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라이브러리









PART Ⅲ 곰팡이·버섯류 유용물질 생산하는 자연계 청소부

유기물을 분해하는 균류로부터 인류는 귀중한 식품과 의약품을 얻어왔다.

만일 청소부들이 모두 파업을 벌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하루아침에 도시는 거대한 쓰레기더미로 바뀔 것임은 불을 보듯 분명하다. 인간세계의 청소부처럼 묵묵히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자연계의 청소부가 바로 곰팡이류 즉 곰팡이 버섯 효모 무리이다. 이들이 있음으로 해서 생태계가 배출하는 온갖 종류의 사체 분비물 폐기물은 다시금 영양분으로 탈바꿈하고 대지는 생명력을 회복한다. 게다가 이들은 인간에게 유익한 식량과 의약품을 제공하는 데도 큰 역할을 한다.

기원전 6000년부터 이용
 

점균(粘菌)^일정한 형태가 없는 원형질의 덩어리로 변형균류라고도 한다. 포자를 통해 번식하며 습한 곳이나 죽은 식물에 서식한다.


균류(菌類)라고도 불리우는 곰팡이류는 효모 등을 제외한 거의 대부분의 종류가 가늘고 긴 세포가 일렬로 늘어서 실모양을 이룬 균사(菌絲)로 구성돼 있으며 포자를 만들어 번식한다. 전문가들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곰팡이류의 종류를 25만에서 30만종으로 추정하고 있는데, 해마다 약 1천종이상 새로 발견되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것은 약 12만종.

곰팡이나 효모의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던 먼 옛날부터 인류는 경험을 통해 이들을 이용해 왔다. 기원전 6000 년경 '수메르'인과 '바빌로니아'인들은 맥주를 만들어 마셨고, 비슷한 시기에 이집트에서는 효모를 이용해 빵을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은 이처럼 유용한 곰팡이류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고 단지 토양과 초자연적인 힘이 신비롭게 결합해 생겨난다고 믿고 있었다. 훨씬 뒤인 그리스 로마시대에도 번개가 땅에 떨어지는 곳에서 곰팡이가 생긴다고 설명했을 뿐이다.

현미경이 발달한 오늘날 우리는 곰팡이를 손쉽게 관찰할 수 있게 되었다. 배양액을 넣은 유리 샤알레에 곰팡이를 접종시키고 1주일 정도 지나면 곰팡이가 얼룩덜룩한 잔디모양으로 대량 번식한 것을 볼 수 있다. 현미경으로 본 곰팡이의 모습은 균사에서 줄기처럼 포자자루가 뻗어 있고 그 끝에 포자를 지닌 포자체가 달려있다. 가는 실처럼 생긴 균사는 여러 갈래로 가지치기를 계속해 나중에는 부채꼴을 이룬다. 균사는 식물의 뿌리처럼 영양기관으로서 유기물의 표면이나 내부를 종횡으로 누비며 양분을 흡수한다.

균사가 뿌리의 역할을 한다면 포자는 곰팡이의 꽃인 셈이다. 곰팡이는 이 포자로 번식하는데 복잡한 생식과정을 거친다.

유용한 곰팡이, 해로운 곰팡이
 

곰팡이 배양^한천 배지의 유리 샤알레에서 곰팡이를 배양하고 있다. 윗쪽 옆은 확대사진. 포자와 포자체가 보인다.


일상생활에서 널리 알려져 있는 곰팡이는 그다지 종류가 많지 않다. 그러나 자연계에는 공기 물 흙 바다 할 것 없이 곰팡이는 유기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존재한다. 특히 흙은 곰팡이의 보고라고 할만한데, 한 줌의 흙에서 10여종의 곰팡이가 분리되는 일이 흔하다.

유기물을 분해하는 곰팡이의 생리는 인간에게 매우 유익하게 이용된다. 즉 빵이나 알콜 등의 식품과 비타민 효소 항생제등을 만들어 내는데 곰팡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면 쌀의 녹말에 누룩곰팡이가 작용하면 당이 생기며 효모는 이것을 알콜로 바꾼다. 한편 알콜은 아세트산균에 의해 초산이 된다. 이런 물질변화과정은 오늘날 산업적으로도 널리 이용되고 있다.

곰팡이가 인류에게 널리 알려지고 또 인류에게 가장 큰 혜택을 주게 된 계기는 페니실린의 발견일 것이다.

1928년 영국의 세균학자 플레밍은 우연히 푸른곰팡이가 세균을 죽인다는 사실을 발견해 항생물질이라는 새로운 처방의 길을 열었다. 이어 미국의 미생물학자 왁스만은 1944년 결핵 특효약인 스트렙토마이신을 발견하고, 곰팡이가 내는 물질로 다른 세균과 미생물의 발육을 억제하는 물질을 항생물질이라 정의했다. 그후 새로운 항생물질이 잇따라 발견돼 현재 그 수는 5천종에 달한다. 시판되는 항생물질은 1백50종을 헤아리며, 의학적으로 가치있는 항생물질은 약4분의 1은 곰팡이부터 얻어진다.

그러나 곰팡이가 항상 유익한 것은 아니다. 특히 동물의 전염병균에는 세균류가 많은 데 반해 식물의 병원균은 곰팡이류가 많다. 벼의 도열병균과 보리의 녹병균 등은 곰팡이가 일으키는 잘 알려진 병이다. 역사적으로는 1845년과 46년사이에 아일랜드 주민의 5분의 1에 가까운 1백만명이 곰팡이에 의한 감자병이 퍼지는 바람에 굶어죽은 일이 있다. 또 20세기에 들어와서는 유럽에서 수억그루의 느릅나무가 곰팡이로 인해 말라죽었다.

곰팡이는 인체나 동물에도 기생하는데 트리코피톤은 무좀을, 미크로스포름은 쇠버짐이나 두부백선을 일으킨다, 최근 외과수술의 진보에 따라 장기이식 등이 빈번히 시술되면서 곰팡이의 일종인 진균에 의한 감염이 새로운 위협으로 대두하고 있다. 즉 이식된 장기에 대해 우리몸의 면역기구는 과잉반응을 보이는데 이 거부반응을 억제시키다 보면 평소에는 해가 없는 진균들이 발흥하게 된다. 진균에 의한 감염은 치료가 쉽지 않고, 그에 대한 항생물질은 부작용이 많아 어려움을 주고 있다.

한편 곰팡이류는 다른 생물과의 공생(共生)을 통해 놀라운 생명력을 과시하기도 한다. 재미있는 예가 지의류(地衣類). 약 2만여종이 알려져 있는 지의류는 균류와 조류(藻類)가 함께 삶을 꾸려나가는데, 균류는 물과 광물질을, 조류는 광합성을 통한 탄화수소를 서로 주고받는다. 지의류는 적도에서부터 극지방까지 다른 생명체가 거의 살 수 없는 곳에서도 번성하며 물이 없는 사막이나 암석 위에서도 살아간다.

곤충과 공생하는 곰팡이도 있다. 중남미에 사는 나뭇잎개미는 날카로운 턱으로 잎사귀를 잘게 썰어 진흙과 섞어 반죽을 만든다. 여기에 곰팡이가 자라는데 개미는 커다란 균사체를 양식으로 쓰기도 하고 적의 공격을 피하는 보금자리로 이용하기도 한다.

독버섯, 상식의 위험성
 

흰알광대버섯^치명적 독버섯으로 사망률은 70%에 달한다.


곰팡이류 가운데 가장 커 눈에 잘 띄는 것이 버섯이다. 그리스 로마인들은 버섯의 독특한 향미를 즐겨 '신의 음식'이라고 찬미했고 중국인들은 버섯을 불로장생의 영약으로 다루어 왔다. 이처럼 식용이나 약용으로 널리 이용돼온 버섯은 동시에 독버섯으로 공포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우리가 버섯이라고 알고 있는 부분인 '자실체'(子實体)는 실상 버섯의 일생으로 볼때 극히 짧은 기간의 모습에 불과하다. 고등식물의 꽃에 해당하는 자실체에 생긴 포자는 싹이 터 1차균사로 되고 이들이 세포질 융합을 일으켜 2차균사가 된다. 다시 2차균사는 적당한 환경에서 자라 3차균사가 되어 자실체를 형성한다. 따라서 버섯은 1년중의 대부분의 기간을 솜털이나 가는 실모양의 균사상태로 부식토나 고목에서 사는 셈이다.

포자는 자실체의 주름속에서 만들어진다. 들싸리버섯의 경우 하나의 자실체는 약 18억개의 포자를 만들어내는데, 이것은 매우 가벼워 2백억개가 모여야 1g이 된다고 한다. 포자는 바람에 날려 멀리까지 운반돼 적당한 조건이 갖춰지면 싹이 터 균사가 된다.

버섯은 식물체의 주성분인 셀룰로스와 리그닌을 분해하는 중요한 기능을 갖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낙엽이나 마른풀 나뭇가지 등에 균사를 뻗쳐 영양분을 섭취하는데, 살아있는 나무의 뿌리에 침입해 균근(菌根)을 형성하는 종류도 많다. 송이 그물버섯 등은 대표적인 예. 이들은 대개 나무와 공생을 한다.

식용버섯으로 널리 알려진 종류는 목이 싸리버섯 능이 갓버섯 송이 표고 느타리 등으로 아미노산과 비타민류 그리고 효소가 풍부해 알칼리성 고급식품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표고에서 혈중 콜레스테롤의 축적을 억제하는 성분이 발견되어 고혈압 예방이 기대되고 있으며, 여러 종류의 버섯에서 제암(制癌) 물질을 찾아내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독버섯도 많은 종류가 있어 주의를 요한다. 특히 '빛깔이 화려하며 악취가 나는 것은 독버섯, 자루가 쉽게 찢어지는 것은 식용버섯'이라는 식의 속단은 위험하다. 독버섯은 전문지식이 없이는 쉽게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치명적인 독버섯으로는 알광대버섯 독우산광대버섯 등을 꼽을 수 있으며 사망률은 70%에 달한다. 그밖에 광대버섯 파리버섯 등도 구토 시력장애 의식불명을 일으킬 수 있다.

이 기사의 내용이 궁금하신가요?

기사 전문을 보시려면500(500원)이 필요합니다.

1987년 09월 과학동아 정보

  • 조홍섭 기자

🎓️ 진로 추천

  • 생명과학·생명공학
  • 환경학·환경공학
  • 농업학
이 기사를 읽은 분이 본
다른 인기기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