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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저작권 가입을 앞두고 과학출판의 제도적 지원 시급하다

과학과 기술이 우리에 비해 앞선 나라가 그들이 투자한 연구비나 개발비를 뽑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것을 나무랄 수만은 없다. 그러나 균형잡힌 지구촌의 경제 발전과 국제적 안정을 위해 과학 정보는 모든 사람에게 공유되어야 한다.
 

지적 소유권의 범위는 매우 넓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닥친 과학기술 정보와 관련된 가장 중요한 것 세가지만을 추리자면 물질특허, 컴퓨터 관련기술 및 소프트웨어, 정보산업및 출판물의 저작권 등을 들 수 있겠다.
 

이 세 분야에서 선진국들이 그들의 지적소유권을 보호받기 위하고, 따라서 그 내용을 실용적인 목적에 쓰려면 소유권자가 원하는 값을 치루어야만 할 뿐 아니라, 그들이 허락하지 않으면 그 과학기술은 어떠한 값에도 공유될 수 없도록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지적 소유권은 일정한 기간을 두고 보호되며 그 기간은 분야와 국가에 따라 다르나 점차 국제조약에 의해 전세계로 그 보호 실시영역을 넓혀 나가고 있다. 새로운 소재를 새로운 기술로 가공하여 적절한 용도에 쓰이게끔 만들어 낸 제품이 앞으로 상품성이 높아질것임에 비추어 국제간 무역이나 한 나라의 경제에 미치는 과학기술의 영향은 점점 더 커 질 것이다.
 

쉬운 예를 든다면 한국이 VTR(비디오테이프 레코더)을 만들려면 일본의 마그네틱 헤드가 필요하고 마그네틱 헤드속에는 미국의 전자부품이 필수적일 경우 상품의 양 조절을 전자부품을 공급하는 미국이 마음대로 할 수가 있다는 말이다.
 

고려대 최동식 교수

 

경솔한 저작권법 개정


국회가 지난 12월 17일 4시간 25분 동안에 무더기 처리한 55건의 법안·동의안 속에는 국내 저작권법 개정안이 들어있었다. 그 저작권법은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될 것이고, 외국인의 저작권도 국내 저작권과 함께 보호해주기로 되어있다. 이러한 잠정적인 외국인의 저작권보호는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제 저작권조약에 가입하기까지 계속될 것이다. 여기서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과학기술정보의 단절이다.
 

과학출판은 독자층이 두텁지 않아 많은 부수를 찍어 낼수없으며, 따라서 책값이 비싸진다. 그래서 가뜩이나 돈이 없는 과학도들은 복사에 의존하게 되고 책의 판매부수는 더욱 줄어들게 되는 악순환을 되풀이 해 온것이 여지껏의 과학기술분야 전문서적 출판의 실태였다. 이러한데 번역료외에 로얄티라 부르는 원작료를 내야 하는 비용의 추가부담과 까다로운 절차는 점점 더 과학출판의 앞날을 어둡게 한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은 한해 한해가 새로와서 앞다툰 학술잡지와 기술서적의 소개가 행해져야 하고, 그 존속기간 역시 길지 않음을 생각할 때, 우리가 기술입국을 국가 지상목표로 한다면 이대로 강 건너 불보듯 앉아만 있을 수는 없다.
 

소련의 경우는 국가가 모든 언론과 매체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저작권 조약 가입을 앞두고 현대의 고전이라 할수 있는 세계의 명저들의 목록을 만들어 복사 및 번역출판을 서둘렀다. 소급하여 저작권을 보호하는 조약을 피해서 가입하면 그다지 큰 타격을 입지 않고 필요한 정보를 얻게 됨을 알았던 것이다. 최근에 대만에서도 미국 상무성의 압력에 못이겨 국내 저작권법을 새로이 만들었는데 외국인이 저작권을 보호받으려면 대만인의 중개를 거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그들이 얼마나 현명하게 대응을 했는지 알기위해 한국의 출판협회 부회장이 대북엘 다녀 왔으나 이미 미국의 태도는 너무 굳어있어서 대만과 같은 정도의 조건으로는 협상의 여지가 없게끔 되었다.

 

대중과학의 중요성


과학계의 전문인들은 고등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자기분야의 책을 외국어로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어느 정도 갖추고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학문적 진전이나 새로운 사실 발견은 내용도 생소하고 외국어의 술어가 낯설기 때문에 쉽게 읽어나갈 수가 없다. 하물며 일반 대중들에겐 과학기사란 모국어로 씌여있다 해도 이해하기가 힘이 든다.
 

따라서 글을 쉽고 재미있게 쓰면서 내용 설명이 완벽해지도록 하는 과외노력이 필요해서 과학저술이라는 특수영역이 존재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대중들을 위한 기사를 싣는 매체로 신문, 잡지, 낱권책을 들 수있다.
 

우리나라엔 과학동아, 월간과학, 사이언스, 학생과학 등의 대중과학잡지가 있고 주간과학과 일간지의 과학면이 언론매체라 볼 수 있으며 전파과학사를 비롯한 몇 출판사가 대중과학 단행본을 내고 있다.
 

대학교육은 전인교육과 전문교육을 아울러 목표로 삼는데 이과가 문과보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대학의 정원으로 비율을 조정하는 것은 그다지 현명하지 않고, 취업의 가능성 즉 직장의 확보로 대학진학방향을 조정해주어야 한다. 그러나 어느 정도 경제나 문화수준이 높아지고 나면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에 따라 적성에 맞는 분야를 고르게 되고 이때에 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대중과학매체이다. 파브르의 곤충기를 읽고 자연과학이란 어떤 것인지 알게되면서 흥미와 애착을 함께 느끼게 된다든지, 공상과학소설로 꿈과 가능성 사이를 헤엄치며 동기를 키우고 목표를 세우게 된다.
 

학교에서 배우는 딱딱한 내용과 암기위주의 시험준비에 겁을 먹지 않도록 해주며, 왜 과학이 그럴듯한 학문인지 과학철학, 과학사, 과학사회학 등 과학 인접분야로부터의 접근을 대중과학에서는 쉽게 시도할 수 있다.
 

공화당 시절 중화학공업의 육성을 성급히 시도했으나 학계, 산업계의 준비와 국민적 과학기술기반이 조성되지 않아 상당기간 시행착오를 겪었었다. 바로 이 국민적 과학기술기반 조성을 위하여는 학교정규교육으로 지식 및 방법론, 기본철학을 익히고 과학언론 및 사회교육으로 합리적 사고방식, 생활의 과학화를 이룩해야 한다.
 

위의 두가지 움직임에 과학출판은 큰 구실을 한다. 교과서, 교재, 전문서적, 학술잡지, 전문잡지, 대중잡지 등의 형태로 국민 각계 각층에 도움을 주는 것이다.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우리가 꼭 갖추어 놓아야할 과학기술정보의 수준을 정하고, 분야를 정하며, 그 정보량이 얼마만큼인지 개략적으로 추산하는 일이다. 그리고 계획을 세워 영어를 비롯한 외국어로든 한글이나 영상으로든 그 정보를 쓸모있게 만들어 놓은 일이다.
 

이 일의 앞부분은 전문가 개개인이 분야별로 하되 취합하여 계획을 세우고 집행을 하는 일은 국가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윤을 추구하기 위해 이러한 일을 할 단체나 기업은 없을 터이니 의무적으로 연구소를 동원해서 작업을 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러한 작업은 미리 조감도를 발표하여 중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또 국내 저술인을 양성하여야 한다. 장려, 포상, 연구교육에 구체적 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들의 저술을 돕기 위한 자료를 수집, 분석, 가공, 검색, 제공하는 방안도 모색했으면 한다.
 

국내 과학출판을 돕기 위해 장기저리자금융자나 제작비(원고료, 조판비, 종이 및 인쇄비용 등)지원, 광고지원 등 금전적 지원은 시급히 필요하다. 제도적으로 일정부수를 도서관에서 구입하게 하거나 세금을 감면해 주는것도 고려해 볼만한 일이다. 특히 과학잡지의 채산성있는 부수까지의 신장을 위해 일정기간 정기구독을 교육기관이나 기업체에 권장하는 방안도 모색되어야 한다. 신문사에서 내는 저질 주간지를 과학지로 전환하여도 좋을 듯 싶다.
 

우리나라가 작년 한 해 과학기술개발분야에 투자한 총액은 1조3천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민간 대 정부 투자비율은 81대19로 민간부문이 압도적이다. 그나마 정부투자는 연구소의 운영경비와 교육기관의 장학금 성격을 띤 연구비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GNP 1.8%선에서 그칠 일이 아니라 정부투자 부문을 과감히 늘려 과학기술정보 단절위기에 처한 우리나라의 과학출판 지원책을 화급히 서둘러야 할 것이다.
 

국제연합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에서 미국이 탈퇴 한 것은 그들의 지적 소유권을 쉽게 포기하지않겠다는 뜻을 지닌다. 미국은 이미 경제대국으로 자본주의 경제체제를 이끌어 가는 능력에 현저한 감퇴증후를 보이고 있다. 이것은 산업, 생산, 기술, 과학의 큰길을 소홀히 하고 서비스업, 금융, 보험, 사회과학의 편도만을 걷다 자초한 상황이다. 만약 우리가 과학에서 선진국을 따라잡지 못한다면 기술-수출로 이어지는 경제성장도 기약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자칫 잘못 선진국들이 싸게 수출하는 시장문화, 종속문화의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늘날 믿을 것은 우리들의 힘 뿐이다. 언젠가는 겪을 홍역 치르는 셈잡고 빨리 이겨나가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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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7년 02월 과학동아 정보

  • 최동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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