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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용성의 무한한 잠재력

고심 끝에 선택, PWP

워드프로세서 선택의 포인트는 배우기 쉽고 사용하기 편리하다는데 맞춰져야 할 것이다.

이달로서 '팔란티어 워드프로세서'(PWP)와 인연을 맺게 된지도 벌써 일년째 접어들고 있다. 개인적인 편지에서 시작하여 회지나 교지와 같은 간단한 출판작업에 이르기까지 팔란티어와 생활 속에서 꾸준한 관계를 맺어 오고 있는 것이다.

신학대학원에 다니면서 학교 및 교회 관련 자료의 정리와 체계적인 보관, 그리고 다양한 문서작성의 효과적인 작업을 위하여 노력하던 중 워드프로세서의 기능을 이해하게 되었고 그것의 사용을 계획하게 되었다.

그런데 재정적인 문제만 해결이 되면 곧바로 구입할 수 있을 것 같던 컴퓨터를 막상 구입할 능력을 갖춘 후에도 5개월 동안 실행하지 못하고 선택의 갈등이 계속되었다. 하드웨어의 사양과 그를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의 종류, 질적 수준의 비교, 그리고 범용성 문제를 면밀히 검토하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이다. 이미 8비트 컴퓨터의 선택에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더더욱 만족한 선택을 위한 고심을 하지 아니할 수가 없었다. 사실, 지금도 그러한 경우에 처한다면 쉽게 결정을 내릴 수 없음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일반적인 국내 16비트 퍼스널컴퓨터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IBM호환기종은 한글 사용을 중심으로 하여 코드체계와 처리방법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비호환이라 할 수 있다. 물론 KS한글코드로 점차 통일이 되어가겠지만 아직은 이른 기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아무리 훌륭한 하드웨어와 훌륭한 소프트웨어가 있다고 할 지라도 그것이 어느 특정 기계와 환경 아래서 제한적인 사람들의 사용에 머물게 된다면 그것의 가치와 효용성은 높게 평가될 수 없는 것이다.

필자의 경우, 워드프로세서를 중심으로 컴퓨터를 구입 운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는 측면에서 특별히 비교조사를 많이 하게 되었고 시중의 여러 패키지의 특징을 대략 파악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그러한 노력이, 컴퓨터를 나의 생활 속에서 꾸준하게 이어줄 수 있도록 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실제 '팔란티어' 워드프로세서는 컴퓨터속의 패키지 이상으로 나의 생활 가운데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는것이다.

어쨌든 일년전 나의 선택은 지금까지 유용하고 편리한 자료의 정리 및 보관작업을 가능하게 만들었으며 문서를 작성함에 있어서도 능률적으로 작업하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처럼 워드프로세서를 사용하여 정리 보관된 자료들은 데이타 디스켓으로 책장의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벌써 많은 책과 자료로 꽉 차인 또 하나의 커다란 책장이 놓인 것 같은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사용하기 편리한 것이 최고

내가 사용하는 워드프로세서의 매력을 한마디로 말한다면 최적화된 워드프로세싱 기능들이 배우고 사용하기에 쉽고 편리하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기능은 많지만 사용하기에 복잡하여 그것이 가지고 있는 능력의 일부 이용에 그친다면 그것은 좋은 워드프로세서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즉 컴퓨터의 기능을 이용하여 특정 워드프로세싱 작업을 수행토록 하는 것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이 오히려 수작업 이상의 번잡함을 느끼게 한다면 컴퓨터 사용의 의의를 이미 상실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팔란티어는 사용상에 무척 편리함을 느끼게 하면서, 기능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워드프로세서라고 생각된다. 실제 팔란티어는 개발 당시 Easy To Use와 Powerful을 목표로 하여, 배우기 쉽고 사용에 편리하도록 하면서 강력한 워드프로세싱 작업을 가능 하도록 함을 목표로 설계되었다고 한다.

이런 기본적 바탕 위에 팔란티어는 범용 소프트웨어라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사실 국내의 한글 워드프로세서들을 살펴볼 때 좋은 기능과 편리성을 가지고 있는 것들이 눈에 띄지만 하드웨어업체와 관련이 되어 개발되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특정 기종에서 밖에 사용할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팔란티어가 가지고 있는 범용성이란 매우 의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즉 범용성을 갖고 있다는 것은 결국 다양한 사용자들로 인해 개발자의 꾸준한 기능향상의 기대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가나다라' '한글워드' '나랏말씀' 등이 '팔란티어 워드프로세서'가 특정 기종에 맞게 포팅(potting)된 예이다. 팔란티어가 갖고 있지 못한 훌륭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다른 워드프로세서 패키지도 많이 있지만 바로 이 범용성의 결여로 만족 할만한 평가를 받기에는 부족한 것이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사실 필자는 워드프로세서 때문에 컴퓨터와 접하게 되었고 실제 구입하여 사용하게 되었을 만큼 워드프로세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팔란티어를 구입하기 전에는 '워드스타'와 '보석글'을 사용하여 문서를 작성하여 왔었다. 특히 '워드스타'는 필자가 처음으로 접하여 사용하였던 패키지로서 '워드스타'가 가지고 있는 명성 만큼이나 나의 기억속에 깊이 남아 있다. 현재 많은 패키지 내의 워드프러세싱이나 편집작업에서 '워드스타'의 기본 명령들은 어려움없이 활용된다. 그리고 최근의 '워드스타 2000 플러스'나 워드스타 4.0' 등도 쉽게 적응하여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화면의 1/3을 차지하는 메뉴화면이 편집에 불편을 느끼게 하였고 메뉴 화면을 없앴을 경우에는 때에 따라 명령어를 다시 확인해야 했기에 만족한 사용을 하였다고는 말할 수 없다. 이 점은 '보석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며, 특히 다기능을 위해 실제 자주 사용되는 기능들까지 번잡한 과정을 거쳐야 되는 희생(?)을 감수해야 하므로 사용자가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이에 비해서, 주관적인 느낌일지는 몰라도 팔란티어를 사용하다 보면 산뜻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메뉴 화면이나 편집 화면을 보면 오히려 너무 단순한 기능의 패키지가 아닐까 하는 의심마저 든다. 그러나 그 안에는 일반적으로 필요한 기능들이 매우 사용하기 편리하게 내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동사와 목적어의 조합


도움말에서의 키보드 설명


워드프로세서에서 필요로 하는 명령들은 펑션키 몇개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전용 워드프로세서가 아닌 이상 각 명령들을 위한 키가 따로 존재하지 못한다. 따라서 기능키 이외에도 글자판의 키들과 조합하여 명령을 주게 된다. 화면 편집시, 팔란티어도 역시 키의 조합이 사용되는데, 동사와 목적어의 개념을 이용하여 기능키 F1과 F2는 설정하다(SET) 소거하다(Clear)라는 동시의 의미로, 나머지 기능키(F4-F10)와 글자키는 특정 기능을 나타내는 목적어처럼 사용되어 조합된다. 이것은 실제 매우 논리적으로 각 명령들을 사용하고 해제시킬수 있게 만든다. 가령, F1(설정하다)과 F7(서식)을 누르면 "서식을 설정하다" 라는 의미가 되며 F2(소거하다)와 F4(행)을 누르면 "한 행(line)을 지운다" 는 의미가 된다. Control 키나, Alt키, Esc 키에 이은 두 세번의 키를 눌러야 하는 워드프로세서들에 비하면 사용자로 하여금 친근함을 느끼게 할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명령 방식인 것이다.

또 하나의 산뜻힌 매력을 느끼는 부분은 서식자의 기능이다. 즉, 좌우 경계의 조정이나 탭 위치의 변경이 특정 숫자를 입력하는 것이 아니라 방향키를 이용하여 화면상에서 조정 변경할 수 있다는 것과 다단 편집기능의 아쉬움은 있지만 문서 정렬 방식을 쉽게 선택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서식자들을 간단하게 생성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한 문서 안에서 여러개의 서식작업이 쉽게 활용될 수 있다.

팔란티어를 사용하면서 편리함을 느낄수 있는 다른 하나는 숨은 코드의 기능이다. 일반적으로 다양한 인쇄 효과를 주기 위해서 특정 단어 앞에서 명령을 주게 되는데 그 명령을 받는 단어들이 많을 때 화면이 무척 복잡해지게 되고 특히 도표가 그려진 화면상에서 작업할 경우에는 그 모양의 파손이 불가피하게 된다. 하지만 이 숨은 코드의 기능은 이러한 명령 상태를 화면 상에서 보이지 않게 하고 다만 밝거나 밑줄로써 표시만 해주기 때문에 화면 편집에 도움을 주며, 명령의 취소시 숨은 코드를 보이게 함으로써 해제시킬 수 있다.

일반적으로 워드프로세서가 갖는 기능 가운데 블럭작업 역시, 나름대로 강력한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특별히 블럭에 이름을 부여해 디스크 상에서 화일로 보관하다가 다시 불러 사용할 수 있는데 이것을 잘 응용하면 논문을 준비하고 작성하는 과정에서 매우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 필자의 경우 평소에 블럭 화일로 준비한 자료들을 후에 편집 과정에서 삽입 및 수정 추가시킴으로써 수작업에서 느낄 수 없는 편리함을 맛보고 있다.

이 밖에도 Esc키 사용상의 통일성은 사소하게 지나칠 수 있는 숨음 장점이라고 할 수 있으며, 어휘등록, 검색 및 치환, 발송문(Mailout), 박스 드로잉, 한자 사전 등의 기능들도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또한 다른 프로그램을 보조적으로 사용하는 경우에 있어서 팔란티어를 끝내지 않은 상태에서 그것을 실행할 수 있는 기능은 큰 도움이 된다. 물론 이 기능을 통해서 데이타베이스 프로그램이나 단어검색(spelling checker)프로그램을 사용할 수도 있다.


숨은 코드가 보일 수 있도록 하여 명령상태를 확인하고 삭제할 수 있다.
 

짙은 글씨나 글씨로 명령상태를 직접 표현.


몇가지 아쉬움

이상의 장점들에 반해 팔란티어는 그나름대로의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즉 텍스트 화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그래픽 화면을 이용한 '바른글'이나 '한글 2000' 처럼 글씨체 크기 행 간격 등이 다양하게 화면상에서 출력되고 인쇄되는 WYSIWYG(What You See Is What You Get)방식의 장점을 기대할 수가 없고 몇가지 문서를 서로 비교 대조하여 새로운 문서를 작성할 때 편리한 Multi-Window기능이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을 느낀다. 'TGEDIT 2.0에서 볼 수있는 것과 같은 페이지 레이아웃 기능이 없어 출력 형태를 점검하여 볼 수도 없다. 또한 간단힌 계산기능도 추가되었으면 하는 것들이다.

그렇지만 팔란티어는 그 기능을 업그레이드(Upgrade)하는 작업을 꾸준히 해오고 있으며 계속적으로 여러 기종에 맞게 포팅(porting)시켜 나감으로써 한글 범용 소프트웨어로서의 면모를 갖추어 가는데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따라서 위의 몇가지 아쉬움들도 하드웨어가 지원하는 한도 안에서 계속 발전되어 갈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사실 어떤 한글 워드프로세서도 아직 사용자들을 탄복시킬 만한 기능과 편리성을 갖추었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팔란티어와 같은 좋은 워드프로세서들이 계속 발전해 나가는 모습은 외국의 훌륭한 소프트웨어에 못지 않은 좋은 작품이 앞으로 탄생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다.

1988년 1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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