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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 때 우주를 이루는 4개의 기본적 힘은 동일했다. 초현이론은 그 힘을 설명하는 만물의 이론일까.

자연은 아름답다. 그러나 물리학자에게 자연은 단순하기 때문에 아름다운 것이다. 자연을 가장 단순하고 아름답게 설명하기 위해선 앞서 살펴본 물질의 기본입자와 함께 만물을 지배하는 4가지 근본적인 힘이 보다 근본적인 하나의 힘의 다른 모습임을 밝혀야 한다. 과학자들은 그 실마리를 빅뱅(대폭발)에서 찾는다. 즉 우주가 상상을 초월하는 온도의 한 점에서 폭발할 당시 네개의 힘은 같은 크기였고 실제로 하나의 힘이었을 지 모르며, 모든 입자들은 서로 구별되지 않는 한가지였을 지 모른다. 오늘날의 다양한 힘과 입자들은 우주가 팽창하여 식어감에 따라 가지쳐 나왔다는 생각이다.

네 가지 힘의 정체

이 초대총일 이론에서 통일할 대상은 중력 전자기력 약력 그리고 강력이다. 우선 이들 네가지 힘의 정체와 통일의 과정을 알아보자.

지구가 태양을 도는 것은 태양이 지구를 끌어당기기 때문이다. 만일 이 힘이 없다면 지구는 태양계를 벗어나 버릴 것이다. 이 힘을 '중력'이라 부른다. 무게를 갖는 물체에 작용하는 힘이란 뜻이다. 지구가 하나의 정돈된 모습을 유지하는 것도 중력에 의해 물질이 뭉쳐져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력은 우주를 만드는 힘이며, 작은 물질들을 한데모아 하나하나의 천체를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모든 물질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음을 알고 있다. 이 원자가 모여 물이나 철과 같은 커다란 것이 되기 위해서는 무언가 힘이 작용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 물체들은 눈에 안보이는 원자로 산산히 흩어질 것이다. 이 힘은 중력보다 훨씬 커야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 물질은 중력의 작용으로 하나의 덩어리를 이루지 못하기 때문이다. 원자를 결합해 물질을 만드는 이 힘을 '전자기력'이라 부른다. 이 힘은 원자처럼 전기 또는 자기를 지닌 물체에 작용한다.

전자기력은 또한 원자 자체를 지탱하기도 한다. 원자가 플러스의 전기를 띤 원자핵과 마이너스의 전자로 이루어진 것은 잘 알 것이다. 이 사이에 전자기력이 작용해 마치 중력에 의해 태양 주위를 지구가 도는 것처럼 전자가 원자핵 주위를 선회하도록 하여, 원자의 형태를 이룬다.

만일 원자핵이 더 이상 쪼개지지 않는 것이라면 자연계에는 오직 중력과 전자기력만이 존재했을 것이다. 사실 20세기 이전의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지만 앞 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구성된 복합입자이며, 양성자와 중성자는 다시 3개의 쿼크라는 기본입자로 이뤄져 있다. 따라서 원자핵이 형태를 갖추기 위해서는 3개의 쿼크를 묶어 양성자와 중성자로 만들 힘이 필요하다.

이 힘이 강한 힘이란 뜻의 '강력'이다. 이런 이름이 붙게 된 이유는 전자기력이 작용하고 있는 원자 속에서 원자핵이 산산히 붕괴되지 않기 위해서는 전자기력보다 훨씬 강한 힘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해서 자연계의 힘은 3개가 되었다. 만일 쿼크와 전자(렙톤)가 물질의 기본입자라고 한다면(사실 더 이상의 기본입자가 있다는 실험적 사실은 아직 없다)또 다른 구성력은 필요없기 때문에 제4의 힘이 있을 가능성은 없다.

그러나 자연계에서는 기존의 힘과는 성질이 다른 제4의 힘이 있다. 이 힘은 기본입자들로 복합입자를 형성할 때 작용하는 힘이 아니라 기본입자의 종류가 자발적으로 변할 때 작용하는 힘이다. 예컨대 중성자가 양성자로 변하는β붕괴라고 불리우는 현상에 이 힘이 작용한다.

이처럼 β붕괴를 일으키는 힘은 전자기력이나 강력에 비해 훨씬 약하기 때문에 '약력'이라 불리운다.

자연계에 존재하는 4개의 힘에는 각각 힘을 전달하는 입자가 존재한다. 즉 중력의 경우 중력자(아직 가상적, 중력은 무한대의 거리에 미치므로 상대성 이론에 의해 질량은 0), 전자기력은 광자(질량 0), 강력은 글루온, 약력은 윅보손이란 입자가 힘을 전달한다.
 

대통.일이론을 검증하기 위한 양성자 붕괴 실험장치. 일본 가미오카 광산 소재.


양성자 붕괴의 관측이 과제

과학자들은 복잡한 현상을 간단히 설명하려는 즉 통일시키려는 변치않는 욕망을 가져 왔다. 뉴턴은 지상과 천계의 운동을 만유인력으로 설명했으며 '맥스웰'은 전기장과 자기장이 동일한 개념임을 입증했다. 일반 상대성 이론으로 시간과 공간의 통일에 성공한 아인슈타인은 아쉽게도 중력장과 전자기장을 통일시키려는 시도에 실패하고 말았다.

힘의 통일을 이루려는 첫 걸음은 1935년 '유가와 히데키'에 의해 내디뎌졌다. 그는 양성자와 중성자의 강력을 매개하는 중간자 개념을 제시했는데, 12년 후 파이 중간자가 발견됨으로써 그 생각이 실험적으로 입증되었다.

그 후 1967년 '와인버그'와 '살람'은 각기 독립적으로 약력과 전자기력을 통일하는 이론을 제시했고 '글래쇼'와 함께 7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이들은 약력을 매개하는 입자를 예측했는데 83년 유럽 원자핵 연구소(CERN)의 가속기는 W,Z 입자를 발견함으로써 이 이론을 확인했다.

이제 과제는 약력, 전자기력과 강력을 통일하는 대통일 이론(GUT)이다. 이 이론은 게이지장 이론 등에 의해 실험적 입증만을 남겨놓고 있다. 대통일 이론에 따르면 쿼크와 렙톤은 기본적으로 동일한 종류이다. 즉 에너지가 아주 높은 상태에서 이 둘의 구별은 없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쿼크와 렙톤이 어디서 분화하는가, 다시 말하면 어떤 에너지에서 통일하는가가 문제이다. 약력과 전자기력의 통일 이론의 경우 그것은 1백GeV(1백GeV는 10억eV)이다. 그러나 대통일 이론에서는 그 값이 ${10}^{15}$ GeV일 때 3개의 힘이 동일해 진다. 이렇게 높은 에너지는 가까운 장래의 가속기로는 도달이 어렵다. 직접 검출이 매우 힘들다는 말이다.

간접적인 방법으로 양성자붕괴를 관찰하는 방법이 있다. 쿼크가 렙톤으로 변환하는 새로운 힘의 장이 있고 이를 매개하는 것이 X입자인데 이 X입자를 통해 쿼크가 소멸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양성자가 양전자와 파이 중간자로 붕괴하는 것을 관찰하면 되는 것이다. 대통일 이론에 의하면 양성자의 수명은 ${10}^{31}$년 정도. 미국·일본·캐나다·인도에서 실험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검출에 성공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10}^{31}$개의 양성자를 모아 놓으면 1년에 1개가 붕괴하는 확률이기 때문에 실험적인 확인은 가능하다.
 

초현이론의 공동 제안자의 한 사람인 '존 슈바르츠'


초현이론의 대두

다음에 남은 것은 중력도 포함하는 초대통일 이론이다. 아직 대통일 이론이 검증되지 않고 있지만 이론가들은 그때까지 기다릴 수 없다. 어차피 물리연구에는 실험에 의한 검증과 수학적으로 깔끔한 순수 이론을 만드는 두 가지 어프로치가 있기 때문이다.

초대통일 이론에는 1918년 '윌'의 연구 1922년 '카루짜'의 연구 등 다수가 있지만 최근에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슈바르츠'와 '그린'이 1984년 제시한 '초현이론'(Super string theory). 끈이론과 초대칭 이론을 결합한 이 이론은 10차원 우주의 이론인데 물질과 에너지의 기본적인 구성요소는 무한히 작은 점이 아니라 무한히 짧은 끈이라는 것이다.

물리학자들은 이 이론이 양자역학의 탄생이나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 이론의 발견과 비견되는 물리학의 한 혁명이라고 격찬한다. 즉 초현이론이 물리학자들의 영원한 꿈인 '만물의 이론'(TOE) 또는 초대통일이론일지 모른다는 것이다.

초현이론에서는 ${10}^{33}$개를 일렬로 늘어놓아도 1㎝밖에 안되는 작은 끈들로 이루어진 10차원 우주의 개념을 사용한다. 즉 9차원의 공간과 1차원의 시간으로 이루어진 10차원 우주는 빅뱅의 초기에 9차원이 동등했으나, 우주의 팽창에 따라 3차원 만이 우주와 함께 팽창하고 나머지 6차원은 피지 못한 꽃봉오리처럼 ${10}^{-33}$㎝의 영역에 오그라든 채로 남았다는 것이다. 이 미세한 영역에서 만물은 10차원 우주 안에 있는 1차원 끈의 춤으로 존재한다. 이 끈이 특별한 방식으로 진동하면 실제세계에서는 쿼크로 나타나는 것이다.

'슈바르츠'는 "이 이론은 너무 아름답기 때문에 틀리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나 연구의 초점은 초현이론을 10차원의 연구실로부터 끌어내 일상적 실험에 의해 인정되거나 반박할 수 있는 4차원적 형태를 얻는 데 있다. 그렇지 않고는 수학이 아무리 아름다울 지라도 가치가 없는 것이다. 아뭏든 초대통일 이론을 위한 의미있는 진보가 이루어진 것은 틀림없다고 하겠다.

1987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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