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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기온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의 도심과 변두의 기온차는 약 10도 도시의 지붕과 아스팔트가 초래하는 탈수현상

얼마전에 학생들과 같이 농촌지역에 답사를 갔었다. 촌로들과 면담 중에 어떤 분이 '나는 서울에서는 못살겠더군'하시기에 어떤 점이 그렇게 못마땅하시냐고 물어보았다. 첫째는 흙과 나무를 밟거나 볼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하고, 둘째는 공기가 탁하여 목이 컬컬하고, 세째는 여름철에 아스팔트 노면에서 치솟는 열기가 시골의 더위보다 훨씬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잠깐동안의 서울 나들이에서 체험한 도시 기후의 한 측면을 언급한 것이다.
 

요즈음 신문 텔레비전 등의 매스컴에서 도시기후에 관한 내용이 간혹 다루어지고 있는데 이것은 우리나라에서도 도시기후가 점차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도시기후란 종관적(綜観的)으로는 같은 기상조건하에 있는 지역 안에서 도시의 기후가 주변 농촌의 기후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도시화가 진전되면 일사량 풍속 습도 등은 자연상태에서보다 감소하는 데 반하여 운량(雲量) 대기중에 함유된 오염물질 등은 증가한다.
 

도시기후가 형성되는 원인은 도시의 시가지가 수평적 또는 수직적으로 확장하고 도시산업이 발달하기 때문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하지만 도시기후의 양상이나 메카니즘이 그렇게 단순하지는 않다.

 

열섬이 생기는 이유
 

도시는 주변 농촌지역보다 일반적으로 기온이 높은데 이것을 도시기온 또는 열섬(heat island)이라고 한다. 도시의 온도분포를 등온선으로 표시하면 마치 섬의 등고선과 같은 폐곡선으로 나타난다.
 

열섬은 인간에 의한 기후변조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것은 도시에서 방출되는 각종 열에너지가 도시의 상공을 덮고 있는 대기를 가열하기 때문에 형성된다. 또한 도시는 고층빌딩과 도로의 면적률이 큰 것이 특징인데, 이것들은 열을 많이 받아들이고 많이 저장할 수 있기 때문에 특히 야간에는 열섬의 강도가 심화된다. 열섬은 도시의 크기, 도시의 기능, 주변의 지형조건 등의 영향을 받는다.
 

열섬은 대체로 겨울철의 맑은 날 최저기온이 나타날 무렵 가장 뚜렷하게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다. 1983년 1월22일 오전 7시30분의 서울지역의 기온분포를 조사한 바에 따르면 도심부에 고온(영하 4.9도)인 난핵(暖核)을 중심으로 등온선이 조밀하게 배열되다가 시가지를 벗어나면서 그 간격이 완만해지고 변두리 주거지역에서는 영하 13.7도를 나타내 같은 도시에서도 도심과 변두리의 기온차가 9.6도에 달하고 있다.
 

시의 면적이 5백47㎢인 뉴욕시의 최대 기온차가 17도, 런던 (1천8백70㎢)이 10도, 동경 (2천1백97㎢)이 13.8도인 것에 비하면 면적 6백28㎢인 서울의 열섬은 그 강도가 그리 작은 것은 아니다.
 

서울은 앞의 3도시보다는 도심부 건물의 고층화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주변부에는 농촌적 경관으로 이루어진 지역이 아직도 비교적 넓게 남아 있기 때문에 비교적 큰차를 보인다.
 

열섬현상은 추운 지역의 난방비를 절감시키는 이점도 있으나 열대나 여름철이 더운 온대지방에서는 냉방비를 가중시키고 심한 경우에는 큰 피해를 초래하기도 한다. 예컨대 1966년 7월에 미국 중부에서 있었던 열파(heat stress)는 센트루이스에서 5백여명의 사망자를 내게 했다. 그 당시 도시내의 사망률은 비도시지역보다 5.5배나 더 많았다. 그리고 사망자수와 섭씨 32.3도 이상의 기온일수와는 정(正)의 상관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도시의 열섬은 집중호우 습도 대기오염 등과도 밀접한 관련을 가지므로 연구를 필요로 하는 과제중의 하나이다.
 

강수량은 공간적으로나 시간적으로 변동성이 크므로 강수에 미치는 도시의 영향을 산출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서울과 주변의 소도시(수원과 양평)의 강수형태를 비교하면 연강수량은 서울이 주변보다 조금 적은데 비하여 이슬비의 빈도는 현저히 많고 집중호우도 약간 많은데 이것은 동경의 경우와 일치한다.
 

호우일수가 많은 것은 도시의 열섬이 도시내에 적운(積雲)을 발달시기키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특히 일요일과 공휴일의 강수량이 평일보다 적은 것으로 나타난다.

열섬현상을 초래하는 도시의 매연

 

도시구조와 탈수현상
 

그러나 도시의 탈수현상은 강수량보다도 도시구조에 기인한다. 시가지를 상공에서 내려다 보면 서로 잇닿은 지붕들이 제2의 지표면을 이루고 있고 이들 지붕은 가로에 의해 블럭으로 구획되어져 있다. 따라서 빗물을 받아들이는 것은 건물사이에 조금 남은 지면이므로 빗물이 닿는 도시의 단위면적당 강수량은 커진다.
 

예컨데 50%의 건폐율을 갖는 도시에서 60mm의 강우가 있으면 지면에서는 1백20mm의 호우가 되고, 만일 90%의 건폐율 지역이라면 20mm의 소우라 할지라도 2백mm의 집중호우에 상당하는 효과를 나타낸다. 또한 시가지는 대체로 포장되어 있으므로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해 시가지에 내린 빗물을 저수하지 않는 한 곧 도시밖으로 흘러나간다.
 

따라서 비가 그치면 도시는 곧 바싹 마르게 된다. 그리하여 상하수도의 물이 없다면 도시는 탈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농촌의 지표면은 건조할지라도 토양수와 지하수가 모세관현상으로 지표로 빨아올려져 끊임없이 증발할 것이고 식물체로부터도 상당량의 증산(蒸散)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도시에서는 빗물은 곧 제거되고, 건축물과 포장된 노면은 지표와 땅속을 단절시키기 때문에 시가지에서는 기화열로 소비되는 열량이 현격하게 줄어든다. 그리하여 가뭄이 얼마동안 계속되면 우리가 1985년 여름에 겪은 바와 같이 도심의 시가지나 아파트 단지에서는 구조물에 일사량이 누적되어 마치 사막과 같이 찌는듯한 더위를 밤낮으로 느끼게 되는 것이다.
 

도시의 열섬을 적외선필름으로 촬영한 사진. 도심부의 시가지가 고온으로 잘 나타나 있다.


도시의 개발·확장시 기후측면을 고려해야
 

맑은 날에 북한산의 백운대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면 뿌연 매연구름이 시가지를 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매연모자(dust dome)라고 불리우는데, 대도시의 상공에는 흔히 나타난다. 매연모자의 구성물질은 가정 공장 사무실 자동차 등으로부터 배출된 것이다.
 

도시의 대기오염은 도시인의보건위생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일사 풍속 안개 시정(視程) 기온 등 여러 기상요소를 변질시키므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도시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도시기후의 변조현상 중에는 추운 지방의 열섬과 같이 도시민에게 도움이 되는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대도시에서 야기되는 환경문제의 하나인 대기오염과 같이 지극히 바람직하지 못한 변화도 있다. 그러므로 신도시의 건설이나 기존도시의 재개발과 확장을 계획할 때는 불리한 영향을 극소화시키도록 기후적 측면을 고려해야만 한다. 즉 도시기후의 연구결과를 도입하여 공항 산업시설 시가지 주거지 녹지 등을 합리적으로 입지시켜야 한다.
 

도시화의 결과로 나타나는 기온상승현상 대기오염, 내수범람 등과 같은 불리한 영향은 가로(街路)의 방향과 적절한 배열, 빌딩 높이의 조절과 적절한 공간적 배치, 그리고 지형적 조건에 적절한 녹지 호수 등의 배치로 어느 정도 개선할 수 있다.
 

서울의 덕수궁내의 녹지는 주변의 시가지보다 온도가 2~4도 낮다. 도시의 녹지는 시민의 휴식처를 제공해줄 뿐만 아니라 비일사 습도 등의 기상요소와 관련이 깊고 오염된 대기를 정화시키는데 큰 구실을 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최저 3백×3백m 이상의 규모를 갖는 공원이 바람직하다고 한다. 또한 건축방법 건축재료 및 토목공학적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면 도시의 미기후(微氣侯)를 도시활동에 유리하도록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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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06월 과학동아 정보

  • 이현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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