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환경에 1차적으로 접하는 것은 피부. 개나 고양이, 스컹크 등이 살아남기 위해서 확보한 피부의 기능들
인간과 동물의 피부는 다같이 주위환경으로부터 개체를 방어하고 내부장기를 보호하며, 감각기관 분비기관 등의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큰 차이는 없다.
그러나 동물의 종류에 따라 그 동물이 주위환경에 적응하며 생존하기에 알맞도록 특이한 구조를 가지고 있거나 특수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 것이 많으며, 아직도 연구되어야 할 분야가 많이 있다. 따라서 비교적 잘 알려진 몇가지 차이점에 대하여 간단히 기술하고자 한다.
지문이 발달한 인간의 피부
동물의 피부는 표피 진피 피하지방 및 피부부속기(피지선 땀샘 털 조갑)로 구성되어 있다. 인간의 표피는 털이 많은 동물에 비하여 두꺼우며 각질층과 과립층이 잘 발달되어 있고 표피와 진피사이의 경계면이 파도처럼 굴곡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굴곡은 손바닥 발바닥에 피문(皮紋)을 만들며 손가락의 피문은 지문(指紋)이라고 한다. 지문은 접촉감각 기능을 증가시키며, 물건을 잡았을때 미끄러지지 않도록 도와준다. 이것은 굴곡이 많은 타이어가 빗길에 덜 미끄러지는 이치와 같다. 지문은 인간에게 가장 잘 발달되어 있으며 원숭이와 같은 영장류(靈長類)나 캥거루같은 유대류(有袋類)에서도 볼 수 있다.
인간의 표피 기저세포층과 모낭에는 색소를 생산하는 멜라닌세포가 있어서 피부와 털의 색깔을 결정한다. 그러나 원숭이 중에는 진피에서만 멜라닌 세포가 발견되는 것이 있으며 쥐에서는 모낭에서만 발견된다. 그러나 멜라닌세포의 증식으로 생기는 흑자(검버섯)나 모반(점)은 다른 동물의 피부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동물의 피부가 인간의 피부와 가장 뚜렷한 차이는 털을 많이 가지고 있는 점이며 동물에 따라 그 기능이 다양하다.
온대나 한대지방에 서식하는 동물에서는 열의 손실을 막아주며 열대지방의 동물에서는 강렬한 태양열로부터 몸을 보호한다. 사슴이나 영양(羚羊)등에서는 위험을 알리거나 의사를 표시하는 도구로 쓰이며 새끼사슴에서는 엷은 황갈색의 털이 자기 몸을 숨기는데 도움이 된다. 말의 갈기(mane)나 사람의 턱수염, 겨드랑이 털 및 치모(恥毛) 등은 장식 또는 성적인 가치를 발휘한다. 개나 고양이세서 외이도(外耳道)에 털이 많은 것은 우선 곤충이나 먼지 이물질 등이 들어가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하며 고양이에서는 감각기능도 갖고있어 귀 안쪽의 털을 건드리면 머리를 흔드는 반사반응을 보인다. 이것은 속눈썹의 반사작용으로 눈을 보호하는 것과 같다.
물개의 수염, 방향탐지기
동물의 털이 인간의 털과 크게 다른점은 감각기관의 역할을 하는 굵고 길며 끝이 뾰족한 털을 입 주위에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 텉은 감각모(感覺毛, Vibrissae)라고 하며 크게 확장된 혈관이 털을 완전히 둘러싸고 있으며 3차신경(다섯번째 뇌신경)의 가지들이 많이 분포되어 있다.
물개의 수염이나 개, 고양이 수염이 대표적이며 특히 야행성 동물에서 잘 발달되어 있어 방향을 탐지하는데 쓰이고, 물개에서는 주위환경과 물의 흐름을 감지하는데 쓰인다.
털의 성장기간이나 속도는 동물에 따라 다르며 같은 동물에서도 부위에 따라 다르다. 인간의 머리털은 약 3년간의 성장기(成長期)가 지나면 3개월간의 퇴행기(退行期)가 지나 털이 빠지게되고 모낭에서는 새로운 털이 나온다.
개 고양이 기니픽 등의 털은 인간의 털과 같이 털의 성장시기가 모두 달라 개개의 털이 빠지는 시기가 다르며 매일 일정수의 털이 빠지게 되는데 이와 같은 성장방법을 모자이크 형(Mosaic Pattern)이라고 한다. 그러나 동물의 털은 봄 여름에 성장속도가 빠르고 한겨울에 가장 늦다. 일조량(日照量)이 많은 여름철에는 빠지는 털의 숫자도 많아져 털의 밀도가 감소한다.
설치류 등 대부분의 동물이 털갈이를 하는데 이것은 모든 털의 성장이 동시에 시작되며 빠지는 시기도 같기 때문이다.
인간의 털은 머리털 눈썹 치모 등과 같이 일정한 부위에만 분포하는 굵고 검은색의 성모(成毛)와 손바닥 발바닥을 제외한 전신에 분포하고 있으며 가늘고 색깔이 없는 연모(軟毛, 솜털)로 구성되어 있다. 개나 고양이의 털은 길고 굵은 털(Primary heir)주위에 7~15개의 가는 털(Secondary hair)이 모여 하나의 단위를 이루며 분포되어 있다.
털의 성장속도는 인간의 머리털이 1일 0.35㎜, 기타부위는 0.1~0.4㎜정도이며 고양이는 0.25~0.3㎜, 개는 0.04~0.18㎜로 개털의 성장속도가 늦다. 그러나 개는 털의 수가 많으므로 하루에 생산되는 털의 양은 사람보다 훨씬 많아서 약 2m에 이르기도 한다.
털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하는 기능
피지선(皮脂腺)은 한선(땀샘)과 함께 피부를 윤기있게 하고 건조를 방지하여 피부를 보호한다. 피지선은 지방성분을 분비하는 선이며 인간에게는 사춘기 이후에 발달하며 털이 있는 전신에 분포하나 안면에 가장 잘 발달되어 있다. 새의 꼬리에 있는 꼬리 융기선(uropygial gland)도 피지선과 비슷한 선으로 지방성분을 분비하여 털이 물에 젖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전형적인 피지선은 포유류에서만 발견되며 모낭과 연결되어 있어서 분비물은 모공을 통하여 피부로 배출된다.
피지선의 분포와 크기는 동물에 따라 다르다. 여우원숭이 박쥐 등에서는 크고 많은 수의 피지선이 분포하는데 반하여 피부의 특정한 부위에만 분포되어 있는 것도 있다. 개의 꼬리에는 항문에서 약 5m 정도 떨어진 부위에 꼬리선(tail gland)이 있으며 많은 수의 피지선과 아포크린선이 분포되어 있다. 이 부위는 다량의 분비물로 인하여 약간 황색을 띠며 특이한 냄새로 서로를 확인하는데 도움을 준다.
한선(汗腺, 땀샘)에는 아포크린선과 에크린선이 있으며 인간에게 아포크린선은 겨드랑이 항문주위 성기주위 등 제한한 부위에 분포되어 있으며, 에크린선보다 크고 모공을 통하여 분비물을 배출한다. 아포크린선의 형태는 대개 비슷하나 그 기능이나 조절작용은 동물에 따라 다양하고 같은 동물에서도 부위에 따라 다르다.
이간에서 아포크린선의 기능은 잘 알려져 있지않지만 동물에서는 대개 전신에 분포되어 있으며 방어기능 성적기능 열조절기능 등의 중요한 기능을 갖고있다. 말 돼지 개 등은 긴장하거나 심한 운동후에 분비물은 다량 배출하며 부분적인 체온조절 작용을 하기도 한다.
동물 중에는 아포크린 분비물의 독특한 냄새로 성적기능을 갖기도 하지만 스컹크는 독한 냄새의 분비물을 배출하여 몸을 보호하기도 한다.
더우면 개가 혀를 내미는 이유
에크린선은 인간과 영장류에 주로 분포되어 있는 한선으로 열조절 작용을 맡고 있으며 손바닥 발바닥 이마 및 겨드랑이에 가장 많이 분포되어 있다. 개나 고양이에서는 발바닥에만 분포되어 있어 열조절에 관여하지 않는다.
개에게는 아포크린선도 열조절에 큰 도움이 되지 않으므로 주로 폐를 통하여 열을 발산한다. 따라서 외기온도가 27˚~30℃가 되면 개의 숨이 빨라지고 혀를 빼내어 열의 발산을 촉진시킨다.
피지선과 한선 이외에도 동물에 따라 특이한 기능을 갖는 분비물을 배출하는 분비선을 갖고 있다. 어떤 두꺼비 종류에서는 독선(毒腺)이 있어서 천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며 사향소 사향노루 등의 숫컷 항문선에서 분비되는 사향(麝香, musk)은 암컷을 유인하는 무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