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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약 그룹 연구소

고분자화학 연구의 요람

버튼에 손도 대지 않은 컴퓨터가 작동하여 로보트가 움직이기 시작하고 수술이 한창 진행중일 때 믿었던 첨단의료기기가 말을 듣지 않는다. 이는 EMI(Electronic Magnetic Interference)의 심각성을 알수있는 가상 시나리오이지만 전자장비들이 한군데 어울려 있는 곳에서는 충분히 일어날수 있는 현상이다. 전자기기들로 부터 발생되는 전자파가 상호간섭하여 오(誤)작동을 촉발시키는 것이다.
 

더구나 EMI는 공해요소로서 건강에도 적잖은 피해를 준다. 이 새로운 공해를 피할 적절한 방도는 없을까? 충남 대덕에 있는 한국화약그룹연구소에서는 이와 관련된 연구들이 소리없이 진행되고 있다.
 

한국화약 그룹 연구소

 

한국에 적합한 신소재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연구에 중점을 두는 신소재연구실은 한국적(?) 의미의 신소재 개발에 부심하고 있는듯.
 

"선진국에선 오래 전에 개발된 소재라 할지라도 국내에선 생소한 소재라면 신소재죠" 여기서 만난 한 연구원이 들려준 '한국적'이란 개념이다.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은 '소재의 챔피온' 철에 도전하는 랭킹 1위의 신소재다.
 

그중 자동차부품등으로 활용되는 폴리 카보네이트(poly carbonate)와 폴리이미드(poly imides)가 이곳 연구원의 각별한 관심을 끈다. 특히 폴리 카보네이트는 EMI현상을 막는 도전성 플래스틱 제조에도 유용하다. 아직은 범용엔지니어링 플래스틱연구에 역점을 두고, PPS(poly phenylene sulfide)와 같은 특수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은 문헌조사로 내일을 기약하고 있는 상태다.
 

엔지니어링 플래스틱이 베어링 제조에도 활용될 듯.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베어링엔 윤활유가 묻어있어 손이나 바지를 더럽히기 십상이다. 머지않아 이런 불편도 해소될 가능성이 높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으로 만든 베어링에 윤활유를 넣어서 기름이 5년간 서서히 나오게 한다면 불필요한 세탁비는 아낄수 있다.
 

폴리에틸렌은 에틴렌의 중합에 의해 생기는 사슬모양의 고분자물질. 제조공정이 원유의 나프타로 부터 출발하는 석유화학제품으로 각종용기, 포장용 필름, 섬유, 파이프 등에 사용된다.
 

연구소내에서 최다인원이 배치된 폴리에틸렌 연구실은 신제품개발 뿐 아니라 고객에 대한 기술서비스지원에도 가담한다. 이곳에서 연구된 폴리에틸렌으로는 선형 저밀도폴리에틸렌(LLDPE), 구술형 저밀도폴리에틸랜, 전선피복용 수지, 염소화 폴리에틸렌, 온상용 특수필름 등이 있다.
 

연질의 저밀도폴리에틸렌, 경질의 고밀도폴레에틸렌에 이어 제3의 폴리에틸렌으로 일컫는 선형 저밀도폴리에틸렌 연구는 이 연구실의 자랑거리다. 선배격인 두 폴리에틸렌의 약점을 보완해 투명도도 좋고 물리적 성질도 강한 선형 저밀도폴리에틸렌 제조공정연구는 미국 유니온 카바이드사의 유니폴공법을 들여와 시작했으나 이제는 전체엔지니어링기술까지 축적한 정도다. 또 충격흡수력이 크고 복원력도 빠른 구술형의 저밀도폴리에틸렌을 연구해 자동차 범퍼 대용을 노린다. 그밖에도 초고압 1백54KV 절연용의 전선피복용수지를 생산하는 수퍼크린공법을 연구하고, 물성이 다양하게 변하는 염소화폴리에틸렌 연구도 폴리에틸렌팀의 그간의 실적들이다.
 

원예농가를 위한 비닐하우스 개질연구도 한창이다. 비닐하우스 안에 들어가면 비닐에 물방울이 송송히 맻혀 빛의 투과를 막는 현상을 볼 수 있다. 햇빛이 자연스럽게 비닐하우스내에 들어오는 것이 어려우면 그 속에서 자라는 작물도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좀더 쾌청한 환경을 조성해주는 비닐하우스 재료가 요구된다. 연구팀은 이점에 착안하여 에스테르계 물질을 첨가한 특수필름을 내놓았다. 비닐하우스에 맺힌 물방울의 표면장력을 줄여 흘러내리게 하는 간단한 원리다.
 

또 일반의 비닐하우스용 필름은 태양의 자외선에 의해 산화되기 쉽다. 한번 설치한 비닐하우스를 교체하는 작업은 수고스럽고 경제적 부담도 크다. 이 경우도 비방(?)의 첨가제를 처방해 수명이 연장된 제품을 만들었다.
 

PVC캔의 연구

 

전기가 흐르는 플래스틱
 

PVC(poly vinyl chloride)는 비닐의 중합체다. 폴리에틸렌과 비교하여 내한성, 신장성이 떨어지나 투명도, 강도는 우세한 고분자 물질.
 

"우리 연구실은 특수PVC의 국산화와 신 가공품개발에 주력합니다. 예컨대 전기가 흐르는 플래스틱과 식수병용 복합PVC가 이런 노력의 일환이지요" PVC연구실의 한 연구원은 자신들의 연구방향을 들려준다.
 

IC회로가 다른 전자파에 의해 방해받으면 TV화면이 흔들리게 된다. 이를 노이즈(noise)현상이라 부른다. 이때 IC커버를 전기가 통하는 PVC로 대체해주면 화면은 제자리를 잡게된다. 용도가 더욱 확대될 도전성 PVC의 제조엔 특수카본블랙과 금속필러가 주재료가 될 것. 곧 상품화될 예정이며 도전율은 구리의 3분의 2 범위내에서 자유로이 조정할 수 있다.
 

음료용 캔으로 사용될 PVC캔의 연구도 진행된다. 음료용 용기를 염두해 둘 때 먼저 떠오르는 것은 위생상의 문제이다. 한 연구원은 칼슘 아연등을 안정제로 PVC캔에 첨가했다고 전한다. 모두 FDA에서 안전성을 보장하고 있으므로 식품위생상 하자가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화학합성품 연구실의 관심은 공정연구와 유도체 개발에 쏠려있다. PVC의 제조원료이며 우리가 흔히 비닐이라고 부르는 VCM(Vinyl chloride monomer)을 만드는 공장의 공정을 개발하고 촉매를 대체함으로써 생산성 제고를 도왔다. 또 가성소다와 염소생산공정개발에 나서 소금의 전기분해에 필수적인 전극의 코팅기술과 막(membrane)기술의 향상을 꾀한다.
 

정밀화학연구실은 살충제 살균제 제초제등의 농약원제를 대상으로 기술개발을 추진하며, 플래스틱첨가제, 니트로화합물의 중간체, 염료중간체등의 연구도 활발하다.
 

유전공학연구실의 연구영역은 아직 생화학테크놀로지 만으로 국한된다. 본격전인 연구는 새 연구소 준공뒤로 미루고 현재는 항생제나 무공해농약연구를 담당하고 있다.
 

이 연구소의 조직은 소장(맹원기박사·화학공학)과 부소장(변재황 박사·화학공학)을 정점으로 지원부서와 연구부서로 나뉘어져 있다. 지원부서는 행정실, 기술정보실, 분석실로 짜여있고 연구부서는 앞서 소개한 6개팀으로 편성되어 있다.
 

연구인력은 박사3명, 석사51명, 학사 45명. 현재도 상당수의 연구원들이 위탁교육을 받고있어 연구소의 연구력과 학력분포는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군복무를 마치지 못한 연구원들에게는 병역특례도 주어진다.
 

올해 45억원의 연구투자비가 책정되었으며 이 돈으로 6백평의 연구동내에 물성시험기, 가공시험기등 1백40여종의 실험장비가 작동될 것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한국화약그룹연구소는 기업의 영리를 우선 생각한다. 따라서 아프터서비스업무도 연구소의 중점사업의 하나이다. 연구소 부소장 변재황박사는 연구소의 특징에 대해 '생산 연구 영업의 3위일체'를 내세운뒤 2년쯤 후에 있을 큰 변화를 미리 자랑한다.
 

1989년 초까지는 현위치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부지 8만평 연구동 8천평의 대규모연구소를 세워서 2백60여명의 연구원을 유치할 계획이다. 새 연구소에서는 기존의 정밀화학, 유전공학, 신소재, 고분자화학을 더욱 확충하고, 에너지분야등 새로운 연구영역을 확보해서 명실상부한 종합화학연구소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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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7월 과학동아 정보

  • 박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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