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뒤늦게 지구에 등장한 인류는 지구 생태계를 가차없이 교란하고 있다. 제3세계는 발전과 보존 중 무엇을 택할 것인가.
46억년의 지구의 역사를 46일로 압축해 생각해 보면 1백만년은 15분, 1천년은 약 1초가 된다.이렇게 볼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일은 거의 마지막 한주일 동안 일어난 것임을 알 수 있다. 지금을 토요일 자정이라고 한다면 월요일 아침은 켐브리아기의 시작인 5억 7천만년 전이다. 식물이 육상에 출현한 것은 지난 화요일 밤, 목요일 저녁때 최초의 공룡이 나타났다. 지상을 군림하던 공룡은 오늘 아침 8시경 돌연 전멸하고 포유동물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예수가 탄생한 것은 2초전의 일이고 산업혁명은 0.2초전에 시작됐다.
"우리 주변에는 불과 0.2초 전부터 시작된 것이 장차 무한히 지속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로 꽉 차 있다"고 주장하는 생태주의자들의 말대로 지구역사상 가장 늦은 시기에 진화한 인간은 어떤 생물도 하지 못한 엄청난 변화를 짧은 시간에 일으키고 있다.
0.2초 동안 일으킨 환경파괴
인간에 필요한 영양소에 대한 지식이 늘어나고 의약계의 혁명을 포함한 새로운 공중보건과 의료행위가 출현함으로써 인구는 놀랄만치 늘었다. 공업시대가 출발했던 1840년까지 인구의 증대는 완만해 지구상에 10억 인구가 살기까지 약 1백만 년이 걸렸다. 그러나 1세기 반도 못되어 인구는 40억에 도달했다. 처음 10억의 인간이 2배로 늘기까지 1세기가 걸렸으나(1840~1930) 그후 인구가 배로 되는 데는 40년 밖에(1930~1977)걸리지 않았다.
이러한 인구증가는 도시의 확대를 초래했고 그 만큼 자연에 대한 압박은 커졌다. 이런 현상은 제3세계에서 특히 심하다. 영양실조에 걸린 5억의 인구와 8억의 빈민을 안고 있는 발전도상국은 기아와 반곤에서 헤어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연자원을 파괴하고 있다. 방대한 열대우림이 벌채되고 있고 토양의 침식이 늘어나 경작지가 줄어들고 있다. 또한 당연한 결과로서 사막이 늘어나고 있다.
에너지의 소비량은 산업혁명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미국과 같이 공업화된 나라에서의 1인당 에어지 사용량은 산업혁명 전의 30배에 달하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2050년이 되면 인류는 다른 모든 동식물이 사용하는 에너지를 전부 합친 양을 쓰게 될 것이다.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를 태워 에너지를 얻는 과정에서 유해한 오염물이 배출되었다. 탄산가스의 증가는 온실효과를 유발해 기상이변을 초래하고 있으며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에 의한 산성비는 대지를 죽음의 손길로 촉촉이 적시고 있다.
매년 수천 종씩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합성 화학물질도 생물계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미 남극과 북극의 생물까지 오염됐을 정도로 그 영향은 광범위하며 먹이사슬을 통해 인간은 일상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 합성 화학물질은 해로운 자외선으로부터 지구 생태계를 지켜주는 성층권의 오존층을 파괴하고 있다. 남극의 상공으로부터 시작된 이 파국의 징조는 현재의 소비생활이 그대로 유지되는 한 전세계로 번져나갈 것이 확실시 된다.
오늘날의 환경문제는 어느 한 나라만에 국한되지 않는다. 석탄을 태워 전기를 생산하면 한 도시는 편안하게 할 수 있지만 이웃 도시는 산성비로 고통을 당할 지 모르고 지구 전체의 온실효과를 재촉할 지도 모른다. 또 온대지방 금융가의 사무실에서 내려진 결정은 수만km 떨어진 열대지방에서 수 백년 동안 자란 나무를 일주일 내에 베게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선진국과 제3세계, 정책가와 과학자의 갈등
환경문제가 세계적으로 다루어지게 된 계기는 1972년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유엔 인간환경회의였다. '하나 밖에 없는 지구'란 슬로건을 내건 이 회의는 그러나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선진국들은 '보존'보다는 '개발'에 여념이 없는 발전도상국을 겨냥하여 오염자에게 부담을 지우는 '공해 관세'까지도 고려했다. 발전도상국들의 입장은 달랐다. "우리에게 최대의 공해는 가난"이라는 '인디라 간디'여사의 말처럼, 이미 지구의 자연자원을 최대한 훼손하고 이용해 발전을 이룩한 선진국이 이제와서 제3세계의 발전을 늦추라는 요구는 부당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타협책으로 환경을 보전하는 발전을 꾀하는 '생태적 발전'(Ecodevelopment)의 개념이 제안되었고 선진국은 환경문제 해결을 위한 제반지원을 발전도상국에 제공하기로 약속하였다.
스톡홀름 회의의 의미는 환경문제를 일거에 전세계적 과제로 제기했다는 것과 정부간 환경기구인 유엔환경계획(UNEP)를 탄생시켰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10년 후인 1982년에는 나이로비에서 2차 유엔인간환경회의가 열렸다.
이런 대규모 회의에서는 수 많은 '선언'과 '행동계획'이 채택되었다. 그러나 그 중 얼마나 실천되었는가는 의문이다. 지구적 관점은 드러나는 것 만큼이나 숨기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즉 자원 배분의 문제나 공해의 위험성 문제 등 평균이나 손쉬운 일반화로는 나타나지 않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경제개발이 목전에 닥친 사활의 문제인 발전도상국의 대부분에서 환경문제가 여전히 심해지고 있다는 것은 그 증거이다. 이들은 선진국이 제시한 실천계획을 비현실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경우가 많았고 또 사실 자금과 기술이 준비되지도 않았다.
비슷한 예는 71년 발표돼 큰 반향을 일으켰던 '성장의 한계'와 그후 20개이상 제시된 세계적 모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성장의 한계'의 저자중 한 사람인 '메도우스'가 실토했듯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사실상 불가능한 정책을 설계하고 논쟁하는 데 소모됐다." 미국의 '카터' 전 대통령도 '2000년대의 세계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가장 절실하게 느낀 것은 "막대한 양의 자료를 보유하고 있는 미국 정부지만 그것들을 모아 일관된 미래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은 불가능 했다"는 것이다. 그 만큼 환경문제에 관해서 과학자와 정책 결정가의 시각은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괴리는 발전도상국에서는 훨씬 큰 채로 방치되고 있는 형편이다.
발전도상국 가운데서도 공업화가 빠른 속도로 진행된 한국 멕시코 브라질 등 신흥공업국가들의 환경문제는 특히 심각하다. 아울러 벌어지는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열대우림지역의 국가들의 생태계 파괴는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지질시대의 가장 마지막에 등장한 인간은 훨씬 전부터 지구의 주인이었던 다른 생물들을 멸종시키고 있다. 인류사회에 의해 점점 무거워지는 짐을 생물권이 앞으로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까 하는 문제에 대한 견해는 다양하다. 어떤이는 인간은 가속화하는 생물권과 문명의 붕괴과정을 조절할 능력이 없으며, 그 붕괴는 무차별적이고 전체적인 것으로서 인류는 멸망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 다른 이들은 보다 낙관적이어서 인간의 뛰어는 창조성과 과학기술의 힘으로 생태적 균형을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한다. 과연 0.2초 전에 시작된 산업화 사회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