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산업이 세계적 수준으로 발달한 우리나라에서는 우주과학기술중 어떤 분야보다도 유도제어기술의 전망은 매우 밝다.
인류가 우주공간에 쏘아올린 인공위성은 스스로 궤도를 유지하면서 주어진 임무를 완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유도제어 기술이 필수적. 아무리 뛰어난 발사체나 위성체를 확보했다 해도 유도제어기술이 밑받침되지 않는다면 항로를 이탈해 영원한 우주의 미아가 돼버리는 것이다.
유도제어란 항공기 배 우주로킷 미사일 등 공간상을 움직이는 물체가 유지하기 위한 기술이다. 어떤 다른 절대적 기준에 의해 상대적으로 자신의 위치 및 운동방향과 크기를 파악하고 원하는 궤적, 또는 궤도와의 오차를 측정함으로써 가장 빠른 루트를 결정한 후, 오차에 대한 제어입력을 조정장치에 인가시킴으로써 목적을 달성하는 것을 일컫는다.
따라서 유도제어를 위해서는 우선 절대 기준에 대한 위치 및 속도 등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상태를 파악할 장치가 필요하다. 배에서는 자이로콤파스를 사용하여 진북에 대한 상대적 위치를 측정함으로써 항해의 길잡이로 이용하고, 항공기 우주로킷 미사일 등 항공우주공학에서는 이러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관성성분을 주로 사용하는데 자이로나 가속도계 등이 이에 속한다.
이렇게 비행체의 현재 위치 및 운동상태를 파악하고 나면 비행하고자 하는 궤적 또는 궤도와의 이탈된 정도 즉 오차를 측정하고 이 오차에 대한 만큼의 제어입력을 계산해줄 도구가 필요하다. 항공기와 우주로킷 등의 자동항법장치에는 거대한 용량의 컴퓨터가 이 기능을 담당하고 있다. 만약 전자공학에 있어서의 가공할 만한 발달이 없었더라면 인간이 우주를 탐험하고 나아가서 정복한다는 것은 단지 꿈이거나 학문적 흥미에 그쳤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유도제어의 출발은 군사기술
공학의 발달사를 살펴보면 대부분이 그러하듯이, 이 유도제어 기술도 군사적략적인 측면에서부터 발달했다고 할 수 있다. 2차대전이 치열하던 1942년 7월 독일의 과학자 그룹인 '펜뉴미드'(Peenumude)그룹은 관성유도이론을 적용하여 V-2로킷의 개발과 생산에 성공하였다. 독일군 폭격기의 소리는 전혀 들리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런던시는 어디서 날아오는지 모르는 폭탄에 의해 폭격을 받음으로써 무수한 피해를 입어야만 했던 것이다.
1943년 9월 지중해에서는 '버자미니'(Bergamini)제독이 이끄는 연합군 함대가 독일공군에 의해 대항 한번 못하고 전몰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당시 재래식 전투양상으로 보아서는 공중 1천8백피트 상공에서 전투기가 전함을 공격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던 것이다. 알려진 사실로는 독일군이 사용한 폭탄은 PC1400X (Fritz X)라는 무선제어 활공폭탄이었는데 재래식 폭탄을 개조하여 무선으로 작동되는 수직안정판과 로킷보조모터를 장착하여, 전투기 조종사가 무선으로 조종하여 전함으로 유도했던 것이다.
2차대전이 끝난후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이 유도제어기술의 개발은 계속되었다. 무선으로 원격조종되는 무인 정찰용항공기나 원격조종폭탄으로 이어졌고, '브라운'박사 휘하의 독일 과학자와 공학자들에 의해 관성유도제어기술은 진보를 거듭하여 미국의 군사위성 '레드스톤'과 '쥬피터' 로킷 발사에 성공하였다. 현재에는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단·중거리유도탄 대륙간핵탄도유도탄 등 군사용으로는 물론이고 콜롬비아호 디스커버리호 등 유인 왕복우주선이 지구와 달사이를 거의 오차없이 왕복하고 있다.
이러한 유도제어기술이 발달하게된 이유는 인간의 감각기관 즉 시각 청각 촉각 후각 기억력 등은 서로 복잡미묘하게 얽혀있고 사용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원거리에서 무인으로 목적하는바를 수행하고자 하고, 해저탐사나 우주탐사 또는 원자력발전소 등 인간이 작업하기 곤란한 환경에서 작업을 해야만 할 경우나 또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무인로봇의 활용이 불가피할 경우가 많이 생겼다.
우주공간에서 인간의 능력은 한계
일반적인 유도제어기술은 (그림1)과 같이 크게 네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우선 조종자로부터 명령을 받으면 측정장치로부터 제공된 정보를 가지고 제어장치에서 비행체의 현재의 위치와 비교분석함으로써 조종장치에 조종명령을 보낸다. 조종장치는 이 조종명령을 받아 비행체의 추진장치에 인가해줄 입력으로 바꾸어 내보내면 추진장치가 작동되어 비행체를 항해궤도로 진입시키게 되는 것이다.
제어장치는 컴퓨터로 구성되어 있는데 수정명령신호를 받아서 비행궤적 또는 궤도에 대한 조종명령을 내보낸다. 제어장치와 조종장치사이에는 신호의 매치를 이루어줄 인터페이스(interface)가 존재하게 되며 인터페이스에서 나오는 물리적인 양(전기적 혹은 기계적)을 받아서 제어대상 비행체에 따른 특유의 조종장치가 작동된다. 그 결과는 결국 미사일이나 우주로킷인 경우는 보조분사 추진장치, 항공기의 경우는 조종키(rudder)나 엘리베이터의 작동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비행체는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유도제어방식을 크게 두가지로 분류해 보기로 하자. 첫째는 조종자가 측정장치를 보유하고 있어서 현재 움직이는 비행체나 표적의 위치를 파악하고, 유도제어하고자 하는 비행체를 원하는 궤적으로 움직이도록 유도명령을 내보내는 경우이다. 인공조종항공기나 원격조종폭탄 원격미사일 등이 이에 속한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당연히 조종의 범위가 조종자가 비행하는 비행체의 위치 등 운동상태를 측정할 수 있는 범위내로 제한된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비행체의 이상적인 비행궤적 또는 비행궤도를 미리 비행체에 탑재되어 있는 유도용 컴퓨터에 입력시켜둠으로써 비행체가 스스로 이상적인 비행궤적과 현재의 비행상태를 비교분석한 후 제어입력을 발생시켜서 수정해가는 경우이다. 이런 경우 (그림1)의 제어장치는 유도용컴퓨터와 제어용컴퓨터, 비교분석용컴퓨터의 세부분으로 크게 나뉘는데 (그림2)와 같다.
즉 유도용컴퓨터에는 이상적인 또는 원하는 궤적이 수학적인 절차를 거쳐서 입력되어 있고 비행체는 이 궤적을 참고로 하여 비행할 것이다.
제어용컴퓨터는 측정장치로부터 들어 오는 비행체의 현재의 위치를 이용하여 제어이론을 응용한 평가자료로부터 현재의 위치를 재평가해낸다. 유도용컴퓨터에서 나오는 평가된 현재위치는 비교분석용 컴퓨터에 인가되어 조종장치로 궤적이탈에 대한 수정명령을 내보낸다. 보다 정밀한 유도제어를 위해서 경우에 따라서는 비교분석용 컴퓨터가 3대 이상 될 수도 있다.
이러한 유도제어의 예로서, 항공기는 이륙으로부터 일정한 항로로 진입할때까지는 조종사에 의해 조종된다. 그 이후는 유도제어를 위해 구성되어 있는 자동항법장치에 의해 자동조종되는 것이다. 'KAL 007편'이라고 얘기하는 것이 바로 비행하고자 하는 이상적인 비행항로이며 자동조종장치내의 컴퓨터에 미리 기억되어 있는 것이다. 또한 인공위성 등 우주로킷의 경우, 선회해야 할 선회궤도가 미리 유도용컴퓨터에 내장되어 있으며, 발사기지에서 발사한다는 것은 이상적인 선회궤도로의 진입을 시키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따라서 발사대에서의 정밀한 발사는 대단히 중요하므로 발사직전에 주위환경에 의한 요소, 즉 풍속 풍향 중력장 등을 고려하여 발사대를 초기배열화 시키는 것이다. 만약 발사가 정밀하지 못하여 이상적인 선회궤도 근방으로 진입하지 못하면 그 로킷은 선회궤도를 이탈해 버리거나, 선회궤도에 진입하기 위하여 제어를 목적으로 싣고 간 여분의 연료를 소모해 버리면 그것은 바로 인공위성의 수명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순조롭게 발사되어 궤도에 진입된 우주로킷은 컴퓨터에 내장된 선회궤도에 기준하여 관성자동항법장치에 의해 유도제어되어 궤도를 순조롭게 비행하게 된다. 관성유도장치를 이용한 미사일도 마찬가지로, 지구 중력장에 의해 결정되는 탄도궤적을 미리 미사일내에 적재되어 있는 컴퓨터에 내장시킴으로써 그 탄도궤적을 따라 대기와 중력장의 차이로 인해 발생하는 외란에 대한 오차를 유도제어장치를 이용하여 보상을 반복함으로써 미사일이 표적까지 안정하게 비행하도록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태양계내에서는 태양을 절대기준으로 하여 우주로킷의 상대적인 위치를 뉴턴의 제1법칙을 이용한 관성성분을 자이로나 가속도계를 사용하여 측정함으로써 지구의 인력이나 대기권으로부터의 저항에 의한 궤도오차를 수정하면서 우주로킷이 선회비행하도록 되어 있다.
전자공학의 발달을 밑거름으로
우리나라는 1960년대 경제개발의 착수와 대외지향적인 성장책의 채택으로 경공업의 육성에 성공한 이래, 1970년대에 들어와서 자본과 기술이 크게 부족한 시점에서 중화학공업의 육성으로 진통을 겪은 바 있다. 이를 극복하는 방안으로 자주국방의 기치아래 방위산업의 육성이 강조되었고 국방과학원의 설립과 관련기업을 중심으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특히 유도병기에 대한 집중적 지원으로 70년대말에는 국산 중거리유도탄의 발사시험에 성공하였다.
현재는 국방과학원을 비롯한 대학과 연구소에서 항공우주산업 특히 유도제어를 위해서는 필수적인 자이로와 가속도계의 개발 및 제어를 위한 연구가 진행중에 있으며 항공우주공학연구소의 설립이 추진되고 있으므로 미래의 우주시대를 위하여 더욱 연구에 박차를 가할 것이다.
또한 고무적인 일은 항공우주공학에서 두뇌의 역할을 하는 유도제어기술의 발전을 위해 무엇보다도 중요한 전자산업이 세계 선진국 못지 않게 발전하고 있고 VHSIC (Very High speed Integrated Circuit)프로그램과 갈륨(Ga)을 이용한 IC칩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어서 고성능 컴퓨터의 하드웨어를 멀지 않아 개발할 수 있을 것이고, 소프트웨어를 위한 전문고급인력도 점차 확보되어 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나라의 유도제어기술에 대한 전망은 우주과학기술 중 어떤 분야보다도 밝다고 사료된다.
앞으로 세계는 전자사업과 소프트웨어 산업의 발전으로 우주정복에 관한 꿈을 실현하기 위하여 더욱 노력할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보다 정밀하고 보다 정확한 유도제어기술을 필요로하게 될 것이다.
우주는 무한히 넓고, 모험에 찬 젊은이들을 부르고 있다. "미래의 세계는 조용히 우리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고 우리들이 매일같이 의사를 결정함으로써 창조되는 세계일 뿐이다"라고 말한 '제임스무린' 장군의 말처럼 끊임없이 노력하고 사고하면 우리나라도 현대과학의 총아인 항공우주공학의 선두에 나설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