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미국과 일본의 하이테크경쟁

누가1등을 할 것인가

미국과 일본은 하이테크 세계를 양분하는 실세이다. '창조'의 미국과 '응용'의 일본은 경쟁적이면서 또한 서로를 필요로 하는 단계에 와있다.

86년 말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첨단기술을 중심으로 각분야별 전묵가들의 의견을 종합하여 미국 일본 서유럽 소년 등의 '하이테크레이스'(high-tech race)를 특집으로 꾸몄다. 가사의 포인트는 이제까지 하이테크 기술에서 독보적 존재였던 미국이 일본이나 서유럽 국가들에 의해 어느 정도 도전받고 있느냐는 것. 특히 일본의 도전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

이 기사는 4개 분야에 걸쳐 흥미있는 채점표를 발표했는데 그 내용은 (표1)과 같다. 전문가 10명이 체조나 피겨스케이팅 심판처럼 각 10점 만점을 기준으로 점수를 주고 이를 평균하는 방식을 취했다.

이 결과가 구체적인 데이타를 근거로 한 것은 아닐지라도 의미하는 바는 분명하다. 세계 하이테크 기술 경쟁은 이제 미국과 일본의 양대 수레바퀴를 축으로 움직인다는 사실이다.


(표1) 하이테크 분야 전문가 채점표


일본, 초전도체 응용에서 미국을 추월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87년과 88년 상반기를 거치는 동안 일본의 추격세는 전혀 고삐를 늦추고 있지 않음이 곳곳에서 발견된다. 최근(6월 30일자)'헤럴드'지는 미국이 초전도체를 상품화하는데 일본에 뒤지고 있다는 것을 미국 정부발표를 인용해서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미국은 초전도분야에 연간 26억 달러를 지출하는데 비해(일본은 16억달러), 새로운 기술을 응용한 상품을 만드는데 있어서는 일본의 능력에 현저히 뒤떨어진다 는 것.

초전도는 금세기 최대 최후의 기술혁명이라 불릴만큼 최첨단 기술분야이다. 작년 3월 뉴욕에서 열린 미국 물리학회는 뉴욕타임즈가 '우드스톡'(wood stock)이라는 록페스티벌을 빗댄 수식어를 사용할만큼 열띤 분위기였다. 전세계 수천명의 물리학자와 기술자들은 새로운 초전도체에 대해 토론했으며, 그 물질을 응용할수 있는 방법을 찾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87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인 '뮐러' 와 '베트노르츠'도 초전도 연구로 영예를 안았다.

이처럼 하이테크의 하일라이트인 초전도체 응용에서 일본이 미국을 앞서간다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본은 기초연구에 매달리지 않고도 상품화기술에서 놀랄만한 성공을 거둔다는 것이다. 즉 기초과학에 엄청난 투자를 해야만 그에 따른 기술혁신과 경제성장이 이룩된다는 논리에 구애되지 않고 독자적인 기술개발양식을 취한다. 초전전도현상은 물리학의 가장 기본적인 기초연구의 산물이지만, 그러한 밑받침 없이도 일본은 훌륭히 그 결과를 상품화시킨 것이다. 또하나 초전도는 컴퓨터, 발전 및 송전, 교통, 의료장치 등 응용분야가 광범위하기 때문에 21세기 하이테크 영역을 주도할 수 있는 핵심기술이라는 측면에서 일본의 부상은 의미있다 하겠다. 아뭏든 미국은 이제까지 기초연구에 있어서 세계를 리드해왔지만, 최근에는 기초연구를 근거로 발전시킨 시장상품에 있어서 비틀거리고 있음이 분명하다.

미국의 신경질적인 반응을 곳곳에서 드러난다. 위싱턴은 도쿄에 일격을 가할시기가 왔음을 전혀 숨기지 않고 있다. 타겟은 '무역' 이 아니라 '기술'이라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전통적으로 미국의 강점이었던 기술분야에 있어서, 미국이 급속이 경쟁력을 상실함에 따라 워싱턴은 동요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어떤 영역에서는 급속하게 추격하고 있으며, 또다른 영역에서는 대등한 위치에 서있다. 그리고 몇몇 영역에서는 실제로 선도적 위치에 서있다. 그리고 몇몇 영역에서는 실제로 선도적 위치에 있는 실정이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반도체분야이다.

기술마찰의 최전선, 반도체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국제고체회로회의가 열렸다. 9개국 2천여명이 참석, 1백여건의 논문이 발표됐던 이번 회의에서는 미국가 일본이 서로 독특한 개성을 드러낸채 팽팽한 평행선을 그었다.

조그만 칩에 얼마만큼 많은 기억장치를 집적시키느냐는 용량 경쟁(메모리분야)에서는 일본이 단연 우위를 지켰지만, 양산이 필요없는, 아이디어로 승부를 내거나 고도한 시스팀설계기술을 필요로 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나 로직 IC등과 회로의 일부 혹은 전부를 고객의 주문에 의해서 설계하는 주문형반도체에서는 미국의 자신감을 보였다.

현재 실용화되고 있는 1메가 D램의 다음 다음 세대인 16메가D램 87년 일본 전신전화(NTT)가 발표한 이래 이번에는 마쓰시타 도시바 히다치 등이 달성했다. 16메가 D램은 한변이 수mm에 불과한 면적에 4천만개 가까운 소자가 집적돼 있고 1μ 보다 가는 회로선폭을 가진다. 현재 1메가D램 시장점유율은 일본이 80~90%를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전체 판매고 순위에서 미국의 TI(텍사스인스투루먼츠) 모토롤러 인텔 등이 일본의 NEC(일본전기) 히다치 도시바 후지츠 등에 선두자리르 내놓은 것은 85년부터이다. 이후에도 그 격차만 늘어날뿐 순위에는 역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반도체기술 역사 가운데 일본인 손으로 이룩했던 기술혁신의 기록은 하나도 없다."라는 냉혹한 질책을 받아야 했던 일본이, 국제 학술회의 뒷전에서, 발표되는 회로의 설계도를 카메라를 터뜨려가면서 복사하던 일본이 어떻게 해서 학술회의를 주도하게 되었는가.

미국의 반도체산업이 군사 우주개발이라는 정부 수요에 의존했던 것에 비해 일본은 전자계산기 TV 음향기기 등의 민생용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경쟁력을 확보했던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미국이 '현대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반도체를 모두 일본에 내놓은 것은 아니다. 초고속컴퓨터칩인 VHSIC 프로그램, 차세대 반도체소자라고 할 수 있는 갈륨비소반도체 및 조셉슨소자 등에서는 여전히 아이디어의 미국이 우위를 범하고 있다.

'개발 목표만 정하라. 그 다음은 우리 것이다'라는 일본의 속셈이 과연 갈륨비소반도체나 조셉슨소자에도 먹혀들 수 있을지 궁금하다. 그러나 일본도 이런 미래기술에 조심스레 기초투자를 하고 있는 조짐도 보인다.

생산에 강한 일본의 특징을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마이크로프로세서이다. 이 부분은 전통적으로 인텔이나 모토롤러의 영역이지만, 일본은 이를 라이센스 생산하면서 "마이크로프로세서의 구조를 혁신할 필요가 없다. 미국이 뒤떨어지는 것은 생산효율이다"라고 버젓이 항변하고 있다.

아뭏든 미국은 가장 최신의 컴퓨터를 작동시키고, 발전돼가는 무기체계를 조절하기 위해서 일본의 반도체칩에 점점 의존할 수밖에 없음을 부인할 수가 없게 되었다. 의존의 심화는 미국을 매우 초조하게 한다.

이제 미국은 일본의 도전이 어느분야에 집중될 것인가에 대해 몹시 궁금해하고 있다. 나름대로 예측도 한다. 가장 가능성이 있는 영역은 생명공학, 신소재, 그리고 AI(인공지능)소프트웨어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의해서 볼 측면이 있다. 흔히들 말하기를, 미국과 일본의 기술력을 비교할 때, 로봇이나 반도체 집적회로(IC),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등은 전통적으로 일본의 우의를 이야기하고, 항공우주개발, 원자력,생명공학을 중심으로 한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에서는 미국이 독보적이라고 한다. 거기에 컴퓨터분야에 있어서 일본은 하드(기계)에서 강하고 소프트에서 약세를 보인다는 것이 대부분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앞에서 전망한 3가지 분야, 즉 앞으로 반도체에 일본의 거센도전이 예측되는 분야가 생명공학 AI소프트웨어 신소재라면 이제 더이상의 하이테크기술성역(聖域)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 세영역 모두에서 미국은 여전히 선두주자의 위치에 있다. 그러나 위싱턴에 있는 과학정책 수립자들, 그리고 상공부와 국방부에 있는 그들의 협력자들은 이들 영역에서 일본의 추격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지에 대해 자문하고 있다.

이를 막는다는 것은 워싱턴의 입장에서 쉽지 않은 일이다. 일본의 과학자나 기술자들은, 이들 분야에 관한 많은 선도적 연구가 수행되어지는 미국의 대학이나 연구소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고 또한 실제로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워싱턴은 외친다. 일본은 미국내에서 자유로운 방면에 미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일본은 더욱더 기초적인 연구에 자금을 지원해야 하고 일반의 연구기관에서도 더 많은 외국인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의 과학자들은 거의 대부분이 일본에 접근하는 것에 대해 흥미를 갖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접근할만한 가치가 전혀 없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본이 폐쇄적이라기 보다는 미국과학자들 스스로가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엄청난 기술 수입국

이러한 결과 미국과 일본의 기술무역은 심한 격차를 나타낸다. 일본 과학기술백서(1987년)에 따르면 일본이 기술의 수출보다는 수입을 더많이 하고있는 것이 명확해진다(그림1). 1986년에 일본은 기술수입을 위해 미국에서 2천1백억엔(16억 5천만달러)을 지불하였는데, 이것은 미국이 일본에 지불한 액수의 4배에 가깝다. 미국인들은 "산업전분야에 걸쳐서 일본이 우리의 기술을 유출시키고 있다'고 외칠만하다.

최근들어 미국은 기술민족주의(technonationalism)라 부를만큼 몇몇 조치를 감행했다.

첫째는 레이건 대통령의 과학분야 자문인 '월리암 그래험'의 지시에 따라, 87년 7월 워싱턴에서 열렸던 새로운 '고온초전도체'에 관한 회의에서 외국의 배제이고, 둘째는 87년 8월 일본정부가 연구발전법인을 통해 록펠러대학에 기술연구분야의 자금을 지원하려는 시도를 , 일본이 록펠러를 스파이로서 이용하려고 한다는 비난과 함께 거절한 사건이다.

이러한 움직임과는 별도로, 미국내의 일부에서는, 배워야할 두가지 교훈에 의견을 모으고 있다. 그중 하나는 새로운 아이디를 어떻게 발견하느냐는(finding, 새로운 것을 만들어낸다는 generating과는 반대 개념으로서) 것이고 또하나는 그러한 아이디어를 빠르게 생산물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모색한다는 것이다.


(그림 1) 일본의 기술무역(1986년)


생산 및 공정기술에서 일본 우위

87년 일본 과학기술백서에는 미국과 일본의 하이테크 분야별 경쟁상황을 나름대로 분석한 자료가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소재 전자공학 생명공학 및 생산 및 공정기술에서의 미·일의 우세분야를 나타낸 그림이다(그림2).

이를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서 어느 나라가 앞서 있는지 살펴보자.

소재분야는 타분야에 비해 미국과 일본이 어느 정도 균형을 유지하고 있는 듯 하나 분야별로는 상황이 조금씩 다르다. 이 분야에서도 순수 연구개발은 미국이 단연 앞서 있으나 산업적인 측면에서 일본세가 만만치 않다. 그중에서도 IC패키지 등은 전자용 소재는 일본이 세계시장을 압도적으로 리드하고 있다. 민생기술에서 많은 투자를 하고 있기 때문에 각종 전자제품용 소재는 단연 일본이 앞설 수박에 없는 실정, 흔히들 일렉트로닉스세라믹에서 미국 유럽 소련 등이 '낳은 부모'역할을 하는 반면 일본은 '길러준 부모'의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야기한다.

구조용세라믹스에서는 아직까지 미국이 앞서고 있고 일본이 뒤쫓고 있다. 특히 이 분야에서는 시장수요처가 확실히 구분된다. 일본이 세라믹스 엔진 등 자동차를 상대로 시장 창출을 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은 자동차뿐 아니라 가스터빈 등 항공 우주분야를 중심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한다. 구조용 세라믹스에서는 이러한 격차는 최근 일본이 챌린저호 폭발 사고로 미국이 주춤하는 사이 발사체 시장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쉽게 줄어들지 않을 듯하다.

액체상태 그대로 동결된 비정질 금속 아모퍼스합금도 아직까지 미국의 절대우세 분야이지만, 전자기기 부품에 쓰이기 시작하면서 공업화의 측면에서 서서히 일본의 강점이 부각되기 시작한 분야이다.

소재분야 중 미일관계가 역전돼 있는 것이 탄소섬유이다. 알루미늄보다 가볍고 철보다 강한 '슈퍼섬유'인 탄소섬유는 일부기술을 미국에 제공하고 있을 만큼 일본이 주도권을 쥐고 있다. 더욱이 이제까지 골프그립 테니스라켓 등 레저용품의 내수시장밖에 가지지 못했던 일본이 자동차 항공기 우주발사체 등으로 영역을 넓혀나감에 따라 그 전도가 탄탄대로임에 틀림없다.

고분자화학을 기초로한 복합체와 종합체 분야에서 미국은 견고한 성을 구축하고 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소재의 기초연구 부문에서 미국을 독보적 존재로 인정하고 있으나, 새로운 소재를 만들어내는데, 또한 그 소재를 활용하는데에, 과학기술을 효과적으로 이용한 나라는 일본이라고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특히 전자용 및 광학소자용 소재에는 소재개발면에서 일본은 국가가 중심이 돼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86년에 미국의 주요연구소 과학자들이 일본의 10개 연구소를 방문하고 돌아와 보고서를 작성했는데, 전자 및 광학소재 중요 9개분야에서 7개분야를 미국이 기술 리더쉽을 뺐겼다고 밝힌바 있다.


(그림 2)미국과 일본의 하이테크 산업분야 별 연구개발능력 비교표/1986년


광전자기술의 독특성

일반적으로 '전자공학'하면 컴퓨터나 가전제품이 연상되지만, 실제로 그렇지 않다. 컴퓨터나 가전제품은 전자공학의 외형적 산물인 동시에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전통적으로 전자공학의 산업적 응용형태라 할 수 있는 전자제품은 일본이 강점이 있다. '팔리지 않는 기술은 무용지물'이라는 일본 전형적인 사고방식이 소형의 대량생산 위주인 민생 전자제품에 강점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경박단소한 부품 위주의 전자제품은 트랜지스터 라디오 이래 오늘날의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일본제품이 우위를 지켜왔다.

그러나 전자제품이 우수하다고 해서 전자공학 전체의 연구개발 능력이 뛰어나다고 할 수 없다. 특히 생체전자공학등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한가지 예외가 있다면 광전자공학(O[to-electronics)이다.

이 분야는 미국에서 개뱔된 기술분야지만, 지금은 일본이 앞서 가고 있다는 것을 누구나 인정한다. 광전자기술은 광학과 전자공학이 결합한 분야로서 전자기술을 이용하여 빛을 제어한다거나 그 성질을 이용하는 것으로, 레이저기술과 발광다이오드 등이 있다. 우리가 자주 접하는 광통신시스팀도 광전자공학의 주요 부분이다.

광전자기술은 차세대 정보처리기술에 근간을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데, 광자의 정보처리 속도가 전자에 비해 엄청 빠르기 때문이다. 현재의 광자기술은 광통신 즉 전송이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광컴퓨터가 개발되면 현재보다 1천배나 빠른 초고속 컴퓨터가 가능하다.

광전자 분야 중 레이저 기술은 일본이 상당히 뒤처져 있다. 그러나 이를 제외한 분야에서 대체적으로 일본이 선두를 지키고 있다. 70년대 중반부터 일본정부와 산업계 과학자들은 이 분야에 자금과 인력을 집중투입하였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1백명의 과학자와 기술자로 팀을 구성, 신기술을 실질적으로 적용하는데 중점을 두고 연구해왔다.

미국이 이 분야에서 물리학이나 광학의 이론이 부족해 선두를 뺏긴 것은 아니다. 반도체레이저는 GE IBM 등에 의해 개발된 후 벨연구소에서 더욱 발전하였다. 광섬유도 그렇고 집적광전자회로도 미국에서 먼저 탄생하였다. 광컴퓨터의 가능성도 일본보다는 미국에서 더욱 가까이에 가있다. AT & T의 부속연구소인 벨연구소가 광컴퓨터에 가장 가까이 접근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한 반도체레이저의 개발자임에도 불구하고 대서양 횡단 해저 케이블용 반도체레이저를 일본의 히다치로부터 구입했다는 것은 아리러니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부족한 것은 얼마나 지속적인 열의를 갖고 산업적인 노력, 구체적으로는 민생부문의 상품화에 주력하느냐는 것이다. 많은 미국의 광전자 연구인력은 분산되어 국방관계 연구에 몰두하고 있지만, 일본은 상대적으로 적은 인력으로 집중 개발하고 있다. 광전자 분야에서 벨연구소만이 히다치와 같은 노력을 기울일 뿐이다. 다만 문제는 일본이 벨연구소와 같은 열의를 가진 기업을 10개이상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생명공학에도 신풍(神風)은 가능한가

20세기 내지 21세기에 걸쳐 하이테크 세계를 지배할 바이오테크놀로지는 타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엄청나다. 현재 상당부분 실용회되고 있는 의약품으로부터 식물 농업 화학 임업 수산업 등에 강도 높은 파장을 가지고 위용으로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하이테크라기 보다는 '슈퍼테크'라는 표현을 써야할듯하다.

자연을 재생하고 재설계 할 수 있다고까지 말해지는 생명공학기술은 이제 대학의 연구 범주에서 벗어나 엄청난 효율을 가지고 기업으로 이전되고 있고 그 성과는 점차 그 본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 미국에서는 2~3백개나 되는 벤처기업이 이 분야로 뛰어들었다. '제넨테크'사가 유전자를 조작하여 개발한 인체성장 호르몬과 당뇨병 치료제인 인슐린이 시장에 출하된지도 이미 오래다. 제넨테크사의 라이벌인 '세투스'사는 항암제인 '인터루킨-2'를 시장에 선보였다. 이밖에 B형간염백신 등도 생명공학 기술의 개가이다. 현재는 AIDS백신 개발에 세계의 '바이오테커'들이 정열을 쏟고 있다.

생명공학 즉 유전자공학을 연구하는 미국기업의 깊이와 범위는 세계의 어느나라도 흉내낼 수 없을 만큼 깊고 넓다. 미국은 생명공학 관련 연구개발비 투자가 여타 다른 나라의 연구비를 합친 것도다 더 많은 연간 1백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고 있다.

일본은 어떤가. 이 분야에서 미국이 독주하는 것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깊이 개입하면서 산업화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중 140% 이상의 산업화율을 가지게될 의약품을 중심으로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상품화에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는 일본의 응용력이, 백신이나 치료제, 호르몬제 또는 농업혁명 등을 주도할 유전자 조작기술에 얼마만큼 통할 수 있을까.

그러나 바이오산업은 그 특성상 기초연구로부터 얻어진 결실만이 생명성을 보장받는다는 것이 정설임을 감안할 때 일본의 전천후 무기인 '상품화 추진력'은 거대한 장애물에 부딪칠 것이 명약관화하다. 기초연구에 대한 대전환 없이는 신풍(神風)이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한계론'이 대다수의 의견이지만, 상품화능력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일부 의견도 있다. 이들은 일본이 정부 주도하에 난립돼 있는 민간업체를 전문분야로 재조정하고 이미 국적을 잃은(다국적기업의 의미) 미국 기업들과 기술제휴를 해나간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주장한다. 일본의 상품화능력이 놀고먹으면서 얻은 기술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 또한 설득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경제대국으로 성장한 일본은 이제 기초연구에 많은 자금을 쏟아붇고 있다. 아뭏든 생명공학 분야는 현재의 위치에 관계없이, 미래를 지배할 수 있는 슈퍼테크이므로 앞으로 미국과 일본의 힘겨루기가 볼만하다 하겠다.

소프트웨어 대(對) 하드웨어

생산 및 공정기술에서는 이제까지의 이야기와 사뭇다르다. 이미 일본이 미국을 배지기로 쓰러뜨렸거나 최소한 샅바싸움에서 기선을 잡았다고 할 수 있다.

로봇왕국이 바로 일본임을 우리는 매스컴을 통해 잘 알고 있다. 로봇으로 대표되는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분야에서 일본 우위는 누구도 쉽게 부인하지 않는다. NC공장기계를 비롯 로봇제조에서의 우세가 이제는 점차 소프트화해, FMS(다목적 생산시스팀)등 전체 시스팀설계쪽에서도 미국과 대등한, 적어도 크게 뒤쳐지지 않을 수준에까지 이르렸다.

이에 비해 미국 생산회사들은 IBM 등 몇몇 회사를 제외하고는 공장자동화에 별로 관심이 없는 듯하다. 이에 대해서는 서로 상반된 지적이 있다. 그중 하나는 몇천곳의 미국 공장들이 컴퓨터와 로봇을 설치해놓고도 이를 네크워크화 한곳은 매우 적다는 지적이다. 즉 전체 시스팀차원의 공장자동화(FA)가 진행이 더디다는 것이다. 다른 한쪽의 이야기는 일본식 공장자동화는 부품자동화 및 단위기계 자동화를 차례로 단계를 밟으면서 수십년에 걸쳐서 최종단계인 FMS로 진행되는 방면에, 미국은 공장 설립시에 전체 공장을 자동화시키는 CIM(Computer Integrated Manufactuning)형식을 밟기 때문에 새로 공장을 설비하지 않는 한, FA화가 더딜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아뭏든 미국은 메카트로닉스 기술에 있어서 일본에 뒤처져 있을뿐 이나라 메카트로닉스를 적용시킨 공장자동화 진행에서도 조금 더디다는 지적이다.

컴퓨터에 있어 미국과 일본의 비교는 '소프트웨어 대 하드웨어'로 압축 표현된다. 앞에서 언급한 반도체 특히 메모리 반도체의 집적도에 있어서 확보한 우위를 가지고 컴퓨터 제조에 있어서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까지 오른 일본은 슈퍼컴퓨터나 병렬처리컴퓨터 혹은 제5세대 컴퓨터 계획을 수립해가면서 미국의 아성 즉 IBM의 아성을 무너뜨리려 애쓰고 있다.

그러나 말이 대등한 관계이지. 아직도 세계의 컴퓨터계는 60% 가까이 IBM의 수중에 있고, 일부 슈퍼컴퓨터 제조에서 일본이 조금 두각을 나타낼뿐 병렬처리컴퓨터 등에서도 미국의 연구개발 능력을 따라잡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제5세대 컴퓨터 계획도 계획뿐이지 진행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다만 제조 목표가 확실한 컴퓨터의 실행속도나 기억용량을 증가시키는데 일본의 역할을 어느 정도 인정해줄 뿐이다.

하드웨어에서는 어느 정도 미국과 호각을 나타내는 일본도 소프트웨어에서는 경쟁이 되지 못한다. 다만 일본은 이를 확실히 인식하고 1995년까지 AI 부문에서 1만명의 전문이력을 양성할 계획을 추진 중이다.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대규모화돼 생산방법이 분업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본의 철저한 품질 관리 능력이 점차 부각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창조와 응용의 상호침투

미국과 일본의 '하이테크레이스'. 어느새 서구나 소련이 이 대열에서 자연스럽게 빠져나갔다. 이제 두나라는 창조와 응용의 판이한 성격차이 때문이 아니라, 실제로 하이테크 세계를 양분하는 실세이기 때문에 첨단 수레바퀴의 양축으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

앞으로 어느 나라가 가능성이 있는가. 이에 대한 시원한 해답은 없다. 막강한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미국의 첨단과학과 산업에의 철저한 적용을 철칙으로 삼아 기술개발을 주도한 일본의 하이테크. 이 양자는 이제 서로의 노하우를 교류할 시점에 와있는 듯하다.

미국은, 일본회사가 불공정하게 미국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하고 있다는 것을 억울하다고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미국 회사가 그들의 아이디어를 사람들이 구매하고자 하는 생산물로 전환시킬만한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일본은 이제는 더이상 '아이디어의 재무국'으로 낙인 찍히지 않으려고 기초연구에 조금씩 투자하고 있다. 미국측의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하는 차원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서, 21세기 하이테크레이스에서 선두에 서고자 적극적으로 기초과학분야에 투자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낭비라고 도외시 했던 부문에 대해서, 그것이 생명공학이든 우주개발이든 좀더 여유있는 투자조짐을 조금씩 보이고있다.

이제 미국과 일본은 쫓고 쫓기는 일방적인 긴장관계라기 보다 필요에 의해서 서로 도우면서 경쟁하는, 지금까지와는 또다른 과학기술강국의 모습을 보일 것이다.

좁혀지는 격차

미국의 '영원한 아성'처럼 보였던 우주분야조차 상업성이 강한 일본이 조금씩 침식하고 있다.

2차대전 이후에 항공기와 미사일 연구 개발 생산이 금지되었던 일본은 1954년에 이 제약이 해제되면서 항공우주 분야의 연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다. 항공우주기술의 개발에 있어서 일본이 택한 방식을 살펴보면 크게 돋보이는 특징이 있다. 즉 순전히 독자적인 자체 연구개발에 의존하지 앟고 선진국의 제품을 면허생산하고, 또 기존기술을 과감히 도입함으로써 선진국과의 기술간격을 단시일 내에 축소시키는 데에 성공한 것이다.

면허생산부터 시작

항공기 분야는 2차대전 당시에 활약하였던 항공기 기술자들이 종전이 되면서 분산되어 핵심집단을 잃은 상태였다. 이 상황에서 일본은 외국기종의 면허생산부터 시작하였다. 몇개 기종의 사업 후에는 여기서 얻은 기술과 자료들을 활용하여 이와 유사하지마는 일본 독자의 기종을 개발하는 방법을 썼다. 이를 몇번 반복함으로써 일본의 항공기 기술은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고, 일부 전자분야에서는 오히려 서방국가를 앞지르는 단계에 와 있는 것도 있다. 그러나 원천설계자료나 기초연구에 있어서는 아직도 미국이 선도적위치를 유지하고 있다.

일찍이 우주연구의 중요성에 주목을 하고 있던 일본은 1950년 대 중반에 로킷연구를 시작으로 자체연구를 시작하였다. 1969년 7월에는 미국과 우주개발에 관한 협정을 체결하여 우주발사체와 인공위성에 대한 기술도입의 길을 열어 놓았다. 같은해 10월에는 우주개발사업단(NASDA, National Space Development Agency)을 설립하여 우주개발사체와 인공위성 개발업무를 부여하였다.

NASDA는 일본의 연구진이 그동안 축적한 기술로 인공위성 발사용 로킷을 자체개발하자는 의견 대신에, 미국의 '맥도널 더글러스'(McDonnell Douglas)의 '델타'(Delta)발사체를 도입하여 조립생산을 통해서 기술을 습득함와 동시에 N-계열 발사체를 개발하였다. 인공위성 역시 미국의 '필코 포드'(Philco Ford)사와 '휴즈'(Hughes)사에 의뢰 제작하면서 기술습득에 주력하였다. NASDA는 또한 더 많은 우주기술의 정착을 우해서 되도록 많은 기업이, 많은 품목에 대해서 선진국과 기술제휴할 것을 권장했다. 이러한 기술습득방법이 효과적이기기는 하지만 미흡한 점도 있다. 우주발사체 기술도입에 있어서 미국은 발사체의 핵심기술인 유도조정장치를 일본에 공개하지 않고 '블랙박스'(black-box)로 제공하였다. 인공위성에 있어서도 통신방송위성의 핵심기술을 초기에는 이양받지 못하였다. 이 문제는 후에 기술도입원을 유럽으로 확장시키고 자체개발함으로써 어느 정도 해결되었다.

그러나 우주기술 전반에 걸치 설계제작 기술을 확보하고 외국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에 비해서 일본은 해외시장 진출의 단계에는 아직 못미치고 있는 실정이다.

국제우주회의에 참석해 보면 일본의 우주사업 얘기가 자주 나온다. 현재 자유진영의 우주개발 노력은 미국, ESA(유렵우주기구) 그리고일본으로 세 그룹이 형성되어 있는 인상을 받는다. 인류의 장래가 놓여 있는 우주개발에 있어서 일본은 자체능력을 확보하고 우주의 최선진국에 끼어들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반면에 미국은 기초연구와 원천기술개발에 중점을 두어 왔다. 과학기술의 선도자입장에 있는 미국으로서는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미국이 개척해 놓으면, 일본 같은 응용분야에 치중하는 나라들이 실용화 또는 상품화하는 양상이 계속되고 있다.

항공우주분야에 종사하는 미국의 기술자, 과학자의 봉급은 세계 최고로 대단히 높다. 이러한 높은 임금의 고급인력으로는 상업화 면에서 국제경쟁력이 약화되기 때문에, 또 이들을 활용하고 국제적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 미국은 계속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나갈 수 밖에 없다. 항공기 분야에만 해도 미국은 이미 가격 면에서 경쟁력을 잃기 시작하였고 국제공동개발생산 또는 해외 부품하청과 같은 방법으로 해결해 나가고 있다.

금년 2월에 레이건 대통령은 미국의 우주정책과 상업우주구상을 발표하였다. 첫째는 인류의 무대와 활동영역을 지구궤도로부터 태양계로 연장시키는 장기목표이다. 미국 우주정책의 핵심목표인 샘이다. 지구궤도는 물론이고 그 밖의 우주공간까지를 연결하는 우주 수송수단의 개발이 주축이 되는 것이며 많은 신기술의 개발이 활발해질 것이다.

둘째는 우주에 미국의 상업기회를 창출한다는 것으로서 미국 민간기업 주조의 우주개발을 국가적 차원에서 적극 장려하고 지원한다는 의미이다.

셋째는 영구 유인(有人) 우주정거장 건설에 대한 공약을 재차확인했다. 미국은 우주 분야에 있어서 혀너재보다는 미래 지향적인 면에 치중하는 것이 특징이다.

1986년 1월에 챌린저(Challenger)호가 폭발한 이래 약 1년여에 걸쳐서 세계의 실용발사체가 정해진 순서나 있듯이 타이탄(Titan) 델타(Delta) 아리안(Ariane) 아틀라스(Atlas)그리고 소련의 프로톤(Proton) 까지 연속적으로 발사 실패했다. 이중에서 ESA의 아리안과 프로톤을 제외한 나머지 발사체는 모두 미국 것이다. 미국은 이들 사고로 말미암아 인공위성 발사를 전면 중지하고 있으며 1989년에서야 발사 서비스를 재개할 예정이다. 이로 인하여 미국은 발사 서비스를 세계시장을 잃고 있으며, 이 틈을 타서 ESA가 세계 발사 서비스 시장의 50%이상을 점유하게 되었다. 또한 소련과 중공 그리고 일본이 시장에 끼어 들려고 노력 중이다. 이중 일본은 자체개발한 H-계열의 발사체를 계획하고 있느나 아직 상용단계는 아닌듯 하다.

결론적으로 항공우주분야의 선구자인 미국은 새로운 분야의 개척과 신기술의 개발 등 원천기술에 치중함으로써 선도적인 위를 유지하고 있으나 상업면에서는 그 위치를 조금씩 침식 당하고 있다. 미국을 따라 잡으려는 일본은 막강한 재력을 배경으로 국가가 주도하여 노력하고 있으며 우주선진국의 기술도입으로 응용면에서는 많은 발전을 원천 기술 면에서는 미국의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도 상당 기간 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설계기술과 상품화기술

오디오와 카메라 등의 섬세함으로 대표됐던 일본의 기술력이 이제는 자동차 로봇 컴퓨터 통신기기 분야에도 미국과 대등한 위치로 올라섰다.

무려 15년 가까이, 난 미국생활을 꽤나 오래한 편이다. 광활한 평야에 천연자원이 풍부한 미국에서 난 그 거대한 땅덩어리안의 높은 기술문화생활에 푹 빠져버리고 말았다.

달나라까지 인간을 보낼 수 있는 나라, 곧바른 고속도로를 일주일을 몰아도 끝이 안나타나는 나라, 막강한 군사력으로 지구촌 약소국가들을 돌보아주는 나라. 그리고 포드나 GM같은 자동차 거장들과 IBM 및 AT & T 처럼 컴퓨터통신 문명을 개척하는 기업들의 집합, 미국이야말로 바로 세계를 이끌어가는 최대강국의 증거가 아니겠느냐는 생각도 강했다. 한마디로 잘 사는 곳, 자유스러운 곳, 온 세계의 인종이 함께 모여사는 곳, 누구나 능력을 펼칠 수 있는 곳… 그곳이 내가 살던 미국이다.

그곳에서 난 학교를 다니고 또 연구원 생활을 했다. 전자계산학 공부에 도취되는 것도 재미있었고 첨단 통신제품 개발연구에 임하는 진지한 미국연구원들 틈바구니에서 나도 질새라 노력할때면 나름대로 보람도 느끼곤 했다. 그러다보니 그만 긴 세월이 흘러버린 셈이다. 그당시는 그것이 내게 주어진 삶의 길이라고 단언했을 뿐 난 그 생활의 의미도 상대적인 가치도 굳이 따져보지 못했다.

그동안 조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룩해가며 미국, 유럽, 일본은 물론이고 저 멀리 중동 및 아프리카까지 무역진출을 꾀하는 한편 과학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고 있었다. 그러나 등잔밑이 어둡다고 난 미국생활을 그만둔 몇년전까지만 해도 미국을 객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없었던 것 같다. 미국인을 친구로 사귀며 텔리비전 코메디물에 함께 웃을 줄 알고 미국식 생활에 젖었을 뿐, 미국의 현실을 역사적 차원에서 그리고 세계 기술 경제국과의 비교관점에서, 더욱이 우리나라와의 관계설정에서 뚜렷한 의식구조가 미비했다는 것이다.

내가 몸담고 있던 정보산업에 대한 시각 역시 마찬가지이다. 애플사나 마이크로소프트사처럼 10대의 젊은이들이 아이디어 하나로 설립한 기업들을 미국 특유의 자본주의 구조의 산출물이며, 세계 컴퓨터시장을 석권한 IBM의 힘은 역시 미국다운, 미국만의 자랑이 아니겠느냐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최근 나의 이러했던 단순한 사고들은 보다 거시적이며 미래지향적으로 수정되어가고 있음을 내자신 느끼게 되는 바다.

두번의 놀람

미국을 떠난 후 난 두번 놀랐다. 첫번째 놀람은 우리나라 연구원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의욕과 잠재능력을 직접 접했을 때이다. 소수의 ,경험부족의 인력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시간내에 신제품개발이라는 목표달성을 위하여 돌진하는 것을 보곤 처음엔 그 몰상식함에 혀를 내둘렀으나, 나중엔 그결과의 훌륭함에 그만 소스라치게 놀랐다는 점이다. 물론 그 개발과정중엔 해외상품 뜯어보기와 기술도입 등 시간과 경비축소라는 한국식 조건들이 포함되어 있긴 했으나 국산컴퓨터, 한글 한자 워드프로세서, 전자교환기 연구개발 등 그 성공적인 예들은 미국식 사고방식으론 불가능 속에서 태어난 기적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두번재 놀람은 몇년전 처음으로 일본을 방문했을 때다. 전자분야의 종사자로서 '섬나라 왜놈들'의(흔히 교육받았듯이) 기술수준이 우리보다 앞서있다는 점을 왜 미리 몰랐으리오마는, 난 우선 일본의 경제여건 및 기술 현실이 미국을 육박함을 직접 목격하며 아연긴장치 않을 수 없었다. 거기다가 깨끗한 거리, 점잖은 택시운전사, 우수한 제품, 아기자기한 진열대, 호들갑스러울 정도의 친절함, 무릎을 끓는 정중함… 예전부터 침략을 감행해온 적대국이라는 어릴적 교육의 노예가 되어있던 나는 "아! 이곳이 바로 일본인가!"하고 감탄사를 연발한 것이다.

컴퓨터의 거장 IBM이 히디치 후지츠 NEC 등의 일본회사들에 의해 무력화 되어 있는 나라, 산업용카메라 컬러모니터 레이저프린터 등의 신제품으로 미국을 포함한 세계 컴퓨터 입출력장치 시장을 뒤 흔들고 있는 나라, NTT라는 통신회사 때문에 외국의 AT&T나 ITT 등은 발도 제대로 못 붙이고 있는 나라.

한자와 일어문명이 미국인들이 만들어낸 컴퓨터와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는 화려한 전자제품전시회장에서 난 내가 오래 살던 미국을 앞지르는듯한 일본의 우월함을 목격하고, 상대적으로 한국의 연약함을 느끼며 그만 고개를 숙이고 말았다. 뱃놈나라라고, 전쟁이나 일삼는 상놈이라던 생각은 저멀리 날아간 채,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 수차례의 전쟁에 패했으면서도 경제대국으로의 면모를 세계적으로 과시하고 있는 일본의 위대함에 한편 숙연해지기까지 했다. 미워도 배울건 배워야겠다는 나의 태도는 누가 강요하는 것도 아니었다.

이렇게 두번을 놀란후 이제 또다시 수년이 지났다. 그동안 미국과 일본을 수차례 왕래하며 나의 눈은 조금씩 뜨였고 이젠 한국적 시각에서 미국과 일본이 재조명되고 있음을 느낀다.

예를 들어 미국에 대한 평론이 이렇게 바뀌었다. 전자, 유전공학, 통신분야에서 첨단을 달리고 있는 미국은 자신들의 결과를 이론적으로 공개함으로써 타국의 쉬운 추격을 허용했다. 학술발표와 저술의 자유주의가 경쟁무역 시장에서 악용당하고 있음을 이제야 깨닫는 듯하며, 인권을 존중한다는 민주국가 건설이념은 외교정책에선 자국의 이익을 우선시 하다보니 세계 개발도상국들에겐 국사 및 경제적 식민주의 강요하고 있다. 물론 미국의 저력은 앞으로도 우리나라를 포함한 지구촌에 큰 영향력을 과시하겠으나 아시아지역의 발전 궤도를 좌지우지 못하리는 생각은 지배적이다.

창작과 발명 VS 모방과 응용

미국이 아직까지도 창작과 발명의 대국이라면, 일본은 모방과 응용의 천재국으로 불러야 마땅할 것이다. 오디오와 카메라 등의 섬세함으로 규정지을 수 있는 일본은 그동안 자동차 로봇 컴퓨터통신기기분야에서도 미국을 능가하는 성공적인 상품을 국제시장에 선보여왔다. 세계 소규모 승용차시장을 잠식하는 혼다 및 도요타 등의 자동차회사와 일본 메모리반도체의 대명사가 되고 있는 히다치 및 케논, 세이코, 후지츠, 미쓰비시 등의 대기업들은 이제 모방과 응용의 한계를 뛰어넘고 있는 실정이다. 한마디로 미국은 설계기술, 이론 탐구력, 아이디어정신, 대국적 상품구조, 영업력으로 집약되는 가하면 일본은 응용과 변화시도력, 아기자기하고 섬세한 상품품질, 그리고 친절과 서비스 정신으로 우리 눈에 비추어지는 셈이다.

이렇게 세계를 장악한 두 경제대국의 정보산업은 우리의 노력과 함께 크게 변하리라는 전망을 할 수 있다. 현황은 미국의 설계기술, 일본의 상품화기술, 그리고 한국과 대만의 생산기술로 이어지지만 서기 2000년을 맞이할 무렵이면 우리나라는 우선 일본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각될 것임을 확신한다. 홍콩을 흡수한 중국의 세력이 은은히 퍼질 무렵이면 아시아지역이 세계를 이끌어 가리라는 전망은 이미 여러 학자들이 내리고 있는 바다.

입시지옥에 허덕일 정도로 교육열의 일본과 우리나라가 역시 컴퓨터2바이트(byte) 문화권의 중국과 삼위일체를 이루면 그 조화력은 세계를 석권하리라는 말이다. 가전제품의 경우 이는 이미 증명이 된 셈이며 정보산업에도 특히 개발인건비가 막대한 소프트웨어산업에서도 쉽사리 예상되는 결과는 나의 애국심에서만은 결코 아니다. 세계는 역사적으로 그렇고 변해갈것이 너무도 분명한 까닭이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8년 08월 과학동아 정보

  • 도움

    이주헌 교수
  • 도움

    홍용식 부소장
  • 김두희 기자

🎓️ 진로 추천

  • 컴퓨터공학
  • 전자공학
  • 정보·통신공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