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추방의 필요성은 느끼지만 어떻게 대처할것인가에 대해서는 대부분이 모르고 있어요. 그래서 힘의 결집을 생각하게 됐읍니다"
"협의회 활동을 하면서 1천여명이나 되는 많은 사람들을 만나 공해반대운동에 동참해줄 것을 역설했는데, 단2사람만이 반대를 하더군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해문제의 심각성은 느끼고 있으면서도 구체적인 피해상황은 잘 모르고 있어요. 더구나 공해의 구조적인 문제점에 대한 이해라든가 해결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도 부족한 실정이어서 시민들의 힘을 결집시키는 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입니다."
공해반대시민운동협의회라는 '운동단체를 지난9월13일 조직, 회장직을 맡아 일하고 있는 서진옥(徐鎭玉·37)씨. 누구나 공해피해를 심각하게 느끼면서도 감히 이에 맞서는 '운동'을 전개해오지 못하던 터여서 서회장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공해문제를 다루면서 특히 어떤 분야가 심각하다고 느꼈읍니까?
"무엇이 특히 심각하다고 말할 수도 없어요. 온통 오염돼 있으니까요. 굳이 예를 든다면 물이 오염돼 있고, 농약피해가 점점 심각해져가고 있읍니다. 인스탄트식품도 문제고요. 그러나 크게 본다면 핵문제일 것 같습니다. 원자력발전소만해도 이미 우리나라는 위험한 상태에 놓여 있으니까요."
남편(산성교회 신중현부목사)과 두딸을 뒷바라지하는 가정주부의 몸으로 이 시대의 '거대한 괴물' 공해를 상대로 싸움을 시작한 서진옥회장의 전과는 결코 만만치 않다.
'공해와 생존' 이라는 기관지를 창간했고, 주부들을 위한 공해강좌 8회, 청년들을 위한 공해강좌 6회를 각각 열었다. 또 농약안쓴 배추와 고추 등 저공해식품을 생산지에서 구입해 나눠먹는 사업도 벌였다.
-공해문제를 다루려면 나름대로의 공해측정이나 분석수단이 있어야 될 것 같은데, 기존의 공해관련기관과의 협조나 교류는 잘 되고 있읍니까.
"관련자료와 정보가 필요합니다만 대학연구소에서도 잘 주려고 하질 않아요. 정치적 현실을 이해합니다만,공해문제만큼은 전문가들의 도움이 꼭 필요합니다. 많지는 않으나 양심적인 전문가들이 개인적으로 도와주고 있읍니다. 공해측정문제가 나왔읍니다만, 스위스같은 데서는 주부들이 시장바구니에 든 식료품의 오염도를 쉽게 알아볼 수 있다고 해요. 우리도 민간차원에서 오염도를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하루빨리 갖추어져야 할 것입니다. 현재 정부가 발표하는 오염측정치는 신뢰할 수가 없어요. 심지어는 같은 대상을 두고도 34배나 차이가 나는 발표를 한 적도 있으니까요."
-공해현상이 만연돼있는만큼 해야할 일이 많을텐데, 올해에는 어떤 프로그램으로 공해반대운동을 펴나갈 계획입니까.
"지금 계획으로는 기존의 사업외에 공해고발전화를 설치할 생각입니다. 일반시민들의 공해피해에 관한 사례들을 수집하는 창구역할을 하게 될겁니다. 이렇게 해서 여론화된 자료를 갖고 정부쪽에 설득력있는 요구를 할 작정입니다. 또 일반 시민을 상대로 공해에 관한 앙케이트도 받아볼 예정입니다. 대중집회를 통해 공해문제를 보다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하는 일도 중요하겠지요."
-의욕적인 구상을 많이 하고 있는데요. 애로점이 많지 않습니까. 예를 들어 자금문제라든가…….
"가장 어려운 것중의 하나가 재정난입니다. 그래서 한사람이라도 많은 분들이 이 운동에 동참해주길 원하고 있읍니다. 도와주시는 방법은 회비를 송금해주시고 사무실에 전화(739-9479)를 주시는 겁니다. 그러면 회원으로 간주해 회보와 각종자료를 보내드리게 됩니다. 회원은 회보회원 일반회원 특별회원 단체회원이 있어서 각각 회비가 다릅니다만, 최하 5백원을 내시는 분까지도 회원으로 맞아들이고 있읍니다. 이 정도면 국민학교 학생들이라도 함께 참여할 수 있으리라고 봅니다."
시민운동다운 운동의 경험을 갖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거창하게까지 여겨지는 공해반대운동을 시작한 서진옥회장은 생각보다는 평범한(?) 한 중년여성이다.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졸업과 크리스찬 아카데미에서 실시한 주부아카데미 1기생수료(79), 그리고 이 모임의 여성교육부 간사가 이력의 전부다.
"제 막내딸이 그린 그림이 저희 사무실에 걸려 있는데, 물고기가 방독면을 쓰고 있는 그림이예요. 어린아이의 눈에조차 공해문제가 무섭게 비쳐지고 있는 상황에 우리는 살고 있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