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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1 하이테크에서의 일본의 기술력 세계제일은 시간문제인가

일본의 하이테크는 최강 미국을 바싹 뒤쫓고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앞서고 있다. 머잖은 장래에 일본이 선두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초엘(VLSI) 프로젝트로 IBM을 따라 잡기는…"
"그럼 무얼 한다지?"
"제4세대 오퍼레이팅시스템(OS)을 개발하긴 해야하지만 확실한 이미지를 잡기 어렵고…"
"이것은 어때. 다들 알고 있겠지만 지금의 컴퓨터 원형을 만든 사람은 폰 노이만이지. 그래서 제1세대에서 제4세대까지를 모두 노이만형 컴퓨터라 부르지 않나."
"폰 노이만형이 어떻다는 겁니까?"
"폰 노이만형에서 완전히 떠난 획기적으로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자는 것이지. 누나 다루기 쉽고 인간처럼 생각하는 기계말일세."
"그런 컴퓨터를 세계 어디에서 연구하고 있나요?"
"미국에서 비(非)노이만형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면 곧 모습을 드러낼 것이다. 그들이 나오기 전에 우리가 손을 쓰지 않으면 늦는다. "
"다음 프로젝트는 비 노이만형을 하자는 겁니까?"
"4세대 다음인 제5세대 컴퓨터에 손을 대자는 것이오. 실현목표는 1990년대로 하고. 그 무렵이 되면 우리 중 한사람도 이곳에 남아있을 사람은 없겠지만 씨를 뿌린 명예만은 남을 것이 아닌가."

1978년 5월 일본 통산성의 기계정보산업국의 회의내용이다. 그때만해도 획기적인 제5세대 컴퓨터 개발계획을 강력히 주장한 사람은 '나카노'과장. 그가 이처럼 제5세대 컴퓨터 개발계획에 집착하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독자성의 몸부림

일본의 기술은 컴퓨터구성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준에 와있었으나 세계 컴퓨터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IBM의 구성방법에 싫든 좋든 맞춰야 했다. 나카노는 일본의 기술자들이 독자적인 뜻을 펼 수 있는 길을 확보하자면 비 노이만형의 컴퓨터를 일본이 먼저 만들어 IBM지배하에서 벗어나자는 것이다.

위의 상황은 일본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해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이제까지는 미국이나 유럽을 뒤따라서 배워왔지만 이제는 독자적인 방향을 설정하고 스스로 페이스를 조절할 필요가 생긴 것이다.

이것은 미국이나 유럽에서 탄생한 신이론(트랜지스터의 발명)을 재빨리 들여와 상품성 있는 제품(트랜지스터라디오의 생산)을 양산했던 일본이 그것만으로는 더이상의 질적비약을 기할 수 없다는 한계에서 표출된 자성의 목소리일 수도 있고, 하이테크산업 전반에서 미국과 어깨를 견줄 수 있는 기술수준에 이미 도달해 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


(표1) 세계 10대 반도체기업 판매고
 

스푸트닉시대가 다시 왔다

'경제대국'에 이어 '기술대국' '하이테크대국'이라는 월계관을 일본에 씌워도 극히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왔다.
일본은 과연 하이테크대국인가? 여기에는 상반되는 2가지 견해가 아직도 평행선을 긋고 있다. 미국 기술전문지'일렉트로닉스'는 80년 9월, 일본의 반도체기술력이 급격히 상승한 것을 '스푸트닉(1957년 소련이 미국에 앞서 쏘아올린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시대가 다시 왔다'라고 상징적으로 표현했다.

이 예상은 5년후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세계 10대 반도체업체 판매고(표1)에서 보는 바와 같이 84년만 하더라도 미국에 뒤져있던 일본 반도체업체들이 85년에는 근소하게나마 그 순위를 역전시켜놓고 있다. 컴퓨터에 대해서도 영국의'에코노믹스트'는 일본의 기술력 특집에서 "후지츠,  히다치, NEC(일본전기)의 컴퓨터는 성능적으로 IBM의 최신기종과 동일수준이며, 세계의 어느 지역과는 다르게 일본시장에서는 IBM컴퓨터 점유율이 점점 떨어지고 있다. 80년대는 일본 컴퓨터가 IBM컴퓨터를 능가하여 세계를 정복하는 것이 아닌가"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는 반대로 일본의 기술력을 혹평하고 있는 의견도 많다. 미국의 '포쳔'지는(84년9월) "반도체기술역사 가운데 일본인 손으로 이룩했던 혁신적 기술의 기록은 하나도 없다"라고 냉혹하게 표현했으며, 컴퓨터에 대해서도 'IBM 산업스파이 사건'을 예로들어 '2류기술국'이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러한 평행선 속에서도 객관적으로 어느 정도 합일을 거둔 몇가지 공통된 견해는 있다. 생활민생산업기술의 양산상품(VTR 음향기기 카메라 등 가전제품)에는 일본이 강하지만, 특수한 고도상품을 요구하는 군사 우주개발 기술에는 약하다는 것. 또한 어떤 전자산업을 보더라도 하드웨어(기기본체)와 소프트웨어(이용기술)로 나뉘는데, 일본은 대체로 하드부분은 세계 최고의 수준에 도달했더라도 소프트의 능력은 미국이나 유럽에 떨어진다는 것이다. 생산기술측면에서 본다면 기초연구개발에는 약세를 보이지만 응용개량기술(공업화단계)에는 뛰어난 능력을 보인다.

기술개발역사를 보더라도 미국은 파이오니어의 역할을 했지만 일본은 기술격차를 줄이는데 주력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현재 '세계최초' 라든가 '세계 최고수준'의 제품이 나오는 것을 보면 그 기술격차는 상당히 줄어든 것만은 분명하다.


(그림1) 미국과 비교한 일본의 기술수준
 

부품에는 강하고 시스템에는 약해

미국과 일본의 기술수준을 비교한 재미있는 예를 하나 들어보자. (그림1)은 일본의 대표적인 기업의 연구소장 1백명의 앙케이트 조사 결과이다.

여기에서 보는 바와 같이 일본 우위라고 생각한 것은, 로보트 메카트로닉스 IC 광통신 등의 일렉트로닉스기술이 핵심이 되는 산업이다. 역으로 미국이 일본을 앞서 있다고 생각한 분야는 우주개발 항공개발 원자력 등 거대과학에 기초한 산업분야와 새로운 하이테크 영역으로 떠오른 바이오테크놀로지이다. 컴퓨터는 백중하지만 일본은 하드에서 비교적 강하고 소프트는 미국이 현격한 차이로 앞서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NC공작기계를 비롯 로보트개발은 일본이 앞서 있으나 이를 운용하는 FMS(유연공정시스템 혹은 다목적생산시스템)에서는 약세를 보인다는 것.

비록 이 앙케이트조사가 주관적인 심정에 근거한 것이기는 해도 조사 대상자가 일본의 산업계를 이끌고가는 핵심맴버들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 타당성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조사결과의 의미는 일본은 부품집적형(部品集積型) 양산단품(量産單品)에서 강하고 시스템집적형의 대규모제품에는 기술수준이 많이 떨어진다는 것을 일본의 하이테크맨들이 스스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일본 '노무라'총합연구소의 '모리타니'씨는 첨단기술을 현세대의 기술과 차세대의 기술로 나누고 (표2), 일본은 원리가 이미 규명되고 기술개발 방향이 뚜렷한(예를들면 반도체 메모리분야) 현세대기술에서는 성능을 향상시키고 가격을 다운시키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있는 반면에, 아직 원리가 확실히 규명되지 못하고 개발방향이 불투명한 차세대기술, 즉 미래기술에는 현저한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나름대로의 의견을 밝혔다.

그렇다면 실제로 일본의 첨단기술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반도체 컴퓨터 광통신 신소재 바이오테크놀로지 등을 중심으로 알아보자.


(표2) 현세대의 기술과 차세대기술
 

반도체, 메모리왕국 일본

IC(집적회로)는 광섬유와 더불어 정보화 사회의 두 수레바퀴이다. IC는 철에 대신하는 '미래산업의 쌀'로 표현될 정도이다. 반도체산업은 성장속도가 빨라 2000년에는 시장규모가 약 4천억달러에 이를 것이며 앞으로 산업사회를 정보화사회로 이끌어갈 핵심산업이다.

세계반도체 시장의 90%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은 85년부터 일본의 판매고가 미국을 앞지르자 심각한 무역마찰을 야기, 86년7월 반도체무역협정을 체결하였다. 이의 중요내용은 일본정부는 미국기업의 일본시장 점유율을 10% 수준에서 20%수준으로 높이도록 하며 일본의 대미(對美)반도체수출가격을 공정한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만큼 대등한 위치에 와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수준에 있어서도 미국과 일본은 1MD램 4M롬급 반도체를 개발 양산하고 있으며, 양국의 일부 기업에서는 4MD램을 개발, 언제 양산할 것인지만 남았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분명 '2류기술국'에 불과했던 일본이 자타가 공인하는 '메모리왕국'이라는 월계관을 쓰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본의 IC산업은 미국보다 5년이상 뒤떨어진 60년대에 '이익이 전혀없는 산업'으로서 천대를 받았지만, 전자계산기 TV 음향기기 등의 민생용시장을 목표로 하면서 순조로이 성장하기 시작했다. IC산업의 본격적 생산기인 70년대 후반부터는 전자계산기에 이어 마이크로컴퓨터 등의 민생산업지향제품에서 경쟁력을 확보, 일보에서 미국을 능가하게 된다.

특히 D(Dynamic)램 시장은 일본이 독특하게 강함을 나타내는 곳. 70년대 초에 등장한 1KD램에서 미국 '인 텔'사에 눌려 1%의 시장도 갖지 못했던 일본은 4KD램에서 12%, 16KD램에서 40%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면서 미국시장에 본격적으로 상륙한다. 특히 VLSI시대를 맞이해서는 압도적인 승리를 구가, 최고 70%의 고점유율을 기록한 바 있다. 더우기 현재까지도 메모리 주력상품 2백56KD램 시장에서는 90%까지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반도체시장에는 메모리분야만 있는 것이 아니라 마이크로프로세서라든가 논리분야, 통신용IC 등이 있다. 그렇지만 독특하게 D램으로 대표되는 메모리분야에서 일본기업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배경에는, 기술개발방향에서의 환경이 일본에 유리하게 작용한 요인이 있다.

MOS제조기술은 탁월

그중 하나가 MOS(금속 산화막 반도체)형으로의 대응이다. IC의 공업화는 바이폴라(쌍극)형으로 시작되었고 미국의 '페어차일드'사와 '텍사스인스트루먼트'사 등이 이분야의 주도권을 잡았다. 이와 동시에 MOS형도 '제네랄일렉트릭'사를 중심으로 개발이 진행되었으나 시장 안정성 등의 문제에 부딪혀 실패하고 말았다.

그러나 전자계산기 시계등 민수용 제품 지향의 일본기업들은 고집적화 저소비전력을 특징으로 하는 MOS형, 그것도 소비전력이 극히 낮은 CMOS형 개발에 주력, 이 기술을 완성시켰던 것이다. 전자계산기 시계등에서 이룩한 MOS형 기술은 마이크로컴퓨터, 메모리시대를 맞아 더욱 만개하였다.

또한 메모리의 대용량화 경쟁에서는 '일단 목표가 정해지면 뒤지지 않는다'는 일본인 고유의 특성이 발휘되어 미국을 멀리 떨어뜨리고 선두에 서게된 이유이다.

여기서 한가지 주의할 점은 미국의 반도체산업이 군사 우주개발이라는 정부 수요에 의존하였던 것에 비해, 일본은 민수를 지향했던 것이 '메모리왕국'으로 부상하는데 상당한 영향을 끼쳤다는 점이다. 군사 및 우주개발분야에 치중한 결과는 성능제일주의로 기술수준은 높을지언정 특수용도에 한정되기 때문에 생산수량이 적고 제조단계에서 생산성이 답보상태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메모리분야의 강세가 모든 반도체분야의 우월성을 대변해주는 것은 아니다. 로직IC, 마이크로프로세서 분야에서 일본은 상대적으로 미국에 비해 약세이다. 4비트부터 16비트에 이르는 전제품은 '인텔' '모토롤러' '자이록'사의 고유칩을 채용하고 있다. 앞으로 주요 시장이 될 32비트제품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부분에서 미국이 강한 이유는 황무지에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는 고도한 시스템 구성능력, 회로설계능력, 디바이스 구성기술 등이 요구되어지기 때문이다. 더욱 마이크로프로세서에서 비트수가 높아질수록 소프트웨어기술이 앞선 미국이 힘을 발휘할 것은 당연하다.

결론적으로 일본의 반도체기술은 지금까지 급속히 실력을 비축하여 메모리를 중심으로, 어느정도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하고 일부는 미국을 앞질렀지만 마이크로프로세서 논리IC 통신용IC등은 아직도 미국의 지배하에 있고, 미국은 일본의 추월을 허용하지 않는다.


(표3) 세계 10대 컴퓨터기업 판매고(1985년)
 

거인 IBM과의 치열한 싸움

세계 제패를 이룩한 거인 IBM과 그 아성을 잠식하려는 일본기업, 'IBM산업스파이 사건'(82년6월)은 세계적으로 센세이셔날한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사건 발생 직전, 후지츠는 일본IBM에 근소한 차로 접근,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IBM은 기술적으로 따라잡기 전혀 불가능한 상태가 아니다' 'IBM이 리드하던 컴퓨터시장은 이제 끝났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그렇지만 이 사건은 일본 컴퓨터산업의 취약점을 여지없이 드러냈고 낙관론에 통렬한 일격을 가했다.

세계 10대 컴퓨터기업 판매고(표3)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컴퓨터산업은 IBM독주이다. 그러면 일본 컴퓨터업체는 IBM호환노선을 벗어날 수는 없는가?

IBM호환기란 IBM컴퓨터와 똑같은 아키텍쳐(기본설계사상)에 기초하여 설계돼, IBM기계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가 그대로 사용될 수 있는 컴퓨터를 말한다. IBM호환기메이커는 먼저 IBM기기로부터 출발한 수요층을 자사 기계로 대체하려 하고 그때문에 IBM이 신기종을 내놓으면 그것과 똑같은 기능을 갖는 것을 어떻게해서든지 싸고, 빠른 시일 내에 만드느냐로 승부가 결정된다. 결국 IBM기기와 똑같다고는 말할 수 없어도 결과적으로 IBM기기의 소프트웨어가 그대로 사용되어지는 것을 사용자에 대해 보증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IBM은 세계 컴퓨터시장의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유통하고 있는 소프트웨어도 압도적으로 많다. 공업제품의 역사가 표준화의 역사이며 IBM기기가 현재 국제표준에 가까운 지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생각해 보면 그것에 합치한 기계를 만든다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일본의 컴퓨터산업은 독자성은 전혀 없고 미국의 즉 IBM의 뒷치닥거리나 하는 수준인가.

일본 통산성의 발표에 따르면 82년에 이미 범용 대형컴퓨터의 평가포인트인 처리속도에서, 일본이 최대 29MIPS(MIPS는 1초당 1백만회의 연산을 처리하는 속도)인데 비해 미국은 14MIPS로 일본이 앞서 있었다. 대용량화의 지표인 주기억용량은 미국 64메가바이트인데 비해 일본은 1백28메가바이트, 그외에도 소형화에 관련된 설치면적, 소비전력, 기반기술로서의 논리소자기술, 신뢰성의 기준인 연간 평균 고장률 등에 대해서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실증하는 예로 NEC(일본전기)는 85년 2월 최신의 VLSI를 채용하는 최대용량(2백56메가바이트), 초고속(1백30MIPS) 범용컴퓨터를 발표하였다.

여기서도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일본은 스피드나 용량과 같이 제조목표가 확실한 부분은 발군의 실력을 발휘하였던 것이다.
하드웨어에서는 미국과 어느 정도 호각의 승부를 겨루는 일본기업들도 설계기술과 소프트웨어에서는 비세이다. 설계기술에서는 모든 항목에 대해서 미국이 1백이라면 일본은 70~80, 또한 소프트웨어기술의 지표인 OS(오퍼레이팅 시스템)에서 일본이 1백이라면 미국은 1백50 정도의 능력을 갖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소프트웨어분야에서의 일본은 이미 설계가 끝난 것을 어떻게해서든지 빠르게 정확히 싼가격으로 재생산하는 생산능력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할 뿐이다.

그러나 앞으로 소프트웨어가 대규모화돼 생산방법이 분업적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 일본의 철저한 품질관리능력이 점점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미국의 컴퓨터 전문가들 중에는 '미국에서 일본에 필적하는 소프트웨어 생산성을 갖추고 있는 회사는 IBM정도'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독창성이 두드러진 광통신

통신분야에서의 일본의 우위성은 시장점유율에서 뒤질지언정 무역수지의 대폭적인 흑자를 배경으로 미국에 강하게 인식되어져있다. 중요한 것은 그 우위성이 단순히 품질과 가격정책에 의한 것이 아니고 기술력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새로운 통신시스템인 광통신을 중심으로 일본의 기술력을 평가해보자.

85년 2월 일본은 미래의 통신망인 INS(고도정보통신시스템)의 근간이 되는 '일본종관케이블'을 완성시켰다.
보통 광통신이라고 한다면 전기신호를 빛으로 변환시켜 송출하는 발광소자, 빛을 전송하는 매체로서의 광섬유, 수신한 빛을 전기신호로 변환하는 수광(受光)소자의 3가지 기술요소로 구성돼있다.

발광소자(반도체레이저)는 1957년에, 광섬유는 1964년에, 수광소자는 50년대 초반에 이미 일본의 '니시자와'교수에 의해 개념이 제안되었다. 어느 것 하나 독창적이지 않은 것이 없지만 광섬유의 착상은 매우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에서 광통신의 실용성을 이론적으로 실증한 것이 1966년이므로 이보다 2년 앞섰다고 볼 수 있다.

광섬유의 개발경쟁은 유리의 투명도를 높여 전송손실을 줄이는 것이다. 광섬유의 저손실화경쟁에서 MCVD법을 창안한 벨연구소를 중심으로 한 미국세가 선봉에 섰지만 일본은 연구개발력을 집중시켜 1976년 이후 저손실화경쟁에서 선두경쟁에 뛰어들었다. 1979년 석영섬유의 이론 한계치에 근사한 0.2dB(1km당 빛의 투과율 97.6%)의 극저손실 광섬유를 개발, 10년 가까이 지속되었던 이 분야의 기술개발경쟁에 종지부를 찍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미국의 MCVD법과는 다른 독창적인 VAD법. 이는 연속적 생산이 가능하고 투명도를 방해하는 수산기를 완전 제거하기 때문에 저손실이 광섬유 생산이 가능하다.

광섬유 분야에서 선전하고 있는 일본은 발광소자에 대해서도 톱클래스의 일각을 차지하고 있다. 이분야는 발광다이오드(LED)와 반도체레이저로 나누어진다. LED는 고속전송에는 불리하지만 저가격이며 중단거리 중소용량의 광통신시스템에 이용되어 진다. 반도체레이저는 구조가 복잡하여 가격이 비싸지만 고속전송이 가능하여 중장거리의 대용량전송에는 불가피하다.

이 분야에서 미국 일본은 어깨를 나란히 개발경쟁을 벌이고 있다. 1970년 미국과 일본은 상온연속발진의 길을 연 단파장 반도체레이저를 동시 개발했다. 이 새로운 레이저의 출현을 AP통신은 '전자공학분야에서 트랜지스터가 진공관을 대체한 것과 같은 진보를 광전자공학에 부여한 것'으로 전했다.

1775년 이후 1백년은 영국이 제1차 수송혁명인 철도를, 1875년 이후 1백년은 미국이 제2차 수송혁명인 자동차를, 1975년 이후는 일본이 '광통신'이라는 이름의 제3의 수송혁명을 연출하기 위해 확실히 그 기반을 닦아가고 있다고 해도 그리 과장되지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이다.

가능성의 신개척지, 신소재

신소재분야에서의 일본의 기술수준은 미국보다 떨어지는 '2류 기술국'의 인상이 강하다. 좀더 완화된 표현을 쓴다면 '가능성이 있는 나라'정도이다.

이분야에서도 일본은 발명 발견보다는 응용개발 공업화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고 봐야할 것이다. 가장 최근의 예로 세계 최고강도의 탄소섬유(1㎟당 인장강도가 5백70kg, 인장탄성률을 30톤)를 공업화하는데 성공했고 아몰퍼스실리콘을 사용한 태양전지에서 세계 최대의 변환효율을 실현했다. 이는 모두 개량 개선에 강한 일본 특유의 기술개발 성공사례리다.

대표적인 신소재인 파인세라믹스, 탄소섬유 아몰퍼스합금을 중심으로 일본의 기술력을 살펴보자.
미국'뉴욕타임즈'는 84년 7월부터 '일본의 도전'이라는 제하의 특집기사를 24회에 걸쳐서 게재하고 일본의 파인세라믹기술을 평가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세라믹스기술은 한국 중국으로부터 빌려온 기술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신소재인 파인세라믹스로 발전했다는 것. '전통과 첨단기술의 통일'이라는 것이다.

파인세라믹스는 80년시점, 세계시장 점유율이 일본 46%, 미국 37%, 서유럽 17%. 파인세라믹스는 크게 나누어 전자기특성을 이용하는 기능성세라믹스 (일렉트로닉세라믹스), 내열성 및 강도를 중요시하는 구조형 세라믹스, 생체접합기능이 뛰어난 생체용세라믹스로 나뉜다. 이중에서 공업적으로 가장 활발히 이용되고 있는 것은 일렉트로닉세라믹스이다. 이는 일본이 전수요의 2/3를 점하고 있다. IC패키지 및 기판용으로 사용되는데 일본의 전자산업수준을 볼 때 이는 당연한 결과이다.

물론 이들 일렉트로닉세라믹스의 원리는 모두 미국 유럽 소련 등에서 탄생한 것이다. 일본은 '낳아주신 부모의 역할'이라기 보다는 '길러주신 부모'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구조용세라믹스는 미국 유럽이 선두에 서있고 일본이 뒤처져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분야이다. 일본은 자동차용(세라믹엔진 등)으로 시장창출을 하고 있는 반면에 미국 유럽은 자동차용뿐 아니라 항공 우주분야(개스터빈 등)를 중심으로 개발하기 때문에 연구개발비 투입면이나 기술개발력에서 힘겨운 상대임이 분명하다.

기초기술을 가지고 응용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미국. 이로부터 기술을 빌려와 열광적으로 실용개발을 추진하는 일본. 이를 종합해볼 때 구조용세라믹스에서의 일본의 앞길은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미국에 기술공급하는 탄소섬유

오랜전통기술을 바탕으로 집중육성하고 있는 분야가 파인세라믹스라고 한다면, 탄생한지가 4반세기가 넘지 않은 분야로 일본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 탄소섬유이다.

철보다는 강하고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이른바 '수퍼섬유'인 탄소섬유는 85년 5월시점으로 생산능력을 비교해볼 때 일본이 52%, 미국41%, 서유럽 7%로 일본세가 앞서나가고 있다. 특히 이 분야는 미국에 기술공여를 하고 있을 정도로 실세에 있어 일본의 무게가 인정되고 있다.

그러나 개발단계에서 크게 공헌하고 공급면에서 최대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는 일본이지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국내의 수요구조가 취약하다는 것이다. 미국과 유럽이 에어버스 군용기 등 우주항공용으로 상당한 시장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골프그립, 테니스라켓 등 스포츠용품에서 겨우 시장을 유지하고 있을뿐이다. 무역마찰이 심화됨에 따라 내수부족은 일본이 탄소섬유왕국으로 발돋음 하는데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시장구조는 기술수준의 발달에도 치명적 약점으로 작용한다.

아몰퍼스합금은 일반적인 금속이 상온에서 결정을 형성하는 것에 비해, 유리와 같이 결정을 갖지 않는 비정질의 재료이다. 금속이 결정화할 여유없이 액체상태 그대로 동결돼버린 '신의 섭리에 반기를 든 금속'이다.

이 합금은 자기특성 경도 내식성 등이 뛰어나 전원용코아(자심) 등 전자기기부품과 전력용변압기의 철심 등을 목표로 공업화되고 있다.
이 부문은 미국의 영향력이 너무나 커 일본이 쉽게 접근하기 어려운 곳으로 알려져 있다. 84년에 미국에 의해 특허침해로 피소돼 상당한 곤욕을 치렀던 분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응용연구 및 실용화에서는 가전산업에 강한 일본이 '소니'사를 중심으로 비디오 오디오 기기용으로 실용화하고있다.

일본의 신소재개발은 '유행과 열정'의 차원을 넘어 착실하게 실력을 비축하고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미래기술에는 아직 약세

90년대부터 21세기에 걸쳐 등장하리라 보여지는 미래기술, 바이오테크놀로지는 실로 다방면의 산업에 관련된다는 의미에서'수퍼테크'라 할 수 있다. 실현성이 가장 높은 의약품으로부터 식품 화학 농업 임업 수산업 등 광범위한 분야에 그 영향력을 행사한다.

바이오테크놀로지 분야는 미국과 일본의 연구개발정책이 뚜렷이 대조된다. 미국이 반도체와는 다르게 민간기업에 개발을 위임하고 있는 반면에 일본은 정부가 깊숙이 개입되어 있다. 그렇다고 일본의 기술력이 미국을 앞서 나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총 바이오산업 중 40%의 산업화율을 가지게 될 의약품 부분만 하더라도, 일본기업은 충분한연구개발체제를 갖추지 못한채 미국기업과 기술제휴를 추진한다는 비판을 받을정도이다.

기술력의 차이는 별도로 하고라도 기업의 파워를 종합적으로 살펴볼 때 국제경쟁력은 미국이 월등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은 기초연구분야로부터의 성과를 반영하여 얻어진 결실만이 그 생명성을 보장받는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일본 기업측이 기초연구에 쏟는 연구비와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의 기초연구체제의 제고 없이는 특별한 계기가 마련될 수 없다고 일본인 스스로 진단한다.
그러나 한가지 이점은 있다. 정부가 주도하여 민간업체협력기구를 탄생시키고 전문성없이 난립한 기업들을 조정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미국이 지레짐작으로 일본을 경계하는 바이오테크놀로지분야에서 또한번 일본의 소용돌이가 휘몰아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수 없다.

지금부터가 문제

일본은 과연 '하이테크 대국'인가.
이 문제에 쉽게 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것이 비록 과학기술영역이라도 역사는 항상 변하면서 새로운 조건을 만들기 때문이다.
분명 그들은 현상적으로 특정분야에서 세계 최강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혹자는 이를두고 '진주만의 승리'에 불과하고 곧이어 마드웨이의 반격에 맥없이 쓰러질 것이라고 혹평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 이룩한 오늘의 성과는 '자고 나니 유명해졌다'라는 차원은 아니다. 약삭빠른 모방의 측면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공업화단계 응용개발단계에서 무서운 힘을 발휘했던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일본이 이제부터 넘어야할 벽, 기초연구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화추진이 어떤 형태로 전개될 것인가는 우리의 산업정책방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관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집중시킬만하다 하겠다.

1987년 01월 과학동아 정보

  • 김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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