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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맥경화증에 시달리는 도시교통/하나의 치료법 궤도버스(오·반시스팀)의 도입

영원한 불치병도 아니고 완벽한 치유책도 없지만 혁신적 기술개발에 따른 첨단 대중교통수단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 서울은 동맥경화증에 걸려 있다. 그것도 이미 중증이라고 확신된다. 언제 혈관이 터져 반신불수가 될지 모른다. 급격한 경제성장에 따른 무분별한 영양섭취가 서울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를 동맥경화증으로 만들어 놓았다.
 

급격한 경제성장은 지금껏 배고픔에 주려온 대한민국 국민들의, 자가용이라는 콜레스테롤이 다량으로 함유된 육류의 섭취를 가속화시켰다. 동맥경화증은 물리적 수술요법으로는 치료될 수 없으며, 섭생의 조절을 통한 식이요법만이 그나마 상태를 악화시키지 않을 수 있을 뿐이다.

 

평균시속 20km의 승용차
 

사람과 차량이 뒤엉킨 모습. 서울 어디에서나 자주 볼 수 있다.


동맥경화증이 현대인의 병이듯, 교통문제는 현대도시의 병이다. 그럼 이 병의 증상은 어떤가?
 

지금 서울에는 총 52만여대의 차량이 등록돼 있으며, 그중 60% 정도에 달하는 30여만대는 자가용이다. 자가용의 증가속도는 매년 17%정도에 달해, 이러한 증가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2천년대에가서는 2백60여만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자가용의 급격한 증가는 도시교통에 있어 소통문제에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서울시에서 승용차의 평균 주행속도는 시간당 20km를 넘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람의 걷는 속도가 평균시속 5km 정도이고 우리나라 평균 체격의 남자가 자전차를 탄다고 할 때 낼수 있는 속력이 시간당 20~30km라는 것을 감안할 때, 이미 서울의 도로는 그 기능을 상실하였다고 할 수 있으며 극단적으로 이야기해서 자동차를 모두 폐차처분하고 모든 도로를 자전차 전용도로로 만드는 것이 교통소통의 측면에서 훨씬 효율적이라는 이야기도 설득력있게 제기될 수 있는 상황이다.
 

서울시의 도시병을 진단하기 위한 또 하나의 증상은 교통사고이다. 내무부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 85년 한해동안 발생한 교통사고건수는 총 14만6천8백36건으로 이에 따른 인명피해가 19만여명, 재산피해가 2백73억여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것은 10년전에 비하여 총 사고건수로는 3.3배, 인명피해로는 2.9배, 재산상의 피해로는 11배 증가한 수치이다.
 

한편 85년도의 교통사고로 인한 재산피해액은 당해년도의 화재 등 각종 안전사고로 인한 총 피해액 5백13억 여원의 절반가량에 해당되며, 86년도 우리나라 교통안전시설 총 예산 1백55억원의 1.7배에 해당한다. 또한 85년도의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는 당해년도의 교통사고를 포함한 각종 안전사고에 의한 총 사상자 20만여명의 96%를 접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의 편의를 위하여 만들어진 자동차가 현재 서울의 경우에 있어서는 더 이상의 편의를 제공하지 못하고 일을 뿐만 아니라, 더 나아가 이제는 인간을 억압하고 인간의 생명을 앗아가는 공포의 대상물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심각한 합병증, 대기오염과 소음
 

모든 인체의 병은 합병증이 있기 마련이다. 도시의 동맥경화증도 예외일수는 없다. 그중에서도 가장 쉽게 진단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가장 위협적인 합병증이 바로 대기오염과 소음으로 대표되는 도시공해문제이다.
 

교통의 정체 현상이 많이 발생한다 함은 자동차의 정차와 출발의 빈번함을 이야기하여, 이에 따른 가속과 감속이 많아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자동차배기가스중 가장 문제가 되는 것도 아황산가스(SO₂)와 질소산화물(NOx)이다. 이 물질들은 자동차의 특성상 자동차가 일정한 속도로 주행할 때보다, 가속이나 감속할 때 더욱 많은 양이 배출되게 된다. 따라서 교통정체가 심하다는 이야기는 자동차로 인한 대기오염이 더욱 심화된다는 것을 뜻한다. 이들 배기가스들이 인체의 암을 유발시키고 기관지염, 감기 등 호흡기 질환의 주된 요인이 된다는것은 이미 상식에 속하는 이야기이다.
 

또한 소음으로 인한 정신질환 역시 중요한 합병증의 하나이다. 지난 몇년간 서울시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우후죽순격으로 들어서 왔다. 이들 아파트 주민들의 불만사항중 가장 큰 것이 자동차 소음인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그런데 소음공해의 무서운 점도 바로 인간의 소음에 대한 적응력에 있다 하겠다. 도로변에 사는 사람들로 부터 주로 듣게 되는 이야기 중의 하나는 이사온 후 처음 몇달동안은 자동차 소음때문에 밤잠을 설쳤으나 그 후로는 이에 적응되어 오히려 조용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고 하는 사실이다.

 

운행억제가 치유책?
 

병을 치료하기 위하여는 병의 원인이 무엇인지를 알아야한다. 병의 근본원인을 파악한 후 그 근본원인을 도저히 제거할 수 없을 때 우리는 그 병을 불치병이라 부른다. 도시의 동맥경화증도 어떻게 보면 불치병일른지도모른다. 왜냐하면 그 근본원인이 교통이라는 현상적 부문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경제구조, 사회구조 등 제반 구조적 측면속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근본원인을 치유할 수 없다하여 죽을 날을 기다리며 두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듯이 도시의 동맥경화증에 대해서도 상태가 더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계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사회 각 구성원의 소득이 증대되고 생활이 향상되어 이에따라 승용차 소유욕도 강해지게 된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리고 한 개인이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하여 그 개인을 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리고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기 위하여 기술이전 효과가 높고 부가가치가 높은 자동차 산업의 육성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아무 이론이 있을 수 없을 것이며, 또한 이러한 필요에 따라 자동차 산업이 원활히 육성되기 위하여는 자동차에 대한 내수기반이 튼튼해야 한다는 데에도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즉 경제성장에 따라 자동차의 보유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며 따라서 승용차의 보유를 억제시킬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결론적으로 승용차 증가로 인한 도시의 동맥경화증을 치유하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승용차 보유억제정책도 그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하겠다.
 

그러면 방법은 무엇인가? 사실 교통소통문제는 따지고 보면 많은 사람이 승용차를 소유하고 있다고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많은 자가용차가 도로상을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이다. 따라서 승용차에 대한 정책의 촛점은 승용차의 운행억제에 맞추어져야 한다.

승용차운행을 억제하기 위한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승용차 운행비용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세법상 자동차 구입 및 소유에 대해서는 등록세 취득세 등 각종의 세금이 부과되나 그외 운행에 대한 조세제도는 전혀 없는 실정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이에따라 자가용의 운행은 전혀 규제됨이 없이 방치되어 있는 실정이다.

 

약 15배의 사용자 비용
 

주차문제만 해결해도 도로용량이 20%이상 늘어난다.


승용차 운행억제를 위한 운행비용 인상방법으로는 크게 주차요금의 인상, 유류세의 인상, 그리고 승용차 도심진입세의 부과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승용차 운행 억제정책도 대중교통 수단에 대한 개선 없이는 그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 하겠다. 그것은 승용차를 제외한 버스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편리도를 향상시켜 그 효율성을 증진시킴으로써만이 승용차로 부터 대중교통수단으로서의 전환이 유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와 같이 기존 버스 지하철 등의 차내 승차인원이 출퇴근시에는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고 있는 상황하에서 승용차의 운행억제를 강요한다면 더욱 복잡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대중교통수단의 장점은 크게 수송효율의 측면과 경제적 측면에서 찾아진다. 버스의 경우 승용차보다 30여배에 달하는 수송효율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론상으로 볼 때 지하철의 경우는 그 수송효율이 무한대에 이른다. 한편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10km의 운행거리에 있어 대략 버스는 1백20원, 전철은 2백원, 교통혼잡이 없을 경우 택시는 1천6백원, 승용차는 주차비를 포함하여 약 2천원이 소요된다.
 

따라서 택시와 승용차의 사용자 비용은 버스의 그것에 비하여 13~16배에 해당한다. 또한 각종 교통수단의 운행원가를 비교해 보면, 운행거리를 5km로 가정할 경우 승용차는 버스에 비해 약 5배 수준에 이른다. 에너지 사용량도 교통수단의 경제성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데, (표1)에서 보듯이 에너지 1kwh를 사용하여 버스는3.5~42인·km를 수송할 수 있고 지하철은 4.9~57인·km는 수송할수 있는데 비해, 승용차의 수송능력은 1.2~6.2인·km에 불과하다.
 

(표1)도시교통수단별 에너지 효율의 비교


주 : 1ℓ=3.67kwh로 가정

자료 : V.R Vuchic "Urban Public Trans_portion System and Technology" prentice Hall, 1981


이와같이 경제적 측면 및 수송효율 그리고 당면하고 있는 승용차 통행량 증가의 억제를 위한 정책적 측면을 고려할 때 버스 및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의 공급 및 관리문제는 승용차 운행억제 정책과 더불어 우리나라 도시교통문제 개선의 관건이 된다 하겠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당면한 대중교통수단의 문제점을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노선망의 불합리 : 현재 버스운영체제는 사기업의 논리상 회사간의 경쟁, 의견조정의 어려움 등으로 버스노선조정이 극히 어려운 상태이다. 이에따라 총 2백76개의 버스노선을 가진 서울시의 경우를 보면 노선의 중복현상(서울역에 64개 노선, 고속터미널에 39개 노선, 종로에 60개 노선), 굴곡노선의 과다(전체노선의 40%), 노선간 혹은 지하철과의 연계체계 미비 등의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 노선의 중복현상은 간선도로나 주요지점에 있어 교통혼잡의 요인이 되고 있으며, 굴곡노선의 과다는 교통수단의 불필요한 증가를 야기시킬 뿐아니라 버스의 회전교통량을 증가시켜 교통혼잡과 교통사고의 원인으로 작용한다.
 

□요금의존식 운영 : 지난 70~80년대를 통하여 대중교통에 투자된 정부지원은 거의 전무하다 할 수 있다. 즉 대중교통에 관한한 정부는 지하철만을 감당해 왔으며 버스에 대해서는 사기업의 운영에 일임해 왔다. 이러한 버스회사에 대한 정부의 운영보조 미흡으로 인하여 버스회사의 수익성은 요금(Fare Box Revenue)에만 의존되어 있으며, 이에따라 버스회사의 황금노선에 대한 집착도를 강화시켜 도시전체 버스노선의 비합리성을 초래하고 있다.

 

대중교통수단의 고속화 고급화 시급
 

이러한 대중교통의 운영, 관리상의 비합리성을 극복하기 위하여 세간에서는 현재의 과다한 버스회사를 통합 공동운영체제를 형성하는 공동배차제, 버스회사의 공영화 혹은 시영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어찌되었건 간에 현재 대중교통수단의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또한 승용차 운행억제를 위해서는 대중교통수단의 고속화, 고급화 및 수송능력의 향상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관점에서 볼 때 새로운 대중교통수단의 도입 혹은 개발이 요구된다.
 

이러한 점에서 여기에서는 서독의 '벤츠'(Daimler-Benz)사와 AG사에 의해 개발되어 1980년도 부터 운행되기 시작한 궤도버스(일명 오반시스팀 : O-Bahn Busway)를 소개하기로 한다. 현재 서독의 '에센'(Essen)시, 호주의 '아델라이드'(Adelaide)시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서독의 '맨하임'(Manheim)시에서 현재 건설중인 오반시스팀의 가장 기초적인 기술적 개념은 'L'자형의 조립식 콘크리트(PRC : Precast Reinforced Concrete)로 만들어진 궤도를 따라 고무타이어를 장착한 버스가 방향조정을 위한 수동적 조작없이 자동적으로 운행되며(Automatic Track-Guided Operation), 필요에 따라서는 여러개의 버스를 연결하여 열차처럼 운행될 수 있게 되어 있다.
 

따라서 오반 시스팀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고속성, 안전성 및 높은 수송효율에 있으며 그 밖의 장점으로는 다음과 같은 것이 있다.
 

□철도수송에 비해 승객 1인당 초기투자비용이 저렴하고(경량철도보다 약 30%저렴)차량무게가 가벼워 에너지 효율이 높다.
 

□디젤엔진 외에 작은 전기모터가 설치되어 있어 궤도상에서 뿐 아니라, 도로상에서도 운행가능하다. 따라서 재정부족으로 트랙이 당분간 건설될 수 없는 곳이나 교통수요가 그리 많지 않은 경우에는 트랙없이 일반도로상에서도 운행될 수 있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유리하다.
 

□궤도폭의 넓이가 차량의 폭과 거의 비슷하여 궤도건설을 위한 토지비용이 저렴하다.
 

그러나 이러한 장점을 지닌 오반시스팀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도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이 시스팀을 우리나라에 건설할 경우 모든 건설기술, 유지·관리 기술을 완전히 외국에 의존해야 하며, 차량 또한 완전히 외국으로 부터 수입해야 한다는 기술의존문제가 따른다. 나아가 이러한 오반시스팀이 우리나라의 교통여건상 도로구조상 그리고 지형조건상 적합한지에 대한 검토도 세밀히 분석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로 호주의 아델라이드시에서 오반시스팀을 도입하게 된 배경을 소개해보자.
 

우선 자가용 보유율이 2사람 당 1대의 비율로 매우 높았으며, 따라서 환경보전 및 에너지 보전과 관련하여 무제한적인 승용차 이용을 억제하기 위해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수단의 서비스 수준을 향상시킬 필요가 있었다. 나아가 이러한 대중교통 서비스 수준향상의 필요성은 전체교통량의 30%가 도심을 통과함으로써 발생하는 심각한 교통혼잡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기도 하였다. 이와 더불어 당시 아델라이드 시의 대중교통수단수익성은 운영비용의 40%에 지나지 않아 저렴한 신 대중교통수단의 개발이 요구되고 있었다.

 

영원한 불치병인가
 

앞에서 이야기 되었듯이 서울을 비롯한 우리나라 도시의 동맥경화증은 불치의 병이다. 사실 이렇게 이야기 할 때 애매한 것은 교통부문에 있어 어떤상태가 완치된 상황인가에 대한 명확한 해답이 없기 때문에 서울의 동맥경화증이 불치의 병이라고 이야기하기 곤란해지는 면이 있다.

그러나 필자가 감히 불치의 병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현재 중증에 걸려있는 우리나라의 교통문제가 현실적으로 가능한 어떠한 노력을 기울인다 할지라도 오직 증상악화의 방지만을 희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사에 있어 영원한 불치병은 있을 수 없듯이 혁신적인 기술개발에 따른 첨단 대중교통수단의 개발의 가능하다면 현재 우리가 불치병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도시교통문제도 언젠가 완치될 날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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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조중래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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