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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된 동물의 태반이 죽어간다

수송과정의 스트레스가 주원인이라고

서울대공원의 동물들이 이틀에 세마리꼴로 죽어나간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새삼스레 '동물의 죽음'을 둘러싼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까지 밝혀진 바로는 대공원이 개원한 84년도에 2백9종 6백45마리, 85년에 1백65종 3백20마리가 숨졌고, 금년들어서는 1월 한달동안에 16종 23마리가 죽어 2년사이에 모두 9백88마리(이중2백84마리는 수입한지 2개월내 숨져 공급자측의 배상으로 처리)가 죽었다는 것.

이같은 동물 폐사결과를 놓고 "관리소홀 등으로 너무 많은 동물들이 죽어간다"는 비판론과 "전체동물의 숫자(85년, 4천6백44마리)에 대한 폐사율은 10% 미만으로 일본(우에노동물원 20.5%, 오사까동물원 13.3%)에 비하면 오히려 낮은 편"이라는 반박론이 나오고 있다.

폐사율이 외국보다 높든 낮든 간에 왜 적지 않은 동물들이 죽어가는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몇몇 동물의 폐사원인을 보면 줄무늬 하이에나는 두부파열 및 뇌출혈로, 여우는 폐염과 간염으로, 너구리는 내출열로 죽었으며 이밖에도 사자(장염 폐염) 치타(간염, 흉막폐염, 출혈괴사성 폐염) 쟈가(폐염) 호랑이(전신패혈증) 등이 병에 걸려 죽은 것으로 돼있다.

병류별로 분류해보면 소화기질환이 28.9%로 가장 큰 폐사원인이었고 이어서 외상(19.5%) 호흡기질병(19.5%) 순환계질병(7.6%) 신경계질병(5.8%) 비뇨생식계질병 기생충 전염병 사고사 등으로 나타났다.

동물들이 이러한 질병에 결리게 되는 자세한 경로는 밝혀지지 않은채 사료의 이상이나 관리소홀 관람객의 학대행위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동물관계자들은 전혀 근거없는 얘기라고 부인하고 있다. 그보다는 오히려 구조적으로 동물원의 동물(특히 수입동물)은 많이 죽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즉, 외국의 동물을 수입해오는 과정이 보통 사람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동물들에게 고통스러운 것이어서 자칫하면 '죽음의 여행'이 되기 십상이라는 것.

서울대공원의 동물중 상당수는 미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인데, 그 과정을 살펴보면 이같은 문제점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미국에서 동물을 사오려면 미전역의 동물원에서 필요한 동물들을 물색, 동물상(動物商)에게 위탁한다. 동물상은 각지의 동물들을 육로나 공로 해로를 이용, 일단 달라스에 집결시키게 된다. 이미 이 과정에서 많은 동물들은 정상상태를 벗어날 수가 있다.

동물들은 상자에 넣어서 운반되는데 이때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람과 달리 이성적인 판단이 없는 동물들은 상자속으로 들어가는 것부터 결사적으로 저항하기 마련. 기술적으로 상자안에 유도하는 작업이 실패하면 마취제 등 강제수단이 동원된다. 일단 상자속에 넣어져 달라스로 오는 동안에도 단식을 하는 동물이 있는가 하면 발버둥쳐 상처를 입기도 한다.

달라스에 집결한 동물들은 비행기 한대분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검역소로 향한다. 피를 빼는 등 각종검사가 끝나 수출허가가 나오는데 빨라야 5일, 길면 20일까지도 걸린다는 것. 이때쯤이면 상당수의 동물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모든 절차가 끝나면 다시 공항으로 옮겨져 크레인으로 비행기까지 옮겨지는데 이때도 상자속에서 난동을 부리는 동물들이 많다.

그러나 동물들에게 가장 커다란 고통은 비행기여행이다. 가축의 경우 10~20%가 이때 치명적인 손상을 입는다. 오랜 비행을 하고 나면 사람도 심신이 지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동물들의 고통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비행기가 우리나라에 도착하면 미국에서 떠날 때보다 더욱 까다로운 하역작업과 입국검역과정을 거쳐야한다.

이렇게 해서 동물원까지 온 동물들은 기후와 음식이 안맞고 돌봐주는 사람마저 낯설어 쉽사리 적응을 못하게 마련이다. 따라서 곧바로 관람객들에게 공개되지 못하고 수개월간 적응훈련을 거쳐야 한다. 다행히 모든 과정은 무사히 넘겼다 해도 많은 동물들은 수송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인해 쉽게 죽어가고 따라서 폐사율이 높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수입동물은 이런 특성상 수송과정에서 죽은 것은 처음부터 거래가 무효화되고, 도착후 60일이내에 죽으면 똑같은 동물로 보상하도록 돼있다. 그래서 도착후 60일간은 아예 공급자측에서 동물들을 직접 관리한다는 것.

서울대공원에서 폐사한 동물중 수입동물이 79%나 되고, 이는 1천8백여마리의 수입동물의 43%를 차지하는 것으로만 봐도 '수입동물의 죽음'이 실감난다.
 

동물의 죽음.
 

1986년 04월 과학동아 정보

  • 동아일보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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