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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의 세계, 확률이 지배한다

물질의 세계④

'막스 플랑크'가 낳은 양자역학을 키운 사람은 '닐스 보어'. 그의 제자들은 코펜하겐 학파를 이루어 확률론을 주장하는데…
 

'막스 플랑크'교수에 의해 제창된 양자론은 빛의 파동적 성질과 입자적 성질이 함께 공존하고 있다는 이중성으로 이어지는 생각으로 발전되었다. 이 무렵에 덴마크의 코펜하겐 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갓 취득한 '닐스 보어'(Niels Bohr)는 양자론에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닐스 보어'가 몰고온 새로운 바람
 

그의 생각으로는 파동인 빛이 입자의 성질을 가지고 그 에너지가 띄엄띄엄한 hν(ν는 진동수이고 h는 플랑크 상수)의 정수배만이 가능하다면 원자속에 들어있는 입자인 전자 역식 띄엄띄엄한 에너지만을 갖는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게 되었다. 보어는 그당시 물리학의 중추적 연구소의 하나인 케임브리지대학의 카벤디쉬 연구소에 가서 자기의 생각을 피력하고 더 공부하기로 결심하였다. 사실상 그 당시 카벤디쉬 연구소에는 전자를 처음 발견한 저 유명한 '톰슨'경(J.J.Thomson)이 소장으로 있었고 원자속에 있는 전자의 에너지를 계산하고 있었던 것이 그가 영국으로 가려고 마음먹게 된 이유였다.
 

그러나 톰슨경을 만나서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을 때 톰슨경은 거기에 찬성하지 않았다. 실의에 찬 젊은 보어 박사는 원자의 모형으로 유명한 라더프드를 찾아서 맨체스터 대학으로 자리를 옮겼다. 뒤에 양자역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고 많은 제자를 길러낸 보어 박사의 생각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전자의 운동량(속도×질량=mv)P는 '드브로이'의 관계식 P=h/λ(이때 λ는 전자의 물질파에 해당하는 파장)를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라더포드'의 원자모형 즉 원자핵을 중심으로 전자가 마치 태양계의 지구처럼 돌고 있다면, 그 속에는 정수배의 파장이 궤도속에 들어 있다는 것이다. 즉 전자의 원궤도의 원주길이는 2πr=nλ(여기서 n는 정수)인 파장λ만이 허용된다는 것이었다.

 

전자의 에너지도 불연속
 

한편 그는 '라더포드'의 원자모형을 바탕으로 전자가 원운동을 한다는 것으로부터 이 전자의 궤도반경을 계산해 내는 데 성공했다. 즉 수소(전자가 1개 밖에 없음)의 전자는 기차가 커프길을 돌때 바깥쪽으로 받는 힘과 같은 원심력과, 원자핵과 전자 사이의 전기적 인력(쿨롱의 힘)이 비기기 때문에 궤도운동을 유지할 수 있다는 사실과, '드브로이'의 식 P=h/λ를 사용하여 전자반경을 계산해 낸 것이다.그 결과 가장 에너지가 낮은 전자의 궤도반경은 5.9×${10}^{-9}$㎝, 즉 1cm의 1억분의1의 절반 정도라는값이 얻어졌다. 수소원자는 전자를 하나만 갖고 있기 때문에 이 값은 수소원자의 크기라고 생각해도 좋다.
 

나중에 이 반경은 '보어반경'이라고 불리게 되었고 여러가지 원자의 크기를 나타내는 좋은 척도가 되었다. 주목할 만한 '보어'의 발견은 가장 낮은 에너지상태(기저상태)의 전자 보다 에너지가 큰 전자들의 궤도 반경은 '보어반경'의 4배, 9배…로 정수배의 제곱이 되지 결코 1.3배 2.5배식으로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또 전자들의 에너지도 기저상태의 $\frac{1}{4}$배, $\frac{1}{9}$배 등 띄엄띄엄한 에너지 준위만을 갖는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상의 것들을 정리해 보자. '드브로이'의 입자와 파동을 동시에 나타내는 관계식 P=h/λ를 쓰면, 빛이 hν의 정수배만의 에너지가 가능하듯이 전자의 에너지 준위도 역시 불연속적인 에너지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빛의 경우 hν의 정수배인데 비하여 전자의 경우는$\frac{1}{{n}^{2}}$에 비례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보어'의 이론은 곧 실험에 의하여 사실임이 밝혀졌다.(역사적으로는 수소원자에서 나오는 스펙트럼이 먼저 알려져 있었고 '보어'의 이론은 이것을 설명한 것이다)
 

원자속의 전자의 에너지 역시 불연속이고 '양자화'되어 있다는 이론으로 일약 유명해진 '보어'는 덴마크로 금의환향하였다. 덴마크의 학술원은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있는 '칼스버그'(Carlsberg) 맥주회사의 회사금으로 '보어 이론 물리 연구소'를 설립했으며, 소장인 보어의 저택도 연구소 바로 옆에 마련하여 주었다. 이때부터 저 유명한 코펜하겐 학파로 알려진 '보어'의 제자들이 이 연구소를 통해서 세계 각처에 확산되게 된다. 이때 '보어'의 이론을 더 체계화하여 소위 '양자역학'이란 이론 체계로 확립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하이젠 베르크'(Heisenberg)도 이 연구소를 거치게 된다.
 

1926년이 되면서 오스트리아의 물리학자인 '슈레딩거'(Schrödinger) 박사는 '드브로이'의 물질파의 개념 P=$\frac{h}{λ}$를 일반화한 소위 파동방정식을 창안했다. 이 방정식을 수소원자에 적용했더니 에너지 준위에 관한한 '보어'와 같은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슈레딩거' 방정식으로 알려진 이 파동방정식은 입자인 전자의 운동을 완전히 기술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슈레딩거'방정식의 해답을 파동함수라고 하는데 이 속에는 우리들이 알 수 있는 전자의 행동에 관한 모든 정보가 들어 있는 것이다. 한편 뉴튼의 역학에 의하면 F=ma(F는 힘, m은 질량, a는 가속도) 라는 운동방정식을 풀어보면 그 입자의 모든 행동을 알 수 있게 되어 있다. 즉 현재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이 운동 방정식에 의하여 가속도를 알고 (힘은 주어져 있음) 따라서 입자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입자의 위치는 시간의 함수로서 정확히 주어져 있다. 그런데 새로운 이론에 의하면 입자의 위치가 시간의 함수로서 정확히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떤점에 있을 확률만이 주어진다는 것이 되겠다. 이러한 사정을 새로운 이론의 개척자인 20세기 '하이젠 베르크'와 고전을 대표하는 17세기의 뉴튼 사이의 가상적인 대화로 엮어 보자.

 

뉴튼과 하이젠베르크의 '논쟁'
 

뉴튼 : 나의 이론의 장점은 전자의 운동에 관하여 나의 방정식 F=ma를 풀면 운동량 P=mv와 위치 x에 관한 해답을 얻으며, 모든 미래에 관한 위치와 운동을 다 알수 있다는 거지요.
 

하이젠베르크 : 당신은 너무 과장해서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전자의 위치와 운동량을 정확히 아는 것이 아니라 전자의 위치가 x이고 운동량이 P가 되는 확률을 알수 있을 뿐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전자의 위치에 관한 불확실성 X와 운동량이 불확실성 △P는 동시에 정할 수 없고 △ X·△P=h라는 제한을 받게 되지요. 위치의 불확실성 △ X를 0으로 만들면, 즉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결정하면 △P는△x·△P=h를 만족하기 위하여 무한히 불확실해집니다.

뉴튼: 당신의 이론은 퍽 쓸모가 없군요. 위치에 관한 확률만 안다니 그것만 가지고 어떤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이젠베르크: 당신의 생각처럼 그렇게 쓸모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서 설명해 봅시다. 주사위를 던지면 1에서 6까지의 점이 박힌 면이 나오지요. 주사위를 6백만번 던졌다고 할 때 나타나는 숫자의 평균값을 알려면, 우리들은 (1×1백만)+(2×1백만)+(3×1백만)+(4×1백만)+(5×1백만)+(6×1백만)을 6백만으로 나누면 될 것입니다. 즉 (1×$\frac{1}{6}$)+(2×$\frac{1}{6}$)+(3×$\frac{1}{6}$)+(4×$\frac{1}{6}$)+(5×$\frac{1}{6}$)+(6×$\frac{1}{6}$)=$\frac{21}{6}$ 이 될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X₁, 이 될 확률이 P₁, X₂가 될 확률이 P₂,${X}_{n}$이 될 확률이${P}_{n}$이라고 할 때 X의 평균값 혹은 기대치 〈X〉

〈X〉=X₁P₁+X₂P₂+…+ ${X}_{n} {P}_{n}$

이 됩니다. 평균값은 회수가 많을수록 정확해집니다. 예를 들어서 주사위를 한번 던진 경우 1에서 6번까지 어떤 숫자가 나올지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지만, 6백 만번 던지면 그 평균값이$\frac{21}{6}$인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그런데 전자의 경우 1그램의 물속에도 1억의 1억배의 1천만배 정도(${10}^{23}$개)의 전자가 들어 있으므로 그 평균값이란 사실상 정확한 것이 됩니다.

'하느님이 주사위 놀이를 하는가'

위의 대화에서 보듯이 새로운 이론은 모든 것에 대한 확률적인 이야기만 할 수 있지, 고전물리학처럼 정해진 코스를 이야기할 수는 없다고 본다. 이런 점을 못마땅히 여긴 아인슈타인은 "왜 하느님이 주사위 놀이를 한단 말인가"라고 불평을 토로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보어', '하이젠베르크', '슈레딩거'등에 의하여 개척된 이 새로운 이론인 양자역학은 미시세계인 원자의 세계를 빈틈없이 이해하고 우리가 즐기는 반도체의 발명 등 20세기의 과학 문명의 길을 열어 놓았다. 원자의 세계를 넘어서면 더작은 세상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다음호에 알아 보기로 하자.

1986년 10월 과학동아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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