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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공부가 본 궤도에 오르면서 신변의 난제들도 풀려 나갔다. 어릴 적 친구였던 별을 가리는 '훼방군'을 처단하기 위해…


김영덕
 

어렸을 적에 나는 별을 무척 좋아했다. 밤하늘의 총총한 별들은 항상 나를 상상의 세계로 끌고 갔고 흥미를 갖게 했다. 별에 관한 많은 책을 읽는 가운데 물리에도 호기심이 생겨 장차 과학자가 되겠다는 꿈을 가졌다.

자연과학에의 순수한 관심이 중학교때부터 차츰 식어갔다. 억지로 시험치기 위해 하는 공부는 정말 견디기 힘든 것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때 물리선생님은 다시 나에게 흥미를 북돋워주었다. 특히 우리가 경험하는 많은 현상들이 하나, 둘씩 수식으로 정리가 되자 이것이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지금와서 그 당시의 진지했던 모습들을 더듬어 보면 웬지 현재의 내가 부끄러워진다.

결국 학력고사를 쳤고 예상보다 적게 나온 점수에 실망하기도 했으나 선생님과의 상담끝에 토목공학과를 지망, 무사히 합격했다. 하지만 이 무렵의 진로결정은 순전히 타의에 의한 것이었다. 서울공대와 자연대를 생각하고 있었으나 뭐가 좋은지 나쁜지도 모른 채 공대를 가기로 결정했고 학과선택은 선생님에게 맡겨 버렸다.

대학생이 되면서 나는 비로소 장래설계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또 사회와 민족에 대한 양심을 요구받았으며 여러 신변문제들이 어지러이 발생했다. 그러나 무엇하나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고민만 하면서 허송세월을 했다.
토목공학과는 토목전공과 도시전공으로 나뉘어지나 사실은 서로 관련성도 적다. 과로 분리되어 있지는 않지만 하나의 독립된 과로 생각되어지며 행정상 실제로 과단위로 처리되고 있다.

2학년때 나는 자연스럽게 도시공학을 선택했고 당시까지 문제되어오던 서울시의 교통체증, 환경오염 등을 다루게 된다고 생각하니 자부심도 생겼다.

도시공학은 크게, 환경 교통 측량 도시계획 및 설계 상수도시스팀 등의 파트로 나누어진다. 아울러 각 분야마다 다른 독창성과 창의성을 요구하고 있다. 서로 연관성이 크지 않으면서도 전체적으로 공학이 가지고 있는 약점을 치유하는 성격들을 지니고 있다. 이같은 분야간의 단절로 인하여 학부과정에서는 많은 분야를 다 공부할 수 없다. 관심있는 분야를 스스로 찾아 공부해야만 했다.

대체로 우리 과의 학부생들은 거의 전원이 대학원에 진학, 새로운 길을 개척하는 개척자가 된다. 공부의 난이성은 기타 다른 공학들에 비해 결코 떨어지지 않는다.

●―또 한차례의 선택 앞에서

또 우리 과는 자연과학의 거든 모든분야에서의 잔 지식이 필요하며 문과적인 냄새도 풍긴다. 사회과학이나 경제, 법률등에 관해서도 나름대로의 공부가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인간은 누구나 개성을 가지고 있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 취향이 다르며, 소질도 각기 다르기 때문에 진로선택의 문제는 참으로 중요하다. 그리고 일단 선택한 후에 수정하기에는 너무도 많은 어려움과 손해가 따르다.

이 시점에서 나는 다시 한번 선택을 해야 한다. 도시공학에서 다루는 분야들은 다른 공학에서처럼 붐을 타거나 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리고 갈데까지가서 이제는 남의 연구결과를 답습하는 식의 공부와도 거리가 있다.

도시가 안고 있는 문제들이 최근에 갑자기 불번지듯 생기고 있다. 전에는 전혀 예측하지 못했던 문제들도 속출하고 있다. 따라서 공부를 하다보면 창의성을 발휘해야 할 때가 많다. 다시 말하면 개척자의 정신으로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남들이 다 해놓은 공부를 다시 따라 간다는 식의 공부는 이제 그만하고 싶다. 스스로 찾아서 필요한 부분만 자기공부에 활용하고자 한다.

대학1학년 때의 중심없던 생활이 2학년때도 고스란히 이어졌다. 그래서 한때 공부에 짜증을 느끼기도 했으나 점점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다시 도서관을 찾게 되었다. 또 공부하는 의미도 되새겨 보았다.

'현대의 과학, 기술문명이 과연 인간사회에 좋은 의미의 발전을 가져왔는가?'하는 점에 의문이 생겼다. 왜냐하면 오늘날 인류가 직면한 커다란 문제점들의 뿌리는 바로 과학과 기술문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궤도를 수정하기는 불가능한 이 시점에서 그 문제들을 진단하고 적절히 치료하는 공학의 의사가 되고자 결심했다.

그 후로부터 공부하는데 재미가 새록새록 붙었다. 공부가 본 궤도에 오르자 다른 신변상의 문제들도 정리가 되어 갔다.
이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 되겠지! 겨울이 오면 그 옛날 시골에서 썰매타던 생각이 난다. 그러다 물에 빠져 꾸지람 들을까봐 별이 총총할 때까지 집에 못들어 가면서 별을 헤던 기억이 난다.

요즘은 대기가 오염되어 어지간해서는 아는 별도 찾아내기가 힘들다. 그때는 별이 친구였고 이제는 그 친구를 가리는 '사기군'인 오염물질을 처단하기 위한 공부를 해야 한다. 우연이라면 우연히 들어선 길이지만 다행히 적성에 맞는다. 그래서 지금 다시 선택할 기회가 주어져도 도시공학을 선택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흥미없는 과목을 양념으로

공부는 참으로 많은 인내를 요한다. 그 과정을 고통스럽다고 생각하면 더욱 견디기 힘들어진다. 내가 그 과정을 거쳐오면서 수학과 물리등에서 발견의 기쁨을 찾아내었다. 또 다른 과목들은 양념이 되어 지루함을 덜어 주었다. 그리고 나를 걱정해 주시는 부모님의 사랑이 공부를 지탱하는 힘이 되었다.

하지만 현재 고교 수험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과목을 집중적으로 하면서 다른 과목들을 양념으로 삼으라. 그리고 자신의 일생을 결정지을 수 있는 진로선택에 있어서보다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하라. 그릇된 선택으로 인해 많은 날들을 허송한 친구들을 주위에서 얼마든지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방안에 햇살이 가득하다. 그 가운데 앉아 다시 공상을 하고 있다. 금년에는 어떤 후배녀석들이 들어올까? 나와는 어떤 인연을 맺게될까? 등등. 뇌리에 스쳐가는 이런 그림들을 주워 담기에 바쁘다.

방학이라 다소 한가하지만 나름대로 해야 할 일들을 정리해 보면 그저 놀고 있을 수만은 없다. 이제 지금껏 공부했던 것에 대해 서서히 마무리손질을 가해야 할 시기가 온 것이다.

무엇보다도 대학생활에서 몇가지 중요한 것들을 지적하고 싶다. 먼저 학과공부와 영어공부이다. 각종시험을 위해서 뿐만아니라 자기의 지식욕을 충족시킨다는 의미에서이다. 우리나라가 불행히도 공학이나 자연과학 분야에서 선진국에 한발 뒤떨어져 있기때문에 영어로 된 책을 필히 보아야만 한다. 대학을 가려고 하는 독자들은 반드시 영어에 신경을 써주기 바란다.

그리고 자기자신의 스트레스 해소나 안식을 위해 적절한 취미활동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나는 고교시절 한때 성적에 지장을 초래했을 정도로 바둑에 심취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나름대로 즐거운 기억들이 되고 만다.

대학시절에 한때 서클활동에 몰두해 보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을 대하는 가운데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들을 알게 될 때 비로소 그속에서 자신이 객관적으로 어떤 위치에 놓여있는가를 깨닫게 되었다. 사실 중·고등학교 시절의 친구들은 서로의 우정자체가 중요했지만 대학의 선후배는 실제 자기를 파악하게 한다.

'대학에 들어와 아무 목표도 없이 그저 졸업하고 취직만 하면 그만이다'는 식의 생각을 버리게 된 것도 선배들 덕분이다. 자기 생활에 성실하고 학문에 정열적인 선배들을 보면서 감화된 것이다. 이제 나도 선배라는 간판을 걸게 되었다. 앞으로 우리 과에 입학, 함께 생활하게 될 그 어느 후배들을 하루 빨리 만나보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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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9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영덕 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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