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료과학의 최전선은 항공·우주분야, 더 가볍고 강한 재료의 탐구에는 끝이 없다.
항공기개발의 역사는 재료의 발달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이트형제의 '플라이어'호에서 우주왕복선 '콜롬비아'호에 이르기까지 변함없이 추구된 것은 '보다 강하고 보다 가벼운'재료였다. 그 결과 지난 30년 동안 엔진의 추진력이 6배 늘어난데 비해 엔진의 무게는 2~3배 증가에 그친데서 보듯이 재료의 진보가 그만큼 빨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보다 강하고 가벼운 소재를 찾아
항공우주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미국은 지난 85년 야심찬 항공우주개발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의 3단계 목표는 첫째 점보기를 대체할 차세대 아음속(亞音速)민간항공기 개발, 둘째 수천마일의 항속거리를 갖는 초음속기 개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극초음속의 우주왕복기 '오리엔트 특급'의 개발이다. 이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러가지 초첨단의 신소재가 필요하다. 재료개발은 부품의 제조기술의 진보와 함께 장래의 항공우주시스템의 성패를 가늠하는 열쇠를 쥐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까지 개발을 목표로 하는 재료로서는 구조강도용(構造强度用)의 새로운 복합재료와 합금, 추진동력시스템에 사용될 초합금과 세라믹스 및 유리섬유복합재, 내열성과 내마모성이 요구되는 고온부 재료로 카본카본복합재료를 들 수 있다.
새로운 항공기용 소재로서 가장 각광받는 것은 복합재료이다. 철강재료보다 강하고 티타늄보다 질기며 알루미늄보다 가볍기 때문이다. 게다가 부식와 열에 잘 견딘다는 기계적 성질도 있어 항공우주 구조재료로서는 더없이 적절하다.
대표적인 복합재료는 탄소섬유복합재료(CFC)이다. 미해군의 최신예 전투기 F-18의 주날개와 보잉767에도 이것이 쓰이고 있다. 장점은 가볍고도 강하다는 것. 게다가 섬유의 방향에 따라 강도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탄소섬유를 겹쳐쌓는 방법을 조절해 큰 하중을 받는 방향으로 보다 큰 강도를 내게 할 수도 있다. 탄소섬유는 잡아당기는 힘에 대해 특히 강하다. 단면적 1㎟의 가는 탄소섬유묶음으로 4백50㎏을 들 수 있어 강철선의 3~7배의 강도를 보인다.
탄소섬유 말고 널리 쓰이는 복합재료로는 흑연, 유리, 보론, 탄화규소, 케블라섬유를 사용한 것들을 들 수 있으며 레이다파를 흡수하는 플라스틱계 재료가 전투기용으로 연구되고 있으나 아직 베일에 가려있다. 항공기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공기와의 마찰로 인해 기체표면의 온도가 점차 높아지고, 추진력의 증가에 따라 엔진의 온도도 상승한다. 이 때문에 항공기에 사용되는 소재의 성능향상이 요구된다. 처음 항공기의 외장재였던 헝겊이 알루미늄, 티타늄, 흑연섬유강화폴리머로 바뀌었다. 엔진용 소재도 마찬가지의 재료가 철강과 알루미늄을 대체하게 되었다.
초음속기의 경우 속도가 음속의 3.5배가 되면 기체의 표면온도는 5백38℃에 달한다. 특히 엔진의 흡기·배기노즐과 날개의 앞·뒤끝은 고온에 견디는 재료로 되어야 한다. 신합금과 첨단 복합재료가 이 요구를 맞춰줄 것이다. 사실 내열성과 경량화, 비강도(比强度)의 관점에서 볼 때 기체의 주요구조 대부분은 이들 소재로 제작될 전망이다. 티타늄의 얇은 판 사이에 티타늄의 벌통구조를 샌드위치시킨 소재가 하나의 유력한 후보이다.
항공기가 대형화함에 따라 제트엔진의 추진력은 현재 30t에 이르고 있다. 그에 따라 엔진의 터빈날개에는 매우 높은 내열성과 기계적 강도가 요구된다. 터빈날개재료로 지금까지 쓰이던 니켈기 초내열합금은 현재 또 다른 초내열합금인 MA754등으로 대체되고 있으며 세라믹스도 유망시되고 있다. 2000년의 전형적인 추진시스템은 복합재료, 니켈, 강철, 알루미늄이 각각 20%, 티타늄15%, 규칙상합금(일정한 원소비를 갖는 티타늄-알루미늄 또는 니켈-알루미늄합금) 2% 그리고 1%의 세라믹스로 구성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엔트 특급'의 도전
지난 86년 연두교서에서 미국의 레이건대통령이 '오리엔트 특급'이라 명명한 우주왕복기계획은 항공기술 뿐만 아니라 재료과학의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보통의 활주로에서 이착륙이 가능하고 대기권과 우주를 극초음속으로 넘나드는 '오리엔트 특급'을 이용하면 미국 서해안에서 아시아까지의 여행시간은 2시간대로 줄어든다.
우주왕복기가 실현되려면 추진시스템, 공기역학, 항공전자공학, 저온 및 고온용재료기술의 비약적 발전이 불가피하다. 특히 추진시스템과 기체에 쓰일 재료 개발도 못지않은 과제이다.
'그라망 에어크래프트 시스템'사의 상상도에 따르면 우주왕복기의 동체는 내열합금, 수평날개와 꼬리날개는 카본카본복합재료, 엔진흡기공 탱크노즐은 세라믹스를 기지재료로 한 복합재료, 착륙장치는 금속기복합재료, 내장부품은 플라스틱기 복합재료 그리고 부속부품류는 티타늄으로 만들어질 계획이다.
우주왕복기는 극심한 조건을 견뎌내야 한다. 계산에 따르면 2만7천m 상공에서 음속8배로 순항하는 기체의 표면온도는 동체가 7백60℃, 기수(機首)가 약 1천8백℃이다. 이런 조건에 대해 우주왕복선 (스페이스 셔틀)은 기수와 날개의 앞끝에 카본카본복합재료를 사용했으며, 우주왕복기도 이 선례를 따를 것이다. 이 복합재료는 흑연섬유를 카본바인더에 고정시키고 여기에 탄화규소로 코팅한 소재를 거듭 쌓아 만든 것으로, 거의 무제한의 내열성과 내마모성을 자랑한다.
우주비행을 위한 신소재
인공위성과 미사일의 재료에 요구되는 성질로는 고강도, 고강성(高剛性), 낮은 비중, 내열성 그리고 고온에서도 잘 팽창하지 않고 열전도와 전기전도성이 뛰어난 것등을 들 수 있다. 현재 중량을 줄이기 위해 전략미사일에는 복합재료가 대량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사일 상부의 무게를 1파운드(4백50g)줄이면 비행거리는 약 1해리(1.85㎞) 늘어난다고 한다. 예컨대 로케트의 모터를 금속대신 흑연복합재료로 만들면 도달범위는대략 6백해리(1천1백㎞)늘어난다.
지금까지의 우주선에는 알루미늄, 스텐레스강, 티타늄, 마그네슘, 베릴륨, 인버(저팽창률재료로 철, 니켈의 합금)가 채택되고 있지만 앞으로는 신소재가 대폭 쓰이게 될 것이다. 가장 유력한 후보가 금속기복합재료로서 특히 흑연-알루미늄, 흑연-마그네슘에 큰 기대가 걸려 있다.
NASA의 우주기지계획에서는 거주구역을 알루미늄으로 만들게 되어 있다. 왜냐하면 복합재료는 유해가스를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고 또 알루미늄은 우주선 조사로부터의 보호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밖의 빔, 트러스 등의 구조재료로는 강성, 비중, 팽창률의 점에서 복합재료가 이상적일 것이다.
전략방위구상(SDI)에서 어떤 재료가 가장 적합할 것인가에 관한 논의는 아직 활발하지 않다. 그러나 새로운 구조와 신소재가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고 따라서 신소재 연구의 큰 활력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