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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알라모스에서 열린 최초의 회의보고 인·공·생·명

컴퓨터는 해낼 것인가

생명현상을 연구하는 일은 과학의 모든분야중 가장 어렵고 진보가 부진한 부류에 속한다. 조직을 해부해 본다든가 단백질을 분석하는 일 그리고 생명(또는 유전)연구에 단골로 등장하는 과실파리(fruit flies)로 증식하는 일 등은 생명연구의 필수적인 과정이었고 또 가장 많은 연구가 행해지기도 했다.

 

만들어보는 것이 최선의 길
 

그러나 요즘 연구자들은 생명연구에서 최상의 방법은 '생명 그 자체를 창조해 보는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들은 생물학의 지식과 컴퓨터를 이용, 인공생명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즉 생명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인 활동성, 자기복제(생식) 그리고 진화를 총체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공생명은 전자환경속에 존재하는 것으로 자연의 생명과는 분명히 구별된다.
 

인공생명에 관한 첫학술회의는 지난해 9월, 미국 로스 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열렸다. 이자리에서는 단백질의 합성에서부터 식물의 성장, 동물의 식성(食性)에까지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모델로 제시되었다. 이모델은 생명은 아니지만 적어도 생명과 비슷한 것임에는 틀림없었다.
 

생물학에 있어서 모형만들기(simulation)는 대단히 복잡하고 의문점을 많이 남기는 작업이다. DNA의 초기형태인 전구체(前駆体)가 어떻게해서 정보를 저장하고 복제하게 되었을까? 자연선택의 능력은 어떻게 복잡하고 아름다운 구조를 만들어 냈을까? 환경에 따른 적응능력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가?

 

기계가 만들어낸 유령인가
 

생명창조의 일은 자연히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뜻을 되새기게하고 생명의 개념을 보다 넓게 생각하게한다.
 

인공생명은 "기계속의 유령"이라고 이 회의의 조직자였던 '크리스토퍼 랭턴'씨가 말한것처럼 여러 물질로부터 만들어 내는 것이며 또한 그 물질과는 다른 독립된 존재인 것이다.
 

학자들은 역사상 처음으로 종교에서나 말하는 영혼(soul)에 대해 언급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럼 영혼이란 무엇인가?
 

옥스포드대학의 진화 생물학자인 '리차드 더킨스'는 "그것은 물질이아니다. 어떠한 살아있는 물질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것은 조직의 복합성속에 존재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살아있는 생명은 부드럽고 흐물거리는 물질로 구성된 하나의 체계일 따름이며 인공생명은 반대로 딱딱하고 움직이지않는 칩으로 만들어지는것"이라고 설명한다.
 

인공생명의 실체는 이미 이상한 형태로 나타났다. 월트 디즈니의 만화속에 나오는 생명체등과 몇세대 떨어진것으로 보이는 물고기나 새떼들, 전자먹이더미속을 기어다니는 벌레들(그러나 보이지는 않는다)이 자라고 또 죽는다. 컴퓨터꽃들이 꽃을 피우고 또 시든다. 이 과정은 컴퓨터 화학물질에 의해 조절이된다. 막대기처럼 생긴 물질이 실험실에서 수십세대를 거치면서 나비나 조개로 진화하기도 한다.
 

이 가운데 일부는 이미 실제로 존재하는 생명체를 모방한 것이지만 다른 대부분의 것은 실제 것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 것들이다. 이것들은 또한 학자들이 당초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로 나타나기도한다.

 

생명의 독특한 논리
 

동물의 경우에는 뼈와 근육, 식물의 경우에는 나뭇잎과 꽃잎 그리고 어떤 생명체에서나 리보솜과 크로모솜을 없애도 생명은 컴퓨터로 추출해낼 수 있는 독특한 논리를 갖고 있다. 이것이 생명창조의 길로 매진하게 하는 믿음이다.
 

이제 컴퓨터를 이용해서 미생물학자, 진화학자, 물리학자, 화학자들이 생명연구와 생명창조를 위해 연구 그룹을 형성했다.
 

로스 알라모스의 실험실은 컴퓨터로 가득차있고 '발생(発生)의 공식은 무엇일까'를 알기위해 컴퓨터단추가 닳아질만큼 눌러대고 있다. 그들은 생명의 정의에대해 문제를 안고있지만 유기체가 물질과 에너지를 진행시키고 자신을 복제하며 또 진화시켜나가는 능력을 생명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성장을 위한 지침은 바로 16개의 유전 인자이다. 각각의 인자는 발생 양상을 규정한다. 예를 들어 크기인자는 크기에 영향을 주고, 기울기는 구성물의 성장비에 영향을 준다.

 

약간의 컴퓨터 피조물들은 사소하지만 이러한 생명의 특질을 어느정도 갖고있다. 그래서 학자들은 이렇게 생명현상의 일부만 갖고 있는 피조물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망서리고 있는것이다.
 

많은 논쟁이 전개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은 가장 중요한 특징으로 '화를 내는것'을 들기도 했으며 어떤사람은 훌륭한 유기체라면 '목적성'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샌디에고'의 솔크연구소의 '제럴드 조이스'는 생물학자를 이용한 시험방법을 제시하였다. 우선 인공 유기체를 생물학자와 함께한 방에다 집어넣는다. 만약 생물학자가 나와서 '그것은 살아있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아주 고무적인 일이 될 것이라는 것이다.
 

"그다음 만약 인공 유기체가 나와서 그 친구는 살아있다고 말한다면, 그 때 당신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다"라고 조이스 박사는 덧붙인다.

 

지나친 낙관주의 아닌가
 

많은 다른 과학자들은 인공 생명을 탄생시키려고 박차를 가하는 과학자들이 가지고 있는 지나친 낙관주의와 과장된 주장, 컴퓨터의 능력에 대한 주장들을 비판한다. 그들은 1970년대의 인공 지능에 대한 과장된 보도를 기억하고 있고, 로스 알라모스 회의에서도 '하이만 하트만' 박사가 맹목적으로 컴퓨터 모델에 의존하는 것에 대해 경고하였다. 자신의 뒤에 있는 대형 화면에서 최면술처럼 자신의 모델이 파도치고 반짝이고 있을 때 그는 청중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인공 생명의 가장 큰 위험중의 하나는 당신이 매우 영리해서 멋진 일들을 할 수 있는 멋진 기계를 만들 수는 있지만 당신이 만들고자 노력하였던 것에서부터 점점 멀리 떨어져 나왔다는 것이다."
 

복잡성은 단순 체계에서부터 우연히 나타날 수 있다는 최근의 인식이 인공생명 분야에서 가장 강력한 동기 유발이 되었다. 과학자들은 가장 유망한 실험은 생명과 유사한 특질들이 자발적으로, 그 계획자까지도 놀랄만큼 자발적으로 일어난 것이었다는 점을 인정하였다.
 

그들은 창조주의 역할을 하기를 원하였다. 그러나 '랭턴'박사의 다음과 같은 말처럼 참새의 모든 행동을 지시하는 그러한 창조자가 아니다. "우리는 그렇게 하기를 원치 않는다. 총체적인 조정자는 없다. 또한 기적은 없다. 기적은 출발점을 제외하고는 허락되지 않는다."
 

장애물 근처를 정확하게 나는 새 떼를 만들려고 시도한 한 컴퓨터 그래픽 전문가는 자유롭게 흘러가지만 정확하게 위치지워진 동작을 만들어야만 한다. 꼭대기에서 하강하는 한 떼를 프로그래밍하는 대신에 심볼릭스사의 '크레익 데이놀즈'는 수백마리의 가상의 새들이 각기 옆의 새를 피하는 일련의 법칙을 따르도록 버려 두었다.
 

자연스러운 모습의 새 떼가 형성되어 블록과 실린더 주위를 자유롭게 날고 있었다. 물론 예기치 않았던 행동도 나타났다. 한 새가 장애물에 부딪쳤고 한동안 멍한 상태로 퍼득이다가 앞으로 비틀대면서 나아갔다.
 

조직의 자발적인 출현은 모든 생명체에서 중심이 되는 문제이다. 생명의 기원을 연구하는 사람들은 자기 조직화의 원리가 없다면, DNA의 섬세한 장치를 형성하기 위해 필요한 아미노산이 올바른 조합으로 결합될 수 있는 기회를 가질려면 우주의 나이의 몇 배에 해당하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날카롭게 인식하고 있었다.
 

자기 조직화는 자신의 유전 인자의 발전 법칙에 따른 개개 생명체의 전개인 발생학과 진화의 결합을 이끌었음에 틀림없다. 이러한 것들은 깊은 신비로 남아 있으며, 컴퓨터 모델들은 그들이 어떻게 일어났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그럴듯하게 일어날 수도 있는 것인가를 보여주려는 데에 있다.
 

컴퓨터 꽃^두개의 꽃은 프로그램에 따라(돌연변이 가상) 다른 모양을 갖게 됐다.

 

과학자들은 최근에 들어서 가지치기(branching)나 식물의 톱니 구조와 같은 복잡해 보이는 형태들 중 어떤 것은 단순한 프랙탈 기하학의 언어로 기술될 수 있음을 발견했다. 프랙탈 기하학에서 다른 규모로 반복되는 규칙으로부터 형태를 구축한다. 그런 법칙들이 실재 식물의 유전 인자에서 어떻게 암호화 되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럼에도 로스 알라모스에서의 몇가지 실험은 실재 양치류나 나무, 심지어 꽃까지도 비교적 간단한 프랙탈 기하학적 방법에 의하여 만들어 냈다.
 

캐나다 레지나대학의 '프루싱키비츠'교수는 로스알라모스에서 살아있는 유기체와 가장 유사한 것을 만들어 내기 위한 '인공4-H콘테스트'에서 우승했는데 그가 제시한 한가지 프로그램은 여러 종류의 꽃 종들의 성장을 흉내낸 것이다. 그것은 기하학적 반복조작을 시간 신호와 결합시켰다. 그런데 이 시간신호는 식물들이 가지치기와 싹이 트는 것을 조정하는 데에 사용하는 화학적 신호와 같은 것이었다. 그 결과는 식물 성장의 생생한 모습이었다.
 

그런 모델들은 진화의 가능성은 전혀 없는 채로 풍부한 발달을 보여 주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옥스퍼드의 동물학자이며 '눈 먼 시계공'이란 저서의 저자인 더킨스 박사는 놀라운 진화력을 가진 막대기 모양의 발생학 설명을 제시하였다.
 

임의적인 돌연변이와 어느 정도 자의적인 자연 도태의 설명을 통해서 그 프로그램은 놀랍게 복잡한 그리고 자주 지상의 생명체와 놀랍도록 흡사한 모양으로 진화해 나가는 것이었다. 이 모델들은 새로운 진화의 경로를 보여 주었고 그것들 중 예측될 수 있었던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인공 생명에 대한 접근이 성공적이기 위해서는 모델들이 처음보다 더 풍부해져야 할 것이라고 듀드니와 다른 과학자들은 말한다. 모델들은 성장과 경쟁 그리고 진화의 과정을 결합시킨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이들이 개별적으로 다루어져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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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뉴욕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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