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뿐 아니라 이와 관련된 사회과학까지를 포괄하는'농업대학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으며 취직걱정은 별로 하지 않는 곳.
요즘의 농업은 벼농사와 과수원예 축산 정도로 인식되던 과거의 그것과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 첨단과학중의 첨단이라 할 유전공학도 실은 농업의 한 분야일 뿐 아니라 컴퓨터라든가 전자현미경이 농업연구의필수장비가 된지도 이미 오래전의 일이다. 또 기계와 토목 병리학 경제 화학등의 학문분야가 농업과 밀접하게 결합돼있기도 하다.
서울대학교 농과대학은 이처럼 종합과학화된 농업의 이론과 실제를 다루는 농과 대학의 효시이자 센터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농업교육기관인 셈이다.
80여년의 역사와 가장 많은 학과, 수준높은 연구인력과 시설을 갖춘 서울대 농대의 이모저모는 곧 한국의 농업교육 나아가 농업전반의 현주소를 말해주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국 농과대학의 중심
먼저 이 대학의 학과를 일별해봄으로써 최근의 농업연구분야를 알아보자. 15개의 학과(17개 전공)는 크게 다섯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이며 전통적인 분야가 기본생관련학과로 농학과 원예학과 임학과 축산과로 잠사학과 등이 이에 속한다.
다음은 가공·이용학과로 식품공학과 임산가공학과가 해당되며, 농업기계관련 학과에 농공학과(기계전공과 토목전공)가 있다. 농업환경관련학과로는 조경학과 농화학과 농생물학과 등이 있고 마지막으로 사회과학분야에 농업경제학과 농업교육학과 농가정학과 등이 있다. 이렇게 살펴보면 농과대학이라고는 하지만 농업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사회과학까지를 포괄하는 종합대학 즉, '농업대학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는 셈이다.
농업교육의 본산으로 서울대농대가 자랑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수준높은 인적자원과 시설. 전국의 농과대학중에서 가장 실력있는 학생들이 모인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그에 못지않게 교수진이 알찬다는 것. 95명의 교수중 80% 가량이 해외유학을 통해 최신 이론을 연구했는데, 이는 타농과대학에 비해 두드러지는 현상이라는 게 학교측의 주장이다. 교수들의 논문발표가 상대적으로 타대학교수에 비해 훨씬 많다는 데에서도 입증된다는 것.
시설면에서도 괄목할만한 것들이 적지 않다. 축산학과의 아미노산분석기, 농학과 원예학과의 CO₂분석기, 중앙분석실 농화학과의 원자흡수분광광도계, 전자계산실의 컴퓨터시스팀, 전자주사현미경 등 주요장비만도 40여종에 달하고 있다.
그러나 첨단과학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가고 있는 현실에 비추어 아직도 많은 장비와 시설이 확충돼야 한다는 게 교수들의 주장인데, 대부분의 장비도입이 차관사업으로 이루어지고 있어 애로점이 크다는 얘기다.
서울농대의 연구기능을 집약시킨 곳이 대학부설의 농업개발연구소다. 전임강사급 이상의 전체교수가 참여하고 있는 이 연구소는 학문연구뿐 아니라 국영 또는 사기업체에서 제기하는 농업관련 문제들을 해결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학술지발간과 국내외세미나를 통해 다양한 연구업적을 쌓아오고 있는데, 중앙분석실 공업공작실 전자계산실 등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최근의 농업분야의 연구동향에 대해 이 연구소의 연구부장인 부경생교수는 "유전공학이 모든 것을 다 해결해주는 기술인양 여기거나 또는 최첨단만을 강조하는 풍토는 잘못된 것"이라며 "농업연구의 경우도 기본적인 분야를 충실히 해나가면서 첨단분야를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쾌적한 환경, 가족적 분위기
경기도 수원에 자리잡고 있다는 지리적 여건과 농가대학 특유의 분위기로 인해 캠퍼스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은 가족적인 환경속에서 생활하고 있다는 게 학생들의 자랑이다. 한 2학년 학생은 '서울 관악캠퍼스에서 1학년과정을 마치고 나서 이곳으로 오니까 '여기가 내집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캠퍼스가 아늑하고 학생수도 적으며 똑같은 학문을 하는 사람들끼리만 모여 있다는 점에서 그런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또 서울과 달리 자연환경이 쾌적하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장점이라는 것.
학생들은 전국에서 골고루 모였는데, 서울출신과 순농촌출신이 각각 30∼40%에 달한다. 그러나 이들의 졸업후 진출방향을 보면 농사짓는 사람의 비율은 5% 남짓하며, 80% 가량이 전공분야의 직장을 택하고 있다.
즉, 식품공학과출신은 식품회사, 농공학과 출신은 농업기계관련회사나 일반기계공업계통, 농경제학과는 금융기관이나 행정기관 등으로 진출하고 있어 취직걱정은 별로 안한다는 게 김현욱교수(교무담당학장보)의 말이다.
2천3백여명의 학생(이중 여학생이 약 3백명)들은 3분의 1가량이 서울방면에서 전철로 통학을 하고 있고, 1백50명 수용의 기숙사가 있으며, 나머지는 자취 하숙을 하고 있다. 오랜 역사에 걸맞게 서클활동도 다양해서 '상록''상록공동체' 같은 학생들이 펴내는 간행물이 유명한가 하면 '샌드 패블'같은 음악서클이라든가 '블루 아트' 연묵회 등 미술·서예계통서클도 널리 알려져 있다.
특히 미식축구부는 수원비행장의 미군주둔시절부터 시작돼 '한국최초'라는 전통을 갖고 있다. 농과대학답게 농악반의 할동도 빼놓을 수 없다.
1904년에 서울에 농상공학교가 창설됐을 때 이 학교 농과가 오늘날의 서울대 농대로 발전한 것을 감안하면 정확히 83년이란 긴 역사를 지녀온 셈이다. 1907년 수원신축교사로 이전한 후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변신을 거듭한 끝에 오늘날의 국립서울대학교 농과대학으로 된 것이 1946년이다. 최근까지도 학과의 신설분리 등 변모를 거듭하고 있는데, 특기할 것은 1976년 수의학과가 수의과대학으로 분리된 것. 따라서 서울대 수원 캠퍼스는 농과대학과 수의과대학이 함께 있는 셈이다.
넓지는 않으나 아늑한 캠퍼스와, 그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수목원 과수원 농장 목장 그리고 첨단의 과학장비들이 조화를 이룬 서울대농대의 발전은 곧 한국농업의 내일을 결정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