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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개의 신화에서 전자공학 혁명으로

마술같았던 정전기현상이 규명되면서 전기·전자문명의 길이 열렸다.

지구가 탄생했던 45억년전에는 아직 공기가 없었을 것이고, 따라서 번개나 천둥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구상에 인류가 나타나 활동하기 시작한 약50만년전에는 동식물이 생존했을 터이고, 번개나 천둥이라는 자연현상도 인류 앞에 나타났을 것임에 틀림없다. 이것이 인류와 전기를 인연맺게 해준 최초의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인류가 전기를 알게된 기간은 인류 전체의 역사에 비해 1천분의 1정도에 불과하다.

전기는 영혼의 소행

전기를 최초로 관찰한 사람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 탈레스(BC 약 600년경)였는데, 그는 기원전 600년 무렵에 활약한 과학의 원조라고 할만한 사람이다. 따라서 전기에 관한 기원은 이 시기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탈레스가 남긴 믿을만한 책은 남아있지 않지만,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연에 관한 자신의 저서에서 그를 인용하고 있을 정도이다.

그리스 사람은 호박(琥珀)을 일렉트론이라고 불렀다. 지금의 일렉트리시티(전기·Electricity)는 바로 여기서 유래하였다. 당시 발틱해 연안에서 생산된 호박은 차츰 그리스로 수입되어 귀부인의 팔찌나 목걸이 등 장식품으로 사용되었다. 그런데 보석상들은 이 호박이 마찰시킬 때 왕겨나 깃털을 잡아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음을 일찌기 알고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런 성질을 마력이라 생각해버리고 말았다. 한가지 덧붙인다면 자기(磁氣)의 현상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전기와 자기를 독립된 각각의 현상으로 보았던 것이다.

물론 그리스 사람이 호박을 '일렉트론'이라 부르기는 했지만, 오늘날의 전자(電子)의 의미를 가리킨 것은 아니었다. 탈레스는 이러한 성질을 '영혼'의 소행으로 보았기 때문에 전기(電氣)라는 개념은 아직 없었다. 따라서 번개와 천둥이 치는 것도 전기 때문이라고 보지 않았던 것은 물론이다.

정전기와 번개
 

번개의 신화


기원전 300년경 초기 아카드시대의 원통인장에는 천후(天候)를 관장한 신이 손창과 채찍을 손에 들고 날개 달린 괴물이 이끄는 마차에 타고 있는 그림이 새겨져 있다. 이 손창이 벼락을 치는 용구였다. 문명발상지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에서는 이집트에 비해서 번개를 동반한 비가 훨씬 많았음인지 기원전 2000년 무렵 남부 메소포타미아에서 사용된 듯한 원통인장에는 신화의 영웅앞에 두 갈래로 나뉘어진 번개의 그림이 그려져 있다.

또 중국사람도 번개의 원인에 대하여 생각하고, 이는 번개와 비를 관장하는 다섯 신의 일이라고 상상하고 있었다. 즉 총사령관을 뇌조(雷祖)라 하고, 그 밑에 큰 북을 울리는 뇌공(雷公), 두 장의 거울을 양손에 들고 하계를 비쳐주는 뇌모(雷母) 등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대 과학에 비추어 볼 때 이것들은 물론 받아들일 수 없다. 하지만 그 배후에 있는 음양설은 지금도 건재하고 있다. 훨씬 뒤인 아리스토텔레스시대에 접어들면 전기에 대해서 어느정도 과학성을 띠게 된다. 특히 구름은 대지의 증기로 만들어지고, 이것이 차가워지면 동시에 수축되어 갑자기 물로 바뀐다고 생각하였다.

피뢰침 발명한 「프랭클린」

번개가 전기라는 점에 관심을 가지고 피뢰침을 발명한 사람은 프랭클린이었다. 이것은 1749년의 일이다. 그러나 이미 1708년부터 호박의 정전기 현상과 번개 현상의 유사성에 관해서 논의된 바 있었는데, 호박을 마찰시킬때 일어나는 불꽃과 소리가 번개와 비슷하다는 데에 근거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작은 물체를 끌어당기는 현상은 반드시 호박이나 유리막대를 마찰시킬 때 일어나는 것만은 아니었다. 1703년 네덜란드의 한 상인이 전기석을 가열할때도 같은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또 1729년 영국의 그레이(1670~1736)는 절연체와 도체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한편 물체가 띠는 전기에는 종류가 있다는 데 관심을 가진 사람은 1733년 프랑스의 듀페이(1698~1739)였다. 그는 유리막대를 견사로 문질러서 생기는 전기를 유리전기, 호박이나 수지 그리고 유황 등을 모피에 문질러서 생기는 전기를 수전기(樹電氣)라 이름을 붙였다. 이것은 그후 1784년 프랭클린에 의해 앞의 것은 플러스전기, 뒤의 것은 마이너스 전기로 불리게 되었고, 전기를 띠고 있지 않는 것은 두 종류의 전기가 중화되어 있기 때문이라 하였다.

1746년 네덜란드의 라이덴대학 교수 무스겐부르크(1692~1761)는 전기를 담아두는 병을 발명하였다. 그는 병에 물을 담아두듯 전기도 담아둘 수 있다고 생각해 물을 채운 병을 손에 쥐고 마찰전기를 넣어 보았다. 이때 상당히 강한 전기적 충격이 손으로 전해졌다. 그다음 병의 안과 밖을 주석의 박막으로 감쌌다. 이 병이 유명한 라이덴병으로서 오늘날에도 학교에서 정전기 실험에 빼 놓을 수 없는 도구이다. 그러나 그후에는 정전기에 관한 연구가 시들해지고 다만 때때로 마찰기전기를 개량하여 불꽃방전의 실험을 오락으로서 즐기는 정도로 그쳤다.

전지 발명으로 백작이 된 「볼타」

정전기는 한번 번쩍하면 끝나고 말지만 전지로부터의 전류는 몇 시간동안 연속적으로 흐른다. 전류 발견의 역사는 동물전기의 논쟁과 전지의 발명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탈리아의 볼로냐대학에서 재직하고 있던 갈바니(1737~93)는 해부학 교수였다. 그는 우연히 개구리의 다리가 금속과 스치면 '찍찍'소리를 내며서 경련을 일으키는 사실을 발견하고, 동물전기의 연구에 돌입하였다. 그는 1791년 볼로냐 학사회지에 '근육운동에 의한 전기의 힘'이라는 논문을 발표하면서 생물의 신경과 근육조직에 발전능력(發電能力)이 있다고 주장했다. 지금의 '갈바노미터'는 여기서 유래한다.

한편 이탈리아의 파피아 대학 물리학교수 볼타(1745~1827)는 이 보고서를 읽고서 흥미와 의아심을 가지고 실험을 반복하였다. 그 결과 개구리 다리가 움직이는 것은 체내의 신경이나 근육조직으로부터 전기가 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근육과 금속과의 접촉점으로부터 발생한 전기에 의해서 움직인 것이라 반박하였다.

갈바니의 연구에 자극을 받은 볼타는 연속전류를 착상하였다. 그는 1799년 전퇴(電堆)를 만들었다. 이것은 동판과 아연판 사이에 종이를 교대로 끼우면서 여러 장의 동판과 아연판을 쌓아 올리고 소금물에 담아 놓은 것이었는데 이 장치에서 연속적으로 전류가 흘러 나왔다. 바로 구리 조각과 아연조각을 묽은 황산에 넣은 세계 최초의 볼타전지가 탄생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연구 결과를 일괄하여 1800년 발행된 영국의 왕립학회 연보에 발표하였다. 그후 다른 사람들의 실험에서 암시를 얻어 많은 전지를 직렬로 연결하여 고전압 연속전류를 얻는데 성공하였다. 1801년 나폴레옹은 볼타를 파리로 초빙해 프랑스학회에서 실험을 하도록 하고, 그에게 금메달과 백작의 작위를 수여하였다.

「갈릴레오」에 필적하는 「패러데이」의 업적

전지의 발명은 전기와 자기 사이에 어떤 관계가 있는가를 찾도록 자극하였다. 외르스테르(1777~1851)는 1807년에 이미 전기와 자기의 관계를 탐구하고 있었다. 그는 볼타전지를 사용하여 전류의 자기작용을 실험하였다. 도선과 자침을 평행으로 놓고 전류를 보내면 자침이 움직이고, 전류의 방향을 반대로 하면 자침이 반대로 움직이는 현상을 발견하였다.

이처럼 전류가 자기로 바뀌는 현상은 1820년대에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반대로 자기가 전류로 바뀌는 방법은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를 밝힌 사람이 바로 영국의 패러데이(1791~1807)로서 전자유도현상을 발견했다. 그의 실험은 자석의 기계적 동작으로 전류를 발생시킬 수 있으며 동시에 전류로 자석의 기계적 동작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으로 매우 큰 실용적 의의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패러데이를 인간생활과 과학기술의 관계라는 입장에서 본다면, 갈릴레오나 뉴턴에 필적할만한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전자유도 연구는 전기의 힘을 인간의 동력수요에 충당하는 전기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였다. 이어 영국의 과학자 맥스웰(1839~79)은 전기와 자기에 관한 연구들을 체계화하여 전자기학을 완성하였고, 아울러 전자장(電磁場)의 이론도 구축하였다.

패러데이의 전자유도 현상의 발견은 모터(전동기)를 출현시켰고, 나아가서 발전기가 제작될 길을 열었다. 이로써 전기의 이용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다. 각종 발전기가 속속 출현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들은 처음에는 증기기관으로 운전되어 기계적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바꾸었다. 또 에디슨은 전등을 실용화 하기 위하여 뉴욕에 최초로 발전소를 세우고 전선을 사용하여 전기를 수송하였다.

한편 1870년 그람(1826~1901)은 발전기에 우연히 전류를 흐르게 했더니 전기자가 회전하는 현상을 보고 전기에너지로부터 기계적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다. 그 결과 전동기라는 새로운 동력원이 등장하였다. 이는 에너지 중에서 가장 융통성이 풍부하고 간편한 동력이었다.

전기통신의 길 연 「말코니」

증기기관차나 증기선보다 빠른 통신수단이 절실하게 요구되었다. 이전에 통신문을 수 마일 떨어진 곳에 전달하는데 전기를 사용한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인류는 전기를 이용하여 더 멀리 더 빠르게 더 정확하게 정보교환을 하는 통신기구의 개발에 힘썼다. 이것이 전기통신이다.

1888년 헤르츠(1857~1894)는 전파의 존재를 예언하였다. 그는 방전에 의해서 전파를 발생시킨 다음 조금 떨어진 곳에서 전파의 영향을 관찰하였다. 그 실험결과에 의하면 전파의 발생장치와 수신장치만 제작된다면 무선통신의 가능성이 충분하였다. 우선 1890년대에 많은 연구자들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였다.

그중 이탈리아의 말코니(1874~1937)는 재능과 좋은 환경의 덕택으로 그 연구에 성공하였다. 그는 1896년에 4.8km의 무선통신에, 또 1897년 에는 1백20km의 무선통신에 성공하였다. 나아가 1901년에는 대서양을 건너서 영국과 미국간의 무선통신에 성공함으로써 전파시대의 문을 열게 되었다.

이처럼 말코니는 무선통신의 돌파구를 열어 놓았다. 그것이 실용화 된 것은 2극진공관과 3극진공관의 등장 이후였다. 1904년 영국의 플레밍(1849~1955)이 2극진공관을 발명함으로써 비로소 전파에 의한 신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계속해서 1906년 미국의 드·포레스트(1855~1961)가 3극진공관을 발명하여 무선통신은 더욱 실용적인 단계로 접어들었다.

신화 창조하는 전자공학 물결
 

전자공학 물결


20세기 중반인 1950년대부터 전자공학이 시대의 각광을 받으면서 등장하였다. 전자공학은 모든 과학기술과 공업분야에 침투하여 현대과학의 총아가 되었다. TV 트랜지스터 라디오 컴퓨터 등의 보급은 인간생활에 커다란 변혁을 몰고 왔다. 토플러가 지적한 '제3의 물결'이 밀어 닥치고 있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회로와 진공관의 혁명에서 비롯되었다. 즉 프린트회로와 트랜지스터의 등장이었다.

트랜지스터는 고체물리학의 빛나는 성과로서 컴퓨터의 핵심체라 할 수 있다. 이는 1948년 미국의 벨전화연구소의 쇼클리에 의해서 발명되었다. 트랜지스터는 게르마늄에 극히 적은 불순물이 섞인 것인데 이 물질이 3극진공관의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의외의 사실이 발견되었다. 또한 트랜지스터는 그 부피가 극히 작고 전력의 소모가 적을 뿐 아니라 반영구적이며 즉시 작동된다는 우수한 기능을 지니고 있었다.

트랜지스터는 곧 이어 전자 계산기를 출현시켰다. 물론 이전에도 전자계산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미국의 펜실베니아대학에서 개발한 최초의 전자계산기 에니악(ENIAC) 1호는 진공관이 1만8천개였고, 그 크기가 큰 교실만했다. 그러나 트랜지스터를 이용한 전자계산기는 놀랄만큼 그 부피가 작아졌고, 값도 매우 저렴해졌다.

전자 계산기는 1955년부터 여러분야에 보급되기 시작했고, 극히 복합한 계산이나 사무처리에 이용되었다. 나아가서 생산과정에까지 이용되고 있을뿐 아니라 판단 예측 경영에도 침투하여 소위 정보화시대의 총아가 되었다.

트랜지스터는 컴퓨터의 초기단계에 불과하였다. 이보다 정보처리의 능력이 월등하고 신비스러울 정도의 반도체가 속속 등장하였다. IC(집적회로)시대를 거쳐 LSI(대규모집적회로)시대로, 곧이어 VLSI(초대규모집적회로)시대로 접어들었다. 이들은 모두가 마술과 같은 기능을 지니고 있다. 고대 신화로부터 출발한 전기가 20세기에 들어와 다시금 신화를 창조해 내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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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오진곤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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