯째 침술마취 등에 탁효가 있다.
이중 침술마취는 국내에서도 몇차례 성공을 거둔 적이 있으나 우리의 의료 체제상 아직 임상적으로 실용화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주로 침술마취를하고 수술하는 병원도 있다.
요컨대 일취월장하는 과학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재래의 침구도구들이 개량되었다. 또 과거에는 수기법(手技法)에 의존하던 자극방법이 전기 자기 레이저광선 약물이온 등으로 대체되는 등 각종 새로운 침구치료법들이 계속 개발되고 있다. 따라서 침구술의 적응질환은 앞으로 더욱 다양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침이 빠지지 않는다.
우리나라 사람들중에는 어릴때부터“울면 침준다”는 말을 듣고 자란 사람이 많다. 그래서인지 침이란 한편으론 두려운 그 무엇으로 통한다. 실제로 침을 맞고 불구가 되었다느니 혹은 침을 맞다가 죽었다느니 하는 말들도 나돌고 있다. 사실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소문의 진상은 이렇다. 수법만 익혀 아무에게나 시술하는 속칭 ‘돌팔이’들에 의해 저질러진 터무니없는 사고인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경희대 한방병원이 개원한 지 17년에 접어드는 오늘까지 단 한 차례도 그와 같은 침구치료사고가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따라서 자격을 갖춘 한의사로부터 치료를 받았다면 침구의 부작용은 거의 없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시술자의 부주의나 환자의 침에 대한 바른 인식부족으로 인해 나타나는 부작용은 있을 수 있다. 훈침(暈鍼) 발침곤란(抜鍼困難) 절침(折鍼) 내울혈(內㭗血) 2차적 병원균감염 등이 그것이다.
훈침은 신경이 극히 예민한 사람, 심한 심장질환자, 극도로 약한 노인 등에게 나타난다. 침을 맞은 후 신경이 지나치게 자극을 받아 일시적으로 뇌빈혈상태를 일으키는 부작용인 것이다. 가볍게는 어지러움 메스꺼움 구토 가슴답답함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안면이 창백해지고 사지가 차가와지며 식은 땀이 흐른다. 또 맥박이 약해지며 졸도하게 된다. 훈침에 의한 졸도는 다른 침법으로 곧 회복시킬 수 있다.
발침곤란은 침시술을 받은 환자가 체위를 이동하여 침이 굴곡된 경우, 침 자체에 이상이 있어서 근육섬유가 여기에 꽉끼인 경우, 근육운동신경이 지나치게 흥분되어 근육경련을 일으킨 경우 등에서 나타난다. 말 그대로 침치료가 끝난 후 제거시에 침이 잘 빠지지 않는 상태를 지칭한다.
절침은 침 자체에 이상이 있거나 강한 자극으로 근육강직을 일으켰을 때, 침이 근육내에서 부러지는 현상. 강철성분이 많은 침을 사용했을 때 잘 나타난다.
내울혈은 혈관이 많이 분포된 부위에 침을 놓았을 때 잘 나타난다. 침이 혈관을 관통하여 피가 피하조직내에 고인 상태를 말한다.
2차적 병원균의 감염으로 현재 가장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은 간염바이러스와 AIDS바이러스다. 이들 바이러스는 어떤 소독법으로도 멸균시킬 수 없지만 최근에는 1회용 침의 사용으로 방지할 수 있게 되었다.
엔돌핀을 분비시키기도
아직 경락의 실체, 경락의 3대기능, 침구의 작용 메커니즘 등을 명쾌하게 모두 설명해 줄 수 있는 해석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고된 연구논문들을 잘 정리해 보면 최근의 연구동향과 침구술의 적응증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침구가 소화기계통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이 방면의 임상이나 실험 연구 데이타는 매우 풍부하다. X선을 이용한 위장검사 위전도 등은 방법으로 현재 연구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그 절대다수의 연구결과는 침을 놓는 것이 분명히 위운동(胃運動)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하고 있다.
침구가 혈액순환기계통에 미치는 영향은 어떤가? 한마디로 침구는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면 집토끼의 족삼리(足三里)혈에 침을 놓으면 백혈구 수가 상승한다. 특히 3시간 후의 상승이 가장 현저했다. 그러나 경혈이 아닌 부위에 침을 놓을 경우 백혈구 수에 뚜렷한 변화가 없었다.
또 근래 일본에서는 체표온도감지 측정기가 개발되었다. 이 측정기를 통해 침치료전에는 정상보다 낮았던 체표온도가 침치료 후에 정상으로 개선되는 것이 확인되었다.
침구는 또 호흡기 비뇨기계통에도 영향을 미친다. 건강인의 족삼리(足三里)혈에 침을 놓았더니 폐의 환기량(換気量)이 6.6%나 증가되었다는 사실은 이를 입증한다. 족삼리혈에 침을 놓으면 최대환기량이 20% 증가하고 호기량(呼気量)이 22.8% 증가함도 밝혀졌다.
이밖에도 관원(関元) 중극(中極) 혈부위에 침을 놓아 방광내압을 조절하면 소변불금(小便不禁)이나 소변불통(小便不通)증을 치료할 수 있다.
이 결과는 침구와 비뇨기를 연결시켜 준다.
침구가 생체방위기능(生体防衛機能)에 미치는 영향도 연구되고 있다. 침구가 일부 감염증의 치료나 생체의 면역기능 향상에 효과가 있음이 국내외적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절골(絶骨)혈을 침이나 레이저로 자극하면 흰 쥐의 염증성부종이 소염진통되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또 인삼 녹용수침이 면역기능항진에 유효한 작용을 하였다는 실험보고 등도 나오고 있다.
침구는 내분비호르몬계에도 영향력이 있는가? 침구는 분명 각종 내분비선에 일정한 영향력 미치고 있다. 예를 들면 뜸이 부신피질기능부전에 미치는 영향은 이미 널리 인정되고 있다. 또 침자극이 대뇌의 엔돌핀(endorphine)분비를 증가시켜 진통작용을 한다는 연구결과도 등장하고 있다.
끝으로 침구가 신경계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여기에 대해서는 일찍부터 많은 한의학자들이 관심을 두고 연구, 관련 자료들이 매우 풍부하다. 특히 침구의 작용메커니즘과 관련된 논문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예컨대 경혈부위에 침구 치료를 하면 감각수용기(感覚受容器)가 그 자극을 중추신경의 각 부위에 전달함으로써 해당 기관에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 학자도 있었다.
그러나 이 이론도 침구의 여러 임상효과를 모두 설명해 줄 수 없었다. 때문에 아직까지는 하나의 가설로 취급되고 있다.
이밖에도 동물실험 또는 임상실험을 수행, 침구의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연구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